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고도 달콤한 성차별
다시 로크먼 지음, 정지호 옮김 / 푸른숲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든 걸 다 잘해야 하는 여자와

한 가지만 잘해도 되는 남자의 탄생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제목도 끌렸지만 부제목에 더욱 끌렸다. 요즘 아는 동생이 워킹맘으로 가정과 회사에서 고군분투하면서 제일 힘든 건 '남편의 잔소리와 불평, 불만'이라고 하소연을 했는데 동생을 위로하며 나도 오랜시간 동안 구분되지 않은 역할분담으로 힘들었던 것이 생각나서 함께 '어쩜 그러니 참 힘들겠다. 남편이 너무 했네.' 맞장구를 치면서 가부장 남편과의 결혼생활은 마냥 전통적인 습속이라고 여길 만한 정말 단순한 문제가 아니구나 느끼며 보다 구조적, 사회적인 관점에서 문제점을 헤집어보고 변화방향을 모색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수전 팔루디의 책 <<백래시>>란 책을 인용하며 "많은 여성들이 불의를 공격하는 대신 거기에 적응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하며 이제는 적응을 멈출 때가 됐다고, 진부한 잘못된 인식과 편안히 사느니 차라리 명백한 진실을 안고 불편하게 사는 게 낫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가 왔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우리가 모든 성차별주의를 노골적으로 적대시하기 시작해야 저항이 생기고 불평등한 가정을 정당화하는 일을 종식시킬 수 있다(P365)"는 문장이 와 닿았다.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중간 중간 문장들이 내가 쓴 것 같단 느낌이었다. 책 속에 주말 내내 식탁 구석에 붙박이처럼 앉아 폰질만 한 남편의 모습도 보이고 일하면서 내 육아노동은 줄지 않았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문장이 보이고, 특히 남편은 돈벌어 오니 아무일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결혼 후 아이가 생겨도 남편의 우선순위는 변하지 않는다는 말. 이 모든 것 성차별이 구조적인 문제라고 하였다.


  직장에선 당연히 직원이 집에서 의식주의 돌봄을 받고 올거라 생각하는 자본주의의 떠받듦의 문제와 얼마전 '정아은 작가님'의 강의, '자본주의사회에서의 역할분업'에 대한 문제도 생각났다. 작가님 강의에서 '남자가 더 여자보다 더 벌여야 한다는 생각, 여자는 버는 것 외에 모두 자신의 책임이라 인식하는 것, 다른 측면에서 비혼자는 가정을 이루지 못했다는 부담감 등이 가족 이데올로기의 핵심이며 먹고, 자고, 교육하는 모든 책임을 자본주의사회는 '가족'에게 지우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했는데 그런 차원에서 비슷한 결의 책이란 생각이 들어 흥미있게 읽었다.







  책의 저자는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이자 저널리스트로, 약 20년간 성인과 부부를 대상으로 상담해왔다. 여러 매체에 페미니즘, 성차별, 부부관계에 관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그녀의 두 번째 책<<은밀하고도 달콤한 성차별>>에서는 "왜 남자들은 일을 더 하지 않는가?" "평등주의자인 남녀는 왜 가정에서 불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는가?"의 근원을 추적하기 위해 100명의 엄마들을 인터뷰하고 가정에서의 성차별 실상을 파헤치기위해 생물학, 신경과학의 최신 연구 사례를 수집해 편견과 과학의 오류를 짚어냈다.

  얼마전에 본 영화 <벌새>의 감독님이 쓰신 추천사와 엊그제 김신식작가를 통해 알게된 <<모멸감>>의 저자, 김찬호작가의 추천사를 먼저 읽어보는 것도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가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 마음에 남는 글귀 >


페이지 12

가사노동 분담은 마치 언제라도 날아가 버릴 듯한 화약 가루처럼 불안한 부부 관계에 기여하는 일등 공신이라는 것.


페이지 19

이들은 자기들이 과거의 아버지보다 가정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는 아내의 현실적인 항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응대하지도 못하며 혼란스러워한다.나는 나 자신에게 가장 사악한 적이 되었고, 도움을 구할 수 있으면서도 고민하고, 화가 치밀어 오를 때마다 괜히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결국은 나 자신의 몫이 될 일을 두고 사사건건 싸울까, 아니면 그냥 내가 할까를 고민했다.


페이지 20

아이를 키우는 처음 몇 년 동안에는 이런 어려움이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나 역시 분노가 언제부터 골 깊은 불협화음으로 바뀌었는지, 나는 아기 음식을 한 번 더 잘라주느라 바쁜데 남편은 그냥 식사를 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어느 시점부터 이런 현실에 몇 시간동안 분개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페이지 54

엄마의 유급 노동시간이 늘어날수록 엄마가 집안일에 들이는 시간은 줄어들지만, 육아에 들이는 시간은 자신의 고용 여부와 거의 관계없이 일정하다.


페이지 128

양육이 여성만의 특별한 재능이라는 이야기는 불평등을 숨기고 우리 자신을 독려하면서 아이들에게 엄마 혼자 모든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는 믿음을 주입할 뿐이다.


페이지 153

이때 남편이 극복해야할 문제는 집에서 좀 더 많은 일을 소화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고, 아내의 경우는 경제적인 부담을 같이 지면서 전통적인 가정 통제권을 내주는 것이다.


페이지 161

처음부터 가사 분담을 확실히 팀 목표로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차분하게 차이를 조정하며 서로 목표를 맞춰나가기보다는, 내가 화를 내고 우리 사이만 더 나빠졌던 것이다.


페이지 175

여자는 가정의 감성 온도를 확인하고 마음속으로 해야 할 일을 항상 챙기며, 일상에서 많은 양의 가사와 육아를 담당할 뿐 아니라, 자기 들의 수입이나 외적인 책임, 이데올로기와는 상관없이, 남자보다는 이런 일에 좀 더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페이지 177

젠더 시스템은 사회경제적 변화와 개인의 저항이라는 도전이 이 시스템에 매일 장기적이고 꾸준히 쌓이는 경우에만 허물어진다.

페이지 185

사람들은 여자의 일정이 남자보다 자유롭다고 가정한다.항상 엄마의 시간을 뺏는 게 더 수월하다. 엄마는 침해당하는 사람이다.


페이지 213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에서 훅스는 이렇게 쓴다."가정내에서 여성이 온종일 다른 사람을 수발하느라 바쁘다면 집은 그녀에게 쉬면서 편안함과 즐거움을 얻는 공간이 아니라 일터일 뿐이다.


페이지 346

온정적 성차별은 "남성 지배를 애정을 담아 또는 기사도 정신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여자는 도덕적 나침반 기능이 탁월하지만 남자의 보살핌과 보호 역시 필요로 하며, 여자는 남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믿음을 조장한다. 성공한 모든 남자 뒤에는 여자가 있다.(.

..) 적어도 남자들의 반경 안에서는 자기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하지 말라. 언론인 레베카 트레이스터는 이렇게 지적했다."여자가 살면서 다른 사람을 도와주지 않고 자기 일만 하면 바로 이상한 여자로 낙인찍힌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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