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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착한 선택을 해야 하는가 - 선택하는 인간을 위한 옳고 그름의 법칙
이언 킹 지음, 김정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최근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화제가 된 이후, 정의, 윤리, 도덕 등의 주제가 각광을 받고 있다. 학문적으로 말하자면, 윤리학, 도덕철학으로 분류되는 분야인데 한동안 경제경영이나 자기계발에 밀려 이러한 이론서들이 힘을 못 쓰다가 최근 들어 재조명이 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 하겠다.
이 책 <우리는 왜 착한 선택을 해야 하는가?> 역시 이러한 윤리학/도덕철학의 한 분류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책이 여느 책들과 다른 점은 이러한 도덕철학적 논의를 학문적으로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 적용하며 풀어간다는 점이다. 특별이 어려운 철학 용어나 윤리학 용어도 등장하지 않는다. 때문에 읽으면서 머리가 아프다든지, 딱딱하다는 느낌이 없다.
도덕철학적 논의에서 자주 등장하는 ‘선택의 예’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이 책에도 등장하는 스벤의 예이다. 잔학무도한 정권의 비밀경찰 제의가 스벤에게 들어왔다. 스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더욱 잔인하고 포악한 누군가(에릭)에게 그 자리가 돌아갈 것이다. 이때 스벤은 그 제의를 받아들여야 할까?
또 다른 예는 나와 관계있는 한 사람의 목숨(부모)과 나와 상관없는 열 사람의 목숨 중 어떤 것을 더 가치 있게 여겨야 하는 것일까 하는 물음이다. 예를 들어, 보트가 물에 빠졌는데 구명보트를 던져줘야 하는 상황에서 왼쪽 편으로 던지면 자신의 아버지가 살 수 있지만 나머지 열 사람이 죽게 되고, 오른쪽 편으로 던지면 자신의 아버지는 살릴 수 없겠지만 나머지 열 사람을 살릴 수 있다. 그렇다면 그런 상황 속에서 당신은 어느 쪽으로 구명보트를 던져야 할까?
세 번째 예는 납치된 비행기의 예다. 그 안에는 30명의 사람이 타고 있다. 비행기를 납치한 테러범이 그 비행기로 사람이 많은 100층짜리 빌딩을 향해 돌진하려고 한다. 당신이 군통수권자라면 비행기 안에 탄 30명을 희생해서라도 그 비행기가 빌딩에 부딪치기 전에 먼저 폭파시킬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방관할 것인가? 혹시라도 그 비행기 안에 자신의 가족 중 누군가가 타고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이러한 질문은 앞의 두 번째 예와도 연결된다).
네 번째 예는 ‘광차 문제’이다. 탄광을 달리는 광차의 브레이크가 고장났다. 그대로 달려가면 선로에 있는 5명의 사람이 치여 사망하게 된다. 그러나 당신에게 선로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며, 반대편 선로에는 단 한 사람만이 있다. 이때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선로를 바꿔 피해자의 수를 최소화할 것인가? 아니면 무고한 사람의 희생을 막기 위해 그대로 둘 것인가?
모든 예에는 미세한 조건들이 달릴 수 있다. 광차 문제에서도 선로에 있던 5명의 사람들이 모두 감옥에서 탈옥한 죄수들이며, 반대편 선로에 있던 사람은 에이즈를 고칠 수 있는 신약을 거의 개발한 박사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외에도 윤리학에는 비슷비슷한 종류의 질문들이 많다. 아쉽게도 윤리학이든 도덕 철학이든 이러한 문제에 대해 명확한 해답을 주지는 않는다. 이 책 역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질문들, 물음들 그리고 다양한 선택의 상황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한 고찰을 해볼 수는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착한 선택을 해야 할까? 이 책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책의 거의 마지막 챕터에 나와 있다.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이를 아리스토텔레스는 “에우다이모니아”라고 말했다. 즉, 우리의 행복한 삶을 위해 착한 선택(도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책은 아주 친절하게도 마지막 부(6부)에 “언제나 탁월한 결정과 옳은 선택을 하는 법” 부를 만들어 간단명료하게 요약해주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삶이라는 게 그렇게 절대적이지 않으니 이 역시 정답이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