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으로>의 저자 올리비아 랭은 ‘삶에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사소한 위기’로 어쩌다보니 직장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마저 잃었다. 일상의 지지대가 흔들리던 그때 우즈 강변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강으로, 물로 끌리던 그 마음에는 표류하는 세계의 아래로 침잠해 무언가를 잡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우즈 강의 발원지에서 시작해 바다와 합류하는 지점까지 배낭 하나 둘러 메고 혼자 걷는다.
버지니아 울프는 영국 서식스 지방의 우즈강 근처 습지대에 살았고, 우즈 강으로 걸어들어가 생을 마감했다. 올리비아 랭은 버지니아 울프의 글을 더듬으며 여러 차례 우즈 강을 찾곤 했다. 그녀를 강으로 이끈 것은 버지니아 울프였지만, 강을 둘러싼 자연과 마주하며 길어 올린 영감은 자연에 이끌렸던 무수한 작가와 신화, 시와 소설, 역사적 사건과 과학적 발견에 이르기까지 무궁무진하다. 이 책은 작가가 강변을 따라 걸으며 길어 올린 사유에 다양한 레퍼런스가 엮이면서 우즈강처럼 흐른다. 물줄기가 바뀌면서 긴 시간을 품고 변화 무쌍한 풍경을 보여주는 강물처럼.
올리비아 랭은 우즈 강을 바라보며 인간의 근원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자연을 순환시키고 지구를 운행하는 시간에 대해 사유한다. 사멸하고 마는 미약한 존재로서 물줄기가 이루어내고 휩쓸고 갔다 다시 만들어낸 역사와 시간을 헤아린다. 다양한 사료와 기록을 통해 과거를 되짚어보는 사이 명확한 것은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이 순간 뿐이라는 걸 깨닫기도 한다. 과거라는 희미해진 기억의 윤곽은 현재를 바탕으로 그려지는 사이 왜곡되기 마련이고 미래란 우리의 능력 밖에 있으니까. 죽음 이전과 이후를 다루는 상상의 세계는 자주 물을 바탕으로 펼쳐지곤 하지만 기실 죽음 이후에는 완전한 소멸 밖에 없다고 작가는 믿는다. 그렇기에 지금, 눈 앞에 흐르고 있는 물줄기 자체, 저 하늘의 푸른 빛, 나에게 주어진 순간만이 전부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