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등척기 - 정민 교수가 풀어 읽은
안재홍 지음, 정민 풀어씀 / 해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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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백두산 등척기> 겨우 80년인데 누군가가 풀어서 쓰지 않으면 읽기가 힘든 글이 되어버렸다. 언어란 참으로 살아 움직이는 생물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물론 국한문 혼용체에 사회도 급격하게 변하였으니 그럴 법도 하지만 1백년도 안 되는 사이에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이해할 수 없는 글이 되어버린 민세 안재홍의 글을 보면서 참 세상의 변화가, 언어의 변화가 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다행이 정민 교수께서 풀어주셔서 말끔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거듭남은 읽는 모든 이들에게 큰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백두산 등척기>는 1930년 조선일보에 민세 안재홍 선생이 연재한 기행문을 정민 교수가 풀어 쓴 글이다. 한글로 풀어썼다고는 하나 당시의 언어나 표현, 어휘들이 많아 충분히 이해하며 읽기에는 난해한 책이다. 하지만 그만큼 당시의 느낌과 그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진다고도 할 수 있다.
 

사실 안재홍 선생에 대해서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하지만 그분의 16일간의 백두산 여정을 함께하다 보니 그분의 됨됨이나 성격 등이 그의 글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꼿꼿하고 철저하면서도, 사물이나 자연을 바라보는 눈에는 섬세함이 묻어난다. 또한 벗이나 지기에 대한 마음이 애틋함도 느껴진다. 한마디로 강함과 유함이 조화를 이룬다고나 할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어느 길을 따라 어떻게 올라가고 어느 지역을 둘러보았는지 자세하게 설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익숙하지 않은 지명과 표현으로 인해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은 적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천에서 배를 타고 제주항에 내려 서귀포 시내를 관통해 한라산을 올랐다”라고 한다면 그림이 그려지듯 그대로 전달이 되는데 경성에서 백두산에 이르는 지명들은 낯설고, 그 루트나 주변에 대한 이해가 없다 보니 그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깔끔한 문장과 소소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표현들은 마음에 남는다.

우리 땅이면서도 쉽게 갈 수 없는 그곳 백두산, 평생에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은 그곳을 안재홍 선생을 통해 먼저 맛보니 더욱 그 여행길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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