3월의 마치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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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유한함 속에서 기억의 소멸은 삶의 지속을 가능하게 하는 축복이라는 말씀을 접한 바 있습니다. 삶의 과정 속에서 경험하는 기쁨, 즐거움, 고통 등의 기억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희미해졌다가 때때로 떠오르곤 합니다.

30여 년의 삶에도 불구하고 기억의 파편들이 희미하게 남아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70년의 삶을 재구성하고 되짚어보며 후회와 기억, 망각을 반복하는 이마치의 삶의 무게와 깊이가 절실히 와닿았습니다.

기억, 사랑, 반성, 자기 용서에 대한 성찰을 해봅니다.

소설 주인공 이마치는 배우로서의 삶에 매진하던 중 가족과의 불화 및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단절을 경험하고, 알츠하이머로 인해 자아 상실을 겪습니다. 기억 고착화 치료 과정을 건물 층수로 형상화한 묘사는 깊은 슬픔과 허망함을 자아냅니다.

비록 배우는 아니지만,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자아'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는 이러한 은유를 통해 자기 성찰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20층, 10층, 그리고 더 낮은 층의 저는 현재의 저를 어떻게 평가할까요? 또한, 40층, 50층, 더 높은 층의 저는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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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머
모래 지음 / 고블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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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힌두 사상의 신비주의로 가득한 오컬트 요소,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탄탄한 등장인물의 내러티브 완성도"

사이비 종교의 몰락과 함께 나타난 검은 수첩.
여정, 필립, 명우, 기철은 친구라고 하기엔 애매하지만, 특별히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으니 넷이 어울린다.
이들은 수첩을 통해 꿈과 현실이 뒤섞인 세계에 빠지게 된다. 꿈 속에서 다른 인생을 경험하며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흐려진다. 작가는 세밀한 묘사를 통해 비현실적인 세계를 생동감 있게 그려내며, 이를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면 흥미로울 것 같다.

소설의 후반부로 가면서 현실인지 환각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갈등이 심화된다. 기이하고 신비로운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는 몰입감을 유지한다. 오컬트와 스릴러가 결합된 전개는 독특한 매력을 주지만, 이야기의 본질은 사람들의 선택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있다.

표지의 상징적인 그림은 자기를 먹고 있는 모습으로, 이야기의 기괴함과 맞물려 있다. 네 명의 인물은 각자 개별적인 서사를 지닌 채 이야기를 이끌어가며, 이들의 선택이 이야기를 더욱 밀도 있게 만든다. 현실과 비현실이 엮인 이 소설은 끝까지 강한 인상을 남기며,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한 여운을 남긴다.

오컬트 장르문학 만이 주는 기묘함과 섬뜩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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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평짜리 숲 트리플 30
이소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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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설로 나는 작가님을 사랑하게 되었다. 문체와 내용이 너무 취향이다. 거의 모든 문장을 담아두고 싶었다. 마음에 쏙 든 세 장의 이야기들.

[열두 개의 틈]
"모든 것이 바뀐 것은 저 두 번째 달이 떴기 때문이다." 하늘에 달이 두 개가 되면서 우리가 알던 세계가 바뀌었다. 공기층 파괴, 해수면 상승 등의 문제가 생기면서 삶의 터전을 잃게 되었다. 사람들은 에어포켓에서 생활하며 난민이 되어 간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런 사회를 묘사하는 것은 이 책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이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야 하는 주인공 두 인물, '아진'과 '이린'을 내세워 현 상태의 절망과 그곳에 적응한 새로운 형태의 삶에 대해 보여 준다. 세대 차이, 종교 심취, 삶에 대한 의지 상실 등 현 인류가 겪는 문제들을 이 세계에서 더 신랄하게 비춘다.

지구 안에 에어포켓이 모두 폐쇠되며 '데저트랜드'나 '아이스랜드'중 한 곳을 골라 이주를 해야하는 상황이 생긴다. 두 군대를 이어주는 연락 수단이 없다. '데저트랜드'는 낮이 계속되는 곳으로 밤이 영영 오지 않는다. '아이스랜드'는 밤만 계속되는 극지다. '데저트랜드'는 자유를 주나 개인에게 주어지는 넉넉한 공간이 주어지지 않는 단점을 '아이스랜드'는 공간은 기업이 독점한 곳으로 넉넉한 공간을 제공하나 자유를 주지 않는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선택인가. 선택지가 둘 뿐이라는 점이 매우 야속했다.

[세 평짜리 숲]
'데저트랜드'를 선택한 아린의 삶을 보여준다. 누군가는 숲에 있는 한평짜리 마굴에 살고 누군가는 어둠이 보장되는 상류층 마을에 산다. 어린 나이에 이를 악물고 엄마도 잊고 돈을 벌 노력해도 세평이다.

[창백한 푸른 점]
의,식,주를 보장한다. 정말 보장만 한다. 모두가 시킨 일을 해야하고 시킨대로 하지 않으면 처벌받는다. 아빠는 이에 맞서다 보호 장비 없이 마을 바깥으로 나가는 형벌을 받고 '깨져서' 언 발만남고 사라진다.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시키는 단순 노동을 하며 살아만 간다.

나라면 어떤 선택지를 골랐을까? 두 이야기를 읽고보면 어느 한곳의 선택도 쉽지 않다. 그리고 씁슬했다. 자본가의 삶은 어디를 고르거나 평안해보였다. 인간의 불행은 비교로 부터 시작된다고본다. 더 나은 삶을 갈망한다.

작가님의 인물들은 모두 정말 입체적이다. 이진과 아린 두 주인공은 조대한 문학평론가가 쓴 『미지의 발걸음』에서 나오듯 대비되는 성격을 대표하지만, 결국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결말을 보이는 서사가 완벽한 인물들이다.
나는 소설의 등장인물 중 아진의 엄마가 눈에 띄었다. 유약하고 현실 도피적인 인물. 아감마라는 학자가 만든 종교에 빠져 있으며, 과거의 향수에 젖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무기력하고 의지가 없는 사람으로 보였으나, 아이슬란드에 살게 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 된다. 생각할 필요가 없다. 밥을 하라고 하면 밥만 한다. 살아가기 위해 해야 할 일에 대한 목적성을 명확히 한다. 엄마의 성격은 아이슬란드에서의 생존에 적합해 보였다. 엄마를 통해 아이슬란드의 배경이 인간성을 얼마나 더 상실하게 만드는지를 극대화하는 것 같았다.

글자 배치의 여백이 너무 좋았다. 여백을 사랑한다.
이 작은 책 안에 펼쳐진 이야기는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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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펼침 (주책공사 5주년 기념판)
이성갑 지음 / 라곰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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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책방을 운영하며 생긴 에피소드들과 삶에서 인상 깊은 일화들을 엮은 책으로, 진솔하고 따뜻합니다. 다 읽고 나니 부산에 사시는 분들이 부러워졌습니다. 꼭 가보고 싶은 서점입니다.
2020년 2월 2일에 책방을 열었다는 것을 보고, 책방에 정말 진심이구나 느꼈습니다. 1+1=2가 영원하길 바라며.
주변에서 누군가 묵묵히 책방을 열어 주고 있다는 사실에 충만함을 느낍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들을 위한 공간이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의 바람대로 주책공사가 영원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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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퇴근길
ICBOOKS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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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픈 대한민국 현실을 통째로 담은 책.
세상에 미안할 것이 너무 많아 미안한 가장.
무슨 일이 발생해도 출근하는 K 직장인.
우리 모두 파이팅 하자구요!

남편이 수상하다. 야근으로 매일 퇴근이 늦던 남편이 얼마 전부터 매일 칼퇴근을 한다. 안 하던 집안일을 하고 구두에 흙먼지가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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