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표지에 있는 문구다. 뭔가 활활 타오르는 불꽃같은 사랑은 아니지만 쉬이 붙지도, 쉬이 꺼지지도 않는 연탄불같은 사랑이야기를 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편안하게 읽고 싶어 그냥 주욱 읽어나갔다. 주인공은 남편 노부요시와 아내 사유미이다.
남편은 시대에 뒤처진 영사기사로 일하는데 벌이가 거의 없다. 글을 써서 공모전에 응모하는데 그마저도 별 성과가 없다. 아내 사유미는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이다. 또한 가끔은 다른 야간 진료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녀의 성품을 볼 수 있는 대목이 나오는데, 노부요시의 어머니 데루가 치매 때문에 정신이 왔다갔다 하며(나중에 어머니가 일부러 연기를 한 것을 알 수 있다) 데루에게 아내를 어떻게 만났는지 묻는 부분에서 알 수 있다. 그녀를 동네에서 처음 만난 노부요시는 슈퍼 입구에 앉아 벌레를 한 마리씩 잡아 수풀에 놓아주는 것을 보면서 그녀에게 말을 걸게 된다. 그녀는 밟혀 죽을 벌레와 그 벌레를 밟음으로써 생긴 죄책감과 불쾌함을 외면하듯 마음에 뚜껑을 하나 덮어야 할 사람(P24), 양쪽을 동시에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씨를 지녔다.
아내가 일하는 동안 노부요시는 가끔 어머니의 병원 진료를 위해 동행하고 아내 퇴근시간에 맞춰 저녁을 준비한다. 그리고 둘은 소박한 저녁밥상을 마주하고 좋아하는 DVD를 빌려 보곤한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서로를 배려하고 따뜻함을 나누는 부부의 모습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다.
「육친을 잃었다는 사실에 적극적으로 슬퍼하지 못하는 것도, 사유미를 멀리하는 것도 '혼자'가 되기 위한 전조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마음을 이해하고 싶었다. 어딘가 아직, 누군가를 연기하는 듯한 감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P37
어머니의 죽음을 대하는 자세와 아내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을 신경쓰는 모습이 애잔하게 다가왔다.
「여자는 그래도 된단다. 엄마를 많이 사랑하는 것은 딸로서 바람직한 일이지. 한데 여자로서 한 걸음 내딛기 위해서는 때로는 객관적인 시선도 필요한 법이다. 네 엄마는 사유미 네 몫까지 이 아비가 사랑하면 된다. 그 사람이 만약 딸의 말이 아닌 다른 일로 상처를 입으면 그때는 내가 온힘을 다해 지키면 된단다.」 P67
개인적으로 노부요시와 사유미 부부보다 사유미 부모님의 모습이 더욱 안정감있고 좋아보인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점잖은 인품으로 딸을 따뜻하게 다독이고 아내를 위하는 마음때문이다.
「시간도 욕망도 남아돌 지경이다. 그러나 둘 중 하나라도 과잉 상태라는 것을 아내가 알게 해서는 안 된다. 차고 넘치는 여유로 인해 욕망마저 커져만 가는 남자라고 여겨지면,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사라지고 싶어진다.」 -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P78
남편의 심리를 잘 묘사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