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 있는 거야??! 비룡소의 그림동화 178
페터 쉐소우 글.그림,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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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놀고 있는 공원에 화가 난 소녀가 나타나 소리친다. ‘이럴 수 있는거야??!’ 사람들은 화가 나 빨간 가방을 끌고 다니는 소녀를 힐끗 바라만 볼 뿐 무슨 일때문인지 묻지 않는다. 화가 난 소녀에게 왜 화가 났는지 말을 건 사람은 키다리와 그의 친구들이다. 소녀는 가방을 열어 노란 새를 보여준다. ‘뾰로롱 뾰로롱’ 노래하던 노란 새 엘비스의 죽음으로 소녀는 슬프고 화가 난 것이다. 친구들은 소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소녀에게 엘비스를 묻어주자고 제안한다. 공원 한 구석 땅을 파서 엘비스를 묻고 소녀는 엘비스와의 추억을 얘기한다. 각자가 가지고 있던 꽃과 화관으로 엘비스를 추모하며 소녀는 공원의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눈다. 소녀는 이제 화 나 있지 않다.           
 표지에 화가 잔뜩 난 소녀가 홀로 서있다. 제목조차 ‘이럴 수 있는거야?!!’이다. 표지만으로도 소녀가 화가 난 이유가 궁금하게 만든다. 소녀가 사람 많은 공원에서 ‘이럴 수 있는거냐’고 소리치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다. 공원의 사람들은 흐리게 표현하고 화가 난 소녀만이 선명하게 그려져 소녀의 외로움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소녀의 억울한 심정을 알아차린 것은 작고 보잘 것 없는 친구들이다. 강아지, 곰인형, 작은 사람들 말이다. 그 친구들만이 소녀의 화를 알아차리고 이유를 물으며 소녀에게 공감한다. 죽음과 이별을 어린이의 입장에서 쓴 책들 가운데 특히 이 책은 처음 겪는 사랑하는 존재의 죽음과 이별에 분노하는 어린이들의 심정을 헤아린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친구들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며 슬픔과 분노를 다스려나가는 과정이 잘 나타나 있다.    

 

2006년 독일 아동 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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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때 미래그림책 35
트리나 샤르트 하이만 그림, 바바라 슈크 하젠 글, 이선오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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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의 실직, 경제사정은 나빠지고 강아지 한마리 사는 것이 힘겨울 때 어떻게 살아가야하나?! 

엄마의 취업으로 부모님의 보살핌은 점점 멀어지지만 아무리 어려운 때라도 삶을 이어갈 하나의 이유는 생기는 법이다. 엄마 아빠에게 조르고 졸랐던 강아지는 사지 못했지만 '강아지'고양이가 생겼다. 최선이 아니라 차선을 선택하자는 그림책이 아니라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을 가장 조화로이 받아들이고 도피가 아니라 수용을 조근조근 들려주는 그림책이다.  

아이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른다고 생각하지 말자. 아이들은 더 예민하게 주변과 조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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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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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클로스 '영감을 찾는 사람은 아마추어이고 우리는 그냥 일어나 일을 하러 간다' 

한 인간의 삶이 가로 세로 14*20cm 188면의 책에 담기다. 아무렇지도 않게 태어나 기쁨과 즐거움, 애증과 욕망, 질투, 상처를 안고 살다 후회와 상실을 안고 떠나다. 이상하다. 읽는 내내 헛헛하고 울컥 감정이 치솟지만 삶이 헛되고 헛되고 헛되도다 라고 빠지지 않는다. 주인공은 노년에 접어들어서야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자신의 삶이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게 되었는지 무엇을 돌이키고 싶은지 깨닫는 순간, 죽음의 세계로 떠난다. 아들 딸도 형도 전부인들도 아무도 그의 마지막 생각을 알지 못한다. 이런 헛발질이 있나... 희한하다. 그게 위안이 된다. 그냥 '혼자'라는것. 혼자 태어나 세상 관계속에서 비칠대다 홀로 죽는다는 삶의 날선 칼집을 보여주는데도 위로가 된다. 누구나 그저 혼자일뿐이니 고독과 외로움, 상실과 후회가 삶이고 죽음이니, 살아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웃고 떠들고 울라는 말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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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 9분 27초 - 행복한 책읽기 26
강민경 지음, 윤정주 그림 / 계림북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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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양의 영화 ‘하나 그리고 둘’의 양양은 사람들의 뒷모습만 찍는다. 낯익은 사람들의 뒷모습은 어딘가 낯설고 후줄근하고 쓸쓸한 이야기를 한다. 강민경의 「3시9분27초」는 뒷모습을 보여주는 동화다. 새벽부터 일을 나서는 엄마와 삶에 지친 아빠의 뒷모습, 방황하는 오빠와 친구를 거부하는 유진의 뒷모습. 후줄근한 뒷모습이 판타지와 만나자 뒷얘기가 궁금해 책을 놓을 수 없게 한다.

유진은 자신을 알기위해 가정환경조사서가 왜 필요한지 묻는 자의식 강한 초등학생이다. ‘나를 나로 보’아달라고 주장하며 삶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위해 도전한다.

유진과 가족은 가난이란 폭력적 환경에서 외줄타기처럼 불안한 삶을 산다.「불을 가진 아이」나 「소나기밥 공주」의 주인공들처럼 유진 또한 자신이 바꿀 수 없는 환경에 적응하고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가 자신의 두 다리로 당당히 설 수 있을까? 유진은 버틸 힘을 갖기 위해 ‘판타지’를 주문한다. ‘기회’가 없다고 속상해하고 친구 하나 없는 외톨이 유진의 판타지는 가족을 위기로부터 구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것이다. 유진과 「위저드 베이커리」의 소년은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닮았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다른 이와의 소통을 거부하고 스스로를 고립시킨 소년 소녀의 결론은, 스스로 소통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다. 세상은 혹독하다. 아이들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환경에 놓아두었지만 지금과 다르게 살기를 원한다면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고 채근한다. 삶은 계속되고 자폐라는 처방전이 효력을 잃었음을 유진은 안다.

기회이자 미래는 어떻게 오는가? 유진이 말한다 “이젠 과거의 기회를 잡고 싶지 않아요. 현재의 기회를 잡고 싶어요. 과거의 기회를 잡으면 현재가 바뀌지만, 현재의 기회를 잡으면 미래가 바뀔 거 아니에요.” 현실이 변한 건 별로 없고 메고 가야할 짐이 있다는 것을 안다. 아이에게도 우리에게도 숨 쉴 곳이 필요하다. 물리적 공간일수도 있고 한 권의 책일 수 도 있다. 자신의 어깨에 진 짐을 잠시 놓아두고 한 발 내딛기 위해 큰 숨 한번 쉬는 기회, 「3시9분27초」가 그것일 수 있겠다. 동화 읽는 시간만큼의 휴식이며, 가쁜 현재를 열심히 살면 다른 모습의 미래가 올 수 있다는 ‘희망’이다.
판타지 세상으로 들어가는 계기나 시간의 의미가 이야기 전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아쉽지만, 유진의 변화를 회색, 분홍, 초록, 무지개빛 색깔로 표현한 것은 인상적이다. 표지의 유진은 달리고 있다. 현실 위기와 판타지 세상과 함께 힘껏 달린다. 유진의 판타지는 가족의 유일한 노동력인 엄마의 손을 지키고 오빠가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이끈다. 위기를 기회로 삼기위해 동분서주하는 유진, 그것들이 공짜로 오진 않는다. ‘남매는 용감했다’에서 어린 유진은 폭력에 맞선다. 남매가 용감했던 기억은 오빠가 다른 선택을 하도록 이끈다. ‘관계’는 공간을 공유한다고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오해와 이해, 수많은 앞모습과 뒷모습을 보이는 고비를 넘긴 후 시작된다. 벼랑 끝에서 그 너머의 다른 삶을 꿈꾸도록 하는 힘이 ‘관계’이다. 외톨이 유진은 우선 가족과 든든한 관계를 만든다. 동화 끝까지 변하지 않은 아버지의 모습은 유진의 ‘현실’이다. 유진이 기꺼이 지고 가겠다는 짐은 버거워 보인다. 아이의 짐이 조금은 가벼워지도록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판타지 주문 제도가 있길 바란다. 삶의 출발선이 다른 이들을 위해 사회가 준비한 기회의 문이 필요하다. 판타지를 통해 희망을 이야기하는 흥미진진한 동화 한 편도 그 중 하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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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 이야기 - 2005년 제11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비룡소 창작그림책 28
박연철 글.그림 / 비룡소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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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기대하게끔 하는 표지에 책을 들추면 웃음이 빵! 터진다. 제목이 거꾸로라고 시작부터 타박이다. 손재주가 좋다는 손행자다. 
 

우리나라 옛 그림과 옛이야기의 등장 인물들, 그리고 판화로 생명을 얻은 다섯 명의 어처구니들과 함께 노는 재미가 빵빵하다. 하늘나라 말썽꾸러기들이 벌을 받아 하늘 나라의 ‘손’이라는 괴물을 물리치는 이야기는 줄거리만으로는 그 재미를 알 수 없다. 심사평처럼 기발한 상상력과 말은 맛있다. 무릇 ‘맛’은 먹어봐야 알 수 있듯 이 책은 읽어야 그 쫄깃쫄깃한 재미맛을 느낄 수 있다. 
 

이사할 때 따지는 ‘손 없는 날’과 어이없는 일을 겪었을 때 나도 모르게 나오는 ‘어처구니 없다’는 말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기발한 상상력과 맛깔스런 말로 보여준다. 우리나라 민속 상징물을 설명하는 이야기책 가운데서도 특별히 독특한 발상과 재미를 주는 책이다. 특히, 그 무섭다는 ‘손’을 물리치기 위해 대당사부가 간 곳은!! 바로 하늘 도서관이다. 하늘도서관의 책들을 하나하나 읽어나가면서 괴물을 물리치기위한 방법을 알아나간다. 성급히 일을 도모하려하지 않고 도서관으로 가서 책을 읽고 전략을 짜고 역할 분담하는 대당사부의 모습을 보면 생각하고 행동하는 현명한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재미난 책은 책을 싫어하거나 도서관을 멀리하는 아이들에게 넌지시 건네주면 좋겠다. 또한 말썽꾸러기들이 힘을 합쳐 무서운 괴물을 물리치는 이야기니 말썽쟁이한테도 좋겠고 손행자의 ‘뭐 괜찮겠지’라는 마음에 일을 대충하여 괴물이 숨어버렸으니 늘 마무리가 시원치 않은 아이와 함께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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