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하우스 문지아이들 143
유은실 지음, 서영아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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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유은실은일수의 탄생을 통해 자아를 찾아 떠나는 보통 사람 일수를 보여주었다. 2016년 그의 동화드림 하우스는 친구와 자아를 찾아 떠난 일수가 겪은 세상처럼 보인다. 가훈을 대필하며 소소한 삶을 누리던 일수가 문을 열고 본 세상 풍경은 어떠한가.

 

생존불안을 드러내는 삼포세대에 이어 인간관계, 주택구입까지 포기하는 오포세대가 등장했다. 청년들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이 시대 미디어는 연애하고 결혼하고 애 키우는 리얼리티 쇼를 방영한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리얼리티 쇼가 있다. 단란하고 행복한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과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이들의 누추한 일상과 슬픔을 공개해야만도움을 제공하는 리얼리티 쇼.

 

조손가정 사춘기 암곰 보람네도 천정이 내려앉은 곰팡내 나는 집을 수리하고 남동생, 할머니의 치료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누추한 일상을 공개한다. 자의식 충만한 보람은 많이 가난하면 많이 불편하다. 나는 많이 불편할 때, 불행하다는 생각이 든다.’ 보람은 품위있는 삶을 꿈꾼다. 보람의 품위는 남이 먹는 걸 보고 침이나 흘리지 않고 텔레비전 소리 없는 고요한 공간 속에 있을 자유다. 가난한 보람네 가족이 품위 있는 삶을 누리는 세상은 가능한가? 가난한 주제에 품위를 꿈꾸는 보람을 뜬금없다 여기지는 않는지.

 

드림 하우스가 흥미로운 지점은 여기다. ‘내성적인보람을 이해하는 가족은 놀랍게도 리얼리티 쇼에 빠져 사는 증조할머니다. TV에 빠져 살면서도 흔치 않는 통찰력(28)을 내보이는 증조할머니는 “......우리 보람은 품위가 중요해. 나는 별로 안 중요하고.” 증조할머니는 리얼리티 쇼가 바라는 대로 똥싼 얘기까지 꺼내며 눈물을 흘린다. 보람조차 증조할머니의 눈물이 연기인지 진심인지 혼란스럽다. ‘텔레비전 많이 봐서 방송을 좀 아는증조할머니. 보람도 텔레비전이 우주인 증조할머니를 이해하게 된다.

 

강상중은살아야 하는 이유에서 인간이 종교에서 분리되면서 자유로운 개인이 탄생하였고 근대 이후 사람들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하는 자아와 관련된 것들을 일일이 스스로 생각하고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고 한다. 보람은 품위 있는 삶을 생각하며 좌절을 다루는 법을 알아가는 중이다.

 

드림 하우스가난에 대한 우리의 시선에 문제 제기한다. 부지런한 할머니의 노동으로 하루를 버티는 가족들. 보람이 함께 벌어도 가난하지 않으려면 “.... 먹여 살릴 가족이 많지 않고, 가족 병원비가 많이 들지 않.”아야 한다. 보람네는 피부병과 디스크가 있는 가족들이 줄줄이 있다. GMO식품, 의료 민영화 등이 우리의 현실이다. 게을러서가 아니라 감당하기 벅찬 현실에서 필요한 것은 존엄하게 살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진은영 시인의 사회적 치유란 정확히 민주주의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우리가 타인에게 마음을 쓰고 자기의 마음을 건네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고민하는 일이 민주주의의 시작이라면 진주씨와 골짜기 아줌마는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한다. 품위 있는 삶을 꿈꾸는 보람을 이해하는 골짜기 아줌마, 보람네를 통해 시청률 노예에서 벗어나 주거복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한 발을 내디딘 진주씨. 사회 시스템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진주씨처럼 누군가 한 발 내디딜 때 가능하다. 목둘레가 늘어진 티셔츠에 떡 진 털을 가진 진주씨를 응원한다.

 

드림 하우스는 한번 펼치면 놓을 수가 없다. 철부지 가족들의 독특한 개성과 이기에 가능한 재미가 있다. 보람과 할머니의 피곤한 일상에 울컥하다가도 곰기척, 곰력 회사, 발사래, 별둘전자 등의 재치에 웃음이 새어나온다. 유은실은드림 하우스를 통해 우리 사회 문제를 드러내면서 지금까지와 다른 삶을 꿈꿀 수는 없는지 묻는다. 그것은 어떤 모습일까? 인류학자 엄기호는 공부의 목적이 신분상승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세상을 향유하는 분별의 힘을 갖는데 있다고 하였다. 보람이 꿈꾸는 품위 있는 삶은 혼자만의 고요한 공간이다. 혼자만의 공간을 갖게 된 보람은 책을 읽는다. 세상을 알아가기 위한, 그리고 보람은 행복하다.’

 

프레드릭 배크만은 소설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에서 음악이 없으면 꿈이 생길 수 없고, 꿈이 없다면 동화가 생길 수 없으며, 동화가 없으면 용기가 생길 수 없고, 용기가 없다면 어느 누구도 슬픔을 감당할 수 없다고 썼다. 아이와 어른들이드림 하우스를 함께 읽으며 슬픔을 감당하고 다른 삶을 꿈꾸는 용기를 품기를 바란다. 더 많은 이들이 품위 있는 삶을 꿈꾸고, 존엄한 삶은 어떠한 모습인지,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지 이야기 나누는 좋은 매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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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 2013 브라티슬라바 국제원화전시회 황금사과상 수상작
노인경 글.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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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사회, 피로사회, 낭비사회, 위험사회, 탈감정사회, 탈신뢰사회 현재 우리 사회를 말하는 책들의 제목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코끼리 뚜띠 아저씨의 코믹썰렁어리버리판타지 기어코기우제 그림책이 무척 재미있었음에도 이렇게 착해빠져서 세상을 어떻게 살아라는 속말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몇 올 남지 않은 머리카락, 겁 많아 보이는 어리버리한 표정, 지나가는 뱀들보다 작게 그려진 코끼리 뚜띠 아저씨, 어둠 속을 탈출하는 아저씨의 띨빵(?!)한 태도가 완전체가 되어 그렇게 힘들게 길어온 물을 불 난 곳에 왜 주고 난리야, 새들한테는 왜 뺏겨, 이 바보야!’ 이렇게 외쳐버리고 말았습니다.

 

누군가 이렇게 얘기합니다. 가뭄에 길어온 귀한 물을 새끼코끼리들에게 가장 먼저 주고 싶었겠지만 불 난 곳을 모른 척 할 수 없는 뚜띠 아저씨의 마음결을 보았으면 좋겠다고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게 소중한 것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곳에 쏟아붓는 그 마음말입니다. 이 마음은 배운다고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건 아름다운 마음을 그대로 봐주는 있는 그대로의 시선일 것입니다. 사람의 선(아름다움)을 믿을 수 있는 마음의 힘 말입니다. 나쁜 사람들도 있고 나쁜 일도 일어나지만 세상 한 구석 코끼리 뚜띠 아저씨같이 듬직한 사람들도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스스로 믿는 마음의 힘 또한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물을 길어오는 뚜띠 아저씨의 여정은 참으로 고단합니다. 벼랑에서 떨어지고 벌에게 쏘이고 선인장에 찔리고 불난 개미굴에 물 뿌려주고 여기, 저기, 요기, 조기 조금씩 흘리고(?!) 다니다보니 양동이에는 한 방울도 남지 않았습니다. 절망한 뚜띠 아저씨의 파란 눈물이 마중물이었을까요? 아저씨의 눈물이 번개를 부릅니다. 시원한 음악처럼 쏟아지는 파란 빗방울들. 눈물인지 빗물인지 푸른 바다처럼 쏟아지는 물을 받아 아저씨는 아이들과 시원하게 나눠 먹습니다. ‘몹시 힘든 길이었지만,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휴우~’. 마지막 문장에서 저도 마음을 놓습니다.

속표지, 코끼리들이 복닥대는 오아시스에서 아저씨는 홀로 낑낑대며 물을 길어옵니다. 맨 뒷장  표지, 아저씨와 아이들은 함께 물을 길어 돌아갑니다.

 

노인경 작가의 그림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네요. 소심하고 겁많아 보이는 주인공 코끼리는 캐릭터가 제대로 잡혀있습니다. 설명하지 않아도 어떤 성격인지 전해져 옵니다. 겁많은 코끼리 아저씨의 고단하고 힘든 여정을 그리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습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지나가는 뱀들에게 위협당하는 쪼그라들대로 쪼그라든 코끼리 뚜띠 아저씨. 권력도 허세도 없이 자신이 해야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가슴을 적십니다. 수묵화의 맑은 선과 여백으로 이뤄져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다 결정적 장면에서 파란 빗방울이 억수같이 퍼붓습니다. 한바탕 크게 울거나 웃고 난 뒤처럼 마음이 시원해집니다.

 

권선징악(勸善懲惡), 진부한 이야기일까요? 21세기 스마트 시대에 무슨 얘기냐고요? 문명의 기기들은 스마트해졌지만 삶은 고단함과 초췌함 사이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승자독식, 영악하고 발빠르게 움직이는 계산적인 태도를 숭배하는 시대이기에 좀 답답하고 느리고 가끔 눈치 없어 짜증나는 우리들의 모습에 한 표를 더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누군가의 선함으로 세상이 조금 빛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진리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 손해보더라도 더 멀리 보았을 때 손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지혜를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그래서 노인경 작가의 말처럼 가끔 겁이 많아 멋지지 않고 가끔 느려 답답하고 가끔 눈치 없어 짜증났던아빠의 모습인 자신을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밥이 많지 않아 그림을 이해하는 4,5세부터 볼 수 있고 나눔의 마음이나 일하는 수고로움, 부모님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면 초등 전학년까지 이용가능 합니다.

2013 브라티슬라바 국제원화전시회 황금사과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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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ㅡ층간소음 문제를 줄이려면 벽식구조보다 기둥식 구조가 적합하다 ebook 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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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화질] 밤은 고양이와 함께 02 밤은 고양이와 함께 2
큐르Z / 프레지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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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집사라면 폭풍 공감과 소장욕구, 냥이가 없다면 책으로 냥이 키우는 집사가 되어볼만 하다. 다리가 긴 먼치킨 큐르가는 넘넘 귀엽다, 그림으로 냥이를 키우는 싶은 욕망이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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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미래 유현준 지음
소셜믹스 계층 연령 등 경계를 넘나들며 사회구성원들이 특정 공간에서 같은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장소ㅡ벤치,공원,도서관

인근에 계층이 다른 아파트를 함께 짓기보다 익명성을 갖도록 소셜믹스 필요 예, 센트럴파크,한강공원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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