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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천명관 지음 / 창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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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의 여덟 편의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은 자주 그렇게 되뇌인다. 그들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이 땅에서 성실히 살았으나 어느 순간 바닥 모를 추락을 거듭하는 패배자들이다. 이야기는 패배와 추락을 주제로 한 옴니버스 구성처럼 느껴진다. 그들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우리 이웃(?)들이다. 실직한 회사원부터 소설가, 편집자, 일용노동자, 귀농인, 대리기사, 판매원까지. 성실한 그들이지만 누구도 고통과 소외감, 고독에서 비껴가지 못한 채 무기력하고 무능하다.-그들의 무능은 사용 회수를 넘겨 닳은 기계와 흡사하다. 가진 것 없어 닳아버린 육체는 쉽사리 고장나고 망가진다. 그들은아무데도 갈 데가 없는 사람들이지만어디로도 가야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세상은 갈수록 인색해져 가난한 늙은이에게 더는 아무것도 내어주지 않는다- 113

 

 

우이동의 봄할아버지의 푸념이다. 그들은 불친절하고 불안한 세상에서 일하고 사랑하고반박자씩 어깃장을 놓는 삶과 대면한다. 전원교향곡정환은 더 이상 무엇도 할 수 없다고 느낀 순간, 개를 물어뜯으며 삶과 싸우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불타는 광경 속에서 정환은물속에 가라앉은 듯 마음은 한없이 편안해지고이상하게 자꾸만 눈물이 흘러내린다. 어떻게 된 일일까? 정환의 대책 없는 선택에 오히려 마음이 놓인다. 우리의 두려움과 불안이 한치 앞을 모르기 때문이라면 삶의 끝, 추락의 밑바닥이 다만 죽음이란 것은 묘한 위안이다. 여덟 이야기에는 치열한 삶만큼 뜨거운 죽음이 준비되어 있다. 춘래불사춘 春來不似春, 삶이 그러하듯 인생의 봄 또한 공평하게 오지 않는다.

, 사자死者의 서는 여덟 편 이야기 속 죽음을 애도하는 상여소리다. 사내는회사를 십년 넘게 다니는 동안 언제나 아슬아슬한 기분이었고 언제나 일탈을 꿈꿨지만 한번도 대열에서 벗어나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왜? 그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그리고 뭐가 잘못된 건지 알고 싶지만 그걸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알지 못한 채 죽음을 맞았기에때늦은 함박눈이그를 애도한다. 한번 빠진 삶의 함정에서 다시 살아나오지 못한 사내. 사내를 보낸 그 차가운 봄을 위로하고자 함인가? 꽃비가 흩날리는 또 다른 봄이야기가 시작된다.우이동의봄할아버지는평생 그렇게 깐깐하고 지독하게 살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말년의 삶은 군대를 갓 제대해 막노동하는 손자만 바라보는 처지가 되었다.’나는 공사장 노동자 처지 때문에 좋아하는 여자에게 말 한번 건네기 어렵다. 무역회사에 다닌다고 거짓말하는 내게거짓말해 버릇하면 못쓴다. 그건 도둑질보다 더 나쁜거라고 추궁했던 할아버지는 어느 봄 서로에게 한 큰 거짓말을 고백한다. 그 봄 나는속내를 알 수 없지만할아버지가다른 세상을 꿈꿔 본 적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해졌고 할아버지는 시한부 삶을 훌쩍 너머 살고 있는 자신의 시간을 생각하며 웃었다.

 

 

백발이 하얗게 날리는 할아버지의 주름 깊은 얼굴 뒤로 꽃비가 우수수 쏟아져내렸다.’-219

 

 

불면증을 앓는파충류의 밤수경은아침에 피우는 담배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그보다 더 좋은 것들은 이미 오래전에 다 지나가버린 고립된 삶을 살지만 이웃 소년의 고통에 반응하며 그의 삶에 접속하는 순간 달콤한 잠의 세계로 빠져든다.

삶에서 죽음으로 나아가는 태생이 패배자(?)인 우리는 모두의 죽음은 막을 수는 없지만 누군가를 위기에서 구할 수는 있겠다. 그러니 모든 이들이 한번쯤 자신의 삶에서 아름답게 흩날리는 꽃비를 기대할 수 있어야하지 않겠는가? 삶에서 필요한 꽃비는 무엇일까? 되살아나는 관계 공동체? 삶의 함정에서 구해 줄 사회안전망?! 그 무엇이건, 꽃비를 기다리며......

  

p.s 불편하다. 이 책은. 상여소리로 시작하는 소설이 즐거울리가. 호상도 아니고 실직자의 동사다. 여덟 이야기의 첫 이야기다. 마지막 이야기. 빳빳한 젊은 시절을 보냈으나 손자에게 얹혀사는 시한부 할배 이야기다. 의사가 말한 시간을 훌쩍 넘겨 '살아있다'. 그리고 그 주름진 얼굴 뒤로 꽃비가 흩날린다. 작가의 의도건 편집부의 의도건 마지막 봄 이야기는 겨울 날 얼굴에 내리는 한 줌 햇살같다. 그리고 또는 그래서 우리는 살아간다. 뭐, 살아가니 햇살이 오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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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문학동네 청소년 27
유은실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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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 부끄러움을 알게 되는가? 살다보면 스스로 느끼는 부끄러움과 누군가에게 당하는 모욕감이 분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릴 적 심부름으로 막걸리를 받아 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럴 때 길에서 꼭 학교 친구를 만난다. 여자애들과는 그저 그렇게 지나가는데 남자애들과 만나면 막걸리, 양은주전자, 걸을 때마다 주전자에서 새어나오는 막걸리, 양은 주전자를 든 내 모습이 조각조각 분리되어 땅으로 꺼지든가 아니면 하늘로 솟구치고만 싶었다. 남자아이들이 나와 양은 주전자를 보며 실실 웃었을 뿐인데 부끄러움과 모욕감 사이에서 내 마음은 갈팡질팡하였다. 그 어린 나이에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 새어 나오는 막걸리에서 삶의 누추함과 누추함의 현신 그 자체인 나를 느꼈나보다. 바야흐로 자의식이 뭉게구름처럼 커지는 나이였을게다. 타자의 시선을 의식하며 를 부끄러워하며 비교지옥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시간이었다.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는 곧 벌어질 막걸리판의 전조이다. 기분좋게 시작된 막걸리판은 곧잘 고함과 욕설이 오갔고 마지막은 또 언제그랬냐는 듯 훈훈하였다. 그 시절 우리 마을의 삶은 누구든 별다르지 않았으나 뭉게구름 자의식덩어리 는 그 세계와 불화’1)하였다. 아이는 자라 마을을 떠났고 그 길에 살며 존재를 부끄러워하던 시절은 어느덧 잊혀졌다. 잊었다 생각한 그 느낌, 그 마음, 그 불화를 알알이 소환한 책이 나왔다.

마지막 이벤트의 저자 유은실의 첫 청소년 소설 변두리. ‘내 삶의 중심, 변두리에게로 책은 시작된다. 우리는 과거, 현재 그리고 변함없이 미래에도 변두리, 경계에 선 삶을 살 것이다. 몸도, 마음도. 서울 변두리의 신산하고 누추한, 그래도 꿈과 기대가 아스라이 피어오르던 시절, 부끄러움과 모욕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수원이 주인공이다. 갈팡질팡 수원의 바램은 소박하다. 술만 마시면 남의 빨랫감을 고이 집어오시는 아버지가 변태 이미지를 벗는 것, 방문을 열면 도로가 훤히 보이는 집에서 이사하는 것, 부끄럽기 짝이 없는 선지 들통을 무겁지 않냐고 물어봐 주는 정구오빠에게도 근사한 별명을 하나 지어주는 것. 그 소박한 소망은 이뤄보지도 못한 채 밉상 영미 앞에서 동생 때문에 선지 피바다속을 헤엄쳤다. 그 순간 느낀 부끄러움과 모욕감을 동생에게 화풀이하였다. 수원은 술만 마시면 욕설을 날리는 지긋지긋한 아빠의 모습을 자신에게서 보았다. 거짓말, 허세, 빈곤, 결코 면역되지 않는 모욕감과 저절로 운동이 되는 마을 뒷산, 초경과 몽정을 하지 않는 아이들을 위한 아까시 나무 눈꽃날. 수원과 그 이웃들은 꿈꾸는 중산층의 삶에 다다르기에 턱없이 부족하고 곧잘 악다구니로 머리채를 잡고 드잡이를 하지만 그래봤자 이웃, 그래도 이웃인가’. 한푼이라도 벌어보려 아픈 몸을 이끌고 나가는 이웃 아주머니를 위해 수원은 수레를 밀고, 수원의 엄마는 정구 오빠네를 위해 상숙이네에 부탁을 하러간다. 삶의 한없는 하찮음을 견디는 힘은 서로를 위해 아주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있을 때 생겨난다. 타자의 시선으로 자신을 벌하는 비교 지옥의 삶은 누추한 서로의 일상을 받아들일때탈출할 수 있고 그렇게 변두리는 우리 삶의 중심이 된다”. 

 

1)작가의 귀향/김진경(변두리 해설) ...‘가난에 백정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진 수원의 자아는 자기다움을 드러내는 것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어 세상과 불화 관계에 놓일 수 밖에 없다....’ -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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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레이트 인 재즈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와다 마코토 그림 / 문학사상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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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자주 다니던 길임에도 버스를 잘 못 탔다. 이 길이 맞나 어리둥절한 와중에 주차 항의 전화로 멘붕 상태에서 끝내 택시로 찾아가는데 기사님을 믿지 못하고 또 우왕좌왕...... 우여곡절 끝에 약속장소 도착, 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 어찌나 멀게 느껴지는지 집에 돌아오니 한이틀 밤샘한 기분이었다. 그저 버스 잘못 타고 길 못 찾고 욕 좀 먹은 저녁이었지만 ‘사십 넘어 길도 못 찾고 왜 이러고 사나’ 싶은 심경이 들자 스스로 참 초라하고 궁상맞게 느껴졌더랬다. 우두커니 앉아있다 눈앞에 있던 빌리 홀리데이의 음반을 켰다. 중저음의 허스키한 목소리..... 그녀의 목소리는 이렇게 얘기하는 것 같았다. ‘괜찮아. 살다보면 그런 날이 있어, 그런 소소한 일 신경쓰지 마.’ 한 인간의 목소리가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I'm a fool to want you. - Lady in satin 수록곡)

그렇게 재즈가 일상에 들어왔다. 내쳐 무라카미 하루키의 재즈 수필까지 읽어보았다. 하루키의 재즈 수필은 재즈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도, 재즈 뮤지션을 알지 못해도 재밌다. 57명의 재즈 음악가들의 삶과 사랑, 음반과 그 음반을 듣던 당시 하루키와 일본인들의 삶의 이야기가 짧은 글 속에 녹아있다. 이 책이 싱싱한 활어처럼 느껴지는 것은 와다 마코토의 그림도 한 몫을 한다. 오륙십 년대 활동한 뮤지션의 사진이 없겠는가마는 와다 마코토가 그린 그들의 모습은 읽는 이들로 하여금 그들의 삶의 한 순간을 상상하게 한다. 잭 티가튼의 엄정한 모습이나 캡 캘러웨이 노랑 양복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 호기심이 확 당긴다. 지은이도, 그린이도 10대 시절부터 재즈를 즐겨 온 이들이다. 글, 그림 모두에 재즈, 재즈 뮤지션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있다. 하루키가 들려주는 짧은 이야기는 어디로 튈런지 알 수 없어 매력적이다. 찰리 파커를 이야기하면서 버디 리치 얘기가 삼분의 이를 차지하는 식이다. 내키는 대로, 들려주고 싶은 대로 이야기는 자유로이 흐른다.

 

그들은 한 몸이 되어 쿨하고 간소하며 동시에 땅속의 용암처럼 뜨거운 리듬을의 쏟아낸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훌륭한 게츠의 연주는 천마처럼 자유롭게 구름을 헤치고 날아올라, 눈이 시릴 만큼 반짝이는 별들로 총총한 밤하늘을 우리 앞에 제시해준다. 그 선연한 꿈틀거림은 시간을 초월하여 우리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왜냐하면 그의 노래는 사람이 그 혼 속에 은밀하게 품고 있는 굶주린 늑대 떼를 가차 없이 환기시키기 때문이다. 그들은 눈 속에서 짐승의 하얀 숨을 토해낸다. 손에 잡아 나이프로 도려낼 수 있을 정도로 하얗고 단단하고 아름다운 숨을......그리하여 우리는 조용히, 혼의 깊은 숲에서 사는 숙명적인 잔혹함을 보게 된다.

 

테너 색스폰 연주자 스탠 게츠와 음악에 대한 하루키의 묘사다. 누군가의 음악을 이렇듯 아름다운 이야기로 들려준다면 들어보고 싶은 유혹을 떨쳐버릴 수 없을 것이다. 하루키가 들려주는 셀로니어스 멍크 이야기에 빠져 바로 그의 음반을 검색해보았다. ‘고독의 절실한 한 형태’라는 셀로니어스 멍크의 음악. 하루키와 같은 느낌이 오지 않더라도 어떤가? 20세기를 빛낸 고독한 한 음악가와의 만남은 21세기 고단한 삶을 사는 우리에게 무언가 또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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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수의 탄생 일공일삼 91
유은실 지음, 서현 그림 / 비룡소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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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청소년들은 7시반경 집을 떠나 학교에 가고 오후 서너 시경 차량에 실려 밤늦도록 학원 수업을 듣고 귀가한다. 시간 차는 있겠으나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의 경우 이 생활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 학교, 학원 이 틀 안에서 친구들과 놀거나 시간을 채워나간다. 부모가, 학교가, 사회가 만든 시간표에 맞춰나가다 보니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누구인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채 살아간다.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할 여유가 없는 아이들을, 무한경쟁의 불안감에 쫓기는 어른들이 키우고 있다. 세계 경제 순위 13위인 나라에 살지만 무한 경쟁체제를 내재화한 어른들의 삶의 목표는 명문대, 정규직, 노후보장이 되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열심히 살지만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모른 채 내달리는 경우가 많다.

 

유은실 작가의일수의 탄생은 폭주기관차처럼 달리는 우리에게 건네는 질문지이다. 새마을 문구점 외아들 백일수는 모든 것이 특별할 것 없는 완벽히 보통인 아이다. 성격도, 성적도, 인물도 어느 한 곳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은 아이. 보통 아이 일수는 엄마의 기대에 눌려 늘 주눅 들어 있다. 보통 아이 일수는 더 잘나지 못해 미안하고 자신과 다른 누군가를 부러워한다. 삼십대 중반까지 일수는 학교도, 학원도, 군대도, 직장도 자신의 인생에서 스스로 결정해 본 적이 없다. 부모가, 학교가, 사회가 준 틀에서 쳇바퀴 돈다. 서예 스승의 너는 누구냐는 선문답 같은 질문에 우물쭈물 답을 내놓지 못하는 일수가 답답하지만 우리 또한 답해보았던가? 자기계발 의지와 각종 스펙으로 중무장한 채 죽을 때까지 생존 경쟁으로 치닫는 우리 사회는 젊은이들에게 까지 가지라고 말한다. 직업의 종류와 아파트 평수는 묻지만 너는 누구냐,’‘너의 좋고 싫음은 무엇이냐등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사회에서 완벽히 평범한 일수는 삼십대 중반에 이르러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늦은 질문이 삶에 무슨 도움이 될까? 가족 소통을 다뤘던 마지막 이벤트로 우리에게 즐거운 이벤트를 선사한 유은실 작가 특유의 밝고 명랑한 분위기와 가벼움 속에서 가슴을 울리는 대사는 여전하다. 일수의 탄생은 초등 저학년부터 읽을 수 있지만 정확하게는 나를 찾아 나서는 어른을 위한 우화이다. 그러니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은 오십에도 육십에도 죽는 날까지 유효하다.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것이 진정한 를 만나는 길이며 생각성찰의 길에 자주 오갈수록 충만한 삶의 결을 보여준다. 삶의 한 지점에서, 어쩌면 자주 질문하는 것은 우리가 살면서 자주 넘어지기 때문이다. 폴 발레리의 말처럼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생각하며 살지 않을때 타인의 말에, 사회적 욕망에 휘둘려 '나'를 잃게 된다. 시작이 반인 것처럼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은 늦어도 늦지 않은 법이다.     

 

p.s  일수의 탄생은 동화다. 초등 저학년부터 읽을 수 있다. 또한 일수의 탄생은 정체성을 찾아가는 21세기 한 청년의 성장기다. 어른들과 함께 나누고픈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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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미티의 은밀한 생활
제임스 써버 지음, 김지연 옮김 / TENDEDERO(뗀데데로)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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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쪽의 작은 책. 한 편의 자서전과 짧은 소설. 무려 저자가 서른아홉의 나이에 쓴 자서전제임스 써버의 고단한 삶16쪽 단편월터 미티의 은밀한 생활. 모르긴해도 독자의 반응은 ~’, ‘’,‘.......’ 이 정도로 분류되겠다. 제임스 써버(1894~1961)는 미국 중고등 교과서에 실리는 작가이며뉴스위크는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와 함께 국민 작가라 평했다. 대표적인 유머 작가인 그는 7살에 형제들과 놀다 한 쪽 눈을 잃었고 다른 한 눈은 평생에 걸쳐 시력이 저하되어 50대 이후 거의 실명 상태로 글과 그림을 그렸다. 그의 이력을 모른 채 읽는다면 그저 밝고 명랑한 사람일 것이라 여겨질 수도 있겠으니 마크 트웨인의 알고 보면 유머는 기쁨이 아니라 슬픔에서 나온다. 그러니까 천국은 유머가 없는 셈이다의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시력 때문에 또래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글쓰기와 공상에 빠져들고 대학 학위도 받지 못한 제임스 써버는 자신의 예민함과 불안을 작품으로 훌륭히 활용하였다. “재담가는 타인을 희화화하고 풍자가는 사회를 희화화하며, 유머 작가는 자신을 희화화한다.” 그의 말이다. 단편 작가들은 명랑하고 근심 걱정이 없는 줄 알고들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실제로 그들은 흠칫 놀라고 불안해하기 일쑤다. (중략).......그러한 유형의 글쓰기는 유쾌한 자기표현이 될 수 없다. 평범한 일상 가운데 불쑥 찾아오는 거대한 불안을 드러내는 것 뿐이다.’고 말한다.

그의 글쓰기에 대한 소회는 소시민의 불안한 느낌과 다를 바 없다. ‘나라가 위태로워도 잠들 수 있지만, 새벽 세 시에 식료품 저장실에서 이상한 소리라도 나면 위장까지 공포에 질린다. 전쟁의 위협은 잘 알지도 못하고 걱정하지도 않지만, 어둑해진 거리를 걸을 때면 작달막한 키에 눈이 크고 턱수염을 기른 남자들이 일렬종대로 소리 없이 뒤따라올까 봐 계속 뒤를 돌아본다. 단편 작가는 국가가 별로 선하지 않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고, 지표면이 놀랄 만큼 줄어들고 있으며 우주가 꾸준히 냉각되고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 세 가지 문제 중 어느 하나도 자신이 겪는 문제의 절반만큼도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세계 제1차 대전, 대공황, 실명 등의 삶의 무거움과 우울을 짐짓 모른 척, 냉소어린 쉽고 짧은 문장으로 드러낸다. ‘단편 작가들의 시간이 그리 읽을 만한 것이 못 된다. 독자들은 그저 작가 개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게 될 뿐이다. 그러면서 독자들은 나는 그래도 합리적이고 평화로운 삶을 살았구나!‘하는 안도감을 느낄 테니, 그게 바로 이런 글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이를 가장 잘 드러낸 작품이월터 미티의 은밀한 생활이다. ‘월터 미티의 사전적 정의가 평범한 삶을 살면서 터무니없는 공상을 하는 사람일 정도로 고단한 삶을 공상으로 연명하는 인물이다. 자동차 속도를 줄이라는 아내의 잔소리에 월터 미티는 해군 중령이 되어 속도전으로 밀어붙인다. 세계 1차 대전과 대공황 시기 중년 남성들의 불안과 위기를 웃음 너머 애처러움으로 표현하였다는 이 작품은 70여 년이 흐른 2013, 벤 스틸러의 영화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로 다시 태어났다. 같은 직장의 여성에게 말 한마디 못 붙이는 월터는 해본 것 없고 가본 곳 없고 특별한 일도 없다. 자신의 분야에는 전문가지만 일상에서는 멍때리며 딴 생각하는별 볼일 없는 사람일 뿐이다. 제임스 써버의 월터 미티가 공상과 냉소 사이에서 현실을 버티고 있다면 벤 스틸러의 월터 미티는 여행을 통해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해간다. 어느 쪽이든 고마운 일이다. 작가들의 상상력이 빚은 (그녀)’들 덕분에 우리는 현실을 견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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