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
아리(임현경) 지음 / 북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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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도

괜찮습니다.

결혼한 여성에게 강요되는 수많은 역할에서 벗어나 내 안의 목소리에 온전히 귀 기울였던 우붓에서의 시간들



위의 문구에 왠지 설렜다.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휴가가 아니라 결혼한 여성, 혼자만의 휴가라니..... 그것만으로도 대리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자 소개 글 중 '나답게 살아간다','약 4년간 우붓이라는 자유로운 공간에서 자신 안에 숨겨진 수많은 가능성들을 열어젖히며 '진짜 나'를 만나는 경험을 했다.'라는 문장에 마음이 꽂힌다.



기분전환하는 마음으로 상쾌한 공간에서 펼쳐보기



속 내지의 오토바이를 탄 여성의 모습이 자유스러워보인다



...모두가 집 안으로 모여들면서 돌봄 노동과 가사 노동의 강도가 이전보다 강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숨통을 틔워줄 나만의 '작은 여행'을 해야한다고 감히 권해본다.

아이의 책을 사면서 내가 읽고 싶은 책도 망설이지 않고 구입하는 일, 부엌 식탁이나 남편의 책상에 앉지 않고

나를 위한 책상을 따로 장만했던 일,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그곳에 앉아

나의 꿈을 적어 내려가던 일...

(중략)

내안의 욕구가 막힘없이 흘러가도록 그 소리를

들어주고 길을 내어주는 행위야말로 인생의

진짜 여행이 아닐까?

「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




목차를 보면

Part1은 2018년 가을(결혼한 여자, 혼자 따나는 여행)

Part 2는 2013년 봄~2014년 가을(다른 곳, 다른 삶)

Part3는 2014년 겨울~2016년 봄(가족의 재탄생)

Part4는 2016년 여름~2017년 여름(새로운 날들)+다시,2018년(집으로 가는 길)

시간의 순서로 글을 쓴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저자와 설레는 마음으로 휴가를 떠나보자.





책에는 이따금 발리 우붓의 정겨운 풍경과 사람들이 나온다. 사진으로라도 휴가지에 가 있는 듯한 마음을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어 좋다.

저자는 발리로 가족 여행을 왔다가 우붓이란 동네에 며칠 묵으면서 시내의 허름한 도서관을 갔다고 한다. 거기서 회원가입을 하고 아이가 읽을 책을 빌려 읽은 후 반납을 하면서 '여기서 살아보고 싶다'라고 생각한 것이 계기가 되어 다시 휴가지로 정했다고 한다.

「이국의 땅에서는 그동안 타인의 눈빛을 반사하는 데 써야 했던 에너지를 온전히 나를 들여다보는 데 쓸 수 있었다. 다시금 마음이 말랑말랑해졌고 매일 밤마다 토하듯 일기를 쓰며 머릿속의 엉킨 실타래를 풀기 시작했다. (중략)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은 혼자였을 때보다 더 깊은 성찰을 가능하게 했다.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천진한 표정으로 내가 충분히 들여다보았다고 생각했던 나를 몇 겹씩 벗겨내어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들었다.(중략) 아이는 서울에서든 로마에서든 장소에 상관없이 빛났다. (중략) 아이한테는 내 고민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옭아매는 자리에서 빠져나와야 했다. 그래서 다시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여행이 아닌 삶을 꿈꾸며.」 -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p73-74

위의 내용은 저자가 왜 '우붓'에 터를 잡고 살게 되었는지에 대한 배경이다.

「시댁에서 나와 새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자 큰맘 먹고 새 책상부터 샀다. (중략) 그 공간이 너무 좋아 할 일이 없어도 반들반들한 표면을 쓰다듬으며 앉아 있곤 했다. 그 책상에서 내 이름이 박힌 첫 책을 번역했다. 책상은 나를 돌보는 공간이었고 꿈을 찾는 공간이었으며 결국 나를 사용하는 공간도 되었다. 아이를 낳고 난 뒤에도 끝내 포기하지 못했던 번역가로서의 꿈도 그 책상에 앉아서 보낸 시간들로 이뤄냈다」-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p79



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 99


상대와의 호흡을 가장 중요시하는, 테크닉보다 감각을 중요시하는 춤인 키좀바를 즐기는 여자. 그녀의 사진을 보고 있자니 내 마음도 살랑살랑 춤추는 듯 하다.

「모든 감각이 되살아났다. 눈을 감고 그가 이끄는 대로 음악에 몸을 맡겼다. 내가 사랑했던 순간, 그토록 그리워했던 순간들이 그대로 다시 펼쳐졌다. 솜사탕처럼 가벼운 발끝이 매끈한 마룻바닥을 누볐고, 마음은 둥실 떠올라 하늘에 가닿았다. 그래, 나는 이 순간이 그리워 우붓에 돌아오고 싶었다」 -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p100


저자가 마냥 부러운 순간이다. 춤추는 순간, 오로지 자신만 생각하고 감각에만 집중하면 정말 황홀한 기분이 들 것 같다.


「아침에 아이를 깨워 파란 하늘을 보며 아침을 먹이고, 오토바이를 타로 바람을 맞으며 학교에 데려다주었다. 길은 매일 달려도 매일 새로웠다. 집에 돌아와 커피 한 잔 마시고 마당을 바라보며 도서관이나 이웃에서 빌려온 책을 읽거나 번역 일을 했다. 한낮에는 옆집에 꼬박꼬박 수다를 떨러 갔고 때때로 요가를 하거나 장을 보러 가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오후가 되면 다시 학교에 가서 아이를 데려왔다.」-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p133


단조롭지만 소박한 일상이 부럽다. 바쁠 것 없이 조바심내지 않는 여유로운 삶이 지면으로 느껴진다.



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 147

"아이들은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되는 법을 배우면서 세상을 탐험했다"라고 서술하는 문장을 보며 다방면으로 깨어있는 엄마를 만나 아이가 참 아이답게, 행복하게 자라가는 구나 싶어 부럽기도 하고 보기 좋았다.

「여전히 아이와 함께 하는 일상이었기에 우붓이었다고 해서 일과 육아의 저글링을 피할 수 없었다. 아이를 위한 일과 나를 위한 일이라는 두 개의 공만 공들여 저글링하는 삶은 손이 모자를 만큼의 많은 공을 정신없이 돌려야했던 한국에서의 삶과 비교하면 그래도 한결 수월한 편이었다. '번역하는 사람'이 내 정체성의 전부는 아니었지만, 그 일을 하는 동안에는 내가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가 아닌 그저 나일 수 있다는 사실도 좋았다.」-p151-152





「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에서는 우붓에서 가사도우미로 고용했던 '얀띠'와의 에피소드, 아이스크림가게를 인수받아 사장님이 되어 가게관리를 하면서 좌충우돌했던 일, 남편이 합류하여 완전체가족으로서의 적응기, 요가 수업이야기 등 책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이야깃거리에 유쾌하고 흥미진진하다.


있는 그대로, 네가 되어라


「친절하라, 지혜로워라, 진실하라, 그리고 네가 되어라, 나마스테.」

요가 반에서 뽀글 금발머리의 벡스의 말에 우붓의 그녀는 "내게 꼭 필요한 말을 언젠가 어디에선가 듣게 되는 마법, 그것이 우붓의 마법인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한다. 우붓의 공간을 우붓의 문화를 우붓의 사람을 우붓의 요가를 사랑하는 그녀를 보고있자면 참 행복한 삶을 살아봤구나,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구나 싶다.

평범한 한국 남자와의 결혼이란 제도속에서 불거지는 몇 몇 갈등에도 지혜롭게 해결해나가며 조화로운 가정을 만들어가는 모습도 참 보기 좋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꼽고 싶은 문장을 남겨본다. 일상이 무료하고 진전없는 결혼생활에 지칠때 다시금 꺼내보고 싶은 책을 만나 기쁘다.


춤을 추는 동안에는 상대와 나,

그리고 음악만 존재했다.

과거의 망령도, 미래의 위협도 그 순간 음악과

뒤섞여 있는 나를 침범하지 못했다.

춤은 나중에 출 수 없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람과 손을

맞잡지 않으면 그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지금 누리지 않고 아껴뒀다가

나중에 누릴 수 없다.

춤을 추면서 나는 그 순간에 온전히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몸에 새겼다.

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 중



++ 본 서평은 '엄마의 꿈방 서평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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