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1/3 이상은 미세먼지로 뒤덮인 하늘 아래 살고 있다. 무차별 총기 난사로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었다는 해외 기사를 접한다. 서울에 집을 사는 건 하늘의 별따기 같은 일이 되었고 지방 도시의 인구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더군다나 지금은 코로나 19의 출현으로 자유로운 외출을 포함한 당연한 일상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다. 아이들이 학교를 못 간지 반 년이 되어간다. 미래는 지금보다 나쁘지 않을까? ‘나빠지지 않으려면 미친듯이 좋아져야’ 하는데, 그래야 ‘겨우 나빠지지 않을 수’ 있는데. 좋아질 수 있을까? 애당초 나빠지지 않길 바라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기대인 건 아닐까?
정지돈의 소설 <작은 겁쟁이 겁쟁이 새로운 파티>(스위밍꿀, 2017)에는 2063년의 미래 사회가 단편적으로 그려져 있다. 총기소지 합법화로 총격전이 일상화된 한반도, 서울 이외 지역은 공동화되면서 우범지대가 되었다. 서울 밖으로 나간다는 것은 죽음에 내몰리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이주국은 집 없는 사람들을 서울 밖으로 강제 이주시키려고 한다. 짐은 버스 운전기사다. 취미는 없지만 일하는 시간 외에는 글을 쓴다. 어느날 친구 안드레아로부터 자신과 무하마드를 태운 밴을 옌지까지 운전해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보수가 클 것이라며 짐을 설득한다. 짐은 서울에 집을 사기 위해 ‘안드레아’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위험한 운행에 나선다.
일행은 테러리스트 지원 단체로 몰려 검거 당한 후 이주국 직원 보리의 도움으로 탈출, 난민과 추방자를 돕는 국제인권기구 ADRA가 세운 북한 최초 카페 ADRA에 도착한다. 일행은 마지막까지 이주국의 추적에 쫓기며 간신히 옌지로 향하는 배에 오르고 짐은 어머니를 찾아 부산으로 향한다. 테러리스트로 주목된 전직 스파이 겸 세계 석학 무하마드와 이주국 사이의 추격전에 끼어 일촉즉발의 위험 속에 놓이지만 짐은 내내 얼떨떨한 상태다. 전 아무것도 몰라요, 전 그냥 운전기사예요. 그의 마지막 말이다.
소설은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에게 닥칠 문제를 눈 앞에 펼쳐 보여준다. 하지만 아쉬움은 있다. 분량의 문제인지 결말은 급작스럽고 몇몇 인물의 등장과 행동은 설득력이 부족해보인다. 안드레아와 무하마드가 옌지까지 가야하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고 이주국 직원이면서 노 모어 건스 운동을 하고 있는 보리의 추동력도 애매하다. 그렇지만 소설 속에 그려진 미래 사회의 현실과 인물들의 행동이 허무맹랑하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한반도의 통일, 총기소지 합법화, 일상적인 총격전, 지방 도시의 공동화, 서울에 집이 없으면 죽음에 내몰리게 되는 상황, 무수한 난민과 추방자, 불투명한 막에 쌓여 있는 하늘, 일년에 며칠 해가 나면 하던 일을 멈추고 햇빛을 쪼이는 사람들……. 2063년의 모습은 비극적이다. 덜컥 겁이 난다. 아무생각없이 미래로 나아가다보면 책 속의 비극이 현실로 등장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