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앤서 - 어느 월스트리트 트레이더의 다이어리
뉴욕주민 지음 / 푸른숲 / 2021년 2월
평점 :
품절


올해부터 신문을 구독해 읽기 시작했다. 세상 돌아가는 것도 파악하고 무엇보다 경제개념을 세우고 싶었다. 특히, 주식시장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싶었다. 매일 꾸준히 경제신문을 읽으면 조금씩 경제관념도 생기고 뉴스를 봤을때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도 이해할 수 있을지 알았는데 그 '꾸준히'가 부족했던 것인지, 너무 오랫동안 관심에 벗어나있던 영역에 대한 접근으로 이해를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나에게 어려운 영역인 것은 확실한 듯하다. 그래서 조금 더 쉽고 재밌게 배워보고자 유튜브영상도 보고 있는데 고작 주식과 관련된 단어 몇 가지만 익숙해질 뿐이었다.
그러던 차에 《디 앤서》라는 제목의 책이 주식과 관련된 책이란걸 알게되었고 바로 서평단을 지원해 책을 읽어봤다.

'뉴욕주민'이라는 독특한 필명을 쓰는 저자의 책 소개를
보니 월스트리트 헤지펀드 애널리스트 출신 트레이더이며, 펜실베니아대학 경제,경영 학사 과정 와튼스쿨을 2년 반 만에 조기졸업하고 스물한 살에 글로벌 경영전략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고 한다.

저자소개만 봐도 입이 떡벌어졌다.

"이 책은 월스트리트를 꿈꾸었던 대학생으로서, 경영컨설턴트로서, 뱅커로서,
헤지펀드 애널리스트서, 트레이더로서의 삶에서 무수히 마주했던 도전과 좌절의 순간들 속에서 내가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했는지에 대한 정직한 기록이다." 《디 앤서》작가의 말 중

앞 표지 부제목으로 "어느 월스트리트 트레이더의 다이어리"라는 이름이 붙어있듯이 경제 경영 또는 주식관련 전문가로서의 수기를 담은 책의 머릿말을 읽었을때만해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주식투자를 마치 마트에서 장을 보듯이 뭐 하나 무조건 오를 것 같은 종목을 고르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고가 묻어있는"(10쪽) 이라고 다소 비판적인 말투에서 풍기는 지적인 매력을 엿보며 책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높아졌다.

"개인 투자자들의 너무도 낮은 승률은 설명이 안 되는 구석이 있다. 문제는 투자 원칙과 그 원칙에 의거한 판단력의 부재다. (...) 최소한의 재무, 회계 개념만 갖춘다면, 거기에서부터는 올바른 투자 원칙의 정립과 그것을 반드시 지킬 수 있는 실행력이 투자 수익률을 좌우한다. (11쪽) "

사실 주식과 관련한 지식이 전무한 내가 읽기엔 잘 읽히지 않는 어려운 책이었다.
책의 종류와 형태에 따라 책을 읽는 방법이 다른데, 이 책은 애초에 깨끗하게 보기를 포기하고 관련용어에 밑줄을 일일히 쳐가며 읽었다. 안타깝게도 너무 모르는 분야라 무엇보다 쉽게 설명하는 책이길 바랐는데, 글의 맥락은 이해되지만 책을 열심히 읽어도 명쾌하게 "이런 부분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었고 계속 갸우뚱거릴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기업의 경영에 대하여 어느 기업이 투자가치가 있는지, 경영마인드나 철학, 인수합병 등에 대한 것은 좀 이해가 되었다.

책을 덮고 나서 기억에 나는 한 문장은 "시장은 항상 옳다"는 것.

"시장이나 기업의 상황은 좋고 나쁨을 반복하기 때문에 적정가치 또한 변화가 있기 마련이지마니 결국 매매를 주도하는 시장 참여자들이 가치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리스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의 심리적인 요소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눈에 띄는 세 가지 큰 요소가 있다. 첫 번째 요소는 시장 참여자들 중에는 '투자자'가 아닌 이들이 다수라는 점. (...) 두 번째 요소는 시장에 위기가 닥쳤을 때 리스크의 실제 크기의 사람들이 반응하는 정도의 차, (...) 세 번째 요소는 앞에서의 패턴이 반복된다는 것(37~38쪽)"

책을 읽으며, 저자가 여자라는 것을 입증하는 문장들이 여럿 보였지만 워라벨은 커녕 사생활이 전혀 없고 월스트리트에서의 삶이 곧 본인의 삶 전부라고 하기에 당연히 남성일거라 생각했다. 회사에 입사할때나 이직을 위한 인터뷰때도 저돌적이고 당찬 대답으로 더욱 남성일거라 생각했는데 체구도 작은 여성이란 것을 알고 깜짝놀랐다. 부끄럽게도 아직 난 편견이 많은 사람이구나 싶으면서도 자본 시장의 정점인 월스트리트의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올라간 그가 참 멋져보였다. 젊은 나이에, 그것도 아시아인을 무시하는 분위기에서도 꿋꿋하게 실력으로 인정받은 그의 성장기를 영화화한다면 더욱 흥미진진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경제나 금융쪽에서 일하고 싶은 청년들이 봐도 많은 도움을 받을 책인 듯 싶다. 특히, 미국시장으로 진출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추천할 만하다.
나도 경제쪽에 지식을 더 쌓아서 시장의 흐름이나 관련 이론등을 더 배운후 다시 읽어보고 싶다.


++본 서평은 서평단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솔직한 후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이완의 자세 소설Q
김유담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목욕탕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는 그렇게 좋아한 것 같지 않은데 성인이 되고서야 대중목욕탕에 가는 것이 좋아졌다. 특히 주변으로부터 시달림을 받은 날이면 뜨끈한 목욕탕에 들어가 모든 피로와 잡념들을 물 속에 풀어서 하수구로 보내고 싶었다. 요즘은 대중목욕탕도 가기가 힘들어져서 더욱 일상적으로 누리던 것에 대해 그리움과 간절함만 커지는 것 같다. 그 아쉬움을 책으로나마 달래고 싶어서 얼마전 대전의 독립서점에서 <아무튼 목욕탕>을 사서 읽었다. 생각했던 느낌과 내용의 책이라 흥미있게 보았다. 이번에는 좀 다른 결의 목욕탕을 배경으로 하는 책을 읽었다. 올 1월에 출간된 김유담작가의 <<이완의 자세>> 이다.

김유담작가는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핀 캐리」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2020년엔 소설집 「탬버린」으로 제38회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여탕 실세 세신사 엄마와 여탕을 탈출하고 싶은 딸

까슬한 마음과 삶을 따뜻하게 풀어내다

<이완의 자세>에서

'목욕 대야, 환풍기, 모래시계, 사물함 키, 초록색 때수건, 목욕의자, 후끈한 열기를 내뿜는 목욕탕 욕조' 책표지에는 목욕탕을 연상시키는 물건들이 그려있다. "나는 종종 공중목욕탕에서 우는 여자들을 본다."라는 문장으로 글은 시작되는데, "혼자만의 욕실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거울 앞에 서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흘리는 눈물보다 여탕 목욕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흐느끼다가 샤워기에 씻어내 버리는 눈물이 나는 조금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한다.(7쪽)" 책 속의 문장을 따라가다 고개를 끄덕이며 목욕탕에 쪼그리고 앉아 뿌옇게 서리낀 거울을 닦아내며 내 얼굴을 마주하고 '수고했다. 잘 견뎠다.'위로해 주던 모습을 떠올렸다.



"만수는 제 엄마를 많이 닮았다. 기골이 장대한 외양부터 닮았고 성격도 비슷한 구석이 많다. 키가 187센티에 몸무게는 90킬로가 넘는데다 목소리도 크다. 만수가 길에서 알은체하며 큰 소리로 부를 때면, 나는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어진다. 어려서부터 녀석은 나를 누나라고 부르며 따라다녔다. 지금은 기분이 좋을 때만 누나라고 부른다. 만수는 야구를 잘한다. 중학교 시절에는 또래 중 가장 성적이 좋은 좌완 투수였다. 메이저리거의 꿈을 안고 일본으로 야구 유학을 떠났던 만수는, 환호성을 받으며 출루했지만 맥없이 아웃을 당한 타자처럼 집으로 돌아왔다. (...) 24시만수불가마사우나입구에 들어선 손님들은, 이 집 아들 만수가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따. 가로 80센티, 세로 110센터 크기의 액자 사진 속에서 유니폼을 입은 만수는 우승기를 흔들고 있었다. 만수가 일본에서 돌아오면서 그 액자는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췄다.(...) 하얗게 남은 액자의 자리는, 홀연히 사라진 만수의 꿈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이완의 자세, 9쪽)"



만수네 목욕탕, 24시만수불가마사우나가 '선녀탕'이었을 시절부터 그곳에서 '세신사'로 일하는 엄마와 목욕탕에서 먹고 자면서 지냈던 주인공, 유라.

"만수와 나는 다르다. 엄마의 사물함 벽면에 붙어 있는 내 사진을 떠올렸다. 엄마는 내가 머리에 족두리를 쓰고 트로피를 든 채 찍은 사진과, 나에 대한 기사가 실린 무용 잡지 한면을 코팅해 사물함에 붙여놓았다. 나는 더이상 무대에 설 수 없지만, 엄마에게 얼른 그 사진들을 떼어버리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제 엄마는 대체 어떤 희망으로 그 조그만 사물함의 문을 여닫을 수 있을까.이완의 자세, 10쪽)"

만수와 자신을 언급하며 책의 첫꼭지가 시작된다.

책의 제일 후반부에서 '만수와의 에피소드'가 다시 나온다. 조금 더 친밀해진 모습으로. 늘 유라에게 관심이 있었던 만수는 유라와 함께 술자리를 하게 되고 유라에게 자신이 관심이 있었던 것을 일본에서의 화려한 여자관계에 대한 시덥지않은 이야기를 하면서 넌지시 알리고 급기야 기습키스를 하게 되고 좀 더 친밀한 시간을 갖고자 한다.



"수면을 손으로 크게 휘저으며 온탕 속으로 들어갔다. 발끝부터 아랫도리까지 뜨거운 기운이 와 닿았다. (...) 이곳에서 나는 오롯이 혼자였다. 누구의 딸도, 대단한 무용가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채로 살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나는 아무도 없는 욕조 속에서 생각을 지워야한다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몸을 낮추면서 뜨거운 물속으로 몸을 집어넣고 앉았다. 두 가랑이를 넓게 벌려 앉으면서 두 팔을 수면 위로 띄운 채 스스로 눈을 감았다. 온몸을 휘감은 온기 속에서 내 몸의 모든 구멍이 열리고 있었다. 그 안에서 어떤 것이 쏟아져 나올지 나도 알 수 없었다.이완의 자세, 167쪽)"


  만수와의 첫경험에서도 타인의 접촉이 부담스러워서 피하는 바람에 실패를 하고 엄마가 있는 목욕탕으로 가서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혼자 온탕 속으로 들어가 몸을 담그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생각을 지우려는 상태, 몸을 물의 중력에 맡기고 두 팔과 다리를 벌리고 진정한 '이완의 자세'를 취하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세신사 엄마의 딸로 어렸을 적 엄마에게 억지로 때밀림을 당하며 거친 손을 어린 몸으로 감당하며 느꼈을 수치감과 불쾌함, 재능이 탁월하지 않은 평범한 대학생 무용수로 엄마의 허영된 꿈을 투영받은 무력함, 타인의 터치를 소름돋아 하며 사랑의 표현으로 느끼지 못하는 방어적 태도 등, 그간 고단한 그녀의 삶을 물 속 깊은 곳에 내려놓고 자신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나의 조부모에게 빌린 돈으로 집을 구하는 대신 선녀탕의 때밀이 자리를 샀다.

이제부터는 양손에 스포츠카의 운전대가 아니라 이태리타월을 쥐어야 했다.

   이완의 자세, 28쪽


  주인공 유라의 엄마는 처음부터 때밀이를 시작한 것은 아니였다. 상고를 나와 서울시내 가장 큰 백화점의 화장품 매장에 용모단정의 이유로 취직을 했고, 재고 파악 및 주문을 위해 본사에서 나오는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고, 유라를 낳았는데 지방출장길 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당해 세상을 뜨게 된다. 어린 아기를 포대기로 업고 화장품가방을 든채 이 집 저집 다니며 피부 마사지와 눈썹 문신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고 남편의 회사와의 산재 보상 싸움끝에 보상금을 받고 '뷰티케어'가게를 차린다. 10분 거리를 빨간 스포츠카를 몰고 다닐 정도였는데 다단계사업을 추천하는 허우대 멀쩡한 사람을 잘못만나 사기를 당하고 결국 목욕탕에서 때밀이를 시작한다.


"여탕 안의 난방 장치는 이미 꺼져 있었고, 내 몸은 금방 식었다. 때가 제대로 나올 리 만무했다. 때가 나오지 않는다며 엄마는 또 신경질을 부리며 나를 때렸다. 엄마와 나 둘밖에 없었지만 넓은 공간에 그렇게 벌거벗은 채로 누워 있는 것이 수치스러워서 눈물이 났다. 내가 눈물을 찔끔거리면 엄마는 또다시 손바닥으로 나를 매섭게 내리쳤다. (...)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어금니를 깨문 채로 추위와 아픔, 그리고 수치와 모멸감을 견뎠다. 버둥거리지도 말고, 울지도 말고, 몸에 힘을 뺀 채로 가만히 누워 있으라는 엄마의 요구 조건을 일곱살의 내가 모두 수용하기는 힘들었다. 나는 몸에 힘을 잔뜩 주고 긴장한 상태로 그 순간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나는 무엇이 그토록 엄마를 화나게 하는지, 엄마의 분노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몰랐다. 내가 참아야 하는 것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가늠할 수 없었다.이완의 자세, 29쪽)"


"엄마는 손님이 없을 때면 만수 엄마 곁에서 아기 목욕을 도왔다. (...) 그런 엄마를 볼 때면 왈칵 서러움이 올라왔다. 나는 벌거벗은 미미 인형들을 세숫대야에 담그고 거칠게 씻겼다. 미미 인형의 가랑이 사이는 밋밋하고 딱딱했다. 나는 인형의 가랑이를 쭉 찢어서 비누칠을 했다.이완의 자세, 41쪽)"

세신사 딸로 엄마가 하는 일을 가까이에서 보고 자란 딸의 마음이 잘 드러난 문장을 보니 가슴이 먹먹했다.


"남의 돈은 원래 더럽기 마련이라며 담담하게 때 묻은 돈을 세는 엄마 밑에서 나는 자랐다. 엄마는 바쁘다는 핑계로 내 스타킹을 빨아주지도, 교복을 다려주지도 않는 야멸찬 사람이었지만, 내게 건네는 용돈만큼은 천원짜리 한장까지 다리미로 다려주었다. 양말을 제때 꿰매주지 않아 때때로 내가 구멍난 양말을 신고 다니는 것도 모르는 엄마의 무신경함에 신경질을 내고 싶다가도, 졸린 눈을 부리면서 내 무용복 한복 저고리 동정만은 매번 손바느질로 새로 달아주던 엄마를 보면 맥이 풀렸다. 내가 태어난 이래 우리 모녀의 삶은 늘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하지만 동정받을 정도는 아니었고, 제자리를 지키면서 서로를 그럭저럭 지켜왔다. (...) 나는 엄마의 돈으로 무용을 전공했고 대학원도 다닌다.이완의 자세, 49쪽)"

엄마와 딸의 사정을 엿보며 녹록지 않은 삶에서 애증하는 관계로

살아왔겠다 싶었다. 두 모녀가 타인을 의식하지도 무시하지도 않은 채 적당히 자신의 마음과 삶을 지키며 사느라 얼마나 고됐을까 싶기도 하다.



<이완의 자세>에는 목욕탕에서 여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하는 모습도 나온다.

"오전 9시 전후로 여탕에는 출근 멤버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 중년 여성들의 사교 모임은 평일 오전 10시에서 12시 사이에 가장 활발해지는데, 얼음을 띄운 녹차를 마시며 피부 관리와 다이어트에 대한 정보를 나누다가 재테크와 사교육으로 화제가 옮겨가는 식이었다.이완의 자세, 97쪽)" 여성들의 질투와 시기심, 오해로 인한 싸움은 어딜가나 있길 마련이다. 그런데 그것이 목욕탕이란 장소에서는 좀 더 격상되는 느낌이다. '수리부인'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한 여자는 재테크와 사교육에서 전문가의 자질을 뽐내고 여러 추문에도 밝아서 여자들의 정보 중심에 있었는데 여자들의 험담으로 기분이 상한 수리부인이 그 험담을 주도한 사람으로 유라엄마를 의심했고, 급기야 인격모독까지 하며 싸움을 건다. 수리부인의 "여탕"이라고 부르는 호칭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나는 아줌마가 누군지는 전혀 관심 없고요. 로커 키 몇 번 손님인지, 나한테 키를 맡길 건지 말 건지만 궁금하거든요? 기분 나쁘다면 죄송하지만, 선불이 원칙이에요.이완의 자세, 100쪽)"라고 말하는 그녀의 당당함이 오히려 더욱 짠해 보였다. 그간 여러 힘든 일을 겪고 일반인들이 직업적 소명을 가지고 일한다고 생각하기 힘든 일을 하면서도 전혀 낙심하지 않는 모습이 자신의 기준과 틀을 만들고 묵묵히 일해왔던 것으로부터 나오는 것일텐데 아직 난 편견으로 사로잡힌 그릇이 작은 사람이라 묵묵함 속에 감춰진 수치심과 모멸감이 보이는 것 같다.


한편의 흥미로운 소설을 보았지만 그 내밀한 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메세지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책의 말미에 쓴 '작가의 말'중에서 "원하는 무언가로 살지 못하더라도 그 삶이 가치 없는 것은 아니라고, '내가 꿈꿔온 나'가 아니더라도 '충분한 나'로 살 수 있을 거라는 낙관이 어쩌면 더 오래 쓰게 하는 힘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조금 더 멀리 나아가고 싶다.(188쪽)"말이 와닿았다. 작가로서 '잘 써지지 않을 때'를 지나오며 저런 깨달음을 얻은 듯 하다. 저자가 생각한대로 이대로도 충분한 나라고 만족감을 얻으며, 글쓰는 삶을 더욱 만족해하며 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문학의 거장,

박완서작가님의 마지막 장편소설 《그 남자네 집》의 개정판이 나왔다. 책을 좋아하지 않았을 학창시절에 언니가 사서 읽고 꽂아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너무도 쓸쓸한 당신》 이 책들의 제목을 본 기억이 또렷하다. 그런데 책을 펼쳐 읽었을지는 모르겠다. 아마 조금이라도 읽었더라면 작가님의 생동감 넘치는 서술과 등장인물의 감칠맛나는 묘사에 책을 잘 읽지않던 나도 읽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 남자네 집》은 '박완서 문학의 가장 아름다운 결정체'라고 할 정도라 그런지 정말 소설을 읽는 내내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인물들의 대사도 귀에 속속 박히는 것 같고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했다.

글의 배경이 되는 시대상, 사회상을 잘 반영하고 소설의 특성을 정말 잘 살린 작품을 보는 내내 참 흐뭇했다. 사백쪽이 넘는 분량임에도 지루함을 느낄 새도 없이 손에 들면 책내지가 후르륵 넘어갔다.

이 책은 50년대 초, 저자가 살던 동네로 이사온, 엄마의 먼 친척뻘 되는 집의 아들 그 남자에 대한 연정을 담아 쓴 글이다. 원래 2002년에 《문학과 사회》에 발표한 동명의 단편 《그 남자네 집》에 기초하고 있다고 한다. 단편으로 발표하고 나서 연작으로 몇 편을 더 이어 쓰고 싶은 마음과 현대문학 50주년에 맞추고 싶다는 생각으로 써내려갔다고 한다.

글의 시작은 저자가 살던 옛날 친정집 근처로 이사온 후배집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나의 옛집은 바로 신선탕 뒷골목에 있었고,

그 남자네 집은 천주교당 뒤쪽에 있었다.

(...)

작약, 모란, 창포 등 숙근초까지 손바닥만 한 마당을 놓고 한없이 가짓수를 늘려가는 후배를 바라보면서

나는 딴생각을 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자꾸만 그 남자네 집은 남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거였다.

《그 남자네 집》 17쪽

 

궁금해졌다. 그 남자네 집을 찾았을까. 그 남자는 친정어머니의 외가쪽으로 조카뻘 되는 먼 친척의 막내아들이었다.

...등굣길에 몇 번 눈길이 마주친 적이 있었다. 짧은 일별로도 그의 전체가 빛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 애도 나를 알아보았는지 미처 확인할 새도 없이 황급하게 눈길을 피하긴 했지만,

잠깐이라도 그 애하고 눈길이 마주친 날은

온종일 기분이 좋았다.(...)

둘이 똑같이 대학생이 된 걸 알고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젠 마주쳐도 그럴 필요가 없다는 설레는 자유에의 예감이었다.

《그 남자네 집》 24쪽

 

사춘기시절을 지나고 관심있는 이성을 보고 설레임을 느껴본 적은 누구나 있을거다. 괜시리 나도 옛적이 생각나 슬쩍 입꼬리가 올라가는게 느껴졌다.

세종로의 은행나무들이 자기안에 깊숙히 숨어 있던 노랑 중 최고로 순수한 금빛을 환장을 한 것처럼 한꺼번에 분출하던 날, 5호선을 타고 집으로 가다 말고 동대문운동장에서 4호선으로 갈아탔다.(...)

곧장 그 남자네 집으로 갔다. (...)

나는 보리수나무가 세월을 거꾸로 먹어 50년 전엔 무성한 그늘에서 관옥같이 아름다운 청년이 단꿈을 꾼 것 같은 착란에 빠졌다.

《그 남자네 집》 31쪽

"5월은 마치 미친 것처럼, 울부짖는 것처럼 격렬하게 제명을 다하고 극성스러운 여름이 되었다. 나는 6월의 모란꽃처럼 피곤했다. 찌는 듯한 더위가 극에 달한 어느 날 휴전이 되었다. 휴전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전투는 오히려 더 치열했다. ... 한 치라도 더 땅을 뺏으려고 젊은 피로 산하를 물들였다." - 《그 남자네 집》 62쪽

 

전시의 암담한 상황을 묘사한 곳도 여럿있지만 담담하게 그려내어 그런지 슬프거나 우울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하지만 "엄마는 남편과 아들을 잡아가서 다시 돌려보내지 않은...미친 듯이 시체를 찾아 해매던...정말 참을 수 없었던 것은 한 골목 사람들이 돌아오는 것을 맞이해야 하는 일이었다."라는 문장은 뼈아프게 강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돈을 벌어 올 사내들을 잃은 여자들은 그 시대에 하숙을 놓거나 시장에 터를 잡고 장사를 해서 가족을 벌여먹였다고 한다. 그리고 제일 안타까웠던 건 '한국전쟁 중에 섹스 산업이 한국 경제에 얼마나 기여했나'라고 책의 후반부에서도 언급하듯 우리 나라에 주둔해있는 미군을 상대로 몸을 파는 일로 가족을 부양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만일 그 남자를 못 만났더라면 그 시절을 어떻게 넘겼을까. 그 살벌했던 날, 포성이 지척에서 들리는 최전방 도시, 시민으로부터 버림받은 도시, 버림받은 사람만이 지키던 헐벗은 도시를 그 남자는 풍선에 띄우듯이 가볍고 어질어질하게 들어 올렸다. 황홀한 현기증이었다." - 같은책 82쪽

 

그 남자를 사랑했지만, 함께 한 시간들이 소중했지만 결국 시집은 다른 남자에게 간다. 친척 또래끼리의 만남이라 주변에서는 이 둘을 서로 애정하는 관계라고 여기지 못했고 끝까지 둘만의 애달픈 첫사랑으로 남게되는데...

 

"나들이옷 떨쳐입고 동대문시장으로 장보러 가서 그 치열한 아우성과 싱싱하고 풍성한 푸성귀와 수산물이 내뿜는 활기를 쐬지 않고는 유지되지 않는 결핍이랄까, 불균형이 내 안에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같은 책 151

 

노모의 외아들인 은행원인 남자에게 시집을 가서 오로지 사는 즐거움을 '먹는 것'으로 채우려는 시어머니와 장 볼 돈만 주고 모든 경제관리를 하며 어머니께 월급의 십분의 일을 꼬박 새돈으로 바꿔 용돈을 주는 남편과 사는 아내의 모습을 한 주인공이 자유함을 느끼는 시간이 장보는 시간이다.

 

"제왕처럼 제 입만 아는 남편과 영원토록 아들을 입맛으로 붙들어두려는 시어머니의 눈물겨운 노력에 복잡한 비애를 느꼈다. 나의 비애는 패배감일 수도 있었고, 체념일 수도 있었다." - 같은 책 156

 

왜 그토록 시어머니가 고급 재료로 정성어린 음식을 만드는 것에 집착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책에는 주인공의 가족뿐만 아니라 시어머니와 가깝게 지내는 춘희어머니와 춘희, 사촌언니의 아들 광수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들과 엮인 이야기가 소설의 재미를 한층 올려준다.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이 소설은 '그 남자'와의 사랑이야기가 제일 맛깔난다. 결혼을 하고 안정된 가정을 꾸려나가지만 그 남자에 대한 관심은 여전한데, 마침 그의 누나의 부탁으로 그 남자와 밀회를 시작한다.

정말 놀라운 것은 흔히 보는 불륜의 느낌이 아니고 풋풋한 사랑느낌이라 전혀 거북스럽지가 않다.

 

책을 다 읽고 덮고 나서도 그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역시 문학의 거장답다는 생각이 든다. 연휴동안 좋은 책을 볼 수 있어 감사하다. 이후에 삶이 팍팍하다 느껴질때 박완서선생님의 다른 책들도 펼쳐보고 싶다.

++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사쿠라기 시노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혼 생활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친한 동생이라면 더욱 마음이 쓰인다. 내가 결혼 생활을 이렇다할 정도로 잘하고 있진 못하므로 힘든 것에 공감하고 위로하는 것밖에 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

  얼마전에 온라인 북카페에 소개된 소설책,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을 보고 '부부관계'에 대한 팁을 좀 얻을 수 있을까 싶어 책을 받아보고 읽게 됐다.

사랑의 모양을 떠올려 본다.

어제보다 나을 것 없는 두 사람의 하루하루에

사랑의 찬가가 낭랑하게 흐르고 있다고 믿는다.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중에서

  겉표지에 있는 문구다. 뭔가 활활 타오르는 불꽃같은 사랑은 아니지만 쉬이 붙지도, 쉬이 꺼지지도 않는 연탄불같은 사랑이야기를 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편안하게 읽고 싶어 그냥 주욱 읽어나갔다. 주인공은 남편 노부요시와 아내 사유미이다.


  남편은 시대에 뒤처진 영사기사로 일하는데 벌이가 거의 없다. 글을 써서 공모전에 응모하는데 그마저도 별 성과가 없다. 아내 사유미는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이다. 또한 가끔은 다른 야간 진료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녀의 성품을 볼 수 있는 대목이 나오는데, 노부요시의 어머니 데루가 치매 때문에 정신이 왔다갔다 하며(나중에 어머니가 일부러 연기를 한 것을 알 수 있다) 데루에게 아내를 어떻게 만났는지 묻는 부분에서 알 수 있다. 그녀를 동네에서 처음 만난 노부요시는 슈퍼 입구에 앉아 벌레를 한 마리씩 잡아 수풀에 놓아주는 것을 보면서 그녀에게 말을 걸게 된다. 그녀는 밟혀 죽을 벌레와 그 벌레를 밟음으로써 생긴 죄책감과 불쾌함을 외면하듯 마음에 뚜껑을 하나 덮어야 할 사람(P24), 양쪽을 동시에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씨를 지녔다.


  아내가 일하는 동안 노부요시는 가끔 어머니의 병원 진료를 위해 동행하고 아내 퇴근시간에 맞춰 저녁을 준비한다. 그리고 둘은 소박한 저녁밥상을 마주하고 좋아하는 DVD를 빌려 보곤한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서로를 배려하고 따뜻함을 나누는 부부의 모습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다.


「육친을 잃었다는 사실에 적극적으로 슬퍼하지 못하는 것도, 사유미를 멀리하는 것도 '혼자'가 되기 위한 전조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마음을 이해하고 싶었다. 어딘가 아직, 누군가를 연기하는 듯한 감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P37

어머니의 죽음을 대하는 자세와 아내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을 신경쓰는 모습이 애잔하게 다가왔다.


「여자는 그래도 된단다. 엄마를 많이 사랑하는 것은 딸로서 바람직한 일이지. 한데 여자로서 한 걸음 내딛기 위해서는 때로는 객관적인 시선도 필요한 법이다. 네 엄마는 사유미 네 몫까지 이 아비가 사랑하면 된다. 그 사람이 만약 딸의 말이 아닌 다른 일로 상처를 입으면 그때는 내가 온힘을 다해 지키면 된단다.」 P67

개인적으로 노부요시와 사유미 부부보다 사유미 부모님의 모습이 더욱 안정감있고 좋아보인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점잖은 인품으로 딸을 따뜻하게 다독이고 아내를 위하는 마음때문이다.


「시간도 욕망도 남아돌 지경이다. 그러나 둘 중 하나라도 과잉 상태라는 것을 아내가 알게 해서는 안 된다. 차고 넘치는 여유로 인해 욕망마저 커져만 가는 남자라고 여겨지면,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사라지고 싶어진다.」 -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P78

남편의 심리를 잘 묘사한 부분이다.




이야기는 시종일관 잔잔한 것 같지만 몇 몇 포인트가 소설의 재미를 더한다. 핑크 영화의 여주인공 '고다 모모코'를 일적으로 만나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 장인어른의 놀라운 취미를 장인어른의 지인으로부터 듣는 것, 아내 사유미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진료소에서 알게 된 동료의 사생활, 진료소에서 만난 환자분의 부탁으로 연애편지를 전해주면서 알게 된 그 애틋한 사연 등이 그렇다.


어머니가 살던 곳을 처분하려다가 들어가 살기로 한 부부, 나이 드신 어머니의 가재도구를 정리하다가 비둘기 사블레 틴 케이스에 잔뜩 들어 있는 동전을 발견하는데......


「노부요시는 이 늙은 부부를 구원하고 있는 것은 일상의 이런저런 엇갈림이 아닐까 생각했다. 앞에서는 아내가 좋아할 만한 말을 하는 대신 뒤에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것이 장인어른 나름의 수완이었다면 그것은 마음의 빚이 아닌 균형 아니었을까.」 -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P194

'일상의 이런저런 엇갈림' 노부부의 편안한 부부관계의 비결일까? 부부 서로 각자의 비밀을 간직한채 서로에게 친절한 생활이 정말 가장 이상적인 결혼 생활일까 의아함이 들긴 했지만 그 편이 현명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뚜라미를 놔주는 여자의 흰 손가락을 머릿속에 그려 봤다. 사유미가 옆에 있는 동안 자신은 지독한 슬픔은 맞닥뜨리지 않고 넘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둘이 있으면 부모의 죽음조차도 흘러가는 풍경이 된다.」 -P249


풍족하진 않지만 서로가 가진 것을 더 귀하게 여기고 남녀간의 질투와 의심을 벗고 더욱 단단하게 신뢰감을 쌓아가는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결혼생활이라면 꽤 성공적이란 생각이 든다. 어렸을 적 방학때마다 찾아갔던 고즈넉한 외갓댁에서 휴식을 취한 듯, 편안하게 읽히는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만나서 감사하다.


++몽실북클럽 서평단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습관 디자인 45
이노우에 히로유키 지음, 정지영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습관에 몰입하고

성공을 디자인하다

 

이 책은 좋은 습관을 만들어 성공하는 길에 다가서고 싶다면 가볍게 휘리릭 읽어볼 만한 책이다. 나도 '습관만들기'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아 어떻게 하면 좋은 습관들을 만들고, 유지하고 그것을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까 궁금해서 이 책을 서평단 지원받아 읽게 되었다.

책은 작고 가볍다. '느낌이 있는책'이라는 출판사 이름처럼 표지의 디자인이 세련됐다.

제목이 책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이 책을 보면서 깨닫는다. 나도 "상위 1% 사람만이 실행하는 45가지 성공 습관"이란 문구를 보고 책 내용이 궁금했는데, 사실 책에는 상위 1%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기보다 저자의 경험이 주를 이룬다. 물론 이 분이 성공한 분이기에 상위 1%의 사람이 실행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맞겠지만,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일테니 그런 사람들을 보고 공통된 성공 습관을 정리했을 수도 있지만 좀 아쉬움이 남았다.

열심히 노력은 하는데 진정한 만족감을 얻을 수가 없었다.

노력해서 이룬 성과도 내가 기대하는 수준에는 쉽게 도달하지 않았다.

아무리 주변에서 그럭저럭 좋은 평가를 해주어도 나는 늘 초조했고 내 마음 가운데

불만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단언할 수가 없었다.

(...)

그런 불만과 초조함을 없애고 내가 상상하는 인생을 현실로 만들고 싶었다.

습관 디자인 45 프롤로그 중

 

저자는 인생을 크게 바꾼 사건을 만났다고 한다. 바로 가족여행 중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아내가 빈사 상태가 되는 중상을 입은 것. 사고 후 아내는 회복을 했지만 자꾸 절망으로 빠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일으켜세우기 위해 서점에서 자기계발서를 만나면서 사고와 행동을 의식적으로 바꿀 생각을 했단다. 얼마 전에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이 당선됐는데 관련 기사를 보면서 성공하는 길로 가기 위해서는 많은 고난과 어려움이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가 관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에는 교통 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고, 부통령 재직 시절에는 큰 아들을 뇌종양으로 잃고 작은 아들은 '약물남용'문제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던데 작은 일도 아니고 그런 큰 일들을 여러 차례 겪고도 만77세의 최고령의 나이로 대통령이 된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인 듯 하다. 그의 인생이야기도 궁금하다. 올 10월에 김영사에서 출간된 「조 바이든, 지켜야 할 약속」도 기억해 두었다가 읽어봐야겠다.

다시 돌아와서, 「습관 디자인 45」의 이노우에 히로유키의 이력은 다음과 같다. 치과의사로서 최고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뉴욕대학교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을 배웠고, 6만 명 이상을 상담하며 고안한, 환자와 세심하게 대화하는 독자적인 커뮤니케이션 치료법이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원하는 인생을 사는 것도, 매사가 안 풀리는 인생을 사는 것도, 그 열쇠는 자기 자신이 쥐고 있음을 잊지 말자. 모든 가능성은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다. 인생을 바꾸는 첫 계기는 생각을 바꾸는 일에서 시작 된다." 라고 하는 말이 식상하게 들리면서도 믿고 싶기도 하다. 누군가에 의해 내 인생이 만들어간다기보다 '내 인생의 주도권은 나에게 있다'라고 다시 확신하고 싶다.


책을 통해 내가 기억하고 싶은 대로 정리해 본다.

1) 자기 부정을 하지 말고, 내 안의 좋은 점을 보자.

2) 의식적으로 좋은 말, 아름답게 울리는 말, 밝은 말을 골라서 사용하자.

3) 결과를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니, 자신만의 마음 속 깊이 차오르는 생각을 감지하여 주변의 평가보다는 스스로의 평가를 중요하게 생각하자.

4) 근거없는 자신감도 상관없으니 자신감을 가지자.

5) 나는 무한한 희소가치가 있다.

6)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을 강하게 의식하자.

7) 항상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을 명확히 의식하고, 그 일에 집중해서 시간을 사용하자.

8) 아침의 청정한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자.

9) 시간을 일부러 느슨하게 관리하자.

10) 계획을 세우면 바로 실행하자.(준비에 시간을 지나치게 들이지 않는다

★★★ 11) 시간을 편하게 썼다고 자책하지 마라.(시간에 대한 강박증이 있는 나에게 꼭 필요)

12) 서툰 일은 맡지 않는다.

 

★ 마음에 남는 글귀 ★

페이지 47

자신감의 훌륭한 점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도, 실체가 없는 자신감이라도 자신을 확실히 지탱해주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페이지 61-62

인류 역사를 통틀어 모두가 다 유일무이한 존재다.(...) 나 자신은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인간이다. 인류의 길로 긴 역사를 통틀어 봐도 단 한 명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 수 있다. 또한 무한한 희소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자각과 함께 깊은 민족감이 솟아날 것이다.

페이지 69

회사 일이나 집안일 등 사람에게는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 일을 처리하고 남은 자유 시간에는 한층 더 귀중한 가치가 있다.

페이지 71

시간의 일각은 생명의 일각이다. 그러니 매 순간의 가치를 음미하며 진지한 자세로 시간을 마주하자.

페이지 78

시간은 살 수도 있다. 무조건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각 분야의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다.(...) 파워 파트너가 두 사람 있으면 나까지 더해서 1시간을 3배로 확대해서 사용하게 된다.

페이지 83

아침 공기에는 영적인 기운이라고 할 만큼 맑고 깨끗한 생명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것이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페이지 84

아침을 시작하는 방식에서 비롯된 차이는 온종일 이어지고, 일주일, 한 달, 일 년이 지날수록 더욱 쌓여서 압도적으로 벌어진다.

페이지 90

자유 재량도가 높으면 시간에 자유도가 생기고 그만큼 가동성이 넓어져 같은 시간 내에 더 많은 일을 처리할 가능성이 커진다.

페이지 93

불안정한 마음은 느긋하고 여유 있는 환경에서 흔들릴 여유가 있어야 오히려 안정된다.

페이지 109

일부러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어 자기 자신과 확실히 마주해야 사소한 일로는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을 지킬 수 있다.

페이지 133

나는 마음이 거부하는 일은 가능한 한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 대신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강하게 붙들어서 내가 가진 최대한의 에너지와 시간을 쏟아 모든 것을 걸겠다는 기세로 몰입한다.

++ 요즘 내가 많이 생각하는 부분이다. 내 시간은 내가 주인인데, 다른 사소한 일들에 휩쓸려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싶다. 물론 너무 나에게만 몰입하면 주변을 보지 못하니 적절하게 균형을 유지하려 한다.

페이지165

타인과 똑같이, 때로는 타인 이상으로 자기 자신에게 마음을 쓰자. 항상 자기가 스스로를 보았을 때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러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마음을 쓰면 그것이 그대로 주변으로 가는 배려가 된다.

페이지 216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자신을 몰아붙여보자. 원하는 목표를 향해 자신의 인생 역사상 최대로 힘을 내보자. 그러면 자기 자신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감이 생긴다.

<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 제공을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