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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중단편 수상작 모음집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0월
평점 :
30여 년 만에 이문열 작품을 다시 읽었다. 젊은 시절 이문열을 참 좋아했고, 그의 작품들을 많이 읽었다. 물론 다 읽지는 못했지만 굵직굵직한 장편들은 많이 읽었다. 자연히 내 기억 속에 이문열은 나의 최고의 소설가였다.
3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의문이 들었다. 과연 이문열에 대한 나의 느낌이 어느 정도 실체적 사실에 가까웠던 것일까? 그사이 나는 황석영 소설을 읽었고, 조정래, 박경리, 박완서 소설을 읽었다. 그리고 최근 정유정이나 손원평 같은 젊은 작가들의 소설을 읽었다. 그런 소설들을 읽으면서 과연 이문열이 나의 최고의 소설가였던 것이 사실일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이문열의 작품들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손에 잡은 것은 <사람의 아들>이었다. 여전히 재미있었다. 주제도 탁월하고, 주제에 접근하는 작가의 시선도 날카로웠다. 맨밥도 오래 씹으면 단맛이 난다. <사람의 아들>이 그랬다. 예전에 읽은 것이 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 허겁지겁 먹은 밥이었다면 이번에 읽은 것은 맛을 음미하며 먹은 요리였다. 자연히 맛이 남달랐다.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맛까지 느꼈으니까.
<이문열 중단편 수상작 모음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모두 6편이다. 이들 작품 중에 <새하곡>과 <금시조>, <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 밤>은 안 읽은 작품이고 나머지는 예전에 읽었던 작품들이다.
가장 먼저 읽은 것은 <우리들의 일거러진 영웅>이다. 이 작품은 영화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다. 여전히 재미있었고, 흥미진진했다. 내용을 거의 알고 있었지만 주인공 엄석대의 세계가 손에 잡히듯 사실감이 느껴졌다. 30년도 더 전에 쓰여진 소설이지만 오늘당장의 우리 사회의 모순을 지적하는 것 같아 섬뜩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 작품은 30년 전에 읽었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군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새하곡>은 이문열의 초기 작품이다. 초기 작품이라 다른 작품에 비해 문장들이 거칠었다. 40년도 더 전에 쓴 작품이니 당연히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거친대로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이번 작품집을 읽으면서 나는 개인적으로 시간 여행을 한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 읽었던 작품들을 다시 읽는동안 그때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되살아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결론 참 괜찮은 시간이었다는 사실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공짜로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