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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들, 식물 ㅣ 내가 좋아하는 것들 18
한진아 지음 / 스토리닷 / 2026년 9월
평점 :
'식물은 기다림만 가르쳐 준 것이 아니라,
치열함이 반드시 요란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알려 주었다.
잘 살아간다는 것은 남보다 앞서 나가는 일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오늘 할 수 있는 몫을
묵묵히 해내는 일이라는 것을.
7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식물을 키웠다고 믿어왔는데,
어쩌면 식물이 나를 조금씩 키워준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p.144
주말 오후, 집을 나서는 길에 문 앞에 배달된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책 속에는 작가의 고요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차분하고 담백하게 써 내려간 작가의 글은 반가운 친구를 만난듯한 설렘으로 다가온다.
식물을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의 고요함이 반가워진다. 내가 그랬듯 한낮 하찮아 보이는 풀 한 포기에서 인생을 배웠으리라 짐작해 본다.
인생을 살다 보면 하루하루는 지루하고 더디게 가는듯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훌쩍 자라 있는 식물을 볼 때면 허투루 쓰인 시간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화분 앞에 오래 머물렀던 날,
산책길에서 우연히 만난 풀 한 포기,
때에 따라 달라지는 빛과 바람,
그 곁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들을
한 편 한 편 담았습니다.
식물을 이야기하지만 사람을 향하고,
자연을 말하지만 우리의 일상을 비추는
소소한 이야기들입니다.'
p.20
햇빛, 흙, 바람, 물, 온도, 공기 등 자연을 생각하게 되고, 어느새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게 만든다. 인간이 식물을 돌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식물이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 동력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올 한 해 주말농장에서 농작물을 키우며 내가 느꼈던 것들을 작가는 식물을 통해 느낀듯하다. 기다림, 인내, 겸손, 자연에 대해 순응하는 삶.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지루한 시간일지라도 그 시간들을 견디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오랜만에 사람 냄새, 흙냄새, 풀냄새를 맡게 해주는 책을 만나 한참을 들여다보게 됐다.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서둘러 읽는 것이 못내 아쉬워, 한 장 한 장 아껴가며 읽어 내려간다.
식물을 좋아해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식물과 함께하는 삶을 택한 작가의 책에는 사람이 있었다. 책의 서두에 몇 장의 사진에서 작가가 보았을 식물의 모습을 같은 시선에서 느껴보려 애썼다.
오랜 시간. 그리고 느릿하게.
'식물이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조급한 나를 천천히 들여다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서두르지 않는 시간을 견디는 법을 배우게 한다.'
p.24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 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