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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턴 숲의 은둔자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4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중세 수도사 캐드펠은 평소엔 다친 이를 정성껏 치료하고, 따뜻한 말로 마음까지 보살피는 사람이지만, 사건이 시작되면 날카로운 추리력을 발휘하는 수사자로 변모한다. 스윗함과 냉철함을 동시에 지닌 이 매력적인 인물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빠져들게 되는 이야기다. 『에이턴 숲의 은둔자』는 그런 캐드펠을 주인공으로 한 역사 추리소설로, 이튼 영주의 죽음 이후 벌어지는 권력 다툼과 실종 사건, 숲속의 시신 발견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리처드라는 어린 상속자를 지키려는 수도원과 그를 이용하려는 친척 간의 갈등이 팽팽하게 펼쳐지고, 어느 날 리처드가 사라지면서 미스터리는 더욱 깊어진다. 사건이 시작되기 전, 일상 속에 스며드는 묘한 어긋남의 기운이 잘 그려져 있고, 자연재해와 이방인의 등장, 권력 암투 같은 복잡한 요소들이 이질감 없이 하나의 이야기로 어우러진다.
첫 장에 실린 지도가 배경 이해를 도와주며, 독자가 시간과 공간을 따라가기에 훨씬 수월하다.
정세랑 작가가 “심혈을 다해 빚은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다”고 극찬한 이유를 알 것 같다. 미스터리를 품은 역사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