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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카토 라디오
정현주 지음 / 소모(SOMO)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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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시간이 아닌 공간
밤이 되면 소파에 쪼그리고 앉아 책을 읽는다. 조명은 다 꺼두고, 스탠드 두어개만 켜둔 채로 음악도 틀지 않는다. 오직 책에만 집중하는 게 좋다. 책장 넘기는 소리 외에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게 되면 밤은 시간이 아닌 공간이 된다. 노란 백열등 불빛과 따스한 어둠이 나를 안아주는 공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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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은 다 꺼두고 스태드만 한 개 켜 둔 채로, 조금전까지도 흘러나오던 '브로컬리 너마저'를 정지시키고 이 글을 쓴다. 어느새 우리 집에선 내가 앉아 있는 이 공간만 남겨진듯 하다. '착착착착, 착착착착' 키보드 소리도 '탁탁탁탁, 탁탁탁탁' 타자기 소리로 변할 것만 같다.
참 이쁜 책을 만났다.
언젠가 아끼는 친구에게 이쁜 책을 사서 "이쁜 옷보다 이쁜 책을 사는게 더 좋더라"라고 메모를 남겨 선물했다. 이쁜 옷보다 이쁜 책에 더 약한 내게 조그마하지만 간결한 이 책은 첫인상부터 좋았다.
아껴읽고 싶을만큼 이쁘고 소중한 글들은 야금야금 조물조물 씹어서 삼켜버리고 싶은 충동을 일으켰다. 문장은 때로 벚꽃처럼 눈부시게 흩날리다가 목련처럼 뚝뚝 떨어져 내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은 해바라기처럼 단단하게 버티고 있었다. 또 한 장을 넘기면 코스모스처럼 한들거리기도 하였으나 결국은 소나무잎처럼 매일 매일 푸르르고 있었다. 힘들고 외로운 시간 속에서 매일 매일의 담금질을 버텨낸 글이기 때문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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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쓰는 글이 진짜야
적당히 사회 경험을 쌓고 학교로 돌아가 박사과정을 밟으려고 했는데 매일 쓰는 글에 중독이 되고 말았다.......내가 쓴 원고에 대한 반응은 놀라운 정도로 즉각적이다. 단 몇 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소통하는 즐거움에 맛이 들려 10년도 훨씬 넘는 시간 동안 나는 매일 글을 쓰고 있다. 부끄러웠던 글쓰기였는데 같은 일을 10년 넘게 하다 보니 가끔 칭찬을 받을 때도 있다. 매일 쓰는 글이 나를 키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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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작가인 저자는 [매일 쓰는 글이 진짜야]라는 로고를 건 홈페이지에 [매일] 글을 쓰고 있다. 회사에서 일찍 나올 뿐 "꿈 속에서까지 원고를 쓰는 퇴근하지 않는 프리랜서"이다. <러브 앤 프리>의 "너의 소름을 믿어라"를 따라 10년을 넘게 라디오 작가에 매진해 온 그녀의 열정은 그녀의 문장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소소한 일상', '나의 그녀들', '그녀, 사랑을 말하다', '즐거운 워커홀릭', '마이 페이버릿 씽' 그리고 '에피소드'라는 여섯개의 이야기와 Daily Novel로 구성된 이 책을 그저그런 감상적인 글이겠거니 하고 지나친다면 지치고 외로운 어느날 밤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얻은 것은 단순한 위안만이 아닌, 나에 대한 긍정과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긍정이다. 사랑때문에 눈물 흘리는 현주씨, 나와 같은 몽상가 수진, 여행을 꿈꾸는 주연, 철부지 애기 엄마 연정, 절대 꺾이지 않는 우리 언니, 나만 보면 잘 먹으라고 신신당부하시는 우리 엄마...그녀들이 이뻐진다. 그리고 서른이 넘어서도 여전히 헤매고 있는 인생의 길이 어딘가로 통하고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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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비게이션은 필요없어요
[길은 다 통해 있다]-그것은 오래 헤매본 사람만이 아는 사실이고 믿음이다. 한 때 지구가 좁다 하고 돌아다니던 여행자였던 그녀, 수도 없이 길을 잃고 찾아내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겠지. 조용한 미소 뒤에 숨어 있는 담담한 자신감의 비밀을 나는 이제 알 것 같다. 반드시 길을 찾게 된다.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은 우리를 흔들리지 않게 한다.
네비게이션 따위는 필요없다. 길이란 다 통해 있는 법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으므로 정말이지 네비게이션 따위는 필요 없다. 우리는 더 많은 길을 배워야 하고 헤매면서 발견한 재미난 길들이 우리를 웃게 할 것이니까.
길을 믿으면 두려움도 사라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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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벽돌색의 앞표지엔 달랑 타자기 하나 박혀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편집은 somo의 특징이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마주하는 단아한 구성과 따뜻한 시선이 담긴 사진과 그림은 또 하나의 기쁨이다. 책이 참 이쁘다. '이쁘다'는 '기쁘다'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이쁘다 이쁘다' 하던 날, '매일 쓰는 글이 진짜야'라고 속으로 중얼거려보던 날 펼쳐든 최승자 시집엔 <더더욱 못 쓰겠다 하기 전에>가 있었다.
더더욱 못 쓰겠다 하기 전에
더더욱 써보자
무엇을 위하여
아무래도 좋다
이 종달새가 더더욱이든 저 종달새가 더더욱이든
(어느 때인가는 너무 아름다워서 만져보면
모두가 造花였다
또 어느 때인가는 하염없이 흔들리는 게 이뻐서
만져보면 모두가 生花였다 造花보다 이뻤다
이제까지의 내 인생에서
'이쁘다'는 '기쁘다'의 다른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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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은 다 꺼두고 스태드만 한 개 켜 둔 채로, 조금전까지도 흘러나오던 '브로컬리 너마저'를 정지시키고 이 글을 쓴다. 어느새 우리 집에선 내가 앉아 있는 이 공간만 남겨진듯 하다. '착착착착, 착착착착' 키보드 소리도 '탁탁탁탁, 탁탁탁탁' 타자기 소리로 변할 것만 같다.
참 이쁜 책을 만났다.
언젠가 아끼는 친구에게 이쁜 책을 사서 "이쁜 옷보다 이쁜 책을 사는게 더 좋더라"라고 메모를 남겨 선물했다. 이쁜 옷보다 이쁜 책에 더 약한 내게 조그마하지만 간결한 이 책은 첫인상부터 좋았다.
아껴읽고 싶을만큼 이쁘고 소중한 글들은 야금야금 조물조물 씹어서 삼켜버리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문장은 때로 벚꽃처럼 눈부시게 흩날리다가 목련처럼 뚝뚝 떨어져 내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은 해바라기처럼 단단하게 버티고 있었다. 또 한 장을 넘기면 코스모스처럼 한들거리기도 하였으나 결국은 소나무잎처럼 매일 매일 푸르르고 있었다. 힘들고 외로운 시간 속에서 매일 매일의 담금질을 버텨낸 글이기 때문이겠다.
"매일 쓰는 글이
진짜야
적당히 사회 경험을 쌓고 학교로 돌아가 박사과정을 밟으려고 했는데 매일 쓰는 글에 중독이 되고 말았다.......내가 쓴 원고에 대한 반응은 놀라운 정도로 즉각적이다. 단 몇 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소통하는 즐거운에 맛이 들려 10년도 훨씬 넘는 시간 동안 나는 매일 글을 쓰고 있다. 부끄러웠던 글쓰기였는데 같은 일을 10년 넘게 하다 보니 가끔 칭찬을 받을 때도 있다. 매일 쓰는 글이 나를 키웠다."
라디오 작가인 저자는 [매일 쓰는 글이 진짜야]라는 로고를 건 홈페이지에 [매일] 글을 쓰고 있다. 회사에서 일찍 나올 뿐 "꿈 속에서까지 원고를 쓰는 퇴근하지 않는 프리랜서"이다. <러브 앤 프리>의 "너의 소름을 믿어라"를 따라 10년을 넘게 라디오 작가에 매진해 온 그녀의 열정은 그녀의 문장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소소한 일상', '나의 그녀들', '그녀, 사랑을 말하다', '즐거운 워커홀릭', '마이 페이버릿 씽' 그리고 '에피소드'라는 여섯개의 이야기와 Daily Novel로 구성된 이 책을 그저그런 감상적인 글이겠거니 하고 지나친다면 지치고 외로운 어느날 밤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얻은 것은 단순한 위안만이 아닌, 나에 대한 긍정과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긍정이다. 사랑때문에 눈물 흘리는 현주씨, 나와 같은 몽상가 수진, 여행을 꿈꾸는 주연, 철부지 애기 엄마 연정, 절대 꺾이지 않는 우리 언니, 나만 보면 잘 먹으라고 신신당부하시는 우리 엄마...그녀들이 이뻐진다. 그리고 서른이 넘어서도 여전히 헤매고 있는 인생의 길이 어딘가로 통하고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해준다.
"네비게이션은 필요없어요
[길은 다 통해 있다]-그것은 오래 헤매본 사람만이 아는 사실이고 믿음이다. 한 때 지구가 좁다 하고 돌아다니던 여행자였던 그녀, 수도 없이 길을 잃고 찾아내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겠지. 조용한 미소 뒤에 숨어 있는 담담한 자신감의 비밀을 나는 이제 알 것 같다. 반드시 길을 찾게 된다.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은 우리를 흔들리지 않게 한다.
네비게이션 따위는 필요없다. 길이란 다 통해 있는 법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으므로 정말이지 네비게이션 따위는 필요 없다. 우리는 더 많은 길을 배워야 하고 헤매면서 발견한 재미난 길들이 우리를 웃게 할 것이니까.
길을 믿으면 두려움도 사라진다."
PS. 벽돌색의 앞표지엔 달랑 타자기 하나 박혀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편집은 somo의 특징이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마주하는 단아한 구성과 따뜻한 시선이 담긴 사진과 그림은 또 하나의 기쁨이다. 책이 참 이쁘다. '이쁘다'는 '기쁘다'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이쁘다 이쁘다' 하던 날, '매일 쓰는 글이 진짜야'라고 속으로 중얼거려보던 날 펼쳐든 최승자 시집엔 <더더욱 못 끄겠다 하기 전에>가 있었다.
더더욱 못 쓰겠다 하기 전에
더더욱 써보자
무엇을 위하여
아무래도 좋다
이 종달새가 더더욱이든 저 종달새가 더더욱이든
(어느 때인가는 너무 아름다워서 만져보면
모두가 造花였다
또 어느 떄인가는 하염없이 흔들리는 게 이뻐서
만져보면 모두가 生花였다 造花보다 이뻤다
이제까지의 내 인생에서
'이쁘다'는 '기쁘다'의 다른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