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잠시 멈춤 - 가장 소중한 것에 커넥트하기 위한 20년 디지털 중독자의 디지털 디톡스 체험, 2021 세종도서 문학나눔 교양부문 선정
고용석 지음 / 이지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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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꼭 필요할 때만 손에 쥐겠다고 폰을 쥐고 많은 시간을 보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수시로 한다. 하지만 온라인카페나 SNS에 글을 올리면 알림이 뜨면 자꾸 눈길과 손이 폰으로 다가가는건 참기가 힘들다.

함께 사는 사람도 자기전까지 폰을 놓지않는다. 오히려 스텐드조명에 의지해 책 읽는 나에게 눈나빠진다며 핀잔을 준다. 스마트폰보면 더 안 좋은거 아닌가? 싶지만 이렇다할 반박할만한 근거가 내 안에 많지 않아서 그럴때마다 피식 코웃음치고 넘어갔다.

그런데 얼마전 '20년 디지털 중독자의 디지털 디톡스 체험기'라는 부제가 달린 책을 만났다.

제목은 《디지털, 잠시 멈춤》이다. 저자인 고용석작가는 대학생 때 디지털 기기 체험단을 했을 만큼 내로라하는 얼리어답터였다고 한다. 그런 그가 어느 순간 디지털 기기에 삶이 점령당하는 기분이 들어 2020년 제주 여행을 하면서 하루 사진 3장을 목표로하고 폰을 멀리하려는 습관을 들이려 노력했다.

1,2부에서는 우리 뇌가 정신적 고도 비만증에 걸려있고 뇌에 필요한 다이어트를 디스커넥트로 시작할 것을 권한다. 여러가지 실험적 근거를 예로 들기도 한다. 3부에서는 내 삶에서 중요한 것에 커넥트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 미국 샌프란시스코주립대학 연구팀의 결과,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긴 사람일수록 외로움, 분노조절 장애, 우울감 등을 50퍼센트나 더 느낀다고 한다. 직접적인 상호작용 대신 일방적이고 직설적인 소통으로 외로움과 우울감이 증가하는 것이다. (29쪽)


📖 구글의 기술 윤리 전문가인 트리스탄 해리스는 "기상과 동시에 스마트폰으로 어제 처리하지 못한 이메일이나 업무를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되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기상 시간을 '어제 놓친 것을 확인 하는 시간'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일어나는 것이 활기찬 하루의 시작이 아니라 어제의 연장이 되는 셈인데 이 현상을 'FOMO(Fear of Missing Out:놓친 것에 대한 두려움) 증후군'이라고 한다. (45쪽)


📖 어두운 방에서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켜는 광경을 떠올려보자. 액정에서 나오는 빛은 망막을 자극하고 신호는 시상하부의 시교차 상핵을 지나 송과체에 도달한다. 빛에 민감한 이 기관은 아직 낮이라 판단하고 깊게 잠들게 하는 물질인 멜라토닌 분비를 줄이거나 중단한다. 불면증과 여러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결국 스마트폰의 빛은 우리를 늙게 하는 노화의 빛이다. (67쪽)

📖 매번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자극적인 것들을 찾고 듣다 보니 내면의 기억들을 다시 꺼내 볼 생각조차 못 했다. 보는 것도 듣는 것도 없어지자 그제야 뇌는 내면을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116쪽)


📖 내 인간관계, 위치 경로, 문화적 성향을 분석해 내 삶 자체를 통제할 위험이 있다. 가장 직접적인 위험은 의식이 편협해진다는 것이다. (131쪽)


++ 어제는 자기전 스마트폰으로 유튜브에서 짧은 스트레칭영상을 틀어놓고 따라하려는 중에 구글에 내 아이디로 접속하려는 이상신호를 감지했다고 알림이 떴다. 요즘 내 인스타그램에 타인이 자꾸 접속하는 것을 감지하는데 구글까지 누가 접속하려한다니 섬뜻해서 비밀번호를 바로 변경하였다. 그래도 찜찜함은 여전하다. 우리가 인터넷을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이것저것 정보를 찾아 유영하는 동안 타인에게 많이 노출된다는 것이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내 아이 1호에게도 그 작은 세상이 쥐어져서 더 걱정이다.


스마트폰을 잘 사용하면 여러모로 편리하지만 그 삶에 안주하지말고 끊임없이 각성하고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저자는 스마트폰에 사진기록으로 남기느라 뇌를 쓰지않는 것에 대한 해결책으로 관찰해서 그림을 그려볼 것을 제안한다. 현재 아이들 미술작업강사로 일하고 있기에 더욱 그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듯 하다. 나는 그림에는 소질도 흥미도 없으니 스마트폰이나 노트북말고 종이에 연필로 글을 쓰는 것으로 대체해봐야 겠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솔직한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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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기쁨과 슬픔 - 너무 열심인 ‘나’를 위한 애쓰기의 기술
올리비에 푸리올 지음, 조윤진 옮김 / 다른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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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지지난주 내게 온 책이다. 받고서 그 주 주말에 열심히 읽었던 듯 한데 반정도 읽다가 다른 책들 보다가 다시 마저 읽었다.


철학자이자 소설가, 에세이스트, 강연자인 저라 올리비에 푸리올은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나온 주제를 풀어서 쓴 책이다. 저자는 시종일관 자신이 정한 목표에 도달하고자 안간힘을 쓰지말고 편하게, 여유를 갖고 더 효율적으로 행동하라고 말한다. 특별한 노력 없이 목표를 이루길 바란다면서.

목적지향적 삶을 살면서 내 삶을 더욱 알차게 보내려 노력해왔던 나로썬 '아 뭐지? 목표나 목적없이 그냥 하면 된다고? 평범한 사람에게 그게 가당키나 할까?'하고 반문이 들기도 했지만 논리정연한 그의 글에 어느 새 수긍하기도 했다.


📖 목표를 이루고 싶다면 다른 생각은 하지 말라. 계속 나아가되, 뒤돌아 보지 말라. (...) 다른 생각을 하는 순간 의심이 들기 시작해 뒷걸음질을 치게 되니까. (14쪽)


📖 고상함과 즐거움이라는 두 가지 개념과 상통하는 '노력하지 않음'을 향한 욕망이다. 노력하지 않음의 극치는 '학습된 태만',사실 몇 시간을 준비했지만 막 준비륵 시작한 것처럼 행동하는 고상함이라 할 수 있다. (...) 진정한 멋이란 언제나 완벽하게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이다. 노력하지 않음은 절대로 그냥 달성되지 않으며 오히려 최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21쪽)


📖 "나는 조각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각을 합니다. 최대한 빨리 조각을 그만 두기 위해서 말이죠." 


++ 책 속에서 조각가 자코메티의 말을 인용한 문장을 보면서 블로그 이웃이자, 다작을 하시는 동화작가가 생각났다.  그 분의 말씀에 본인은 오전에 글쓰기를 집중해서 끝내고 노트북을 서둘러 닫는 것을 목표르 글을 쓴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 하되 조금씩 나아지기만 하면 된다. (27쪽)

 

📖 큰 변화는 종종 작은 결정들이 쌓여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일어나곤 한다.(32쪽)


📖 자신이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곳이자 가장 행위가 활발해지는 곳이며, 집중과 망각의 지점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내가 가장 나다워지는 곳이기도 하다. (102쪽)

❗집중과 망각의 지점은 나와 타인과 세상과의 관계가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행복에 이른, '나의 지점'이다. 


++ 요즘 읽는 책들 중에서 '나다움'을 강조하는 책들을 많이 만난다. 《스몰 스텝》에서도 그렇고..


📖 최대한 온전하게 나 자신이 되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운명이란 이끌림이며, 긴장을 풀어주는 요소기도 하다. 책임감, 일을 망칠 수도 있다는 두려움, 안전하게 가야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으면 승리를 향한 집착에 작별을, 패배를 향한 공포에 이별을 고할 수 있다. 결국 행위를 할 때 👉순수한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119쪽)


📖 드파르디외는 자신을 미래에 내던지지 않음으로써 운명과 진실의 존재를, 눈부신 느릿함의 한 형태와 야생동물의 평온함을 얻고, 내면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풍부하게 채운다.


++ 내가 추구하는 바와도 일맥상통하나 철학가이자 강연가의 글을 통해 들으니 더욱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특히 많은 이들이 알고 있고 인정하고 있는 '1만시간의 법칙'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을 논리적인 예시로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이것은 추정과 일반화를 기반으로 한 연구이며 고무적이고 민주적이며 비차별적 결론이라고 주장한다. 열심히 노력하면 어디든 닿을 수 있다는 메세지는 스포츠영역이든, 음악영역이든 조기교육을 부추길 수 있고, 어떤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은 개인이 최선을 다하지 않은 탓이라는 편견을 강화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우리를 해방하는 동시에(무엇이든 가능하단 논리), 책망하기도 하는(성공하지 못한 건 내 탓) 메세지라고. 


결국 저자는 너무 열심인 사람들에게 어떻게 힘을 빼고 애쓰는 것이 좋은지 이야기하는 것이다.

요즘 본업외에 부업(혹은 부캐)를 갖고자 하는 사람이 많다. 일이든 취미든  돈되는 것이든 모든 것을 아울러 자신의 방식을 추구해야 오래 길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힘빼기 기술이 진정 고수의 기술인 듯 싶다.


 

❣ 본 서평은 서평단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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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건 볼품없지만 트리플 3
배기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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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가 쓴 소설을 내가 읽고 좋아한 적이 있을까 잠시 생각해 봤다. 이렇다할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니 없는 것 같다. 시나 소설 등 문학 작품을 쓰는 사람을 동경했지만 딱히 시를 좋아한다고, 소설을 좋아한다고 말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해당작품을 많이 보지 못했다. 하지만 시대가 시대인지라 거침없는, 특유의 말투와 표현이 살아있는 작품들이 많이 나와 여유가 될 때 하나씩 탐독해 보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남은 건 볼품 없지만》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어디선가 보았고 마침 서평단 모집글로 떴길래 바로 신청해서 받아보게 되었다. 책은 내 손바닥 크기로 작고 하드커버라 핸드백 속에 쏙 넣고 틈틈히 읽어도 좋을만했다.


이 책의 저자는 배기정 작가이다. 한예종에서 영상원 영화과를 졸업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글의 소재와 글 속의 장면묘사를 보면서 한편의 단편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책엔 총 네개의 단편 소설, 《남은 건 볼품없지만》,《끝나가는 시절》,《레일라》와 뮤지션 오지은의 발문이 실려있다.


섞정, 몸을 섞다 생긴 정의 줄임말이었다. 후재는 그 두 음절의 단어로 저와 내 사이를 정의 내렸다. -9쪽


++ 글의 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영화제작 팀의 서른셋 친구 후재와 섞정은 영화 뒤풀이 날 만취했던 새벽 이후 3년간 몸을 섞은 사이다. 하지만 사귀는 사이는 아니다.

어느 날, 신대방동 어느 모텔에 정과 닮은 사람의 그림이 있다고 보러가자 꼬시는 후재와 찾아간 곳에서 예기치 않은 사건을 맞닥뜨리게 된다.



감독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스물네 살의 어리고 경력 없는 여자애쯤은 홀랑 넘어오게 하고도 남을 현학적인 눈빛이었다. 그 눈빛은 나에게 충분히 매력적이었지만 결정적으로 내가 혹하지 않은 이유는 그의 나이와 직업 때문이었다. 예술 하는 아저씨(45세, 남). (...) 나는 그 감독 밑에서 8개월 정도 버티다가 나보다 더 어리고, 귀엽고, 예술하는 아저씨를 좋아하는 다른 작가에게 밀렸다. 그 후 스물다섯이 되던 해 워킹 홀리데이를 떠났다. -32~33쪽


++ 주인공 정은 스물네 살때 사십대의 영화감독아래서 작가로 8개월간 일하다가 이듬해에 워킹 홀리데이를 떠난다. 그는 '자하'라는 시골스러운 동네에서 마트 캐셔로 일하며 어학원이라 하기에도 민망한 허름한 곳에서 영어를 배우고 찰스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와 동거를 하게 되고 어느 날은 남자가 말도 없이 떠난다. 그리고 갑작스레 지진이 나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집에서 여권과 현금을 챙겨 비상구 근처까지 갔을때 그 앞에서 프랭키라는 예쁜 이목구비를 가진 애로배우를 만나게 되고 함께 며칠을 지내게 된다.


사실 소설의 이야기는 흥미로웠지만 무슨 이야기를 작가가 하고 싶었는지 그 답을 낼 수가 없었는데 책의 말미에 있는 오지은의 발문을 보니 이해가 좀 되었다.



나는 안다. 예술남들이 섞정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말이 잘 통하고 자기 예술을 이해해주고 가끔 도움도 받고 어쩌면 잠도 잘 수 있는 그런 섞정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짧은 기간'의 섞정이만을 좋아하는지. 아이구 섞정이 쯧쯧, 하고 넘어가고 싶지 않다. 사람들은 이 판에 들어오고 재능을 보여주고 운이 좋으면 기회를 얻고 크레딧을 쌓아 성장하고 더 큰일을 얻는다. 그렇게 자리를 잡는다. 운과 재능과 버티기가 동반되어야 하는 간단치 않은 과정이다. (...) 그 똑똑한 여자 선배들은 다 어디로 갔지? 이상하다 생각이 들었을 때 이미 나는 판에서 쫒겨난 섞정이다. 새로운 섞정이들이 빛나고 있다. -195쪽



《끝나가는 시절》과 《레일라》 모두 매력적인 글이다. 특히, 오빠의 여자친구인 레일라 집에 오빠와 같이 얻혀사는 주인공 그녀는 오빠가 그 집에서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발각되어 쫒겨난 후에도 꿋꿋히 집주인 레일라와 함께 지낸다. 평범한 직장여성으로 그려지지만 현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의 삼십대 직장 여성을 잘 그려냈다. 직장에서 누구나 불편해하는 프로 불편러와도 적당히 잘 지낼 줄 알고 철없는 오빠를 그런대로 받아들이고 오빠의 전여친이라는 이상한 관계 속에서도 그녀에 대해 캐묻고 알려고 하지않는 사람이다. 남자친구와도 그럭 저럭 지내지만 결국 마지막엔 자신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대조적인 레일라에게서 뿜어져나오는 신비적인 느낌 또한 이야기를 풍부하게 한다.


나의 감성과 해석의 깊이로는 저자의 소설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책을 덮으며 이 시대의 한 면을 또 엿보는 즐거움을 느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 본 서평은 서평단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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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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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에 몰입하면서 이상하게 소설은 많이 읽지 않았다. 읽고 싶은 책들은 너무 많고 일어야 될 책들도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소설은 잘 읽지 않았던 듯하다. 오랜만에 읽은 소설은 신경숙작가의 《아버지에게 갔었어》 란 책이다. 전작 《엄마를 부탁해》 를 인상깊게 봤던 기억이 있어서 작가의 '아버지'를 주제로 한 책은 어떤 이야기로 풀어냈을지 궁금해서 틈날때마다 펼쳐 읽었다.

기대를 많이하고 읽었던 탓인지 아니면 내가 시간을 여유있게 두고 몰입해서 읽지 못하고 짧게 끊어읽어서 그런지 처음에는 읽는 속도가 나질 않았는데 중반부를 지나가면서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꿈을 이루셔요"라는 문구가 겉표지를 열면 저자의 친필 사인과 함께 적혀있는데 열심히 꿈을 위해 작년부터 부단히 달려오고있었던 터라 유독 가슴에 꽂혔다. 그리고 다음 장에 짧막히 인트로로 들어간 문장이 한껏 글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언젠가 내가 아버지에게 당신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하자 아버지는 내가 무엇을 했다고?했다.

아버지가 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내가 응수하자 아버지는 한숨을 쉬듯 내뱉었다.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살아냈을 뿐이다,고.

《아버지에게 갔었어》

 

 

글의 시작은 친정어머니의 병원입원으로 인해 집에 혼자 계신 아버지를 챙기러 친정집으로 가게 된 상황으로 시작된다. 자신을 제외한 동생들과 오빠들은 각자 부모님을 나름의 방식대로 챙기고 있었는데 그만은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터라 여동생과의 대화에서 부모님의 상황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

 

 

나는 내 가족이 나의 글을 읽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 함께한 어떤 시간을 내 식대로 문장으로 복원해서 내놓는 일을 그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짐작해보면 아찔하고 난감하고 부끄럽다. 그리고 두렵다. 사라져도 무방할 어떤 시간들이 내가 쓴 문장으로 인해 언어로 채집되어 존재하게 되는 것이. 《아버지에게 갔었어》 49쪽

이 책은 소설이지만 작가로서 살면서 가족들에게 글을 보이는 것에 대한 소회가 나타난 문장도 찾을 수 있다.

 

 

 

 

아버지는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십년이 지날 때까지도, 서울에 오게 될 때, 혹은 내가 시골집에 가게 될 때마다 잊지 않고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 했다. 보다 못한 큰오빠가, 아버지가 저렇게까지 원하시는데 딸로서 그거 하나 못 들어주느냐고 길게 말했다. 계속 다른 곳이나 바라보며 못 들은 척하는 나에게 큰오빠가 일갈을 했다. 그것이 아버지 인생 아니냐, 너는 글을 쓴다는 사람이 사람 마음을 그렇게 모르냐? 아버지 마음도 제대로 모르면서 무슨 글을 쓴다고...... 《아버지에게 갔었어》 67쪽

 

아버지는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모두 전염병으로 잃고 자신에게 주어진 어린 송아지 하나를 붙들고 삶을 힘겹게 일궈왔다. 특히 난리도 아닌 6.25전쟁중에 징집될까봐 두려워하는 중에 지인에게 급작스럽게 손가락 하나의 마디가 절단되는 일을 겪어야했다. 또한, 어수선한 그 시절 취직을 하기 위해 찾아간 곳에서 공부꽤나 할 것 같아 보이는 형님에게 무작정 취업 공부를 같이 하자고 졸라 함께 준비를 하며 친분을 쌓는다. 그런데 전쟁통이라 둘이 끌려가서 인민군에게 고초를 당한다. 서로를 적처럼 대하도록 연출하는 상황에서 죽음을 코앞에 두고 어린 아버지는 결국 그 형님을 밀어버리게 되고 그로 인해 평생을 죄책감으로 살아간다. 얼굴 한 번 제대로 못보고 결혼한 아내와의 사이에서 네 아들과 두 딸을 대부분 대학교육까지 시킨 대단한 분이 자식들의 학사모찍은 사진을 집안에 걸어두는 장면은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때 자식들을 번듯하게 교육까지 시킨 아버지만의 뿌듯함을 나타내는 요소인가 싶었다.

 

 

아버지의 뇌가 잠을 자지 않는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전쟁 중에 아버지의 손가락이 잘리던 순간이 떠올랐다. 아버지의 뇌를 잠 못들게 하는 게 꼭 그 순간인 것만 같아서. (...) 아버지의 뭉툭한 손가락을 보면 밀려들던 기묘한 슬픔. 기모한,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치유되지 않을 것 같은 슬픔. 그럴 때면 내 손을 뻗어서 아버지 손가락에 깍지를 끼곤 했다. 《아버지에게 갔었어》 111쪽

 

 

자식을 잃은 슬픔에 갇혀 늙은 아버지를 챙기지 못했던 넷째 딸 헌은 아버지가 제일 자랑스러워하는 딸이다. 딸이 아버지를 보살피며 아버지의 수상한 행동, 새벽에 자다가 사라져 곳간에 가 있거나 작은 방에 웅크리고 있거나 하는 모습을 맞닥들이는 장면들이 순간순간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아버지가 장사할 때 돈을 담아두는 용도로 썼던 '나무궤짝'하나를 발견하여 그 속에서 아버지와 리비아라는 나라에 장기 출장을 간 큰오빠가 주고 받은 편지를 읽으며 그 때를 회상하는 장면 또한 인상깊었다.

 

 

나는 닫힌 문 앞에 서 있는 기분으로 이 물건들을 주문하는 아버지를 상상해보려고 했지만 눈만 껌벅거려졌다. 아버지는 왜 이런 물건들을 주문해서 포장도 풀지 않은 채 거미줄투성이인 이 방에 쌓아둔 것인가. 《아버지에게 갔었어》 153쪽

 

위의 문장을 읽자, 요양원에서 가족들의 발길없이 홀로 외로이 지내는 어느 할머니 이야기가 문득 생각났다. 우연찮게 홈쇼핑 상담원과 통화를 하는데 평소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 할머니가 상담원의 친절한 응대에 너무 감동을 받은 나머지 필요도 없는 물건을 사고, 상담원은 이후에도 그 할머니가 떠올라 다른 물건들도 권유하는 이야기다. 그 할머니는 오랫동안 자신에게 쓸모도 없는 물건들을 사들였다는 슬픈 이야기였다. 소설 속 아버지도 그런 이유에서 아내 몰래 그렇게 택배를 받아왔을까 궁금증이 생겼다.

저자는 독특한 방식으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이끌어냈다. 큰오빠와 아버지가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 첫째에 대한 의지와 애잔함을, 둘째오빠와의 인터뷰형식의 대화를 통해 둘째에 대한 아버지의 속깊은 이해를, 어머니와의 인터뷰형식의 대화로 어머니 시선으로 본 아버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끌어냈다. 특히 아버지에 고마움과 죄책감을 가져다준 형님, 박무릉을 찾아가서 직접 나눈 대화가 제일 흥미로웠다.

 

 

 

 

엄마의 기억에 의하면 아버지가 밤에 자다가 일어나 우두커니 앉아 있기 시작한 지는 삼십년이 지났고, 격한 잠꼬대를 시작한 것도 이십년은 지난 이야기이며, 자다가 일어나서 마당을 서성거리다가 헛간에 들어가는 일도 십오년전부터 있어온 묵은 것들이었다. "왜 그런 말씀을 이제야 하세요?" "너나 이제 아는 일이지......" 내가 아버지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문지 하나 작성하지 못할 정도라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아버지에게 갔었어》 376~377쪽

 

 

딸 헌이 아버지 옆에 붙어 사는동안 평소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증세에 정확한 정밀 검사를 받아보기 위해 아버지를 서울로 갈 것을 권유하나 자식들 고생시키는 것 못하겠다는 하여 결국 근처 다른 시의 병원에 가서 설문지 작성을 위해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상태를 묻는다. 문득 얼마전 머리가 아프다고 엄마께 말씀하셨다는 우리 아버지의 건강은 괜찮으신건가 걱정이 되었다. 나도 삼십평생을 부모에게 무심한 딸로 자라왔다는게 새삼 부끄러웠다. 언제 이렇게 세월이 흘러 이제 우리 자식들이 부모의 건강을 염려하고 그들의 삶을 걱정하는 시대가 왔나 싶다. 난 언제쯤 소설 속 헌 처럼 아버지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게 될까. 과연 언제쯤 아버지에 대한 섭섭함과 원망을 걷어내고 다정하게 다가갈 수 있을까.

 

 

아버지의 존재만으로 두려움이 달아나던 그때가 그립게 떠오르곤 했다. 나는 곁에 있을 뿐 아버지의 두려움을 조금도 막아주지 못했다. 아버지는 자다가 벌떡 일어나 숨을 곳을 찾거나 나한테 이러지 마시오! 잠꼬대를 하거나 누군가 쫒아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다급히 뛰쳐나가려고 했다. 문턱에 걸려 넘어지곤 일어나지 못한 채 그대로 잠에 들기도 했다. 《아버지에게 갔었어》 397쪽

 

어떻게서든 돈을 벌여서 가족을 먹여살리려고 했던 책임감있고 성실하고 우직한 아버지의 모습에서 간밤의 일을 기억못하는 심지어 뭔가에 시달리는 병약한 아버지를 보는 자식의 시선이 곧 나도 생생하게 겪어내야 할 상황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뿌린 만큼만 바라고, 자신은 학교 문전에도 가보지 못했어도 자식들을 교육시키는 일로 일생을 보내고, 약자면서 자신보다 더 약자를 거두려 했던 아버지의 태도에 집중하고자 했다는 저자.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채 먼지 한톨로 사라질 이 익명의 아버지에게 가장 가까이 가서 이제라도 그가 혼잣말로 웅얼거리는 소리까지 죄다 알아듣고 싶었다는 그의 말에, 이미 잊힌 것 같은 그의 존재에 숨을 불어 넣고 싶은 글쓰기가 자신의 욕망에 불과한 것 같다는 말(419쪽) 이 머릿속에 맴돌아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 떠다녔다.

 

 

중간에 삽입된 아버지의 마음 속에 묻어둔 사랑이야기는 오직 자식과 가족만 생각했던 아버지에게 지난한 삶 속의 한 줄기 욕망이었을까 싶다. 풍성한 이야기 소재에 책을 읽는 동안 장면 장면이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저자의 불미스러운 일은 고사하더라도 《아버지에게 갔었어》 는 1950년대 젊은 아버지의 연대기를 잘 볼 수 있어서 시대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는 책인 듯 싶다. 가족들의 심리를 잘 묘사한 것도 좋았다. 또한 인터뷰장면에서 듣는 사람은 드러나지 않고 화자만 계속 이야기를 하는 방식도 신선했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이번을 계기로 더 읽고 싶다.

 

 

++ 본 서평은 서평단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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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 눌러 새로고침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3
이선주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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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청소년 관련일을 해서 그런지 부쩍 청소년에 관심이 많다. 2주 전, 책 홍보글을 보다가 청소년 관련 소설을 보고 관심이 생겼다. 제목은 《마구 눌러 새로고침》이다. 제목도 신선하다. 이 책은 5명의 작가가 함께 쓴 책이다. 한 꼭지가 그리 길지도 않아서 단숨에 읽을 있을뿐더러 내용도 요즘 청소년들 이야기라 흡입력있게 잘 읽힌다.


첫 번째 작가, 이선주 저자가 쓴 <새로고침>은 SNS중독, 성형중독인 한 여학생의 이야기를 다룬다. 얼마전 <여신강림>이라는 드라마를 한두 번 재밌게 봤던 터라 이야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자연스러운 게 제일 좋아요. 가식적인 게 제일 싫고요. 이건 저랑통하시네요. 아, 성형이요. 네, 인정할게요. 자연스러운 거 좋아하면 성형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 근데, 제가 말하는 자연스러움은 성형을 하지 않고 못생긴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는 게 아니라, 성형을 하고 난 후에 이를 당당히 밝히고 예뻐진 얼굴을 마음껏 드러내는 거에요." - 《마구 눌러 새로고침》중 <새로고침>, 12쪽


이야기 속 주인공은 일상 속에서의 자신보다 SNS속의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제 사진과 현실의 제 얼굴이 똑같아졌다고요. 드디어 제가 완전해진 느낌이었어요. 그동안 늘 불안하고 부족하다고 느꼈거든요." - 《마구 눌러 새로고침》중 <새로고침> 20쪽


"왜 또 했냐고요? 그게...... 저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셀카를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보정해서 올리고, 인스타그램에 보정해서 올린 사진대로 성형을 하고, 성형한 나를 또 찍어서 보정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그랬더니 글쎄, 또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속의 저와 멀어진 거예요. 그래서 다시 가까워져야겠다 생각한 거죠." - 《마구 눌러 새로고침》중 <새로고침> 24쪽


처음부터 화자만 등장하며 이야기하고 청자는 직접 드러내고 말을 하지 않는 방식이 신선했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자신 모습을 수정하고 보완해서 편집하는 SNS세상. 많은 이들이 SNS에는 자신이 빛나보일 때, 행복할 때 올리기 때문에 좋은 모습만 비춰진다고 말한다. 난 인스타그램을 예쁜 내 아이가 예뻐보이지않고 돌보기 힘들 때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타인의 칭찬과 관심을 통해 우리 아이를 제 3자처럼 애증의 감정적인 것을 빼고 객관적으로 예뻐해주고 싶었다. 지금도 평소 삶을 열심히 살 때는 잘하지 않는다. 그냥 공허하거나 누군가에게 관심받고 싶을 때 피드에 글과 사진을 올리게 되는 것 같다. 《마구 눌러 새로고침》 속 이야기를 보며 SNS에 의존하는 현대인의 다수가 현실의 자신과 SNS속의 자신을 혼동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게 됐다. 누가봐도 SNS속의 모습을 꾸며진 모습이라고, 어쩌면 가식적인 모습일 수도 있다고 생각할 텐데 많은 이들이 현실 속의 자신을 더욱 자신과 동떨어지게 여기고 싶어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됐다.


우리 집 꼬맹이, 6살짜리 딸만해도 보정된 카메라로 찍은 모습을 더욱 예쁘다고 만족스러워한다. 언젠가는 한껏 보정해서 완전 다른 모습의 사진보다 옛날 감성대로 좀 촌스럽고 있는 모습 그대로의 사진이 다시 환영받는 때가 오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두번 째 이야기, 조우리 작가의 <껍데기는 하나도 없다>는 십대청소년의 따돌림 문제를 다루고 있다. 매일같이 성실히 일하지만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못해 전세 계약기간 만료로 2년마다 이사를 하는 신세인 부모님과 함께 살던 10대 소년 K는 새로 이사 온 곳으로 거의 반강제적으로 2주만에 쫓겨나다시피 오게되면서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 아이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아이들의 눈치를 보며 욕구를 파악하고 친절한 모습을 하며 아이들에게 '센스 있는 친구'로 등극하게 된다. 그런데 반에서 덩치도 좋고 공부도 썩 잘하는 '우성'이라는 친구가 친구들 보기에 잘난척하는 모습으로 비춰 따돌림당하는 것을 보게 되고 어느 날 재현이란 아이가 자신의 아이팟을 우성이 훔쳐간것 같다고 할 때 재현의 편에서 두둔하는 행동을 한다.


재현은 처음에 "이상하다. 분명히 두고 온 것 같은데"라고 말한 이래로 똥 씹는 표정으로 아무런 대답 없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그러다 K의 짝이 무슨 새로운 발견을 한 것처럼 큰 소리로 K에게 물었다. "근데 너, 그날 재현이랑 집에 같이 갔다며? 너 없는데?" K는 재현을 바라봤다. 이건 네가 대답해 줘야 하는 부분이잖아, 제발. 하지만 그 타이밍에 재현은 여자 친구와 통화한다며 자리를 떠 버렸다. (...) "이 새끼 황당하다. 재현이가 죽으라면 죽을 거냐? 충성심이 장난 아니네?" K는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왜 아이들의 화살이 내게로 오지? 그냥 친구의 요청에 도움을 준 것뿐인데. 자기들이라도 그랬을 거면서. 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냥 이런 전개는 매우 좋지 않다고, 그동안 쌓아 온 무언가가 와르르 무너지며 그 아래 짓눌려 버릴 것 같다고 느낄 뿐이었다- 《마구 눌러 새로고침》 중, <껍데기는 하나도 없다> 56쪽


예민한 시기인, 십대 청소년들은 어른들보다 자신 또래 친구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을 좋아한다. K도 그런 평범하고 소심한 아이였다. 아이들로 부터 한 순간에 외면당한 K, 글을 읽는 내내 그에게 감정이입되어 내 마음도 먹먹했다. 위 글을 쓴 저자는 삶의 괴상함에 대해 전해야 겠다고 이야기하며, "불행한 청소년이 불행한 어른이 되는 건 아니라고. 지금 너의 자리가 영원히 너의 자리는 아니라고. 돈도 없고 키도 없고 힘도 없고 재능도 없고 꿈도 없고 친구도 없고 내 방도 없고 뭣도 없어도 삶이란 녀석은 너무너무 이상해서 분명 너에게도 이상한 기회를 잔뜩 줄거라고" 《마구 눌러 새로고침》 중 <껍데기는 하나도 없다> 65~66쪽 말한다. 학교에서나 집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어려웠고 다시 10대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그 시절이 어둡고 우울했다는 저자의 고백을 들으며 책 속의 이야기를 지금 어둠 가운데, 외로이 웅크려있는 청소년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다른 얘기지만, 우리나라 십대 자살율은 엄청 높다고 한다. 10대 사망원인 1위가 바로 자살이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얼마 전에 우연찮게 TV프로그램에서 패널 들이 문제를 맞추는데, 문제가 '최근 10대들 사이에서 이 말이 극단적인 선택을 뜻하는 암호로 사용하고 있다는데, 그 말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답은 "나 오늘 파스타 먹었어"였다. 그것을 보면서 기성세대인 우리가 위기의 청소년들을 잘 살펴야겠다는 경각심이 생겼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 되다 보니 청소년 문제가 남일 같지 않다. 부모된 어른이 내 아이말고도 다른 청소년들도 주의깊게 관심을 갖고 함께 돌봐야 될 것 같은데 그 방법이 뭘까 고민하게 된다.


《마구 눌러 새로고침》의 다른 이야기들도 소재도 신선하고 이야기도 흥미있었다. 하지만 이 글들이 재미로만, 청소년들을 이해하는데로만 그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이 사회의 청소년들을 올바른 길로 이끄는데, 특히 소외되지 않고 저마다의 개성을 살려 적성을 찾으며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본다.


오랜만에 의미 있는 책을 봐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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