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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머스: 왜 그들만 유명할까
캐스 선스타인 지음, 박세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5년 2월
평점 :
이런 질문들이다.
비틀스가 1990년대에 나왔더라도 지금처럼 유명해졌을까?
밥 딜런이 그토록 유명해진 것은 필연적인 결과였을까?
또는 오랫동안 잊혔던 코니 컨버스는 죽은 지도 한참 후에 어떻게, 이른바 ‘역주행’을 하게 되었을까?
생전에 별로 유명하지 않았던 존 키츠는 죽어서라도 유명해졌는데, 리 헌트는 지금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까?
이런 질문도 가능하다.
좋은 책들은 많은데, 어떤 책들은 베스트셀러가 되고, 다른 책들은 그렇지 못한가?
과연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훌륭한 작품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그만한 작품 중에 그만큼 명성을 얻지 못하는 작품들은 왜 그런 걸까?
말하자면, 왜 특정 인물이 유명해지는 이유에 대해 따져보고 있다. 캐스 선스타인은 법학자이면서, 행동경제학자이고(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탈러와 함께 쓴 《넛지》를 언급할 수밖에 없다), 또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정책 자문을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책은 어떤 국가적 정책을 제안한다든가, 사회적 변화를 촉구한다든가 하는, 커다란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다. 하지만 다 읽고 보면 왜 이런 데 관심을 갖는 것이 그저 호기심 차원의 것이 아니라 좀 더 넓고 깊은 생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마치 ‘넛지’처럼 말이다.
앞선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하자면, 즉 어떤 사람들이 유명해지는가에 대한 답을 하자면, ‘답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한 인물들, 성공한 기업들, 성공한 제품들에 대한 분석을 하지만 결국은 그게 끼워맞추기식이라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이 A, B, C라는 덕목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면, 그런 덕목을 갖춘 수많은 사람들이 그만큼 성공하지 못한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또한 그런 덕목을 갖추지 못하고도 성공한 사람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못한다(하버드대학을 중퇴한 빌 게이츠 vs.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제프 베소스!).
그래도 찾아야 한다면, 그건 상당히 우연적인 요소가 좌우한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은 우수한 자질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소설이나 시, 그림은 훌륭해야 하며, 스포츠 스타는 그만큼의 성과를 내야 한다. 그건 전제다. 그다음에 그런 사람과 작품을 그와 비견되는 다른 사람과 작품들을 뛰어넘는 유명세를 갖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우연이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초기의 팬덤을 형성한다든가(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다) 하는 것이다. 혹은 어떤 계기를 잘 이용해야 하는데, 그것을 도와주는 사람을 만나든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상상하게 되는데, 그것은 사실 우연적 요소가 겹친 것이라고 설명할 도리밖에 없다.
1부의 ‘아이코닉’이 그런 내용으로 성공의 공식을 찾아 성공을 원하는 이들에겐 다소 좌절(?)스런 내용이라면, 2부의 ‘아이콘’은 그런 우연, 혹은 어느 정도의 필연적 요소를 등에 업고 성공한 이들에 대한 작은 평전 같은 글들이다. 어떻게 보면 1부의 보완이면서, 그 내용을 부정하는 듯도 하지만, 결국은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성공한 이들 혹은 작품(존 키츠, <스타워즈>, 마블의 아버지 스탠 리, 밥 딜런, 후디니, 에인 랜드, 비틀스)을 보면 그럴 만한 필연적인 이유가 있었다기 보다는 우연적인 요소가 마치 필연적인 운명처럼 다가왔다는 것을 알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2부의 이야기들은 정말 흥미롭다. 어떤 성공의 이면을 엿볼 수 있어서인데, 우리는 그만큼 성공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때로 환호한다. 나 역시도 그럴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이 이야기들 가운데 더 흥미로운 것은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존 키츠와 같은 이가 사후에 조명을 받고 유명해지는 이야기다. 고흐도 그랬고, 코니 컨버스도 그랬다. 이들의 이야기는 한편으로는 위안이 되면서, 또 한편으로는 애처롭다.
실은 이 책을 집어들 때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보면서 그 답을 찾고 싶었다. (나는 과학을 하는 사람이니까) 어떤 과학자가 다른 과학자보다 더 유명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를 들어 페니실린 발견과 개발에 대한 지분에 대한 논란은 많지만 압도적으로 플레밍이 유명한 이유는 무엇일까?(플로리와 체인에 비해) 아인슈타인은 (물론 위대한 과학자이지만) 다른 물리학자들보다 ‘압도적으로’ 유명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또는 그게 정당한 것인가? 뭐 그런 것들이다. 실은 이런 질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을 가지고 있지만, 확인하거나 또는 다른 이유가 있는지도 들어보고 싶었다.
그런 것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그러나 전혀 실망하지는 않는다.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그것 자체로도 읽을 만하고, 이런 이야기가 전하는 메시지도 충분히 새겨들을 만하다. 여기의 메시지? 그건 이런 거다. 우리 주위에 충분히 유명해질 만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들은 기회만 새롭게 발견될 수도 있다. 그런 기회를 만들어지고 보다 많은 훌륭한 사람과 작품들이 우리 곁에 자리 잡는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사회가 보다 풍부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