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 눌러 새로고침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3
이선주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청소년 관련일을 해서 그런지 부쩍 청소년에 관심이 많다. 2주 전, 책 홍보글을 보다가 청소년 관련 소설을 보고 관심이 생겼다. 제목은 《마구 눌러 새로고침》이다. 제목도 신선하다. 이 책은 5명의 작가가 함께 쓴 책이다. 한 꼭지가 그리 길지도 않아서 단숨에 읽을 있을뿐더러 내용도 요즘 청소년들 이야기라 흡입력있게 잘 읽힌다.


첫 번째 작가, 이선주 저자가 쓴 <새로고침>은 SNS중독, 성형중독인 한 여학생의 이야기를 다룬다. 얼마전 <여신강림>이라는 드라마를 한두 번 재밌게 봤던 터라 이야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자연스러운 게 제일 좋아요. 가식적인 게 제일 싫고요. 이건 저랑통하시네요. 아, 성형이요. 네, 인정할게요. 자연스러운 거 좋아하면 성형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 근데, 제가 말하는 자연스러움은 성형을 하지 않고 못생긴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는 게 아니라, 성형을 하고 난 후에 이를 당당히 밝히고 예뻐진 얼굴을 마음껏 드러내는 거에요." - 《마구 눌러 새로고침》중 <새로고침>, 12쪽


이야기 속 주인공은 일상 속에서의 자신보다 SNS속의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제 사진과 현실의 제 얼굴이 똑같아졌다고요. 드디어 제가 완전해진 느낌이었어요. 그동안 늘 불안하고 부족하다고 느꼈거든요." - 《마구 눌러 새로고침》중 <새로고침> 20쪽


"왜 또 했냐고요? 그게...... 저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셀카를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보정해서 올리고, 인스타그램에 보정해서 올린 사진대로 성형을 하고, 성형한 나를 또 찍어서 보정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그랬더니 글쎄, 또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속의 저와 멀어진 거예요. 그래서 다시 가까워져야겠다 생각한 거죠." - 《마구 눌러 새로고침》중 <새로고침> 24쪽


처음부터 화자만 등장하며 이야기하고 청자는 직접 드러내고 말을 하지 않는 방식이 신선했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자신 모습을 수정하고 보완해서 편집하는 SNS세상. 많은 이들이 SNS에는 자신이 빛나보일 때, 행복할 때 올리기 때문에 좋은 모습만 비춰진다고 말한다. 난 인스타그램을 예쁜 내 아이가 예뻐보이지않고 돌보기 힘들 때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타인의 칭찬과 관심을 통해 우리 아이를 제 3자처럼 애증의 감정적인 것을 빼고 객관적으로 예뻐해주고 싶었다. 지금도 평소 삶을 열심히 살 때는 잘하지 않는다. 그냥 공허하거나 누군가에게 관심받고 싶을 때 피드에 글과 사진을 올리게 되는 것 같다. 《마구 눌러 새로고침》 속 이야기를 보며 SNS에 의존하는 현대인의 다수가 현실의 자신과 SNS속의 자신을 혼동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게 됐다. 누가봐도 SNS속의 모습을 꾸며진 모습이라고, 어쩌면 가식적인 모습일 수도 있다고 생각할 텐데 많은 이들이 현실 속의 자신을 더욱 자신과 동떨어지게 여기고 싶어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됐다.


우리 집 꼬맹이, 6살짜리 딸만해도 보정된 카메라로 찍은 모습을 더욱 예쁘다고 만족스러워한다. 언젠가는 한껏 보정해서 완전 다른 모습의 사진보다 옛날 감성대로 좀 촌스럽고 있는 모습 그대로의 사진이 다시 환영받는 때가 오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두번 째 이야기, 조우리 작가의 <껍데기는 하나도 없다>는 십대청소년의 따돌림 문제를 다루고 있다. 매일같이 성실히 일하지만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못해 전세 계약기간 만료로 2년마다 이사를 하는 신세인 부모님과 함께 살던 10대 소년 K는 새로 이사 온 곳으로 거의 반강제적으로 2주만에 쫓겨나다시피 오게되면서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 아이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아이들의 눈치를 보며 욕구를 파악하고 친절한 모습을 하며 아이들에게 '센스 있는 친구'로 등극하게 된다. 그런데 반에서 덩치도 좋고 공부도 썩 잘하는 '우성'이라는 친구가 친구들 보기에 잘난척하는 모습으로 비춰 따돌림당하는 것을 보게 되고 어느 날 재현이란 아이가 자신의 아이팟을 우성이 훔쳐간것 같다고 할 때 재현의 편에서 두둔하는 행동을 한다.


재현은 처음에 "이상하다. 분명히 두고 온 것 같은데"라고 말한 이래로 똥 씹는 표정으로 아무런 대답 없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그러다 K의 짝이 무슨 새로운 발견을 한 것처럼 큰 소리로 K에게 물었다. "근데 너, 그날 재현이랑 집에 같이 갔다며? 너 없는데?" K는 재현을 바라봤다. 이건 네가 대답해 줘야 하는 부분이잖아, 제발. 하지만 그 타이밍에 재현은 여자 친구와 통화한다며 자리를 떠 버렸다. (...) "이 새끼 황당하다. 재현이가 죽으라면 죽을 거냐? 충성심이 장난 아니네?" K는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왜 아이들의 화살이 내게로 오지? 그냥 친구의 요청에 도움을 준 것뿐인데. 자기들이라도 그랬을 거면서. 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냥 이런 전개는 매우 좋지 않다고, 그동안 쌓아 온 무언가가 와르르 무너지며 그 아래 짓눌려 버릴 것 같다고 느낄 뿐이었다- 《마구 눌러 새로고침》 중, <껍데기는 하나도 없다> 56쪽


예민한 시기인, 십대 청소년들은 어른들보다 자신 또래 친구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을 좋아한다. K도 그런 평범하고 소심한 아이였다. 아이들로 부터 한 순간에 외면당한 K, 글을 읽는 내내 그에게 감정이입되어 내 마음도 먹먹했다. 위 글을 쓴 저자는 삶의 괴상함에 대해 전해야 겠다고 이야기하며, "불행한 청소년이 불행한 어른이 되는 건 아니라고. 지금 너의 자리가 영원히 너의 자리는 아니라고. 돈도 없고 키도 없고 힘도 없고 재능도 없고 꿈도 없고 친구도 없고 내 방도 없고 뭣도 없어도 삶이란 녀석은 너무너무 이상해서 분명 너에게도 이상한 기회를 잔뜩 줄거라고" 《마구 눌러 새로고침》 중 <껍데기는 하나도 없다> 65~66쪽 말한다. 학교에서나 집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어려웠고 다시 10대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그 시절이 어둡고 우울했다는 저자의 고백을 들으며 책 속의 이야기를 지금 어둠 가운데, 외로이 웅크려있는 청소년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다른 얘기지만, 우리나라 십대 자살율은 엄청 높다고 한다. 10대 사망원인 1위가 바로 자살이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얼마 전에 우연찮게 TV프로그램에서 패널 들이 문제를 맞추는데, 문제가 '최근 10대들 사이에서 이 말이 극단적인 선택을 뜻하는 암호로 사용하고 있다는데, 그 말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답은 "나 오늘 파스타 먹었어"였다. 그것을 보면서 기성세대인 우리가 위기의 청소년들을 잘 살펴야겠다는 경각심이 생겼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 되다 보니 청소년 문제가 남일 같지 않다. 부모된 어른이 내 아이말고도 다른 청소년들도 주의깊게 관심을 갖고 함께 돌봐야 될 것 같은데 그 방법이 뭘까 고민하게 된다.


《마구 눌러 새로고침》의 다른 이야기들도 소재도 신선하고 이야기도 흥미있었다. 하지만 이 글들이 재미로만, 청소년들을 이해하는데로만 그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이 사회의 청소년들을 올바른 길로 이끄는데, 특히 소외되지 않고 저마다의 개성을 살려 적성을 찾으며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본다.


오랜만에 의미 있는 책을 봐서 감사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