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
마크 보일 지음, 정명진 옮김 / 부글북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단순히 가십성 이야기인줄 알았다. 하지만 내용을 알고 나니 단순한 가십성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소비문화와 환경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언제부터인가 포드주의로 대표되는 대량 생산·대량 소비체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마트 같은 데서는 이제 거의 일상용품을 낱개로 살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치약, 칫솔, 비누, 샴푸 등 생활용품뿐 아니라 대다수의 품목들이 묶음 포장이 되어 있어 단 1개가 필요하더라도 서너 개가 묶여 있는 제품을 사야만 한다. 이러한 묶음 포장은 우리의 과소비를 불러일으킨다.
한 예로 예전 같으면 새 칫솔 하나를 사면 그것이 거의 사용할 수 없을 정도가 될 때까지 쓰고 다른 것을 새로 구입하는데, 요즘은 칫솔모가 조금만 닳아도 묶음으로 사둔 칫솔이 많아 쉽게 교체를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음식도 과잉 소비와 낭비가 만연하다. 이는 특별히 뷔페식 식당에서 뼈저리게 공감할 수 있다. 어차피 일정 금액을 내고 들어온 것, 무조건 많이 먹고, 자기 앞에 많이 쌓아두고, 못 먹으면 버리고 다른 것 가져다 먹고...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러한 우리의 소비문화를 꼬집는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돈을 안 쓰고 1년을 살아가는 실험을 한다. 하지만 단순히 돈을 안 쓰는 것이 아니라 돈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우리가 얼마나 잘못된 소비 생활을 하고 있는지, 또 내가 소비하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환경에 얼마나 많은 피해를 가져오는지를 되짚어보게 한다.
돈을 한푼도 안 쓰고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얼마 안 되는 적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지만 돈을 쓰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힘든 노동이나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어찌보면 미련하고 가치없는 일처럼 보이지만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다면 이보다 가치 있는 일이 또 있을까?
처음 책을 접하면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이 생각났다. 소로와 저자 마크 보일의 차이점이라면 소로는 인간 문명 전체를 떠나 살아간 것이고, 저자는 문명 속에서 자급자족의 삶을 살아간 점 정도랄까? 하지만 이것은 비슷하면서도 큰 차이다. 문명 생활을 하면서 그 안에서 돈을 사용하지 않고, 석유·석탄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힘들다.
 

우리의 소비 생활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준 책을 만나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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