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라도 전주 - 전주의 멋과 맛과 책을 찾아 걷다 언제라도 여행 시리즈 1
권진희 지음 / 푸른향기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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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이드북이 아닙니다. 감성 가득한 전주 에세이, 《언제라도 전주》를 읽으면 힐링과 즐거움이 가득찹니다. 작가님의 일상이 녹아든 전주의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거리를 걷고 있는 기분이 들거든요.

전주는 몇 번 다녀온 도시예요. 맛집도 많고 볼거리도 풍부해서 늘 활기찬 기억만 있었는데, 이번엔 전주의 느린 호흡을 처음 알게 됐어요. 친구와 말없이 걸었던 산책길, 우연히 추천받은 시집 한 권, 서학동 사진미술관에서의 짧은 인연 등 작가님의 경험이 마음에 스며들었습니다.

책 속에서 반가웠던 전동성당은 저도 조용히 초를 봉헌하고 돌아섰던 기억이 있는 곳이에요.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이 글로 전해지니 더욱 감성적으로 다가왔고요. 바, 차가운 새벽에서는 “숲을 닮은 칵테일”을 주문하면 바텐더가 진짜 그 숲을 상상해 칵테일을 만든다는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전주 초코파이를 책에서 만났을 때는 괜히 뿌듯했어요. 갈 때마다 사서 회사에 나눠줬던 기억이 떠오르더라고요. 어느 브랜드였는지는 저도 헷갈리지만, 전주 초코파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죠.

전주는 천천히 걷고, 오래 머물러야 제맛인 도시라는 걸 이 책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전주를 찾는다면, 전에는 보지 못했던 전주의 얼굴을 만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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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늦지 않았어 사랑해 책 읽는 샤미 45
박현숙 지음, 해랑 그림 / 이지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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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은 짧은 삶의 시간 속에서도 깊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십대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 책은 혼란스러운 감정 속에서 아이들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게 한다.

‘겨울이’는 병든 아버지, 떠난 어머니, 폐지를 주워 생계를 잇는 할머니와 함께 동생을 돌보며 살아간다.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조차 ‘돈’이라는 벽이 가로막히는 현실은 아이의 마음을 점점 무겁게 한다. 사랑하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아버지와의 관계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통해 비로소 따뜻하게 마무리된다.

또한 친구 ‘사랑이’는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만 부모의 무관심 속에서 외로움에 방황하는 인물이다. 엇나른 선택을 하지만, 그 안에는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숨겨져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어, 사랑해』는 제목처럼, 사랑은 언제든 표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내 아이가 자라 언젠가 이 책을 읽고, 세상과 타인을 깊이 바라보는 마음을 갖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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꿰뚫는 세계사 - 시대를 이끈 자, 시대를 거스른 자
김효성.배상훈 지음 / 날리지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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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꿰뚫는 세계사』는 익숙한 이름의 인물들을 ‘패자’와 ‘영웅’이라는 시각이 아닌, 구조 속의 인간으로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안토니우스, 네로, 마리 앙투아네트, 잔다르크, 시몬 볼리바르 등, 그들이 남긴 결정의 순간을 중심으로, 누가 옳고 그른지를 단순히 가르치기보다는 독자가 스스로 질문하게 만들죠.

폭군이라 불리는 왕들도 시대의 권력 구조 속에 있었고, 잔다르크나 마리 앙투아네트 역시 상징이나 이미지 조작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링컨 역시 처음부터 이상적인 인물이 아니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다가옵니다.

선거를 앞둔 지금, 과거를 바라보고 의미 있는 시각으로 관찰할 수 있다면 더 좋은 방향의 선택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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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클럽
김쿠만 외 지음 / 냉수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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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 신선하다. 숨 가쁘게 달리던 인생의 순간들이 떠오른다. 목적을 가지고, 때로는 아무 이유 없이 달리기도 한다. 우리는 왜 달리는가? 달릴 때 사라지는 잡념, 숨이 차오를수록 또렷해지는 내 호흡. 오래 달리거나, 빠르게 달리거나, 가끔 달리거나, 꾸준히 달리거나—모두 각자의 이유로 달린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다시 달리고 싶어졌다. 날씨 탓, 독서 핑계를 대며 집에만 있었는데, 밖으로 나가고 싶어졌다.


 러닝!<러닝클럽>이라는 앱이 있다. 주행 기록과 러닝 데이터를 관리해 주는 가상 러닝 앱으로, 일반적인 러닝 앱과 달리 ‘눈밭 달리기’, ‘뒤로 달리기’ 같은 특이한 기능이 있다. VR 퀘스트, 러닝 브리드라인, 소셜 네트워킹 기능도 제공한다. 


눈밭 달리기는 말 그대로 눈 쌓인 들판을 헤치며 달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 황당한(?) 취미에 동참한 사람이 또 나타난다. 테슬라. 둘은 음주 눈밭 달리기 기록까지 남기던 그 시절을 '낭만의 시절'이라 부른다.


창밖으로 폭설이 내리는 가운데, 술을 사러 나갔다가 눈밭에 넘어지고 있는 조와 테슬라를 바라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사람마다 달리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삶의 목표도 저마다 다르다. 이해할 수 없어도, 받아들일 수 있다. 달리는 모양이 ‘개 같다’ 해도, 네 발로 기어간다 해도, 즐겁게 달린다면, 그 모습 자체로 충분하지 않을까?인생을 살다 보면 제때 숨을 쉬지 못하고, 제때 땀을 흘리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다. 은유든 신체적 증상이든, 그만큼 현실이 얼마나 숨 막혔는지를 보여준다. 정말 억울하고 화가 날 때, 눈물도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 것처럼.


호흡을 느끼며 달리는 것. 물리적으로 함께 있지 않아도, 함께 있음을 느낀다.달려서 도망치는 것의 장점을 알았다. 그 자리에서 달리면, 잡을 체력이 없는 사람들은 따라오지 못한다. 그냥 달리기만 하면 된다. 이 얼마나 획기적인 도망인가!


육상의 꽃이 되지 못하고 실패자가 되어도, 그 속도로 그대로 달린다. 아버지와 함께 달린다.아는 만큼 보인다. 


보고 싶은 만큼 본다. 

그리고 삶은 보이는 것으로 부터 넓어지거나 좁아진다.

우리는, 그리고 나는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은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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깬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4
서동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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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하게 굳어 있던 무언가가 부서지고 깨어지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과정을 담은 청소년 성장 소설이었다.

내가 섬세하면서도 무심하고, 세상을 방관하는 고등학교 1학년 남고생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해버릴 줄이야!


인간이 싫다며, 세상과 자신 사이에 벽을 세우고 살아가는 하준이는,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학창 시절 한 번쯤은 겪었을 법한 외로움과 반항, 그리고 고립의 감정을 대표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 혼자만의 공간과 생각 속에 머물기를 선택하는 이유는, 외부 세계에 대한 실망과 두려움, 그리고 그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로 보인다. 이런 하준이가 자연스럽게 세상에 녹아드는 이야기는 어떤 극적인 사건이 아니라, 복싱이라는 매개를 통해, 또 다원이라는 인물과의 관계를 통해 서서히 이루어진다.


🔖시합도 나가서 자꾸 붙어 봐야 해. 맞아 봐야 때리는 법도 알게 되고, 아픈 줄 알아야 피하는 법도 배울 수 있어.  p38


부딪혀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는, 시행착오와 고통이 성장의 필수 과정이라는 이 진리는, 하준이 경험하는 변화의 핵심을 보여준다.

다운을 만난 하준은, 그를 알고싶어진다. 타인에 관심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이는 스스로의 성장을 이루어가고 싶다는 다짐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다원이가 누굴 만나도 자신감 있게 잘하는 이유는 자기 거리를 확실히 알고, 그 영역을 유지할 수 있어서야. 우리 사는 거랑 똑같아. 누구를 상대하든 내가 편안한 거리에 있으면 주도권을 가지고 자신감 있게 행동할 수 있지만, 그게 안 된다면 그때부터 힘들어지잖아. p 212


 다원은 사람들과 가까이 하면서도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할 줄 안다. 자신이 중심을 잘 잡고 있을 때, 세상과의 관계도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진리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경기에서 쓰러지는 다원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웃음을 잃지 않은 얼굴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상실감을 느꼈다. 주변 인들이 느끼는 슬픔을 온전히 함께 느꼈다. 그리고 깨어날 것이라는 희망을 함께 놓지 않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학창 시절 나 자신을 떠올렸다. 

이유 없이 모든 것이 불편하고,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조차 어려워 혼자만의 세계를 만들던 시절. 누군가 나를 이해해 주기를 바라면서도 정작 누군가가 다가오면 마음을 닫았던 그 모순된 감정. 


그런 내 모습들이 하준에게서 보였다. 그래서 하준이 조금씩 마음을 열고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열렬히 응원했다. 


그가 다원의 시합을 보며, 그와 함께 가고 싶어 하고 운동도 같이 해보고 싶어 하는 장면에서는 매우 뿌듯함을 느꼈다.


하준이 처음으로 나간 복싱 경기장. 나도 하준의 가족들과 함께 관중석에서 힘차게 응원했다. 맞으면서도 간격을 벌리고 자신만의 페이스를 찾아가며 시합을 펼치는 모습이 눈앞에 생생했다. ​


『깬다』는 청소년 성장 소설이지만, 인간이 어떻게 관계 속에서 단단해지고, 때론 깨어지며, 다시금 자신을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성인이 보기에도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매일 맞고 때리며 몸을 단련하는 일처럼, 인간관계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부딪히며 성장한다. 

그렇게 우리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때론 아프고, 또다시 피하는 법을 배우며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간다. ​ 

하준의 성장기는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었고, 많은 청소년들에게, 그리고 과거에 하준이었던 수많은 어른들에게도 위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딱 닫힌 결말이 아닌, 하준의 무궁한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는 것을 내포하는 열린 결말이 참 마음에 든다. 

숨이 목끝까지 차오르는 달리기를 하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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