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 N번방 추적기와 우리의 이야기
추적단 불꽃 지음 / 이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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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월 코로나가 시작되어 온 국민, 아니 전 세계인들이 혼란 속에 있는 상황이 지속되는 중에 다음 달인 3월 경악할 만한 사건이 보도되었다. 바로 디지털성범죄 사건인 일명 'N번방사건'이다. 평소 나는 보도되는 온갖 불미스러운 사건들과 부정적인 내용들을 접하고 우울감을 느끼고 싶지 않아 뉴스를 보지 않는다. 하지만 핸드폰으로 메일 검색을 하려고 한다던지, 블로그를 하려 할때 우연찮게 중요 이슈들은 접하게 된다. 처음 그 사건을 접했을 때 '버닝썬사건'으로 떠들썩 하고나서 또 그런 일이 생겼다고 하니 정말 어느 누구도 범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겠다는 생각에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사실 내 의지적으로 뉴스를 틀지 않아도 어쩌다 방문하는 부모님댁에서 틀어놓은 Tv를 통해 사건의 내용을 대충 파악할 수 있었지만 암울하고 무서운 이야기에 제대로 깊게 알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세상이 점점 악해지고 범죄도 지능화되고 끔찍한 사건들이 많아지지만 그 세상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책읽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언제까지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골라 체화할 순 없겠단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때마침 관심있는 작가님의 SNS에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라는 책에 대한 간단한 글을 보았고 읽어보고 싶었다. 그러고 얼마 있지 않아, 애정하는 온라인카페 <엄마의 꿈방>의 페이스(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엄마들의 스터디모임)에서 이 책을 가지고 특별 기수를 모집하여 글에 대한 의견나눔을 한다는 공지를 보았다. '아, 이건 해야겠다. 혼자 읽고 경각심만 느끼고 그치는게 아니라 같이 의견을 나누면서 연대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겠다.'란 생각에 바로 신청을 했고 선정이 되었다. 며칠 후 책을 받아봤는데 펼치고 나서 읽으면서 '정말 이 일이 현실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불꽃은 최초 보도자, 최초 신고자입니다. 저희는 2019년 9월 뉴스통신진흥회 '제1회 탐사 심층 르포 취재물' 공모전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수상한 기사는 지난해 7월 한 달간 텔레그램 'AV-SNOOP 고담방'을 중심으로 퍼진 각종

불법촬영물 공유 대화방과 'N번방'을 잠입 취재한 탐사보도의 결과물입니다.

2019년 9월 저희 기사가 뉴스통신진흥회 홈페이지에 공개됐습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취재하며 심각성을 인지했고

2019년 7월 중순, 지방 경찰청에 신고했습니다.

같은 해 11월 한겨레신문,

2020년 2월 MBC, 국민일보, SBS등에 제보했습니다.

(...)

불꽃은 '최초 보다, 신고자'라는 타이틀을 지키려고

활동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왔습니다.

(...)

저희는 디지털 성범죄 '문화' 해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P75


이 책의 저자는 '추적단 불꽃'이다. 책을 보고 이들이 기자를 꿈꾸는 대학생 2인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어떻게 그들이 이런 대단한 일을 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수상 스펙을 쌓으려 뉴스통신진흥회의 '탐사 심층 르포 취재물'모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20대 여성인 우리에게 무엇보다 피부에 와닿는 문제가'불법 촬영'일 이것을 주제로 잡았다"-<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때> p18

책은 총3부다.

1부에서는 2019년 7월 그날의 기록을

2부에서는 불과 단의 이야기를

3부에서는 함께 타오르다라는 제목으로 2020년도에 성범죄관련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구제 및 연대, 범죄 근절 차원의 다양한 불꽃의 활동 이야기가 나온다.

책에서 뉴스에서 들은 와치맨','갓갓','박사'등 등 사람들의 별칭을 접했다. 추적단이 디지털 범죄, 특히 미성년자 성착취 및 촬영과 성착취동영상 유포의 온상지인 텔레그램 N번방을 찾아 몰래 오래 잡입하여 그 실상을 파악하고, 경찰에 신고하고, 피해자들 몇 몇에게 피해사실을 알리는 활동 과정을 마치 영화의 미스터리 사건을 보는 듯 숨죽여 보게 됐다. 책을 읽고 그 사건의 내용과 거기에 가담했던 사람들의 말과 행태를 보면서 목이 마르고 가슴이 죄어오는 것을 느꼈다. 정말 이 사회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것인지, 사람을 노예취급하고 온갖 희롱과 폭력을 일삼으면서 어떻게 아무런 죄의식이 없을지, 특히 지인의 사진을 다른 사진과 합성해서 대화방 사람들과 함께 말로써 능욕하고 개인 신상정보까지 공개하는 것을 보면서 치가 떨리고 어이가 없었다.

무엇보다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N번방'이었다. 와치맨은 N번방에 있다는 여성의 이름, 학교,반, 평가를 주기적으로 올리며 참여자들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소위 'N번방 회원'들은 주로 고담방에서 N번방에 있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품평회를 열었다. "OO이 학교 찾아가자"는 식으로 강간을 모의하기도 했다.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때> p20

우리가 잠입해 있던 파생방에서는 주로 나이와 국적을 가리지 않은 아동 성폭행 영상과 화장실이나 여성 자취방 불법촬영물, GHB(일명 물뽕)을 먹여 기절시킨 여성을 성폭행하는 사진과 영상 등이 유포됐다. 영상 유포와 함께 여성을 성희롱하는 대화가 이어졌다. 어떤 파생방에서는 성희롱하는 대화에 참여하지 않으면 강제 퇴장을 시키기도 했다.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때> p21

'여기 공유되는 아이들의 영상과 사진들은 일탈계하는 여자아이들을 협박하여 얻어낸 자료들입니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아 도망간 아이들(의 영상)이니 마음대로 (유포)하셔도 됩니다.'-p23

위와 같은 'N번방'의 공지의 일부는 이게 정말 사람이 한 말인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또한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사건을 취재하던 불꽃조차 알고 지내던 지인을 끔찍한 대화방에서 만났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가해자는 가상공간뿐이니라 현실 공간에도, 우리 주변에도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코딩 수업이 끝나고 저녁 식사를 마치자마자 새벽 3~4시까지 하루 평균 다섯 시간 정보 증거를 수집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 잠에서 깨면 곧바로 텔레그램에 접속했다. 대화방 하나당 수천 개의 대화가 쌓여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새벽에 일어났을 사건이 걱정돼 한 시간은 텔레그램 대화방을 나가지 못했다.우리가 잠 드는 새벽 시간에 놓치는 피해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매일 아침이 불안의 연속이었다. 경찰에 신고한 뒤 7월 셋째 주 이후로는 밤중에 모니터링을 하다가 절로 눈이 감길 때까지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그러햐ㅏ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때> p34


책의 앞부분에서 N번방의 실체에 마음이 무겁고 어려웠다면 책의 2부, '불과 단'의 이야기에서는 불꽃의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소 에세이 형식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사실 성차별이나 페미니즘을 편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되어 반가웠고 편안했다. '페미니즘'을 입에 올리면 곧바로 주위에서 면박을 주던 때다. 지금도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은 심하지만 그때는 유치하기까지 했다. 우리가 마치 금줄이라도 넘은 것 같았다. 선 너머에는 우리가 몰랐던 사회의 이면이 있었다. 여성 운동사를 공부하고 소소하게 페미니즘 기념품들로 미닝아웃하면서 똑딱해진 거 같다는 기분도 들었다. 금지된 선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 직장 성희롱, 경력 단절, 임금 차별, 독박 육아, 펜스롤. 당장 떠오르는 것만 세어봐도 다섯 손가락이 부족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부터 눈앞에 높다란 허들이 놓인 느낌이었다.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때> p84

누군가는 왜 그리 힘들게 인생을 사냐고 묻기도 한다. 왜 별것도 아닌 일을 예민하게 받아 들이냐고. 웃기는 말이다. 내가 불편하고 싶어서 불편한가. 여러 사회 문제를 인지하고 불편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예민하게 구는 것'으로 여겨선 안 된다. 누군가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일상이 다른 사람에게는 쟁취해야만 하는 것일 수 있다. 나의 예민함이 사회를 좀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고 믿는다.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때> p157

불과 단의 얘기도 사실 아주 가볍지만도 않다. 자신의 일상에서 겪은 이야기들. '고등학교시절의 선생님의 부적절한 스킨십과 관련한 스쿨미투','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나타난 젠더 권력','아르바이트하면서 겪고 알게 된 오피스 와이프','데이트 폭력의 목격'까지. 그것들을 보며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여자로서 살아가는 어려움이 다시 상기됐다. 한편, 우리의 예민함이 여성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는 것을 막고 사회문제로 이슈화하여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는 점점 많아지는데

사법부는 여전히 가해자의 정신 질환을 들먹이고 그들의 미래를 염려한다. (...)

여성에게는 당장 목숨이 걸린 문제인데, 검찰은 가해자의 영장을 기각하고 재판부는 형량을 낮추고 있다.

사회에서 여성들의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으니 여성들은 가방에 제 몸을 지키기 위한 도구를 챙기고

여가 시간에 호신술을 배우느라 바쁘다.

(...)

범죄를 예방하는 일은 여성들 각자의 일이 될 수 없다.

여성 혐오범죄의 해결은 국가의 일이다.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때> p107

이 책에서는 디지털성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고 경각심만을 주고자 쓴 책이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하나, 어떻게 이 문제에 접근해야하는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고 그 방안을 제시한다.

간략하게 정리해보자면,

1. 더이상 영상물 유포를 묵인하거나 방관하지 않는다. 성범죄 피해자에게 부끄러움의 몫을 전가하는 이가 아닌 가해자 연대에 수치의 책임을 부여하고 가해자 연대를 폭로해나가고 고발하는 것이다.

2.정확한 피해를 알리고 실태를 정확히 파악한다.

3. 피해자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의 삶을 피해 사실 하나로 제단하지 않고 개인의 삶 자체를 존중하는 태도를 갖는다.

4. 정부차원에서는 여러 제도를 통해 피해자들을 지원해줘야하며 원스톱 지원 체계를 갖추어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대리 설명할 수 있는 조력자가 동행하도록 하고 여러 기관에서 실행중인 지원 방식을 일원화해서 피해자 보호에 도움을 준다.

5. 모든 사람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것 자체에 어려움이 있으니 무엇보다 아동 청소년을 유인하는 모든 행위를 통제한다는 법익을 우선시한다.

6. 현행법상의 죄명, 양형 기준에 문제가 있으므로 법차원에서는 실증적으로 양형 인자들을 발굴해서 '처벌은 어느 정도 수준이면 된다'고 기준을 정한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금전 지원이 아닌 영상을 완전히 삭제하는 것(p267)이라고 한다. 영상 삭제 지원, 수사 지원등은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올해 7월 여성가족부에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센터의 기능을 강화하는 사업에 8억 7500만원을 투입하기를 했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불과 단이 끔찍한 사건을 엄청난 노력과 인내심을 가지고 취재하며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끈끈한 유대감때문이었다.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우리는 지금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주는 서로가 있기 때문이었다.

여성의 성착취를 놀이, 돈벌이 수단으로 소비하는 나라에서 여성으로 태어난 순간, 불법촬영과 디지털 성범죄를 당하지 않으려면, 혹은 가해자를 처벌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입으면 피해자임을 직접 호소하고 입증해야 한다.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하려면 피해자가 나서서 증언해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피해자가 얼마나 '발품'을 파느냐에 따라 범죄자의 처벌이 좌우된다. 일상을 모두 희생해 자신의 피해 사실을 호소해야 하는 디지털 성범죄에서 자유로운 여성은 대한민국에 없다.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때> p234


우리나라 여성은 디지털 성범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우리 남성은 그런 피해 여성이 자신의 지인, 혹은 가족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온 국민이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도록 노력해야한다. 또한 디지털 성범죄 뿐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만연해있는 성희롱, 성차별 문제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신변이 위험할 수 있는 무서운 범죄현장을 끊임없이 주시하고 고발하는 추적단 불꽃의 안위가 걱정된다. 그리고 그들의 용기있는 행동이 우리 나라를 살렸다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앞으로는 나도 연대의식을 가지고 힘든 가운데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기억하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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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고도 달콤한 성차별
다시 로크먼 지음, 정지호 옮김 / 푸른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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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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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다 잘해야 하는 여자와

한 가지만 잘해도 되는 남자의 탄생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제목도 끌렸지만 부제목에 더욱 끌렸다. 요즘 아는 동생이 워킹맘으로 가정과 회사에서 고군분투하면서 제일 힘든 건 '남편의 잔소리와 불평, 불만'이라고 하소연을 했는데 동생을 위로하며 나도 오랜시간 동안 구분되지 않은 역할분담으로 힘들었던 것이 생각나서 함께 '어쩜 그러니 참 힘들겠다. 남편이 너무 했네.' 맞장구를 치면서 가부장 남편과의 결혼생활은 마냥 전통적인 습속이라고 여길 만한 정말 단순한 문제가 아니구나 느끼며 보다 구조적, 사회적인 관점에서 문제점을 헤집어보고 변화방향을 모색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수전 팔루디의 책 <<백래시>>란 책을 인용하며 "많은 여성들이 불의를 공격하는 대신 거기에 적응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하며 이제는 적응을 멈출 때가 됐다고, 진부한 잘못된 인식과 편안히 사느니 차라리 명백한 진실을 안고 불편하게 사는 게 낫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가 왔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우리가 모든 성차별주의를 노골적으로 적대시하기 시작해야 저항이 생기고 불평등한 가정을 정당화하는 일을 종식시킬 수 있다(P365)"는 문장이 와 닿았다.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중간 중간 문장들이 내가 쓴 것 같단 느낌이었다. 책 속에 주말 내내 식탁 구석에 붙박이처럼 앉아 폰질만 한 남편의 모습도 보이고 일하면서 내 육아노동은 줄지 않았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문장이 보이고, 특히 남편은 돈벌어 오니 아무일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결혼 후 아이가 생겨도 남편의 우선순위는 변하지 않는다는 말. 이 모든 것 성차별이 구조적인 문제라고 하였다.


  직장에선 당연히 직원이 집에서 의식주의 돌봄을 받고 올거라 생각하는 자본주의의 떠받듦의 문제와 얼마전 '정아은 작가님'의 강의, '자본주의사회에서의 역할분업'에 대한 문제도 생각났다. 작가님 강의에서 '남자가 더 여자보다 더 벌여야 한다는 생각, 여자는 버는 것 외에 모두 자신의 책임이라 인식하는 것, 다른 측면에서 비혼자는 가정을 이루지 못했다는 부담감 등이 가족 이데올로기의 핵심이며 먹고, 자고, 교육하는 모든 책임을 자본주의사회는 '가족'에게 지우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했는데 그런 차원에서 비슷한 결의 책이란 생각이 들어 흥미있게 읽었다.







  책의 저자는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이자 저널리스트로, 약 20년간 성인과 부부를 대상으로 상담해왔다. 여러 매체에 페미니즘, 성차별, 부부관계에 관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그녀의 두 번째 책<<은밀하고도 달콤한 성차별>>에서는 "왜 남자들은 일을 더 하지 않는가?" "평등주의자인 남녀는 왜 가정에서 불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는가?"의 근원을 추적하기 위해 100명의 엄마들을 인터뷰하고 가정에서의 성차별 실상을 파헤치기위해 생물학, 신경과학의 최신 연구 사례를 수집해 편견과 과학의 오류를 짚어냈다.

  얼마전에 본 영화 <벌새>의 감독님이 쓰신 추천사와 엊그제 김신식작가를 통해 알게된 <<모멸감>>의 저자, 김찬호작가의 추천사를 먼저 읽어보는 것도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가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 마음에 남는 글귀 >


페이지 12

가사노동 분담은 마치 언제라도 날아가 버릴 듯한 화약 가루처럼 불안한 부부 관계에 기여하는 일등 공신이라는 것.


페이지 19

이들은 자기들이 과거의 아버지보다 가정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는 아내의 현실적인 항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응대하지도 못하며 혼란스러워한다.나는 나 자신에게 가장 사악한 적이 되었고, 도움을 구할 수 있으면서도 고민하고, 화가 치밀어 오를 때마다 괜히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결국은 나 자신의 몫이 될 일을 두고 사사건건 싸울까, 아니면 그냥 내가 할까를 고민했다.


페이지 20

아이를 키우는 처음 몇 년 동안에는 이런 어려움이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나 역시 분노가 언제부터 골 깊은 불협화음으로 바뀌었는지, 나는 아기 음식을 한 번 더 잘라주느라 바쁜데 남편은 그냥 식사를 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어느 시점부터 이런 현실에 몇 시간동안 분개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페이지 54

엄마의 유급 노동시간이 늘어날수록 엄마가 집안일에 들이는 시간은 줄어들지만, 육아에 들이는 시간은 자신의 고용 여부와 거의 관계없이 일정하다.


페이지 128

양육이 여성만의 특별한 재능이라는 이야기는 불평등을 숨기고 우리 자신을 독려하면서 아이들에게 엄마 혼자 모든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는 믿음을 주입할 뿐이다.


페이지 153

이때 남편이 극복해야할 문제는 집에서 좀 더 많은 일을 소화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고, 아내의 경우는 경제적인 부담을 같이 지면서 전통적인 가정 통제권을 내주는 것이다.


페이지 161

처음부터 가사 분담을 확실히 팀 목표로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차분하게 차이를 조정하며 서로 목표를 맞춰나가기보다는, 내가 화를 내고 우리 사이만 더 나빠졌던 것이다.


페이지 175

여자는 가정의 감성 온도를 확인하고 마음속으로 해야 할 일을 항상 챙기며, 일상에서 많은 양의 가사와 육아를 담당할 뿐 아니라, 자기 들의 수입이나 외적인 책임, 이데올로기와는 상관없이, 남자보다는 이런 일에 좀 더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페이지 177

젠더 시스템은 사회경제적 변화와 개인의 저항이라는 도전이 이 시스템에 매일 장기적이고 꾸준히 쌓이는 경우에만 허물어진다.

페이지 185

사람들은 여자의 일정이 남자보다 자유롭다고 가정한다.항상 엄마의 시간을 뺏는 게 더 수월하다. 엄마는 침해당하는 사람이다.


페이지 213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에서 훅스는 이렇게 쓴다."가정내에서 여성이 온종일 다른 사람을 수발하느라 바쁘다면 집은 그녀에게 쉬면서 편안함과 즐거움을 얻는 공간이 아니라 일터일 뿐이다.


페이지 346

온정적 성차별은 "남성 지배를 애정을 담아 또는 기사도 정신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여자는 도덕적 나침반 기능이 탁월하지만 남자의 보살핌과 보호 역시 필요로 하며, 여자는 남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믿음을 조장한다. 성공한 모든 남자 뒤에는 여자가 있다.(.

..) 적어도 남자들의 반경 안에서는 자기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하지 말라. 언론인 레베카 트레이스터는 이렇게 지적했다."여자가 살면서 다른 사람을 도와주지 않고 자기 일만 하면 바로 이상한 여자로 낙인찍힌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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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블로그로 책 쓰기다! - 블로그 글쓰기로 책도 쓰고 작가도 되자
신은영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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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신은영 작가님'은 「기억을 파는 향기가게」라는 책으로 알게 되었다. 서평단 지원으로 책을 받아 보았는데, 우체국 등기우편으로 보낸 책을 단번에 못 받고 두 번인가 우체국으로 발걸음을 해서 조금 힘들게 받았다. 그러는 중, 이름이 내 친한 대학 친구와 같아서 혹시 친구가 뭘 보냈나 착각하기도 했다. 막상 책을 받았는데 함께 넣어주신 짧은 손편지와 초콜릿에 마음이 훈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때 받은 책이 작가님의 3번째 동화책으로 알고 있었는데, 블로그 이웃을 맺고 소식을 들을 때마다 놀라웠다. '어? 이 분 얼마 전에 신간 내신 것 같은데? 또??'


일반인들이라면 1년에 한 권 책 내기도 정말 힘든 일인데, 이 분은 동서문학상 아동문학 부문에서 은상을 수상하신 이력대로 남다른 필력이 있으시구나 생각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동화 작가인 것은 알고 있었으나 어느 날은 서평단 카페에서 「이런 경험 나만 해봤니?」라는 에세이 책을 쓰셨다는 것을 알았다. 그 책도 궁금해서 지원해서 받아보았는데 글 속의 에피소드들도 신선하고 글이 물 흐르듯 읽혀서 단숨에 재미있게 읽었다.


요즘에는 블로그에 '동화책 필사'를 매일 하시고, 가끔 일상 이야기도 올리시고 간단한 그림(이라 말하지만, 나는 감히 흉내도 내지 못하는)도 멋지게 그려 올리신다. 늘 작가님의 블로그를 가면 새로운 신간 소식이 있어서 그 비밀이 궁금했는데 마침 나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주시기라도 하듯 「이젠 블로그로 책 쓰기다! 」라는제목의 책을 출간하셨다.






1년 전만 해도 평범한 전업주부였던 저자는

어떻게 1년 만에 4권의 책을 쓰고 작가가 되었을까?

이 책에 나오는 방법대로만 한다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이젠 블로그로 책 쓰기다!」



책의 띠지처럼 인쇄된 책 아랫부분의 문구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을 알고 있고 작가님의 책을 읽은 나도 궁금해서 들썩들썩하는데, 특히나 엄마 작가가 되고 싶은 분들이 많은 관심을 가질 것 같다.

어제 책을 받고 자기 전에 조금만 읽어보려 했는데 책이 술술 잘 읽혀서 반 정도 읽고 잠들었다가 덥다고 짜증 내며 깬 둘째 아이 덕에 잠이 완전히 달아나 마저 읽기 시작했다.



블로그로 책을 쓴 나의 경험을 이 책에 담았다. 어쩌면 대단한 비법이나 노하우가 아닐 수도 있다.

그저 작은 끈기를 발휘한다면 누구나 블로그로 책을 쓸 수 있으니까.

많은 분들이 매일의 작은 끈기를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가 책을 통해 위로를 받듯,

누군가는 당신의 위로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당신의 언어로, 당신의 온도로 그들에게 손을 내밀면 좋겠다.

「이젠 블로그로 책 쓰기다!」 프롤로그 중



아침에 미라클 모닝 인증을 한 글에 이웃님이신 '누리마루님'이 '끈기'이야기를 하셨는데, 역시 핵심을 잘 짚으셨다. 작가님도 끈기가 중요하다고 그 끈기를 발휘하면 책을 쓸 수 있다고 한다.



책은 총 5장으로 되어 있으며, 아래와 같다.


1장 블로그로 책 쓰기 기본편

2장 블로그로 책 쓰기 실천편

3장 블로그로 책 쓰기 고급편

4장 블로그 글쓰기로 책 저자 되기

5장 블로그에 매일 한편씩 올린 에세이



작가님의 이력은 특이한데, 동화 공모전에 참가하여 상을 받은 이래로 7권의 동화책과 1권의 자기 계발서, 3권의 에세이를 내셨다. 그것도 작년부터 블로그에 올렸던 글로 시작을 했다니 '우연히 작가가 되었다'라는 말에는 누구나 반기를 들 것이다. 저자는덕에 그렇게 되었다고 답한다.


저자는 아이를 키우는 동안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하셨고, 나처럼 '서평'을 쓰는 일을 주로 하다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책을 보면서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글들을 쓸 수 있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바로 편집 감각을 통해 하나의 에피소드로 보이는 것도 2~3개 꼭지로 나누어 풍성한 글감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리고 제한적인 경험을 늘리는 시도를 하고 이미 한 경험도 다른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특히, 사물이나 사람, 주변 환경에 대한 관찰도 중요하다.


저자의 책을 보면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경험을 자주 하게 되는데 '남다른 관찰력'과 세세한 묘사와 재치 있는 글솜씨 덕인 듯하다.


블로그에 쌓인 글들만으로 그 많은 책들을 내셨다고 하는데, 그 비법은 무엇일까? 첫째는 꾸준한 글쓰기이고 둘째는 계획성 있는 글쓰기이다. '계획성 있는 글쓰기'의 자세한 부분은 책을 통해 발견하길 바란다.

상상력이 풍부하신 작가님의 앞으로의 행보도 궁금하다. 많은 이들에게 공감 어린, 뭉근한 따스함을 주는 글들을 계속 써주셨으면 좋겠다.



♥ 마음에 남는 글귀 ♥


페이지 62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익숙지 않아서 문장이 허술하고 표현이 투박한 사람일수록 쓰면 쓸수록 실력이 눈에 띌 정도로 빠르게 향상된다. 몇 줄 쓰기도 힘들었던 사람이 한 단락을 쓰다가 어느새 A4 2장을 뚝딱 쓰는 수준으로 성장하는 것을 나는 여러 번 목격했다. 그러니 글쓰기가 어색한 사람일수록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상승 폭이 누구보다 큰 사람일 텐데 시도하지 않거나 중간에 포기해버린다면 너무 아깝지 않은가!



페이지 73

"정말 쓰고 싶다면 쓰세요. 이건 당신 인생이잖아요. 그러니 책임을 지세요.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데 언제까지 기다릴 건가요?"

내일, 다음 달, 내년.... 그렇게 단신이 미룬 일만 해도 엄청나지 않은가? 글쓰기도 그중 하나일 게 분명하다.



페이지 78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는 몇 번 기가 죽은 적이 있다. 그들의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조언에 귀가 솔깃해져, '그래, 책을 읽는 게 무슨 소용이야, 글을 써서 뭐 하겠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 몇 번도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스스로를 더 믿고 지지해 줄걸, 남들이 뭐라든 귀 닫고 못 들은 척할걸, 하는 생각들이 뒤늦게 들었기 때문이다.



페이지 88

나는 매일 아침 블로그에 글 한 편을 쓰고 나서 아침을 먹는다. 사실 글을 쓰는 시간보다 노트북을 닫는 시간과 아침을 먹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어쩌면 글을 쓰고 난 후의 그 통쾌한 즐거움을 얻기 위해 글을 계속 쓰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니 만약 글쓰기의 괴로움을 견디기 힘들다면 나처럼 글쓰기 이후에 하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페이지 114

어떤 일이든 꾸준히 하다 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 뿐 슬럼프는 온다. 그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내성의 정도도 달라질 것이다. 


페이지 146

책은 전적으로 독자를 위해 쓴 글이어야 한다. 글쓴이가 서술하는 경험이 독자들과 완전히 무관한 것이라면 누군가가 그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글감을 선택할 때는 그 글감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적당한가를 따져봐야 한다. 만약 메시지가 불분명하거나 깨달음과 연결되지 못한다면 그 글감은 적당하지 않다.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 제공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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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는 습관이다 - 적당한 거리에서 행복한 인간관계를 만드는 태도
김진 지음 / SISO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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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디서든 유독 사람들 마음을 훔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대개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는데도 항상 주변에 사람이 모여든다. 비결이 뭘까?'

출판사 'SISO'의 신간 도서 마케팅 홍보글을 보고 마음이 동했다. 내 주변 가까이에도 사람의 마음을 잘 움직이는 친구가 있는데 그 비결이 뭔지 궁금했다.



프로필을 보는데 글을 쓰고 싶어하는 열망이 느껴진다. 글을 쓰기위해 퇴사를 한 저자(?)는 「마흔, 나를 위해 펜을 들다」를 쓰고 두번째 책으로 위의 책을 펴냈다.

적당한 거리에서

행복한 인간관계를 만드는 태도

출처 입력

살면서 점점 인간관계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카카오톡 프로필명도 '적당한 거리'인데 왠지 책을 읽기전부터 나에게 잘 들어맞을거란 기대감이 생겼다.

책은 총3개의 파트로 되어 있다.

Part1. 끌리는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

Part2. 어딜 가나 환영받는 사람의 관계 법칙 10

Part3. 끌리는 사람을 넘어 성장하는 사람으로

Part1의 소제목을 살펴보니 '행동, 표정, 말투, 태도 혹은 마음가짐' 이렇게 5개의 키워드가 보였다.



페이지 7

어느 순간부터 현실이 고되고 버겁게 느껴지면 책을 찾습니다. 제가 경험한 삶은 사람보다 글에서 더 큰 위로를 받는 삶이었기 때문입니다. 뭔가 힘을 내고, 희망을 품기 위해서는 글이 필요합니다.


페이지 11

..사람의 마음, 즉 마음가짐에 따라 행동의 방향이 생깁니다. 걷고자 하는 마음은 걸음을, 달리고자 하는 마음은 달리는 행동을 만들어내죠. (중략) 목표를 정하든 꿈을 꾸든 무언가를 해하기 위해서 먼저 행해야 할 것은 마음먹기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습니다.

(중략) 누구나 좋은 마음을 알아보고, 모두 그 쪽을 향한다는 거죠. 품은 마음이 훌륭하면 어쩔 수 없이 사람의 마음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 위의 문장을 보면 저자의 글을 쓴 목적과 방향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옮긴 문장의 후반부 다음에는 '저의 글은 새롭지 않습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있는 것을 썼기 때문입니다'라고 쓰여 있다. 사실 그 문장을 보고 책을 덮을 뻔했다. 뻔한 얘기 말고 진짜 인간관계에서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일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이나 팁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페이지 26

부끄럽지 않게 자기 자신을 돌볼 줄 아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환영받습니다. 혹시 자주 무표정한 얼굴이었다면 먼저 기분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힘들이지 않고 모두의 마음을 훔칠 수 있는 비밀입니다. 마음을 얻는 문제는 결국 마음가짐의 문제입니다. 누가 알아주든 아니든 먼저 괜찮은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이 사람들을 끌어들일 것입니다.


페이지 47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어필하기 위해서는 지나치지 않아야 합니다. 너무 다가가서도 안 되고, 너무 멀어져서도 안 되죠. 서로의 마음이 편안하게 닿을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서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적당하지 않은 거리와 눈높이가 맞지 않는 상황은 어느 한쪽이 불편함을 느껴 밀어낼 수밖에 없습니다. 마음은 불편함 뒤에 숨으니까요.


페이지 61

그동안 봐온 매력적인 사람은 외모 혹은 소리가 좋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어요. 물론 말을 잘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남들과 차별되는 다른 매력이 있었지요. 가볍지 않고 밀도 높은 대화가 내내 공간에 함께 있었습니다. 그 밀도를 만들어 낸 게 저는 진정성이 담긴 말투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페이지 73

호감을 이끌어내는 사람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면 남들과는 차별되는 에너지가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들은 어떤 말이나 행동없이도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는 기운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략) 호감은 선한 얼굴, 환한 미소, 겸손이 느껴지는 몸가짐 등에서 나옵니다. 사실 호감을 얘기하면서 '겸손'이란 단어를 빼놓고 말할 수 없습니다. (중략) 누군가를 존중한다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상대방을 귀하게 여기는 태도이니 존중을 행하는 순간 자신을 내세우지 않게 됩니다. 겸손 역시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행위이니 겸손하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으로 하여금 존중의 감정을 느끼게 해줄 것은 당연합니다. 즉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태도가 결국 상대방을 높인다는 말입니다.


페이지 151

제가 살아온 세월은 마음을 다시 먹는 것, 즉 마음과 또 다른 마음의 싸움이었습니다. 제 머릿속에는 자주 두 마음이 부딪히곤 했습니대 항상 부정과 긍정의 생각이 선택을 강요하곤 했지요.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지만요. 결국 저의 나태하고 나약한 마음을 떨쳐내는방향으로요. (중략) 마음가짐이란 결국 어떤 일이든 극복할 수 있게 하는 강력함 힘인 것 같습니다.


페이지 159



「관계는 습관이다」



이 책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위의 내용이다. '부유하지 않더라도 마음은 부자다'라는 소제목아래의 글귀인데 저자는 과거, 미래말고 현재를 강조하며 마음이 가난하지 않은 자는 현재를 풍요롭게 산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을 뒷받침하는 저자의 경험적 근거가 부족해 보였다. 내가 미래지향적이라 그런지 "미래도 현재도 과거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조금 더 나은 미래를 소망했던 현재가 크게 변하지 않을지라도 과거라는 시간 안으로 흘러갈 겁니다."라는 말을 보며 어차피 시간은 지나가는 것이니 현재에만 집중해서 살라는 말인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의아했다. 그냥 현실에 안주하면서 살라는 말인가.

"저는 별다른 진전이 없는 저의 삶을 보면서,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제 기대의 전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자의 이 문장도 '현재'를 강조하는 포인트를 벗어나고 있는 듯 하다.


패이지 186

누구나 절실한 목표를 행동으로 옮기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고 말입니다. 더 자고 싶어도 잠들 수 없는 전혀 다른 풍경이 벌어질 겁니다. 정신과 몸이 만들어낸 상쾌한 새벽은 기분 이상의 것을 담고 있습니다. 꿈을 향한 구체적인 초석이 만들어진다고 할까요? 누군가 새벽 일찍 눈이 떠진다면 꿈으로 조금씩 다가가는 상태라 감히 말하겠습니다. 평소보다 잠이 줄었을지라도 졸음도 피곤함도 느낄 새가 없습니다.


++ '매력적인 하루를 만드는 마음가짐'이라는 제목의 부록을 보면, '저절로 눈이 따지는 새벽 맞이하기'라는 제목아래 위의 문자의 나오는데 공감되어 적어보았다. 요즘 새벽시간을 활용하여 미라클 모닝을 하고 있는데 몸은 조금 피곤할지라도 하루 시작을 긍정적인 기운으로 할 수 있어 참 좋다.



「관계는 습관이다」이 책은 우리가 평소 살아오면서 인간관계에 있어 봐오고 생각해왔던 것들이 담겨있다. 그래서 너무 평범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오히려 그렇기에 놓치고 있었던 부분을 다시 상기시키며 자신에게 쉽게 적용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좀 아쉬움이 남은 책이지만 '역시나 중요한 기본기는 어려운것이 아니구나, 실천하는 것이 어려울 뿐이구나.'하는 생각으로 책장을 덮는다.



++ 위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글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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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
아리(임현경) 지음 / 북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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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도

괜찮습니다.

결혼한 여성에게 강요되는 수많은 역할에서 벗어나 내 안의 목소리에 온전히 귀 기울였던 우붓에서의 시간들



위의 문구에 왠지 설렜다.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휴가가 아니라 결혼한 여성, 혼자만의 휴가라니..... 그것만으로도 대리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자 소개 글 중 '나답게 살아간다','약 4년간 우붓이라는 자유로운 공간에서 자신 안에 숨겨진 수많은 가능성들을 열어젖히며 '진짜 나'를 만나는 경험을 했다.'라는 문장에 마음이 꽂힌다.



기분전환하는 마음으로 상쾌한 공간에서 펼쳐보기



속 내지의 오토바이를 탄 여성의 모습이 자유스러워보인다



...모두가 집 안으로 모여들면서 돌봄 노동과 가사 노동의 강도가 이전보다 강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숨통을 틔워줄 나만의 '작은 여행'을 해야한다고 감히 권해본다.

아이의 책을 사면서 내가 읽고 싶은 책도 망설이지 않고 구입하는 일, 부엌 식탁이나 남편의 책상에 앉지 않고

나를 위한 책상을 따로 장만했던 일,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그곳에 앉아

나의 꿈을 적어 내려가던 일...

(중략)

내안의 욕구가 막힘없이 흘러가도록 그 소리를

들어주고 길을 내어주는 행위야말로 인생의

진짜 여행이 아닐까?

「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




목차를 보면

Part1은 2018년 가을(결혼한 여자, 혼자 따나는 여행)

Part 2는 2013년 봄~2014년 가을(다른 곳, 다른 삶)

Part3는 2014년 겨울~2016년 봄(가족의 재탄생)

Part4는 2016년 여름~2017년 여름(새로운 날들)+다시,2018년(집으로 가는 길)

시간의 순서로 글을 쓴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저자와 설레는 마음으로 휴가를 떠나보자.





책에는 이따금 발리 우붓의 정겨운 풍경과 사람들이 나온다. 사진으로라도 휴가지에 가 있는 듯한 마음을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어 좋다.

저자는 발리로 가족 여행을 왔다가 우붓이란 동네에 며칠 묵으면서 시내의 허름한 도서관을 갔다고 한다. 거기서 회원가입을 하고 아이가 읽을 책을 빌려 읽은 후 반납을 하면서 '여기서 살아보고 싶다'라고 생각한 것이 계기가 되어 다시 휴가지로 정했다고 한다.

「이국의 땅에서는 그동안 타인의 눈빛을 반사하는 데 써야 했던 에너지를 온전히 나를 들여다보는 데 쓸 수 있었다. 다시금 마음이 말랑말랑해졌고 매일 밤마다 토하듯 일기를 쓰며 머릿속의 엉킨 실타래를 풀기 시작했다. (중략)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은 혼자였을 때보다 더 깊은 성찰을 가능하게 했다.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천진한 표정으로 내가 충분히 들여다보았다고 생각했던 나를 몇 겹씩 벗겨내어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들었다.(중략) 아이는 서울에서든 로마에서든 장소에 상관없이 빛났다. (중략) 아이한테는 내 고민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옭아매는 자리에서 빠져나와야 했다. 그래서 다시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여행이 아닌 삶을 꿈꾸며.」 -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p73-74

위의 내용은 저자가 왜 '우붓'에 터를 잡고 살게 되었는지에 대한 배경이다.

「시댁에서 나와 새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자 큰맘 먹고 새 책상부터 샀다. (중략) 그 공간이 너무 좋아 할 일이 없어도 반들반들한 표면을 쓰다듬으며 앉아 있곤 했다. 그 책상에서 내 이름이 박힌 첫 책을 번역했다. 책상은 나를 돌보는 공간이었고 꿈을 찾는 공간이었으며 결국 나를 사용하는 공간도 되었다. 아이를 낳고 난 뒤에도 끝내 포기하지 못했던 번역가로서의 꿈도 그 책상에 앉아서 보낸 시간들로 이뤄냈다」-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p79



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 99


상대와의 호흡을 가장 중요시하는, 테크닉보다 감각을 중요시하는 춤인 키좀바를 즐기는 여자. 그녀의 사진을 보고 있자니 내 마음도 살랑살랑 춤추는 듯 하다.

「모든 감각이 되살아났다. 눈을 감고 그가 이끄는 대로 음악에 몸을 맡겼다. 내가 사랑했던 순간, 그토록 그리워했던 순간들이 그대로 다시 펼쳐졌다. 솜사탕처럼 가벼운 발끝이 매끈한 마룻바닥을 누볐고, 마음은 둥실 떠올라 하늘에 가닿았다. 그래, 나는 이 순간이 그리워 우붓에 돌아오고 싶었다」 -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p100


저자가 마냥 부러운 순간이다. 춤추는 순간, 오로지 자신만 생각하고 감각에만 집중하면 정말 황홀한 기분이 들 것 같다.


「아침에 아이를 깨워 파란 하늘을 보며 아침을 먹이고, 오토바이를 타로 바람을 맞으며 학교에 데려다주었다. 길은 매일 달려도 매일 새로웠다. 집에 돌아와 커피 한 잔 마시고 마당을 바라보며 도서관이나 이웃에서 빌려온 책을 읽거나 번역 일을 했다. 한낮에는 옆집에 꼬박꼬박 수다를 떨러 갔고 때때로 요가를 하거나 장을 보러 가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오후가 되면 다시 학교에 가서 아이를 데려왔다.」-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p133


단조롭지만 소박한 일상이 부럽다. 바쁠 것 없이 조바심내지 않는 여유로운 삶이 지면으로 느껴진다.



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 147

"아이들은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되는 법을 배우면서 세상을 탐험했다"라고 서술하는 문장을 보며 다방면으로 깨어있는 엄마를 만나 아이가 참 아이답게, 행복하게 자라가는 구나 싶어 부럽기도 하고 보기 좋았다.

「여전히 아이와 함께 하는 일상이었기에 우붓이었다고 해서 일과 육아의 저글링을 피할 수 없었다. 아이를 위한 일과 나를 위한 일이라는 두 개의 공만 공들여 저글링하는 삶은 손이 모자를 만큼의 많은 공을 정신없이 돌려야했던 한국에서의 삶과 비교하면 그래도 한결 수월한 편이었다. '번역하는 사람'이 내 정체성의 전부는 아니었지만, 그 일을 하는 동안에는 내가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가 아닌 그저 나일 수 있다는 사실도 좋았다.」-p151-152





「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에서는 우붓에서 가사도우미로 고용했던 '얀띠'와의 에피소드, 아이스크림가게를 인수받아 사장님이 되어 가게관리를 하면서 좌충우돌했던 일, 남편이 합류하여 완전체가족으로서의 적응기, 요가 수업이야기 등 책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이야깃거리에 유쾌하고 흥미진진하다.


있는 그대로, 네가 되어라


「친절하라, 지혜로워라, 진실하라, 그리고 네가 되어라, 나마스테.」

요가 반에서 뽀글 금발머리의 벡스의 말에 우붓의 그녀는 "내게 꼭 필요한 말을 언젠가 어디에선가 듣게 되는 마법, 그것이 우붓의 마법인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한다. 우붓의 공간을 우붓의 문화를 우붓의 사람을 우붓의 요가를 사랑하는 그녀를 보고있자면 참 행복한 삶을 살아봤구나,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구나 싶다.

평범한 한국 남자와의 결혼이란 제도속에서 불거지는 몇 몇 갈등에도 지혜롭게 해결해나가며 조화로운 가정을 만들어가는 모습도 참 보기 좋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꼽고 싶은 문장을 남겨본다. 일상이 무료하고 진전없는 결혼생활에 지칠때 다시금 꺼내보고 싶은 책을 만나 기쁘다.


춤을 추는 동안에는 상대와 나,

그리고 음악만 존재했다.

과거의 망령도, 미래의 위협도 그 순간 음악과

뒤섞여 있는 나를 침범하지 못했다.

춤은 나중에 출 수 없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람과 손을

맞잡지 않으면 그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지금 누리지 않고 아껴뒀다가

나중에 누릴 수 없다.

춤을 추면서 나는 그 순간에 온전히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몸에 새겼다.

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 중



++ 본 서평은 '엄마의 꿈방 서평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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