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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트라 - 보이지 않아도, 거기 있는 너에게 ㅣ 저스트YA 9
지혜진 지음 / 책폴 / 2024년 5월
평점 :
"자연스럽게 자기 속도대로 뛰면 됩니다. 뒤처지면 뒤처지는 대료, 앞지르면 앞지르는 대로 자연스럽게 뛰세요."
최조가 대략적인 움직임을 지시하자 우리는 큐 사인에 맞춰 한강 변을 또 달렸다. 나는 이제 앞에 서는 것은 그만하고 싶어 자연스럽게 맨 뒤로 밀려났지만, 앞서 달리는 사람들을 보며 내 속도를 조절했다. 대열에서 너무 멀어지는 건 불안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어느 위치에 있고 싶은지 항상 헷갈렸다. 마치 일기 예보를 무시하고 찾아온 꽃샘추위처럼, 겨울도 아니고 봄도 아닌 그 환절기의 변덕처럼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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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리는 어디인지 언제나 고민하는 불안함을 가진 주인공 '나' 장신혜의 전체를 보여주는 풀 숏으로 이야기는 시작되고 있어요. 학교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계기로 신혜는 자퇴를 한 후 1년이 지난 지금은 영화에서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신혜가 다니던 학교가 영화 촬영 장소가 되어 일 년 만에 다시 그곳을 가게 돼요. 무거워지고 긴장되는 변함없이 낯선 감정을 가지고 학교에 도착했는데요. 그 속에서 친구는 아니었지만,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던 '호연이'와 엑스트라이지만 주인공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인하'가 등장해요. 그들은 신혜의 삶 안으로 들어오며 신혜의 삶을 크게도 작게도 바라볼 수 있게 해요. 신혜는 자신의 삶을 플래시백 해 보기도 하고 클로즈업하기도 하며 '자기 자신'을 찾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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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자, 내 말을 끝까지 들어 봐.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에게는 모두 자신만의 시공간 좌표계가 있다는 거야. 너와 나의 시간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시간은 흐른다는 관념이 깨지는 거지.. 우리는 모두 지금이라는 이 순간에 있는 거야. 항상 내가 어디에서 어느 만큼의 속도로 가고 있는지 내가 지닌 좌표계를 확인해야 해." 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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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선생님이 이야기하신 '자신만의 시공간 좌표계'는 나에게는 예외라고 항상 생각해 왔던 신혜는 마음을 나눌 진짜 친구도 없이 언제나 크고 화려하게 반짝이는 '주인공'처럼 보이는 아이들이 서 있는 곳에 가려고만 노력해 왔어요. 혼자만의 기대와 절망으로 지쳐버린 신혜는 몸과 마음이 뾰족한 채로 살아요. 삶을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면서 결국 '각자의 삶에서 주인공은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요. 크고 화려하게 반짝임이 아니라도 작고 은은하게 반짝이는 주인공인 자신의 모습을 인증하기 위해 찰칵! 사진 한 장을 찍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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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 모습 그대로를 기록해 두고 싶었다. 화면 속 나를 바라보며 씨익, 한번 웃어 봤다. 이건 나만을 위한 앵글이니까. 194쪽
클로즈업, 줌 인, 줌 아웃 등 영화에서 사용하는 촬영 기법을 소제목으로 사용해서 등장인물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게 되어 재밌었는데요. 장면마다 신혜가 느끼는 어색함, 침묵, 불편함 들을 스르륵 넘어 가다가도 책폴 독서클럽에서 던져 주는 질문에 답을 찾아보고 제각각의 질문과 답을 이야기해 주는 분들을 보니, 엉겁결에 같이 '소화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이번 책은 덕분에 꼭꼭 씹어 먹었지요.
주인공 신혜가 저는 엄마와의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세탁물을 배달 간 아빠를 기다리며 엄마는 잔치국수에 넣을 육수를 만들고, 신혜는 고명으로 올릴 채소를 썰어요. 부엌에서 엄마와 딸이 함께 요리를 하며 일상을 나누는 장면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졌어요.
저는 그 시절 그러지 못했거든요. 엄마와 딸이었을 때는 각자의 삶 속에서 뭐가 그렇게 바빴을까요? 마음속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지만, '함께'하지 못했거든요. 무거워진 엉덩이를 핑계로 마음도 엉덩이만큼 무거웠거든요.
어느새 엄마와 딸에서 할머니와 엄마가 되어 버렸어요. 이제야 신혜와 그 엄마처럼 일상을 나누며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 요즘은 서로의 마음을 들어줄 수 있는 시간의 교차점에 서 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껴요. 그때의 작은 아쉬움을 책을 통해 달래 보았네요.
신혜의 일상과 삶을 표현하고 풀어내는 이야기 곳곳에서 느껴지는 지혜진 작가의 따뜻한 시선 덕분에 책을 읽는 동안 저 또한 토닥토닥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도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신혜의 다짐처럼 나에게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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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