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 독서법 - 마음과 생각을 함께 키우는 독서 교육
김소영 지음 / 다산에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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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책을 보며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우리 언니랑 나는 같이 자랐는데, 난 왜 언니처럼 책을 좋아하지 않았을까? 언니가 책을 열심히 보는 것을 보며 그 어린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왜 엄마는 나에게 책을 읽어주시거나, 읽으라고 하지 않으셨을까? 내가 어렸을 적부터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했다면 내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란 생각이 든다. <<말하기 독서법>>이란 책을 보고서도 그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은 아직 어리지만, 곧 초등학교에도 들어갈테고 그 전에 독서습관 잡아주고 싶은 생각이 있어 이 책을 집어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꼭 '독서교실'에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이신 '김소영선생님'같은 분을 우리 아이가 만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책은 총 4파트로 나뉘어 있다.

 

 

Part 1에서는 '말하기'가 독후감 쓰기보다 먼저인 이유를

Part 2에서는 책 읽기가 즐거워지는 갈래별 말하기 독서법을

Part 3에서느 글쓰기 힘을 키워주는 말하기를

Part4에서는 어린이 유형별 독서 지독법을 이야기 한다.

 

 

Part 1 '말하기'가 독후감 쓰기보다 먼저인 이유


 

 

 1_ 책과 아이가

 친해져요

 아이속마음 : 독후감 때문에 책 읽기가 싫어졌어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수많은 아이들이 '독서'가 아닌 '독서기록장'때문에 힘들어 합니다. 아이의 책 읽기를 돕고자 만든 독서기록장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하는 셈이죠. (중략) 그렇다고 독서기록장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의 독서 상황을 살피고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을 정리하는 다양한 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독서기록장은 중요한 교육 도구입니다. (중략) 아이들은 유독 독서기록장이나 독후감 쓰기를 어려워합니다. 글쓰기라는건 많은 생각과 집중력, 물리적인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죠.」 P17-18

 

저자가 서진이라는 한 아이를 만나 수업을 시작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다음이 저자인 선생님과 아이의 대화내용이다.

"별 네 개면 꽤 좋은 점수네! 네 개나 받은 이유는 뭐고, 하나를 놓친 이유는 뭘까?"

"저는 상상력이 있는 책을 좋아하거든요. 이 책은 그런 엄청 큰 채소들이 나오니까 상상력이 좋고요. 또 다음에 어떻게 될까 계속 상상하게 하는 점도 좋았어요. 그래서 별을 네 개 받았어요. 그런데 마지막 장면 다음에 무슨 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은데 금방 끝나서 그게 아쉬워요." P18

책에 별점 주기를 시작으로 자신의 상상력을 독서 노트에 펼쳐 보이며,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면 내용을 집중해서 듣고 한 장면 한 장면 공책을 채워나가는 아이. 아이만의 주도로 독서 후 활동이 만들어진 것인데, 여기서 독서교실 선생님으로서 아이에게 섣불리 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태도를 이야기 한다. 바로, 아이가 잘 말한 것이 아깝다는 생각에 "이렇게 말을 잘하는데 왜 그동안 안 썼어?"라고 하는 것이다. 초보 선생님들이 이런 실수를 잘 한다고 한다.

 

"이 책 생각보다 재미있었어요. 앞부분만 보려다가 끝까지 다 읽었어요."

"책에 나오는 노래 있잖아요. 가사만 있어서 제가 작곡을 해봤어요."

"그런데 거기서 주인공이 한 말이 이해가 안 돼요." P20

가방을 내려놓기도 전에 독서교실 선생님에게 책에 관한 이야기를 흥이나서 말하는 아이의 이야기를 보며 나도 흐뭇했다.

이 책은 아이와 함께 독서교실을 꾸린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써서 신뢰감도 높은 데다, 아이들의 이야기가 대화체로 그대로 실려있어 책을 읽고 감명받은 아이들의 느낌과 생각을 함께 느껴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2_책 읽는 힘을

길러줘요

아이의 속마음 : 읽긴 읽었는데, 기억이 안나요.

 

 

「몰입의 순간은 그 자체로 소중하지만, 그것이 곧 '깊이 읽기'는 아닙니다.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잘 읽는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초보 독자인 아이는 책을 읽으면서 잘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말하기 독서는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됩니다.」 P29. 한 어머니가 아이 상담 전에 아이가 책을 정말 많이 본다고 하였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책 내용을 말하면 공감하지 못하고 관심이 없는듯 보여서 어느 책 이야기를 하며 "그거 선생님도 정말 좋아해. 그런데 그 책이 문제가 좀 있어. 읽을 때마다 너무 콘소메 수프가 먹고 싶어진다는 거야. 특히 밤에 말이지."라고 이야기 하는 장면이 나온다. "왜, 혹시 그 장면 생각 안 나?" 라고 묻자, "아뇨, 그건 아닌데......."라는 대답. 책을 적극적으로 상상하거나 생각하면서 읽는 연습이 되지 않았기에 공감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예로 앉은 자리에서 책을 읽어치우는 것과 이야기 속 상황을 상상하고 느껴보는 것, 후자가 '깊이 읽기'라는 것을 깨우치게 한다.

말하기로 아이의 독서를 도와주세요. 책의 첫인상은 어떤지, 어디쯤 읽었고 읽은 데까지는 재미있었는지, 읽는 데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주인공은 어떤 성격이고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 등을 말하게 해주세요. P31

 

 

 

 

3_지적 성장을

도와줘요

아이속마음 : 저 지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

 

「책을 읽고 생각을 말로 표현해보면 비로소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됩니다. 말하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요. 입니다. 만일 생각이 불분명하다면 적절한 질문과 대화로 분명하게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P33

 

 

7_부모와 아이가

더 가까워져요

아이속마음 : 엄마, 이 책은 요...

 

 

「책은 틈틈이 읽는 것보다 시간을 내어 집중해서 읽는 것이 좋습니다. 이 말은 아이가 책 읽기를 바란다면 책 읽을 시간을 '따로'마련해주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책은 되도록 앉은자리에서 한번에 읽는 것이 좋습니다.」 P51

「부모와 아이가 함께 책을 읽는 것은 언제나 가장 좋은 독서 교육입니다. 부모가 독서의 가치를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니까요. 더 좋은 점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상생활을 벗어나 새로운 주제, 새로운 내용으로 아이와 대화 할 수 있습니다.」 P52

 

 

 

말하기 독서,

어떻게 지도해야 하나요?

☞ 의미 있는 질문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정답을 아는지 묻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어떻게 이해했는지'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답을 들은 다음에도 대화가 이어질 수 있는 질문을 던지려고 노력합니다. 범위가 너무 넓지 않으면서도 대답할 내용을 고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질문이면 더 좋습니다.

 

 

Part 2 책 읽기가 즐거워지는 갈래별 말하기 독서법


 

이 파트의 에 대해 이야기 한다. 나는 워낙 그림책을 좋아하고, 관심이 있어서 이 장에서 소개되는 그림책들 제목에 줄을 그으며 꼭 찾아 읽어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2_그림책,

어떻게 읽을까?

읽는 법

 

저자는 친절하게, 네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자연스럽고 정확한 발음으로 읽어요.

둘째, 읽기 전에 내용을 짐작해 말해요.

셋째, 모르는 단어는 넘어가도 괜찮아요.

넷째, 소리 내어 생각해봐요.

 

 

3_그림책, 읽고

무엇을 말할까?

말하는 법

 

첫째, 그림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해요.

(느낌) "무엇이 느껴지니?"

(장면) "인상적인 장면은 뭐였니?"

(표현법)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

둘째, 그림책이 만들어진 방식을 말해요.

(크기) "왜 크게 작게 길게 만들었을까?"

(표지와 면지) "표지에 왜 이 그림을 그렸을까?"

(창작) "작가의 생각에 너의 생각을 더해봐!"

 

 

 

 

2장에서는 언어의 힘을 배우는 동시말하기, 3장에서는 생각을 키우는 동화말하기에 대해 말한다.

 

 

 

 

여기서는 기억나는 구절만 정리해보았다.

 

「어떻게 보면 시에 쓰인 말들은 간신히 살아남은 것들. 시를 이해하려면 먼저 시어에 담긴 뜻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시를 읽으면 언어를 이해하는 힘이 자연스레 길러지는 것이다. (중략)

시의 비유와 상징을 이해하면 언어에 대한 감각은 물론이고 세상을 대하는 감각도 달라진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중략) 언어의 힘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되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을 수 있게 된다.(중략) 아이의 오감을 확장시키고, 깊이 있는 생각을 하도록 이끄는 동시가 좋은시이다.」 P108-108

 

「시를 읽는 더 좋은 방법을 외워서 읊는 것, 즉 하는 것인데 외우기 위해 여러 번 읽으면서 시어를 음미할 수 있고, 시상이 전개되는 방식도 이해할 수 있어 좋다.」 P111 그 외, 시를 잘 읽기 위해 를 하거나, (한 시인의 작품집)도 좋다고 한다.

 

「시어 속에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는 순간, 이해의 폭과 깊이는 완전히 달라진다.」P121

「상징을 배우면 추상적 사고력이 커진다.」 P123

「시를 읽으면서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냄새, 감촉, 맛을 찾아보세요.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P125

 

「동화책 말하기의 가장 좋은 점은 이야깃거리가 풍성해진다는 것. 」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어른에게 당부하고 싶은 두 가지는 되도록 아이와 함께 동화를 읽자는 것이고, 부득이하게 함께 못 읽었다면 아이에게 '이야기를 청한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들어주자라는 것.」 P138

「그림책을 읽을 때 그림을 감상하고 이해해야 하는 것처럼, 동화책을 읽을 때는 글에서 느낌과 생각을 얻어야 합니다.」

「동화책은 글의 양이 많아서 어려운 게 아닙니다. 관건은 글의 양이 아니라 '글을 이해할 수 있는가'입니다.」 P141

 

「동화를 읽으면서 아이는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P145

 

 

 

3_동화책 읽고

무엇을 말할까?

말하는 법

(줄거리)

첫째, 줄거리를 이해하고 말해요.

둘째, 세 가지 방법으로 줄거리를 정리해요.

(단어) 단어찾기

(말머리와 이음말) 말머리와 이어주는 말로 도와주기

(이야기산) 목적지는 '이야기산'

 

(인물)

첫째, 인물을 표현하는 다양한 말을 찾아요.

둘째, 인물의 마음이 드러나는 대목을 찾아 말해요.

셋째, 인물의 성격이 변하는 장면을 찾아 말해요. 넷째, 인물의 관계를 파악해요.

 

(배경)

첫째, 배경과 주제를 연관지어 생각해요.

둘째, 시대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을 찾아 말해요.

(비판)

첫째, 현재의 눈으로 다시 읽어요.

둘째, 동의하고 덧붙여 말해요.

셋째, "제 생각은 달라요"

넷째, 비평가가 되어 말해요.

 

4장에서는 메타 인지 능력을 키우는 '지식책 말하기'

 

그리고, Part 3에서는 '글쓰기 힘을 키워주는 말하기' Part 4에서는 '어린이 유형별 독서 지도법'이 나와 있다.

또한 마지막부분에 "김소영 선생님이 소개하는 '말하기 독서'를 위한 책 목록"이 친절하게 붙어 있다. 꼭 이 부분을 활용해서 나부터 찾아 읽어보려 한다.

 

 

이 책은 초등학생을 둔 부모나 선생님들에게 활용가치가 높다.

나도 잘 보관해두었다가 아이가 좀 더 크고, 아이와 함께 책읽는 즐거움도 누리고, 독서교실을 보내기 전 이 책에 설명된 방식대로 이끌어서 아이가 스스로 책에서 본 것을 자기것화 시킬 수 있도록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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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 지나친 열정과 생각으로 사서 고생하는 당신을 위한 번아웃 방지 가이드
진민영 지음 / 문학테라피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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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만났을 때, 난 많이 지쳐 있었다. 남편의 장기 출장으로 아이 둘을 혼자 돌보며 직장을 다녔다. 그리고 시간이 날때는 틈틈히 스트레스를 풀며 자기계발한다고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며 지냈다. 그 와중에 여러 가지가 겹쳐,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다운되는 하루 하루를 겨우 견뎌내고 있었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그렇게까지 할 필요없다고,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그렇게 스스로를 몰아부치느냐고 말하고 있었다.

 

 

 

 

책 목차부터 모두 내 얘기 같다. 그 중, 개인적으로 공감가는 내용들 위주로 정리해 봤다.

 

 

주변에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을 때

 

"타인의 삶을 소비하지 않으면, 무엇으로 내 안을 채울 것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때 나의 진짜 욕구와 원망을 가장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다. 타인의 판단과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 처음부터 끝까지 나로 시작해 나로 완성된 존재가 우뚝 선다. 흔들리지 않는 생각과 신념은 이 시간 동안 싹이 튼다." p134

 

요즘은 sns를 통해 타인의 삶을 쉽게 엿볼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을 보면서 긍정적 자극보다는 '상대적박탈감, 자격지심 등'을 느끼게 되고 자기 자신보다는 '타인과 비교한 나'만 자리하게 된다. 타인의 삶을 우월시하기 보다는 나의 삶을 생각과 신념을 통해 탄탄하게 가꿔야 할 것이다.

 

 

인생이

부담될 때

"내 삶이 공허하다면 그 원인은 의미의 부재가 아닌 행복하지 않은 개인이 아닐까. 행복한 사람은 의미를 놓고 씨름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삶이 가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으면 삶의 추상적인 의미를 자꾸만 따져 묻는다." p141

 

"누구나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내 삶이 가치 있다고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는 건 오직 나 자신의 만족도 뿐이다." p141

 

위의 문장에 공감이 가는 이유는 현재 내 삶에 만족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자꾸 남이 가진 것에 눈이 돌아가고 삶에 주어진 것에 감사하기보다 불평하고 한탄하게 된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참 마음이 따라가기가 버겁다.

 

얼마만큼 있어야

행복한지 모를 때

"진정으로 돈과 건강한 관계를 맺은 사람은 근검절약과 절제를 삶의 우선순위로 삼아 살지 않는다. 오히려 행복하기 위해 더 열심히 쓰고 번다. 돈이 많야도 불안하고 적어도 불안하다면 그 원인은 액수가 아닌 소비하는 자신에 대한 낮은 만족도다. 벌어들인 돈을 어디에 무엇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 이것이 명확하면 돈은 나를 괴롭게 하지 않는다. 나의 행복과 자유를 지켜주는 돈은 언제까지고 유용하고 유능한 툴이자 고마운 스승, 기특한 존재일 것이다." p159

 

열심히 돈을 벌고 모으고 있지만 아직 나는 돈에 대해 갈급하고 불안하다. 내가 내 계획하에 돈을 벌고, 쓰고, 모으고 하지 못하고 남편에게 경제적인 부분을 맡기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공허하고

무기력할 때.

 

"공허하고 무기력한 삶은 소비의 부재 탓이 아니다. 공허함의 출처는 무엇이든 소비만 하는, 관람객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하는 나 자신이다. 소비는 더 많은 소비만을 부추겨 공허함을 확장한다. 물질 소비보다 경험 소비가 만족감이 높은 것처럼 은 소비 활동보다 질적 만족감이 높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 될 수록 창작에 대한 갈망은 타오른다. 삶의 매순간이 예술의 한 장면이 된다. 내 주위를 맴도는 모든 사물과 경험이 곧 영감의 자원이다." p161

 

 

아이를 낳고 육아와 살림만 하며 지낼 때 자꾸 내 자신은 사라지는 것 같고, 뭔가 바쁘고 정신없는 것 같은데 삶이 지루하며 공허하다고 느낄 때 내가 찾은 돌파구는 '책읽기',와 '글쓰기'였다. 그 땐 막상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도했는데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져 오는 것을 보니 '생산과 창작'활동을 통해 나만의 성취감을 얻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이유 없이 불안할 때

"불안은 형체가 없지만 불안을 자극하는 것들은 분명한 형체가 있다. 쌓인 메일함, 쉬지 않고 울리는 메신저 알림, 기억조차 없는 사람들의 수북한 명함과 연락처, 냉장고 속 방치된 식재료, 연말까지 빈틈없이 잡힌 한 해 일정, 투 두 리스트, 버킷리스트, 위시리스트, 여백 없이 빼곡한 못다 이룬 일들, 밤낮 구분 없이 환한 실내......"p165

 

"제 아무리 천천히 여유롭게 걸으려고 해도 사방에서 밀치고 서두르고 재촉한다면 나 역시 의지와 상관없이 조급한 군중의 물결에 떠밀려 속도를 내게 된다. 적당히 협조적인 주변 환경은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p166

 

요 근래 한동안 단잠을 자지 못했다. 자면서도 머리속은 온통 여러가지 잡다한 생각과 지식들로 뒤엉켜 이상한 꿈을 꾸게 했고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채 평소 소화했던 일들을 혼자 처리바다보니 숨이 막히고 답답했다. 그래도 놓아버리면 아이들도 안정되지 못하고 나도 그대로 무너질까봐 두려워 겨우 겨우 마음을 다잡고 지내왔다. 그런데 결국 PMS(생리전증후군)에 바로 무너졌다.

남편의 부재로 인한 섭섭함과 힘듦을 아이들에게 '엄마가 이렇게까지 해줬는데, 너희들은 왜 말안듣고 마음대로니? '라고 생각하며 아이들한테 묵은 감정을 쏟아내게 됐다. 또 다시 자괴감이 밀려왔다. '역시 난 이것 밖에 안되는 사람인가? 모성애는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아래의 글들을 보면, 내가 과부하에 걸려 스스로 무너지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온갖 해야할 리스트를 만들고 그것을 다 실행하지 못하면 불안해했던 나.

 

 

p167

 

"자극을 소화하는 자신의 체력을 알고 강도, 속도, 볼륨을 조절하는 것은 인색함이 아닌 건강하게 장수하기 위한 나와 주변 모두를 위한 배려다." p168

 

이제 내 속도와 내가 소화할 수 있는 강도의 일만을 처리할 수 있도록 조절해야 함을 다시 깨닫는다.

 

뭘 원하는지

모를 때.

 

"나의 능력치를 벗어나 과하게 애쓰고 있다면 함께와 혼자 어느 한쪽에도 충실하지 못하다. 하루 세 시간이면 방전되는 사람이 대여섯 시간 풀로 힘을 내고 있다면 한 번의 외출로 진이 다 빠져 버린다. 혼자 시간을 보내며 내부에서 기를 모으는 성향의 사람이 일주일 내내 사람 틈바구니에 있다면 함께하는 시간이 괴로울 수밖에." 171

 

"빨간 불이 켜진 몸으로는 '혼자'의 시간도 썩 유쾌하지 않다. 나만의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몸과 마음이 튼튼해야 한다." 171

 

"스스로에게 제발 관대하지 말자. 나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아야 한다. 과할 정도로 엄격하게 휴식과 충전을 의무화하자. 함께의 시간을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 혼자의 시간이 필요하다면, 한없이 시간을 내어 주자. 동시에,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함께의 형태도 공부하자. 내가 무리 없이 감당할 수 있는 인간관계의 크기는 얼마인지, 얼마나 자주 한번에 몇 시간이 적당한지, 편안함을 느끼는 사교 형태는 어떤 것인지...... 스트레스 없이 함께를 소화하려면 체력을 아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172

 

 

삶에 확신이

없을 때

"나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얼마든지 목적과 수단을 이리저리 이동해 보기를 주저하지 말자. 행복의 각도에 맞게 목표를 설정했다면 나머지 영역은 도구가 된다. 그리고 이 둘이 뒤바뀌지 않게끔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야 노력한 만큼 보상이 있는 배부른 인생이 된다." 177

 

 

울적할 때.

 

 

p179
 

 

 

p181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나에게 쓰나미처럼 밀려와, 우울의 늪에 빠져있을 때 난 비로소 이 책을 읽고 다시 뭍으로 기어나올 수 있었다.

 

이 책은 전에 알고 있었던 생각들도 몸의 피로와 마음의 고단함으로 잊고 있었던 것을 상기시키고 다시금 '내 페이스에 맞게 살자. 힘들면 잠시 멈춰 나를 돌아보고 살피자. 건강한 몸과 정신을 위해 운동하자.'라는 생각과 다짐을 하게 했다.

 

많은 자극과 온갖 정보가 난무하는, 시끄러운 이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심심한 위로와 안식이 되는 책인 것이 분명하다.

 

오늘 밤엔 좀 편안히 잘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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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 다쳐도 보험이 지켜 줘요 - 영화로 알아보는 보험이야기
장은서 지음 / 좋은땅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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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다니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지인을 통해 보험에 가입한적이 있을 것이다. 나도 제대로 된 직장을 잡아 일을 할 때 어머니의 아는 분의 권유로 생명보험에 가입한 적이 있다. 워낙 보험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그냥 계속 보험료만 납부하다가 결혼 후 또 다른 지인(남편의 후배)을 통해 보험설계를 다시 하고 기존의 것은 그동안 꾸준히 납부한 것이 아까워 아주 최소한(정확히도 모르겠다)의 보장만 나둔채 새로운 보험을 하나 들었다.

아이가 생기고 두 아이가 각 각 나의 뱃속에 있을 때 '태아보험'을 들었는데, 아무리 100세 보장이라지만 보험료가 비싼 것 같아 이것을 조정해보려는데 보험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물을 전문가도 없어서 차일피일 미루다 얼마전 「영화처럼 다쳐도 보험이 지켜줘요」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왠지 이 책은 영화 속의 상해 및 질병을 소재로 보험에 대해 설명했다고 하니 나처럼 보험에 대해 'ㅂ'자도 모르는 사람도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았다.



목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총 30편의 영화를 소재로 저자가 소개하고 싶은 내용을 담았다.

한 챕터의 제목마다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도 실려있어 그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하고 싶은 일은 일단 저지르는 미친 실행력 인간, 미대를 나와 보험인이 된 돌연변이'라고 쓰여 있다. 한층 책에 대해 기대감이 솟았다.

저자는 현실을 반영한 영화를 통해 소비자 스스로가 일상생활에서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사고를 보여주고 보험금이 어떻게 지급되는지, 어떤 보험을 가입해야 하는지 많은 소비자에게 알려주고 쉽게 보험에 대해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책을 썼다.

여러 유용한 정보들이 많은데 그 중, 관심있는 부분만 정리해봤다.


……………「영화_극한 직업」…………


보험회사는 소비자들이 보험을 가입할 때 심사를 거쳐 계약의 승낙 여부를 결정한다. 이것을 일명 '언더라이팅'이라고 하는데 생명보험 계약 시 계약자가 작성한 청약서상 고지 의무 내용이나 건강 진단 결과 등을 토대로 보험 계약의 인수 여부를 판단하는 최종 심사 과정을 말한다. p30

언더라이팅에서 위험은 신체적 위험, 환경적 위험, 도덕적 위험 총 3가지로 분류하는데, 언더라이팅 영역은 의적•재정•직업 언더라이팅을 거친다. 그 중 직업언더라이팅은 직업을 위험직과 비위험직으로 구분하고 등급을 두어 상해보험에 적용한다.(생보사와 손보사는 상이함) 또한 운전 여부와 운전 종류에 따라(승용차, 화물차, 승합차, 건설기계, 오토바이, 농기계) 심사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사고 위험이 높은 건설 일용직, 선박 승무원, 용접원 등 직군은 가입 금액의 제한, 가입 거절, 보험료할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추가 위험 취미활동 여부를 확인(스카이다이빙, 스쿠버다이빙, 암벽등반 등)하고 주된 직업 외에 겸업 및 부업의 유무를 확인한다. p31-32


…………「영화_내일의 안녕」…………


개인이 가입한 실손의료비보험에서 유방복원술에 대해, 성형외과에서 한 수술이 실손의료비를 지급하는 것이 맞는지 아닌지 논란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2016년 1월 1일 약관부터 실손의료비특약에서 비급여 대상으로 신체의 필수 기능 개선 목적이 아닌 외모 개선 목적으로 시행되는 유방확대•축소술의 비용은 보장하지 않지만, 유방암환자의 유방재건술(복원술)은 보상이 된다는 문구가 명시되어 보험금을 지급 받을 수 있다고 한다. p36-37

여성암 발병률 1위라는 유방암으로 진단 후, 우울증이나 인체 비대칭으로 인한 합병증(척추측만증, 어깨 처짐, 허리통증)등 예방을 위해 유방재건술 비용을 보장받을 수 있다니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영화_로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2000년 우리 나라 중증 암 등록환자 수는 15만 6,924명이었고, 2015년에는 무려 25만 2,102명으로 급격히 늘었고 진료비도 두 배 넘게 상승했다고 한다. p42


암환자가 급등하는 이 시대에 실손보험만으로는 부족한 항암 비급여 치료비에 대한 대책으로 암 진단비와 암 생활비 같은 보험이 필요하다. p43

여성의 경우 유방암•자궁암 발병률이 가장 높고, 남성의 경우 전립선암이 증가함에 따라 이 암들이 일반 암에 분류된 상품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


보험사 입장에선 가입자가 '어떤 암에 걸렸는가'가 더 중요하기에 '성별•연령별•직업별'발병률 높은 암에 대해 더 많은 진단비를 지급해 주는 상품을 찾아 가입하는 게 고액 암 치료비를 대비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p70


……「내 안의 그놈」……


일방적인 폭행을 당했다면 우선 학교를 통해 학교안전공제보험의 보상 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교육활동 중 발생한 사고와 급식, 가스 등에 의한 중독으로 인한 치료비를 전액 보상한다. 또한 학교 폭력으로 인한 피해지원도 보상한다. 세부적으로는 치료 및 요양 비용, 심리 상담 및 조언 비용, 일시 보호 비용까지 지원한다.


가해 학생이 배상책임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배상책임보험의 보상도 가능하고(학교안전공제보험과 중복 보상은 안됨) 개인 보험에서도 사고로 인한 입원, 수술, 후유장해 등을 보상하는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다. p46-47


그 외 가장의 사망으로 인한 유가족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종신보험(p81)에 가입하는 것과 고령화시대에 맞춰 노후준비를 위해 개인연금보험(p90)에 가입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울러, 건강보험가입시 암이나 뇌출혈, 급성심근경색만을 보장하는 기본형보다는 장기이식 수술(월 보험료는 크지 않다)p52 까지 포함하는 종합형으로 선택해 다양하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한 보험은 "실손의료비보험" 이다. 가장 적은 돈으로 가장 다양하게 병원비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p145)



아직 가족이나 지인중 사고나 질병으로 고생하거나 이에 관해 가입된 보험에서 보장받은 것을 보지 못해 여러 가지 보험 상품에 대해 생소하다. 하지만 이번에 본 책이 보험에 관해 관심을 갖게 해주고 중요한 몇 가지 정보들을 얻을 수 있어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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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디 얀다르크 - 제5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염기원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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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지 않았던, 아주 오래전의 나는 책을 읽어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나 자기계발서, 소설책 등을 주로 읽었다. 
비로소 엄마가 되어 책을 좋아하게 되었을 때 나는 오랫동안 소설책은 멀리하고 육아서나 자기계발서와 시대흐름의 변화와 관련된 책들을 자연스레 읽게 되었다.
오랜만에 접한 소설인 이번 책, 「구디 얀다르크」라는 신선한 제목의 책은 나에게 또 다른 책읽는 재미를 주었다. 책을 들자마자 몰입해서 읽게 되는게 놀라웠고 저자가 남자분일거라고 추측하고 보는데도 여자 주인공의 상황과 심리묘사를 보면서 저자의 실제 경험을 이야기하듯(역시나 저자는  IT산업현장에서의 오랜 경험 을 가지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쓰여서 여자 작가님이 쓰셨나 싶을 정도였다. 

'버스안의 승객들 관찰'을 소재로 시작한 이야기는 현재 시점과 과거 시점을 오가며 정말 그 장면을 보듯 이야기가 물흘러가듯 진행된다. 주인공이 나와 동시대를 살아서 그런지 더 생동감이 느껴졌다. 

주인공의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를 볼때는 가슴이 먹먹했다. IMF위기 때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종교생활로 겨우 마음붙잡고 살던 어머니도 1년간 술에 의지하며 살다, 다단계사업을 야심차게 시작했으나 그도 잘 되지않고 힘들어하다가 결국 생을 마감했다. 

★p73

주인공 사이안에겐 다행히도 대학 고학년때 만난 멋진 남자친구가 삶의 위로가 되어 주었다.  2002월드컵으로 한창 나라가 들썩이고 흥분의 도가니가 되었을 때 응원하러 갔던 호프집에서 만난 서울대를 다니닌 외모도 준수한 사람이다. 그와의 데이트장면을 엿볼때는 나의 꽃다운 시절, 연애할 때가 떠올라 주책맞게 미소가 절로 나왔다. 

★p69


그런 그와 달콤한 연애기간도 얼마되지않아, 이안의 졸업식날 어머니의 부고 소식을 듣고 이안은 급작스런 장례를 치르게 되는데 연락이 닿지않자 119에 신고하겠다고 하는 그에게 부고사실을 알리고 그는 그녀의 곁을 유일하게 지켜준다. 그리고 납골당에 안치할 수 있도록 친구들을 데려와 운구를 돕는다.

과거시점에서 언급한 그, 강영민과 현재시점의 남자친구인 12살 어린 야구선수인 남자친구 이야기와 '6820'이라는 숫자에 얽힌 엄마의 이야기를 보며, 이 책이 노동소설이란 걸 잊고 중반부까지는 가볍고 재밌게 읽어나갔다. 

★p111

야심차게 들어간 IT기업의 신입사원 사이안은 기획팀에 배치됐으나 실제론 CS의 역할을 해, 욕을 먹고 버그를 고치고 장애보고서를 쓰는 기획자로 일했다. 입사2년차에는 제대로 일하고 싶어서  1년동안 발생 했던 버그의 시스템 개선안을 내놓게 되고 처음 제대로 된 직장인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책에 나오는 주변인물 '상지, 혁진, 진주, 성 과장, 천 과장.'등의 이야기를 살피는 재미도 솔솔하다. 그 중 '천 과장'은  「그 자신감은 기어이 술 취한 척 내 무릎에 손을 올리는 것으로 이어졌다. 내가 그렇게 우습게 보였는지 수치심과 자괴감이 함께 들었다.」 -p140와 
「다시 혁진이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IT바닥이 얼마나 좁은지에 대해 한참을 얘기하더니 우리 본부장과 자신이 전 직장부터 함께 일한 사이라는 걸 강조했다. 그 말이 뭘 뜻하는지 아느냐는 질문에 혁진이는 시큰둥하게 고개를 저었다.」 -p144
에서도 복 수 있듯이 회사내에서 성희롱을 일삼고 자신의 정치적인 태도를 자랑시하는 인간으로 묘사된다. 소설속만에서가 아니라 현재 실존하는 인물중 이런 사람이 꽤나 있다는 것이 씁쓸하다. 



위의 사진들 속의 내용은 주인공 사이안이 첫 직장에서 느낀바 들이다. IT업계의 현실을 보여준다.

「가난이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둘로 나누자면 가난해서 화가 나는 분노가 있고, 화도 낼 수 없게 가난한 슬픔이 있다. 건물 로비에 있는 의자에 털썩 앉아 구두를 확인해보니 가운데 부분마저 너덜거렸다. 얼마 버티지 못하고 남북으로 분단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p213

사이안은 첫 직장을 그만두고 성 과장과 스타트업에 뛰어든다. 그리고 가디, 즉 가산디지털단지와 구디, 구로디지털단지를 오가며 일하게 되고 삶은 점점 나아지지 않고 여전히 힘들게 출퇴근을 하고 야근을 하며 불면증에까지 시달린다.  

아래의 두 단락은 가디와 구디에서의 현실을 이야기 한다. 

「그녀가 도움을 구하기 위해 찾아왔을 때 나는 가디에서 시작한 SI업체 유랑기를 마친 뒤었다. 수많은 공장 노동자가 근무했던 가리봉동, '공순이'가 눈물을 흘리며 미싱을 돌리던 동네다. 가산동으로 이름을 바뀌었고 높은 빌딩이  들어섰지만, 공장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 미싱대신 노트북으로 장비가 교체됐고, 섬유 공장이 IT공장으로 변했다. 나 역시 노트북 하나를 받아 파워포인트나 엑셀과 씨름하며 하루 열다섯시간씩 노동했다. 여행사이트를 구축하고 쇼핑몰 앱을 만들었다.」



「조직이라는 것에 속한 대부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이 자신에게 원하는 것을 하며 산다. 역할놀이는 속한 회사, 부서, 직위, 직급에 따라 다르고 특히 회사 고위층의 정치적 상황에 의해서도 좌우된다. 그렇게 자신의 본래 모습과 영혼을 출근과 함께 내려놓고 가면을 쓴 채 살아가는 껍데기들이 오전부터 밤까지 있는 곳이 회사다.」 -p139

대학입학, 취업이라는 큰 관문을 통과하고 한 창 돈 벌고 자신의 커리어를 멋지게 쌓을 생각에 꿈에 부푼 사회초년생이 위의 글을 보면 얼마나 자괴감이 들까싶다. 

5년간 열심히 다닌 첫 직장을 그만두려 하자 바로 시련이 닥친다. 바로  '융자금 상환문제'가 닥친것.

이 책의 중, 후반을 넘어서야 왜 책 제목이 '구디 얀다르크'인지 알았다. 그리고 왜 꿈 속에서 본 '잔다르크'를 언급했는지.

「"너 그 표정 뭐야?"
"연습하는 거야. 승리자의 표정."
오영일은 가끔 거울을 보며 승리자의 표정을 연습하곤 했다. 이제야 잔다르크가 전쟁에서 연승했던 이유를 알았다. 그녀가 지었던 승리자의 표정이 떠올랐다. 그 모습을 본 병사들은 자신 있게 전진할 수 있었다. 나는 그런 표정을 지어본 적이 있는가? 전투에 승리했을 때에도 다음 전투를 준비하느라, 닥쳐올 위기를 걱정하다가 전쟁에서 패배했고 이렇게 늙어버렸다.」 p238

그녀가 얼마나 앞만 보며 치열하게 살았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녹록치않았던 삶 속에 진국같은 남자친구 오영일이 그녀가 삶을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을 돌이키게 하는 역할을 해주어 괜시리 고마웠다. 그녀마저 저 세상으로 가는 결말이었다면 그 슬픔과 절망감이 배가 되어 나에게 전해져 올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결말부분이 다소 어둡다가 다시 전환되어 책을 덮고나서도 그 우울한 여운이 가시실 않았다. 너무 주인공에게 몰입했나보다. 
혹자는 이 책에서 사랑이야기가 적나라한 현실을 잊혀지게한다고 할 수 있지만 나는 사랑이야기가 가미됨으로 다소 무거운 현실 이야기를 중화시키고 소설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았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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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짤리면 지구가 멸망할 줄 알았는데 - 회사에서 뒤통수 맞고 쓰러진 회사인간의 쉽지도 가볍지도 않았던 퇴사 적응기
민경주 지음 / 홍익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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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시대엔 '평생직장'이란 의미가 무색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회사에서 짤리면 지구가 멸망할 줄 알았는데'라는 제목을 썼다. 살펴보니 이 책은 30대 초반 젊은 청년이 쓴 책인데, 나이도 젊은데 뭐가 두려워 그런 표현을 썼을까 싶은 마음에 이 책이 궁금해졌다.


책의 저자는 '이것저것 다양하게 할 줄 아는데 특출난 것 하나 없는 사람이고 카피라이터, 홍보, 마케터 등의 직무를 하다 프로 퇴사러로 거듭나고 있다고 한다. 말을 못해 직장생활, 일, 연애가 잘 안 풀려 그로 인한 고통을 풀어보고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그림을 그린다고 하더니 책의 곳곳에 앙증맞고 귀여운 사슴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 숨어 있다. 참고로 이 저자의 별명은 '곶사슴'


목차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퇴사 1일 전부터 퇴사 후 200일까지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었다.


나는 그 중 공감되고 기억남는 부분들 위주로 정리해보려 한다.


"회사는 주어진 업무 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 상사가 괜히 집에 가기 싫을 때 같이 사무실에 남아 일찍 가는 부하 직원에게 꼬장을 부리고, 뜬금없이 회식을 하자며 술을 같이 마셔야 하는 상황을 만드는 등 이미 많은 삶의 부분을 회사에 쏟고 있는데 그 이상의 삶을 회사를 위해 써주길 아무렇지 않게 요구한다. 그들이 삶을 유지 하는 동력을 쥐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본문p31

나는 다행히도 무리하게 회식을 요구받거나 일이 없을때  상사 눈치를 봐가며 남아있었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는중, 일명 어쩔 수 없는 사회생활이라는 명목으로 남편의 잦은 회식을 수용하고 홀로 단독육아를 감당해야했던 나로서는 참 씁쓸한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다음 회사를 빨리 알아보기보다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스스로를 만족시킬 수 있는지를 먼저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속하는가 보다 '무슨 일을 할 것 인지'를 우선 결정해야 했다." -본문 p32





"회사와의 관계 단절은 메신저뿐만 아니라 국가와 나의 관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 등 회사를 다니고 있다면 회사가 알아서 해주던 업무가 처음부터 끝까지 나 혼자의 힘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이 되어 고스란히 돌아왔다...다시 한 번 고지서가 날아왔을 때 나는 국민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은 불량 시민이 되어 있었다....생면부지의 창구 직원에게 '나이 서른이 넘은 제가 또 망해버리는 바람에 소득이 0이 되어버렸어요! 그래서 부모님 밑에서 지내고 있답니다!'라고 고백하러 가야 하는 상황이니 말이다...."이거 신고하시려면 혼인 관계 증명서가 필요해요." "저는 결혼한 적이 없어서 필요 없는 서류인 줄  알았어요." "미혼인 건 저희도 확인할 수 있는데, 이혼 내역까지는 안 나오거든요. 30대가 되면 결혼했다가 이혼한 사람들이 생기기도 하니 서류가 필요해요." -본문p43

나도 위의 부분을 읽고 처음 알았다. 국민건강보험료 불입과 관련하여 제출할 서류중, 혼인을 안한 사람이어도 ' 혼인 관계 증명서'가 필요하다는 사실 말이다.
퇴사 이후엔 그동안 회사가 알아서 내주던 사대보험 관련해서 신경도 써야 한다는 건 참 귀찮은 일인 것 같다.



"자연스레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지금은 방향이 아니라 움직임 자체가 없어서 슬픈 상황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문 p55


나는 첫 아이를 임신하고 낳기 전까지 일하다가 육아휴직을 내고 육아에 전념하고 지내다 아이 50일즈음 회사 복귀 여부를 묻는 물음에 적잖게 당황했었다. 내가 요청하고 수락받은 출산휴가&육아휴직 기간은 1년하고 3개월이었는데 1년이 되기는 커녕 아이 50일쯤 그 해 말에 복귀하지 못하면 퇴사해달라는 억울한 요청을 받고도 추후 같은 계통으로 일할 생각에 아무런 항의도 못한채 퇴사를 했다. 그 이후 육아에만 전념하다 둘째가 생겼고 일을 못하고 집에만 있으면서 나의 성장을 위한 발전적인 걸음을 걷고 있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고 사회에서 도태되어 있단 생각에 자존감도 낮아지고 우울해졌다. 작가의 말대로 "움직임 자체가 없어서 슬픈 것"이 정말 공감갔다. 



"퇴사를 하면 겨울은 따뜻하게, 여름은 시원하게 앉아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진다. 더 이상 수입이 없는 상황에 매일같이 카페에 앉아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공간은 사람의 생활과 기분까지 지배한다. 퇴사자가 있어야 할 공간은 어디인가. 그렇게 어떻게든 빨리 일을 해야 하는 이유가 늘어났다." -본문p63



"퇴사 후의 여행에서 마음이 편안하기 위해서는 여행 후의 삶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게 해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렇지않다면 여행지에서 돈을 쓰는 일마저 하나하나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여행으로 업의 부재를 채울 수 없다. 두 개념은 그 성질이 너무 다르다." -본문 p67

역시 여행은 안정된 직장을 다니면서 정당한 휴식을 보상받아 휴가비(상여금이나 여름휴가비)까지 두둑히 챙겨 가는 여행이 즐거운 법이다. 





퇴사자라면 그것도 비자발적 퇴사자라면, 과연 나는 회사에 쓸모있는 사람이였을까를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나도 지난 퇴사 경험을 비추어 생각해 봤을 때, 3번째 직장 기관장님께서 나와의 면담 중에 "자네, 동료들이 자넬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 줄은 아나?"하시면서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부분을 이야기해주시면서 무안을 주신 안 좋은 겅험이 떠올랐다. 후에 남아있는 동료들을 통해 내가 만든 프로그램들이 내가 퇴사한 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지금까지도 지속된다는 것을 들어봤을 때 내가 그다지 일을 못하거나 동료들과 소통이 안 된다거나 하진 않은 것 같은데 굳이 저평가의 말을 했어야 했나 싶다. 



"어쩌면 나는 맛있는 스콘 굽기를 발판 삼아 베이킹의 킹이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어떤 행동을 부지런하게 지속하면서 생산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이 흘러가는 하루하루에 대한 불안을 잊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본문 p101



저자는 퇴사 후 얼마지나지 않아 '카페 창업'을 키운다. 그러면서 디저트 메뉴로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다가 창업 포기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스콘굽기'에 열을 올린다. 앞의 문장을 보니 '아~' 바로 이해가 된다.

퇴사 후 한달을 훌쩍 넘기니 불안이 더욱 증폭되었나보다.





퇴사자로서 우울증은 스스로 잘 넘겨야 할 산 같은 것이다.





영화 <포레스트검프>의 이야기를 인용해 자신의 20대 후반은 운도 따르지 않고 30대도 마찬가지고 왠지 '꽝'만 가득했던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초콜릿 상자는 아직까지 '적어도 하나는 걸릴 수 있는 확률'이 남았다."라고 말한다.

다른 창업으로 제조업에 승률을 걸어보겠다는 의지였다.




저자는 소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의 이야기를 예로 든다. 계속되는 실패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지자 지독한 감기와 외로움으로 우울증까지 극단으로 치닫고 미래에 대한 걱정을 토로하다가 벽장 어딘가 '재능의 저금통'을 놓고 자신이 재능이 있는 것을 찾을 때마다 하나씩 기록해두기로 한 것을 떠올리는데, 겨우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하나 꾸준히'란 쪽지 한 장만 발견된다. 

저자는 그 주인공을 떠올리며 뭐라도 해보자고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그리고 준비하던 창업쪽 일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으니 다른 일도 같이 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하에 몇 가지를 시도하는데 그 중 하나가 그림을 그리는 것이고 또다른 하나는 지금까지의 경력의 밑바탕에 있는 '글쓰기'를 시작하여 퇴사 후의 이야기를 써서 하루에 하나씩 연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것이 재밌는 콘텐츠가 되고 책을 출판하기까지에 이른다.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앞으로 내 삶은, 내 글은 어떻게 될까.

이전처럼 별 반응없는 삶이 오래도록 지속되겠지만 조금씩 할 수 있는 일로 

가득 찬 저금통 배를 갈라 보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P195 라고.


나는 이 책의 저자가 앞으로 인생을 겪으면서 수많은 별들을 찍고 후엔 그것들이 어떤 모양으로든 다 연결되어 아주 견고하고 튼튼한 그만의 삶을 이뤄낼거라 의심치 않는다. 요즘은 빅데이터를 추구하고 자신을 브랜드화 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저자의 재능으로 더욱 멋지게 성장할 거라 본다. 


이 책은 사회에 갓 발을 내딛을 청년들부터 회사에서 끊임없이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청년들이 읽고 함께 힘을 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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