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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못 다한 이야기들
마르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행복한 프랑스 책방>을 통해 친숙해진 마르크 레비의 신작이
나왔다길래 기대감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절친한 게이 친구와 함께 자신의 웨딩드레스를 고르던 줄리아는
뜻밖에 소식을 듣게 된다. 자신의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것.
그리고 그의 장례식이 바로 자신의 결혼식 날이라는 것.
아버지와 한동안 연락조차 하지 않고 지내던 줄리아는 큰 슬픔을
느끼지도 못하고 아버지의 장례를 치룬다. 그리고 다음날 바로
회사에 출근해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을 해결한다.
그런데 그때 큰 상자 하나가 자신에게 배달되어 왔다는 연락을 받는다.
집에 와서 열어본 상자 안에는 뜻밖에도 아버지와 똑같이 생긴 인형(?)이
들어 있었다. 여기서부터 부녀의 화해와 소통을 다룬 따뜻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버지는 자신 때문에 갈라선 딸의 첫사랑을 찾아주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줄리아는 죽은 줄 알았던 첫사랑 토마스의 생존소식에 놀라고
만날 수 있다는 희망에 들뜬다. 그러면서 아버지를 조금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죽은 아버지가 6일 동안 다시 돌아왔다는 독특한 설정 속에
아버지의 사랑과 남녀간의 사랑이 녹아있는 작품이었다.
뒷 부분으로 갈수록 사건의 전개도 빠르고 마치 영화를 보는 듯했다.
그러나 초반에 죽은 아버지가 과학기술의 힘을 빌어 6일 동안 되돌아왔다는 설정은
다소 억지스럽고 이야기에 몰입하기도 어렵게 만든다. 더구나 작가는
아버지가 정말로 죽은 것인지 아니면 죽은 척 연기를 하는 것인지도 모호하게 만들었다.

독일의 통일이 이루어지던 날 운명적으로 만난 첫사랑이라는 설정도
굳이 그렇게 만나야 할 개연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큰 기대 없이 보았다면 재미있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전작을 너무 재미있게
본 탓에 기대치가 높았나 보다. 소설 중간에 등장하는 줄리아의 프랑스 친구들의
이름이 낯익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행복한 프랑스 책방>의 주인공들이었다.
한 작품의 주인공을 다른 작품의 카메오로 등장시키는 것이 신선했다.
마르크 레비의 작품을 꾸준히 읽는 독자에게는 작은 즐거움이 된다.
다른 작품에서는 또 어떤 인물들이 카메오로 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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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볼루셔너리 로드
리처드 예이츠 지음, 유정화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타이타닉>의 연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11년 만에 다시 만나
영화를 찍었다는 것만으로도 궁금했었는데 감독은 <아메리칸 뷰티>의 샘 멘데스 감독이라는 소식을 듣고 개봉하면 꼭 봐야할 영화로 진작부터 점찍어 놓고 기다렸다.
1월 케이트 윈슬렛이 이 영화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았다는 소식은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올려놓았다. 그러면서 원작소설이 궁금해졌다. 1961년 리처드 예이츠라는
낯선 작가가 발표한 소설. 타임 선정 100대 영문소설로 꼽히고 이 작품으로 작가들의 작가라는 명성까지 얻었지만 독자들에게는 외면당한 소설이라고 한다.   


제목도 레볼루셔너리 로드 곧 혁명의 길이다. 뭔가 굉장히 강할 것 같은 느낌. 그러나 마침내 손에 넣은  책은 영화의 주인공을 띠지로 두른 예쁜 분홍색이었다. 띠지를 벗겼을 때 드러나는 50년대와 잘 어울리는 파란색 자동차도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두꺼운 작품을 읽기 전에 먼저 읽은 옮긴이의 말은 역시 심오한 내용을 담을 소설이라고 알려주었다. 1950년대는 제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교외주택으로 이동이 시작되고 컴퓨터가 도입된 시기라고 한다. 미국의 건국이념이었던 꿈과 이상은 이러한 물질숭배의 자본주의 물결에 휩쓸러 스러져간다. 이런 미국 사회의 모습을 레볼루셔너리 로드에 사는 에이프릴과 프랭크를 통해 그리고 있는 <레볼루셔너리 로드>

작품의 시작은 에이프릴이 동네사람들과 함께 준비한 연극을 공연하는 데서 시작한다.
연극은 실패로 막을 내리고 뉴욕 연극학교를 나온 에이프릴은 자존심에 엄청난 상처를 입는다.
더구나 프랭크는 에이프릴을 위로하기는 커녕 상처에 소금을 뿌린다.
사실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 아내의 마음을 풀어줄 수많은 말을 생각했지만
결국 입 밖으로 나온 말이 최악이었을 뿐이다.

"글쎄, 공연이 대성공을 거두었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 안 그래?"

이 말을 한 프랭크는 바로 후회한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미 그 말로 인해 에이프릴은 상처를 입은 것을. 이 장면 뿐만 아니라 소설은 전체에서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정확하게 묘사한다.
한 없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위해 만화를 읽어주겠다고 나섰다가 금세 아이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아내를 사랑하지만 회사 여직원과의 불륜기회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이상을 위해 떠날 계획에 설레다가 상사의 인정과 승진 제의에 현실에 머물고 싶어지는

그야말로 보통 사람들의 심리가 가감없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50년대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작가의 솜씨도 놀랍지만 2009년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까지도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심리를 정확하게 뽑아낸 작가의 놀라운 글솜씨는 감동을 뛰어넘어
마치 내 솔직한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다.

이상을 꿈꾸지만 현실에 안주하고 싶은 프랭크와
이상에서 한 걸음씩 멀어지는 현실이 슬픈 에이프릴은 그렇게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고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 소설을 냉정하게 현실의 모습을 보여준다. 소설의 후반으로 가면서 그 현실이 너무 가슴 아팠다. 조금의 미화도 없는 현실이었기에.
그리고 가능하면 현실보다는 이상 가까이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을 읽는 내내 에이프릴을 연기하는 케이트 윈슬렛과 프랭크를 연기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모습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소설을 읽기 전에는 나이들고 살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모습이 안타까웠는데 소설을 읽고나니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이든 모습이 프랭크에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대감을 가지고 개봉하자 마자 극장을 찾았다. 에이프릴과 프랭크는 화면 속에서 어떻게 그려질 지 너무 궁금했다.

영화는 빛나는 원작과 셈세한 연기 그리고 뛰어난 연출이 만난 작품이었다.
시작은 좀 빨랐다. 소설의 앞부분을 많이 축약해놓았던 것이다. 영화가 줄여놓은 부분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영화의 빈 공간을 메꾸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내용이 진행되면서 원작소설에서 감동을 느끼고 공감했던 부분을 쫙쫙 뽑은 대사에 감동했다. 소설에서 섬세하게 묘사되었던 인물들의 심리는 두 배우의 섬세한 연기로 메워졌다. 두 사람의 섬세한 표정을 보며 여기서는 이러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구나 이래서 이러이러한 거야라고 알고 보니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까지 그 의미가 보였다. 원작을 뛰어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50년대 시대 분위기와 등장인물의 감정을 잘 표현해주는 음악이다. 영화는 주인공 특히 프랭크의 감정의 변화를 50년대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음악으로 표현했다. 이것은 정말 텍스트에서는 줄수없는 감각의 만족이었다.  


원작은 영화에서 미쳐 다 말하지 못한 부분을 채우고 영화는 텍스트가 보여주고 들려주지 못하는 시각과 청각을 채운 정말 오랜만에 원작과 영화 함께여서 즐거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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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들의 책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존 코널리 지음, 이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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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는 모든 것은 현실이 된다
잃어버린 것들의 책

나는 성장소설이나 애니메이션은 최소한 기본적인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400여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도전을 했다. 동화와 성장이라는
내가 좋아하는 요소가 모두 들어 있었기에...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동화는 동화이되 잔혹 동화였다.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어머니를 잃고 새어머니와 이복동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주인공이 우연한 기회에 동화 속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소설 초반은 어머니를 잃고 새가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동화 속 세계에 묻혀 사는 소년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
동화는 언제쯤 나오나 궁금하기도 했다. 동화 속 세계로
들어간 후에는 비록 많은 부분 생략되어 있기는 하지만
충분히 상상가능한 수위 높은 잔혹함에 중도에 포기하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중반을 넘어가면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위기를 겪고 좋은 사람의 도움도 받으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소년의 모습은 성장소설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비록 소설 속에서 자세히 묘사되지는 않았지만 전쟁이라는 현실 역시
잔혹한 동화의 세계와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
평소에 자신이 가장 무서워하던 괴물의 존재를 동화 속에서 만나
물리치면서 소년은 더 이상 떼쓰고 투정부리는 아이가 아닌
늠름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된다.
잔혹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어른으로...

 
잃어버린 것들의 책을 잃으면서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던
영화가 하나 있다. 바로 판의 미로...
전쟁을 배경으로 잔혹한 현실 속에서 상상 속 공간으로의
도망을 꿈꿨다는 점과 그 상상이라는 것이 아름답기 보다는
기괴하다는 점에서 그랬던 것 같다.
영화의 결말은 비극에 가까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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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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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문득 엄마의 얼굴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어느새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염색을 하지 않으면 숨길 수 없을 정도로 흰머리가 난 우리 엄마.
딸에게 예쁘고 좋은 것만 입고 먹고 가지라고 하면서 정작 자신을 위해서는 화장품 하나 못 사는 분.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수없이 많은 밥상을 차리지만 정작 본인을 위한 밥상을 차려본 적은 없고
다른 사람이 차려준 밥상을 받는 것이 마냥 어색하기만 한 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그런 엄마를 환기시키는 작품이다.
마냥 의지하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챙겨드리지 못하는 엄마에 대한 미안함을 가지고 읽게 되는 책.
꼭 나의 엄마는 아니더라도 한국인이 엄마, 어머니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수많은 식구를 먹이고 동물을 키우고 농작물을 키우는 어마어마한 노동을 하면서도
힘든 내색 한번 안하고 독립한 자식들의 먹을 거리까지 챙기는 분.

책을 읽는 내내 어리고 철 없던 시절에는 대들기도 많이 했지만
어느새 가장 가깝고 편한 친구가 된 엄마,
그리고 나의 엄마보다 엄마를 부탁해의 엄마를 더 많이 닮은 외할머니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더 잘 해드려야 겠다고
나중에 회한으로 가득한 반성문을 쓰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오늘 저녁에는 엄마 손을 꼭 잡고 동네 산책이라도 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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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뜬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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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라마구의 전작인 <눈먼 자들의 도시>가 만약 이 세상 모두가 눈이 멀어 단 한 사람만 볼 수 있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시작해서 눈이 멀고 난 후의 전복과 혼란을 다루고 있다면

신작 <눈뜬 자들의 도시>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라는물음으로 시작한다. 전작에서 눈이 멀고 난 후의 약탈과 방화, 강간 등을 경험한 사람들은 이제 두 눈을 부릅뜨고 우왕좌왕하는 권력자들을 지켜본다. 그리고 권력자들의 포위와 감금에도 상관없이 자유롭고 평화로운 상황을 유지한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주제 사라마구는 이 소설을 통해 불특정한 시간과 익명의 공간을 배경으로 권력의 우매함과 민주주의제도의 허점을 신랄하게 짚어내고 있다.  중간중간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소설이지만 책을 덮었을 때의 여운은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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