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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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을 떠올리며 펼쳤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다. 시작부터 혼령 같은 존재가 등장하면서 괴담처럼 흘러간다. 새벽에 읽다가 창문 흔들리는 소리에 깜짝 놀랄 정도로 몰입했다. 여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고, 각각 다른 무대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사건들이 벌어진다. 그런 일들을 마주할 때 느껴지는 불안과 두려움을 잘 그려낸다. 특히 <아미기 산장>과 <두 개의 총구>가 가장 무서웠다. 닫힌 공간 안에서 점점 분위기가 바뀌고, 익숙했던 것들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 인상 깊다. 마지막 작품 <제로>는 기억을 잃은 채 반복되는 시간 속을 떠돈다. 타임루프 구조지만 감정의 결이 다르고, 읽는 내내 묘한 답답함이 남는다. 전반적으로 자극적인 장면 없이도 서늘한 긴장감을 만든다. 현실과 비현실 사이 어딘가에서 기묘하게 흔들리는 이야기들이다. 여름밤에 읽기 딱 좋은 책이다. 미스터리와 오싹한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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