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 창비세계문학 44
다자이 오사무 지음, 신현선 옮김 / 창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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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의 사양(斜陽)의 창비판은 <사양> 외에도 9편의 단편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거의 모두가 여성의 목소리로 쓰인 소설들이다. 남성 작가임에도 여성의 목소리로 소설을 쓴 다자이 오사무. 그럼에도 자기고백적 성격이 짙은 소설들이다.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 중 <인간 실격>보다 먼저 <사양>을 읽겠다고 마음먹은 까닭은 별것 없다. 먼저 집혔을 뿐. 혹은 <인간 실격>퇴폐와 파멸을 왠지 모르게 일단을 꺼리는 마음이 있었을까?

 

<사양>을 읽기 위해서 이 책을 펴 들었으니, 일단은 <사양>이라는 작품에 대해 감상을 써본다.

 

사양(斜陽)’은 저녁 무렵의 기울어지는 해를 의미한다. 시대의 변화와 그에 따른 쇠퇴를 의미하는 것이리라. 다른 작품들도 거의 그렇지만, 여기서 시대의 변화란 일본의 패망이다. 일본의 패망은 여러 사회적 변화를 가져왔겠지만, 다자이 오사무에게 결정적이었던 것 중 하나로 여겨진 것은 아마도 귀족의 몰락이었다.

 

가즈코(창비판에서는 카즈꼬라고 쓰지만, 아무래도 여전히 창비의 외래어 맞춤법은 어색하다)는 귀족 집안의 맏딸이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마지막 귀족 부인인 어머니와 함께 산다. 그녀는 이혼을 했고, 아이도 없다. 동생 나오지는 전쟁에 징집되어 남양 군도로 갔고, 생사를 모른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집안의 가세는 기울었고, 집도 팔고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갈 수밖에 없었다. 생계를 이을 방법도 막막하다.

 

어머니는 귀족의 품위를 지킨다. 전쟁에서 겨우 살아 돌아온 동생 나오지는 자신이 귀족의 후손임을 부인하기 위해 애를 쓴다. 스스로 파멸의 길로 들어서고, 결국은 어머니의 죽음 이후 자살하고 만다(다자이 오사무의 자살과도 겹쳐진다).

 

그러나 가즈코는 다르다. 그녀는 살아남기로 작정한다. 방탕한 작가 우에하라와의 잠깐의 인연을 사랑으로 치장하고, 편지를 하다 결국은 찾아갔고, 또 결국은 하룻밤의 잠자리로 아이를 갖는다. 그리고 그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다. 말하자면 전통적 가치에 대한 전복인 셈이다. 그녀는 사랑과 혁명을 이야기하고, 또한 삶의 전투를 개시하며 이겼다고 선언한다. 지금 생각하면 몰락 귀족 집안의 여인이 불륜의 관계에서 아이를 낳는 것이 어떻게 거부와 저향, 그리고 혁명이라고 여길 수 있는지 의아하지만,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비추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여겨진다. 가츠코는 그렇게 사양을 거부하고,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며 미래를 자신의 아이에게 걸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사양>이라는 작품은 꽤나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전후의 피폐한 일본이라는 분위기가 드러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어떻게든 희망을 찾아보려는 작가의 안간힘이 느껴진다고 할까(그러나 결국은 그 안간힘이 소용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만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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