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뜨거운 햇볕 때문에 뺨이 타오르는 듯했고, 땀방울은 눈썹 위에 고여 가고 있었다. 엄마의 장례식을 치르던 그날과 같은 태양이었다.

당신은 죽은 사람처럼 살고 있으니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확신조차 없다. 내가 빈손인 듯 보일 것이다. 그렇지만 내게는 확신이라는 게 있다. 나 자신에 대한 것, 모든 것에 대한 확신, 당신보다 더한 확신. 내 인생과 곧 닥쳐올 죽음에 대한 확신이 있다.

아주 오랜만에 나는 엄마를 생각했다. 엄마가 왜 생명이 사그라져 가는 그때에 ‘약혼자‘를 둔 것인지 왜 다시 시작하는 놀이를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토록 죽음이 가까운 시간에 엄마는 거기서 해방감을 느꼈고 처음부터 다시 살 준비가 되었던 게 틀림없다.

나와 세계가 무척 닮아 마치 형제 같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나는 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 모든 것이 완성되려면 내게 남은 소원은 오직 하나, 내가 덜 외로워하도록 내가 사형 집행을 받는 그날 많은 구경끌들이 몰려 와 증오에 가득 찬 함성으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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