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는 심리치료사로서 그녀가 만난 내담자들이 각자의 문제를 극복해갔던 과정 또한 담겨 있다. 부모와 자식, 결혼과 연인 등 관계에서 비롯되는 결핍과 불균형의 문제에서부터 어린 시절의 상처나 트라우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상황, 성취나 인정에 매달리는 왜곡된 자아상 등 경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많은 이들이 익숙하게 경험하는 심리 문제가 다루어진다.
내게도 실패에 사로잡혀 우울증을 앓았던 경험이 있다. 하나의 실패는 삶 전체를 실패가 쌓인 거대한 무덤처럼 보이게 했다. 그때 치유 글쓰기 수업을 통해 숨어 있던 감정을 들여다보고 알아차릴 수 있었다. 회피했던 감정을 수용하는 경험을 통해 자신과 타인을 원망하던 마음은 사그러 들었고 과거의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이러한 상태를 에디트는 ‘자유의 춤’이라고 부른다. 그 첫 단계는 “자신의 감정에 책임을 지는 것”(p417)으로, 감정을 억압하거나 다른 이의 탓으로 돌리길 그만두고, 자신의 감정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그러면, 다음 단계로 “인간관계를 결정짓는 역학 관계 속에서 자신이 하는 역할을 인정하고 그 역할에 책임 지는 법을 배울 수 있다.”(p420)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삶을 수용하고 진정한 자신이 되는 자유에 다가갈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녀가 말하는 치유의 과정과 마음 감옥에서 탈출하는 선택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지난한 시간과 노력, 연습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홀로코스터의 생존자로서 삶 전체를 치유를 위한 노력과 선택에 몰두했던 이의 솔직한 고백은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에게 용기와 희망을 건넨다. 임상심리치료사인 저자가 내담자와의 상담을 통해 치유로 나아가는 과정은 우리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자신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치유의 길로 향하는 마중물이 되어 준다.
에디트 에바 에거는 자신을 찾은 내담자들의 흔한 진단명을 ‘굶주림’이라고 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인정, 관심, 애정’에 늘 굶주려 있다. 이 굶주림이 마음에 감옥을 짓는다. 수용소라 이름 붙지 않았을 뿐, 수용소에 갇힌 것과 다름없는 삶은 여전히 존재한다. 에디트는 생존의 문제가 사라지면 ‘하지만’의 문제가 따라온다고 했다. “우리에겐 먹을 빵이 있다. ‘그래, 하지만 무일푼이지.’ (...) 너는 살아남았어. ‘그래, 하지만 우리 엄마는 죽었지.’”(p.151) ‘하지만’의 문제는 끝없이 우리 삶에 등장한다. 저자는 강조한다. ‘하지만’의 감옥에 갇힐지, 거기서 벗어날지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고.
상처없는 이도 없고, 자신을 완전히 극복할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삶이란 상처 없이 건널 수 없는 시간의 강이니까. 그러니 상처 받기를 거부하기보단 그걸 보살피는데로 관심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다 나았다고 생각했던 마음의 상처가 언제든 다시 욱신거릴 수 있다는 걸 여러 번 경험했다. 언젠가 다시 내 안의 감옥에 웅크리고 있는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면, 이 책을 펼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