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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 들고 달리기
어거스텐 버로스 지음, 조동섭 옮김 / 시공사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을 처음 접한 것은 영화때문이었다. '재미난 제목의 영화제목이군' 하고 그냥 지나쳤던(영화는 보지 않았다) 이 제목을 우연히 서점에서 다시 발견했을때, 영화와는 사뭇 다른 호기심이 들었다. 그래서 두번 생각안고 집어들어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이지 제목처럼 이렇게 기묘한 내용이라니..
가위 들고 달리기는 13살부터 시작하는 작가의 사춘기 시절을 그린 자전적 소설이다. 아무래도 카테고리가 소설이다보니 이것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는 실상 판단하긴 힘들지만, 마지막 에필로그에 써놓은 등장인물들의 훗날 이야기를 보니까 이게 사실이긴 했었나보다 라는 초기 들었던 궁금증이 조금은 해소되었다. 근데 왜 내가 이게 어느정도가 허구이고 어느정도가 픽션인지가 궁금할 수 밖에 없냐면 도무지 소설안에서 정상이라고 볼수 있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환자들보다 더 정신나간 정신과 의사와 그의 가족들, 그리고 그들에게 자연스럽게 흡수되는(그러나 그도 처음엔 그 집을 어서 빨리 탈출하고 싶어했다) 주인공 어거스텐과 역시 세상에서 제일 정신나간 아줌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산만한 그의 어머니등. 그래서 몇번이고 '이거 정말이야?' 라고 의문을 품으며 한줄 한줄 읽어나갈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사실 나는 여기 책 뒷편에 알수 없는 사람들이 극찬한만큼 재치있고 유머러스한 그런 위트는 동조할 수 없지만 시니컬한 꽁트를 읽는 기분은 확실히 맞았던 것 같다. 딱히 웃기진 않지만, 왠지 허무하게 웃어야할것 같은 기분이랄까.. 암튼 이 소설을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이유도 비교적 넓은 행간과 짧은 문장들 때문만은 아닌 것은 바로 그러한 매력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인것 같기도 하다. 이 사람의 다른 책들도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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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가위들고 달리지 말라 라고 해서 미국에선 '위험한 장난을 하지 말라'는 의미로 어른들이 애들한테 곧잘 하는 말인가 보드라. 이걸 알고 나니 이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 수 있었다(책의 내용중에도 나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