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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기억하는 세계 100대 명화 ㅣ 역사가 기억하는 시리즈
우지에 엮음, 남은성 옮김 / 꾸벅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흔히 하는 말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표현이겠지만 미술 분야에서는 특히 공감할 수 있는 말인 듯싶다.
예전 잠시 영국 런던에 거주하던 때, 한 달에 한두 번씩은 내셔널 갤러리나 테이트 모던 갤러리, 브리티시 뮤지엄 등을 찾아가 여러 종류의 미술품을 구경하곤 했다. 뭐 당시로서는 딱히 미술에 깊은 관심이나 조예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다). 단지 유럽에서 유일하게 영국 미술관·박물관만이 무료 관람이기 때문이었다. 유명하다는 작품들이 널려 있고, 무료라는데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으니까 그냥 심심할 때마다 들른 것이다.
특히 내셔널갤러리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고흐, 보티첼리, 렘브란트, 윌리엄 터너 등 누구나 아는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접했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고흐의 해바라기와 윌리엄 터너의 작품, 그리고 누구의 작품인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오른쪽 관 제일 끝에 있던 커다란 말의 역동적인 그림 등 몇몇 작품만이 기억에 남을 뿐 그저 그렇다고 생각했던 듯싶다. 이러한 생각은 여행 중 찾아간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에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명하다는 작품들 몇몇 점만 짚어가며 쫓아다니다 지쳐 복도 의자에 앉아 쉬기를 더 많이 한 듯하다. 이후 근래 들어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되고 몇몇 그림들과 그 그림이 표현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당시를 아쉬워했다. “그때 좀 더 잘 봐둘걸...”
이런 마음을 가장 강하게 한 책이 바로 이 책 <역사가 기억하는 세계 100대 명화>다. 이 책에는 내가 런던의 내셔널갤러리나 루브르박물관에서 보았던, 혹은 보았지만 무심코 지났쳤을 그림들이 잔뜩 있다. 그런 그림들이 그려진 계기나, 그림이 설명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듣다 보니,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책 제목이 100대 명화이지만 100개의 그림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 그림과 관려된, 혹은 같은 작가의 다른 그림도 함께 담고 있어, 족시 300~400종의 그림을 관람할 수 있다. 게다가 시대 순으로 설명해 미술의 발전 과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것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한편의 유럽 역사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또한, 화가에 간락한 소개와 주요 개념이 소개되어 있어 그림과 설명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것은 그림의 화풍이 바뀔 때, 왜 화풍이 바뀌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들이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예를 들어 중세 미술이 절대자나 신을 그리다가 바로크 시대로 접어들면서 권력자를 찬양하는 미술로 바뀌었다든지, 이후 귀족들의 사치로 로코코 양식이 발전했다든지, 그에 대한 반동으로 신고전주의가 만개한다든지의 어떤 흐름이 덧붙어 있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이다.
어쨌든 미술에 문외한인 내게 미술이 어떤 것이며, 그림을 어떻게 이해하고 보아야 할지에 대해 감을 갖게 해준 책이다. 좀 진작에 알았다면 내셔널갤러리나 루브르 박물관 등에서 좀더 재미있고, 유익하게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었을 텐데 싶은 아쉬움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