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병:맛 2 - 청록, 얼얼하고 질긴
스튜디오 어중간 편집부 지음 / 스튜디오어중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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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다는 것을 생각하면 건강, 긍정, 도전, 실패, 미래,,, 이런 단어들이 생각나요. 질병, 아픔, 쉼, 요양 등의 단어는 젊음과는 먼 단어라고 막연히 생각했어요.
매거진 병:맛을 읽으며 병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 편협한 시선으로 가득 차 있는 '저 자신'을 마주했어요. 콧물이 찔금 나던 지극히 사소한 증상부터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심장 수술을 받아야 했던 일까지. 달이 차고 해가 가기를 거듭하면서 그 기억은 아주 멀어졌지만 '내 몸'이 아팠던 경험들을 되짚어 보는 건 쉽지가 않았어요. 이렇게 자신의 병을 온전히 보여주고 이야기하는 젊은 투병인들이 자신의 삶을 대하는 긍정적 태도가 대단해 보였어요.

병:맛 Taste
쓰고 탁한 '맛없는' 한약 같다고 할까요? 맛을 음미할 새도 없이 코를 막고 들이켜기 바빠요. p.47
쓰린 맛, 너무 매운 걸 먹어서 그다음에 뭘 먹어도 혀가 쓰라린 그런 맛이요. p.71

'틱' 장애와 함께 사는 이민재님, 투병인의 보호자였던 2년 차 사별자 정하은님, 암 경험자로 다른 환자들의 삶을 돕는 정승훈님, 암과 함께 할 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소개하는 소중한님,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어떻게 투병의 시간을 지내오고 있는지, 생생하게 경험하고 깨달은 바를 내 삶에 대해 이야기해요. 사진, 퍼스먼스, 일러스트 등 다양한 분야들을 넘나들며 함께 '얼얼하고 질긴 병:맛'에 대해 말해요.

아침마다 생고구마와 삶은 닭 가슴살을 꼬박꼬박 먹으면 가장 좋겠지만 매일 그럴 순 없는 노릇 아닌가. 소중한

나는 오늘도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이부자리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외출하는 사람이지만, 더 이상 불안에 잠식된 삶을 살지 않는다. 적어도 화폭에 내가 동경하는 삶이 담겨 있으니 괜찮다. 백지현

저에게 틱이란 '두통이 왔을 때 아스피린 먹는다' 그런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 병이에요. 지금까지 제가 경험한 틱은 삶ㅁ에서 계속 껴안고 가야 하는 병이거든요. 그래서 주체성과 주도성을 찾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일 같아요. 저는 몰입하는 행위에서 이걸 찾았고, 누군가에게 몰입은 춤이거나 글쓰기 혹은 연기가 될 수도 있겠죠. 각자 몰입이 가능한 어떤 세계를 만들고 그 속에서 주도성, 주체성을 찾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이민재

아픔과 고통, 후회, 배신, 기억에 대한 미화, 혼자 남았다는 외로움과 상실감, 살아야 한다는 공포와 두려움. 모든 걸 겪어야만 이겨낼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누구나 예비 사별자에요. 지금이 아니더라도 분명 한번은 겪을 일을 저는 조금 더 빨리 겪은 선배라고 생각해요. 짱하로그 정하은

2023투병 청년에 대한 이야기, 하지만 불안하지도 그저 슬프지도 않아요. 병에 걸린 환자가 아니라 한 명 한 명의 인간으로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좋아요. 건강하지 않다는 딱 2가지만 존재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점들 그 어디쯤, '어중간'하게 걸쳐져 있는 거지요. '투병'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태도로 접근하는 이야기들에게 전보다는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보게 되어요.

'얼마나 인간답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 투병인을 응원합니다

#매거진병맛 #청년투병 #영케어러 #스튜디오어중간 #젊은투병인 #청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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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기쁨의 이름들 - 매일을 채우는 52가지 행복
소피 블랙올 지음, 정회성 옮김 / 웅진주니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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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 거니와 5살 워니가 까무룩 잠이 들고, 나도 누우려 아이들 사이에 누우면 거니가 했던 행동이, 워니가 한 말 하나가 떠올라요. 혼자서 실실 웃기도 하는데요. 이게 진짜인 걸까 가끔은 확인하고 싶어져 자고 있는 아이들 얼굴에 귀를 가져다 대요. '문득' 순간순간 지나가버리는 작은 것들이 아까운 거예요. 아이들의 말과 행동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스르륵 지나가는 게요. 그래서 인스타를 시작했어요.

[내가 아는 기쁨의 이름들]을 보니 제가 인스타를 시작한 이유가 떠올랐어요. 소피 블랙올 Sophie Blackall 작가님은 전 남편이자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아빠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려온 어느 날 '문득' 떠올랐다고 해요. '하루하루 살면서 기대할 만한 것들'을 목록으로 정리해야겠다고요. 하나하나 기록해간 목록들 중에는 곧바로 실천할 수 있는 일이 사뭇 많았고요. 그중 몇 가지를 그림과 함께 SNS에 올린 것이 이 책의 시작이에요.

'평범한 일상에서 미소 짓게 하는 소소한 기쁨'을 가득 담았어요. 매일을 채울 수 있는 52가지 행복들이 모여 있어요. 소재는 다양해요. 한 잔의 커피, 냉장고 속 달걀, 무지개, 아기 등등 직접 실행에 옮기며 기쁨을 느끼게 된 이름들을 하나씩 하나씩 소곤소곤 이야기해 줘요. 제목만 봐도 왠지 따뜻해지는 듯해서 하나씩 적어 내려갔어요.

01떠오르는 태양 02커피 03따뜻한 샤워 04누군가를 위해 굽는 과자 05포옹 06새로운 배움 07새로운 단어 08박수 0911시 11분의 약속 10첫눈

11표정 그린 달걀
자, 냉장고에서 달걀을 꺼내 표정을 그려 넣어 볼래요? 누구도 말리지 않을 거예요! 달걀에 이런저런 표정을 그려 두면, 냉장고 여는 순간을 기대하게 돼요. 달걀을 볼 때마다 반갑게 "달걀아, 안녕!" 하고 인사하고 싶어질지도 모르지요.
한번 시도해 보세요. 생각보다 더 재미있을 거예요! p.29

12차 한 잔 13맨드라미 꽃 14오래 된 노래 15들꽃 씨앗 16새 떼 17개 18비 19무지개 20열지 않은 선물 상자 21달 22결혼식 23아기 24헤엄 25안경 26바느질 27조약돌 28바다

29오래 된 책
오랫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몇 번이나 읽어서 친숙할 대로 친숙한 책에는 우리에게 큰 위안을 주는 구절이 담겨 있어요. 물론 요즘 나오는 책도 재미있지만, 마음이 허전할 때는 오랜 친구 같은 고전을 찾게 된답니다. p.68

30빨래 31가구 옮기기 32되찾은 물건 33정리 정돈 34저녁 식사 35박물관 36마무리 37사랑 38보내는 편지 39받는 편지 40새 모이 41운동 42물 한 모금 43낮잠 44세금 신고 45투표

46채소 재배
조금만 시간을 내고 신경 써서 채소를 키우면, 생각보다 큰 보람과 놀라움을 느낄 수 있어요. 직접 키운 완두콩을 그릇에 담거나 양파를 줄줄이 엮거나 토마토 씨앗을 보관하면서 이듬해 봄을 기대하는 설렘과 즐거움도 맛보게 될 거예요! p.107

47지도 48공동 묘지 49여행 50집으로 51나만의 목록 52카르페 디엠

책을 보며 저도 목록들을 적어보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기록해 보고 싶어졌어요. 새해와 참 잘 어울리지요. 그렇게 내 삶 속 작은 것들을 켜켜이 쌓아 보고 싶어요. 같은 마음이시죠. 우리 같이 해 볼래요.

; 여러분이 직접 책 여백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도 좋아요. 더 좋은 방법은 여러분만의 '하루하루 살면서 기대할 만한 것들' 목록을 만드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목록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눠 보세요.
어때요, 생각만으로도 벌써 기대되지 않나요?

#내가아는기쁨들 #소피블랙올 #웅진주니어 #웅진티테이블 #소소한행복 #소소한기쁨 #그림책에세이 #52가지기쁨의이름들 #기쁨의목록적기 #어른을위한그림책

Things to Look Forwad To
; 52 Large and Small Joys for Today and Every Day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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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듯해 3행시 초등 일기쓰기 : 중급 뿌듯해 초등 일기쓰기
뿌듯해콘텐츠연구소 지음 / 진서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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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글쓰기를 해야 하는데, 오늘은 쓸게 없다. 진짜 없다.

이렇게 글을 쓰는 12살 경찬이에게 어떤 말을 해야 좋을까요? 4일이 넘도록 3문장을 넘어서질 못하네요.
[뿌듯해 3행시(뿌듯해 콘텐츠연구소/진서원)] 이벤트를 보자마자 신청했어요. 어제 처음으로 '아/버/지'로 3행시를 써 보자고 미션을 줬어요. 다 쓰는데 3분이 안 걸린듯해요.
아 / 아버지가
버 / 버거킹을 주문하였다.
지 / 지아알 먹겠습니다.

책머리에 소개되어 있는 친구만큼은 아직 아니지만, 이제 시작이니까요. 3행시에 재미를 붙이려면 '예열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이렇게 시작된 3행시 프로젝트가 4주째로 접어들었어요.
이번주 제시어 중 하나는 '용'으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 쉽게 갖지는 별명인 '용가리'인데요.
'리'로 시작하는 말은 쉽게 찾을 수 없는데, 아래쪽에 [두음 법칙]을 설명해 주며 '이'를 허용해 주니 아이들이 조금 더 편안하게 접근하네요. 시현이가 스스로 이광수 닮았다고 하니 교실 안에 웃음이 가득이에요.

'용가리 ' 1999년에 나온 괴수 영화 제목이에요. 이 영화가 나온 이후에 냉동식품인 '용가리 치킨'이 나왔어요. '용가리 통뼈'란 말도 종종 쓰는데 힘이 좋고 겁이 없는 사람을 뜻해요. p. 038

용 / 용시현이 용
가 / 가리 치킨을 먹는데
이 / 이빨이 흔들려서 치과를 갔다.

용 / 용시현은
가 / 가만히 보면
이 / 이광수 닮았다.

용 / 용가리 치킨은
가 / 가루까지 맛있다.
이 / 이름부터 군침이 싹 돈다.

처음 시도해 보는 만큼 글쓰기를 싫어하던 아이들에게 부담스럽지 않게 접근하고 싶어 3~4학년용(중급)으로 시작해 봤는데요. 주제어를 소개받을 때만큼은 모두가 진지해요. 내가 알아맞혀 보겠다는 그 목표로 귀를 쫑긋하는데 조금 귀엽네요. ㅎㅎ

일기를 쓰려면 '관찰'이 먼저 뒷받침되어야 하지요. 주변과 나 자신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기록'해보는 '3행시 초등 일기 쓰기 프로젝트' 가 다양한 감각을 탐색해 보고 일상을 새롭게 경험해 보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시작했지요. 쓱싹쓱싹 느낌 가는 대로 써 보기도 하고, 어느 날은 막 쓰기도 하며 소소한 이야기들도 이야기를 풀어가 보면 근사해진다는 걸 알고, 글 쓰는 즐거움에 '풍덩' 빠져 본 시간이 아니었나 스스로 평가해 봐요.

하루 1장 '3행시 일기'도 쓰고 주제와 연결되는 '꼬막 상식'도 알아가며 글쓰기의 재미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어요. 매일 '뿌듯해' 스티커를 붙이며 꾸준하게 쓰면 100일은 금방이지요. 100일의 미션을 완수하면 표창장에 내 이름을 쓸 수 있으니, 글쓰기 실력에 뿌듯한 마음은 덤이네요. 오늘 뭘 했는지,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 볼게요.

#뿌듯해3행시 #진서원 #뿌듯해시리즈 #일기쓰는습관 #뿌듯해콘텐츠연구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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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덜덜! - 공룡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케스 그레이 지음, 닉 이스트 그림, 김선희 옮김 / 스푼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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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 거니는 가장 좋아하는 공룡이 무어냐고 물어보면, '티라노소스'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해요. 날카로운 이빨과 커다란 턱, 매서운 눈빛에 크르렁 소리를 내는 모습이 좋아서 발을 쿵쾅거리며 흉내를 내는 일도 많은데요. [덜덜덜! BRRR! (케스 그레이 글, 닉이스트 그림/ 스푼북)]에서는 포악한 파충류 티라노사우루스가 얌전히 앉아서 능숙하게 뜨개질하는 모습으로 시작해요. '오옹, 이건 뭐지' 뭔가 재미있는 일이 있을 것 같은 기대감으로 책을 넘겨요.

영하 백만 도까지 떨어질 것 같은 빙하기 날씨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공룡들이 모여 회의를 시작해요. 아파토사우루스가 '스웨터를 만들자. 지금 당장 스웨터를 짜야겠어."라고 제안하지만 뜨개질을 시작하지도 못해요. 실비 사우루스는 적당한 팔 길이를 가진 티라노사우루스가 딱이라고 말하는데요. 어느 공룡도 선뜻 부탁하러 가지 못해요. 누가누가 티라노에게 가서 말을 할 건지 정해야 하는 순간의 긴장된 표정들이 살아 있어요. 실비사우루스가 앞장서서 티라노사우루스에게 이야기하지만, 책장을 가득 채운 티라노사우루스의 '크아아앙!' 소리와 오른쪽 귀퉁이에 자리 잡은 실비사우루스의 당황한 표정이 재미있어요.

3살 거니는 책을 열자마자 꼬리 끝에 망치가 있다고 망치 공룡, 안킬로사우루스라고 주장하는 거예요. 그런 건가 조금 의심스럽기는 하길래 찾아보니 실비사우루스(Silvisaurus)는 안킬로사우루스과(갑옷을 두른 공룡)에 속하지만 꼬리는 곤봉 모양이 아니에요. 안킬로사우루스는 세모 모양의 머리를 가지고 있지만 실비사우루스는 서양 배 모양의 머리를 가졌어요. 꼬리 양쪽과 몸통 양쪽에 가시가 한 줄로 돌출되어 있어 두 공룡은 차이가 보이는데 그림책에 등장하는 실비사우루스의 모습으로는 구분하긴 어렵기는 해요. 어쩌다 공룡으로 이야기가 흘렀네요 ㅎㅎ

'공룡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라는 질문에 케스 그레이는 뜨개질과 공룡, 우주를 연결 지어 기발한 이야기를 만들었어요. 닉 이스트의 재치 있고, 특징적인 그림이 만나 이야기는 더 사랑스럽고 재미있어요.

각각의 특징이 잘 살아있는 스테고사우루스, 검치호, 매머드, 티라노사우루스 등 공룡들이 함께 살기 위한 특단의 조치와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이 엉뚱해서 더 자세히 들여다봤는데요. 매번 읽어도 깔깔대는 거니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저도 같이 재미있네요. 마지막 공룡들이 떠나는 장면에서 무릎을 딱 쳤어요. 이런 생각을 해내다니, 작가님께 저절로 엄지가 척 올라가요 ㅎㅎ 새로운 공룡 세계에 빠져들어 관찰하고 탐구하다 또 다른 세상으로 이어지는 시간들이 흥미로워요.

A brrrilliantly funny story about diosaurs, knitting and space_ Where did the Dinosaurs Really Go?

#덜덜덜! #공룡들은모두어디로갔을까 #케스그레이 #닉이스트 #스푼북 #공룡멸종 #빙하기 #뜨개질

스푼북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선물받고 글을 남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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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시스터 - 아름답고 따뜻한 크리스마스 이야기
마야 룬데 지음, 리사 아이사토 그림, 손화수 옮김 / 한길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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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지키는 아이]를 읽고 나니 마야 룬데와 리사 아이사토가 함께 작업한 [스노우 시스터]가 궁금해졌어요. 붉은색 바탕에 그려진 그림과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이야기를 썼다는 작가님의 글을 보며, 12월에 딱 읽기 좋겠다 싶어 도서관에서 빌려 왔어요.

; 평소에 즐겁고 행복한 일을 떠올릴 때면 나는 항상 크리스마스이브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소용없었다. 우리 집 크리스마스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유니 누나의 죽음 이후 처음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부모님과 5살 아우구스타는 복제인간처럼 해야 할 일만 할 뿐이에요. 가족 모두가 온몸과 마음속까지도 꽁꽁 얼어붙었어요. 만나면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나누던 11살 단짝 친구 욘과도 그저 날씨 이야기만 할 뿐이에요.

율리안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지 않을 거라는 걱정으로 가득 차 있을 때 주근깨 가득한 빨간 머리 소녀 헤드빅이 나타났어요. 기쁘고 환한 빛을 머금은 헤드빅 덕분에 다시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얻어요.

;"올해는 크리스마스가 오는 거야?"
아우구스타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약속할게.'
그렇다. 올해도 크리스마스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따스한 불빛과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뽐내는 헤드빅의 집, '다락방 빌라'는 그 자체로 완벽해요. 함께 코코아를 마시고, 놀이를 하며 율리안의 가슴에도 벅찬 감정과 훈훈한 온기가 가득해져요. 헤드빅과 함께 눈사람도 만들어요. 긴 머리, 눈, 코를 만들고 전나무 가지를 모아 꽃다발인 양 눈사람 손에 얹어 '스노우 시스터'를 완성해요. 율리안은 다시 유니 누나의 밝고 따뜻함을 생각해요. 그 누구보다 큰 소리로 웃고 율리안을 쓰다듬어 주던 기억들을 다시 꺼내요.

;"네 누나는 평소에 매우 활발하고 밝은 사람이었다고 했지?'
"응, 슬픔에 빠져 우울해하기 전엔 그랬어. 누나는 내가 알던 사람들 중에 가장 밝고 활발한 사람이었거든. 하지만 부모님은 그 사실조차 잊어버린 모양이야."
헤드빅은 내 손을 꼭 잡았다.
'율리안, 부모님에겐 네가 있잖아."
'무슨 말이니?"
'네가 보여주면 돼. 밝고 활발했던 유니 누나의 모습을 부모님이 기억할 수 있도록 네가 도와주렴."

헤드빅의 비밀이 밝혀진 부분을 읽는 데 우리집 5살 워니가 읽어 달라고 무릎에 와서 앉았어요. 혼자서 꺼익꺼익 눈물을 참으며 읽어 줬네요. ㅎㅎ
그리움과 슬픔이 가슴에 가득 차 버린 율리안과 가족들은 다른 존재를 돌볼 마음은 사라져 버렸어요. 율리안은 헤드빅을 통해 어떻게 마음의 균형을 찾고 일상을 회복해 갈 수 있는지 조금씩 깨달아요. 유니 누나를 포함한 5가족 모두가 함께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는데 제 가슴에도 기쁨이 가득차 함께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쳤어요. 결말을 알고 다시 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는데, 슬픔보다는 행복이 조금 더 커졌네요. 덕분에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발가락이 조금 더 간질간질해요.

; 크리스마스 기분은 크리스마스를 떠올렸을 때 발가락이 간질간질하고 평소보다 심장이 살짝 더 빨리 뛸 때의 그 부드럽고 폭신폭신한 기분이 아닐까. 물론 심장이 매우 빨리 뛴다면 기분이 안 좋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크리스마스 기분은 두 팔을 활짝 벌려 옆에 있는 사람과 따스하게 포옹하고 싶은 마음,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고 싶은 마음, 크게 웃고 싶은 마음, 때로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마음,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모아놓은 기분이 아닐까.
만약 크리스마스 기분에 색깔이 있다면, 그건 은은한 노란색일 것이다. 사람들은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오면 대부분 빨간색으로 장식을 하지만, 나는 크리스마스가 촛불처럼 마음속에서 은은하게 빛을 발하는 노란색이라고 생각했다. p.86

#스노우시스터 #마야룬데 #리사아이사토 #한길사 #아름답고따뜻한크리스마스이야기 #노르웨이그림책 #위로 #균형 #회복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 읽어보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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