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 지나친 열정과 생각으로 사서 고생하는 당신을 위한 번아웃 방지 가이드
진민영 지음 / 문학테라피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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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만났을 때, 난 많이 지쳐 있었다. 남편의 장기 출장으로 아이 둘을 혼자 돌보며 직장을 다녔다. 그리고 시간이 날때는 틈틈히 스트레스를 풀며 자기계발한다고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며 지냈다. 그 와중에 여러 가지가 겹쳐,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다운되는 하루 하루를 겨우 견뎌내고 있었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그렇게까지 할 필요없다고,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그렇게 스스로를 몰아부치느냐고 말하고 있었다.

 

 

 

 

책 목차부터 모두 내 얘기 같다. 그 중, 개인적으로 공감가는 내용들 위주로 정리해 봤다.

 

 

주변에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을 때

 

"타인의 삶을 소비하지 않으면, 무엇으로 내 안을 채울 것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때 나의 진짜 욕구와 원망을 가장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다. 타인의 판단과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 처음부터 끝까지 나로 시작해 나로 완성된 존재가 우뚝 선다. 흔들리지 않는 생각과 신념은 이 시간 동안 싹이 튼다." p134

 

요즘은 sns를 통해 타인의 삶을 쉽게 엿볼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을 보면서 긍정적 자극보다는 '상대적박탈감, 자격지심 등'을 느끼게 되고 자기 자신보다는 '타인과 비교한 나'만 자리하게 된다. 타인의 삶을 우월시하기 보다는 나의 삶을 생각과 신념을 통해 탄탄하게 가꿔야 할 것이다.

 

 

인생이

부담될 때

"내 삶이 공허하다면 그 원인은 의미의 부재가 아닌 행복하지 않은 개인이 아닐까. 행복한 사람은 의미를 놓고 씨름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삶이 가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으면 삶의 추상적인 의미를 자꾸만 따져 묻는다." p141

 

"누구나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내 삶이 가치 있다고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는 건 오직 나 자신의 만족도 뿐이다." p141

 

위의 문장에 공감이 가는 이유는 현재 내 삶에 만족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자꾸 남이 가진 것에 눈이 돌아가고 삶에 주어진 것에 감사하기보다 불평하고 한탄하게 된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참 마음이 따라가기가 버겁다.

 

얼마만큼 있어야

행복한지 모를 때

"진정으로 돈과 건강한 관계를 맺은 사람은 근검절약과 절제를 삶의 우선순위로 삼아 살지 않는다. 오히려 행복하기 위해 더 열심히 쓰고 번다. 돈이 많야도 불안하고 적어도 불안하다면 그 원인은 액수가 아닌 소비하는 자신에 대한 낮은 만족도다. 벌어들인 돈을 어디에 무엇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 이것이 명확하면 돈은 나를 괴롭게 하지 않는다. 나의 행복과 자유를 지켜주는 돈은 언제까지고 유용하고 유능한 툴이자 고마운 스승, 기특한 존재일 것이다." p159

 

열심히 돈을 벌고 모으고 있지만 아직 나는 돈에 대해 갈급하고 불안하다. 내가 내 계획하에 돈을 벌고, 쓰고, 모으고 하지 못하고 남편에게 경제적인 부분을 맡기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공허하고

무기력할 때.

 

"공허하고 무기력한 삶은 소비의 부재 탓이 아니다. 공허함의 출처는 무엇이든 소비만 하는, 관람객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하는 나 자신이다. 소비는 더 많은 소비만을 부추겨 공허함을 확장한다. 물질 소비보다 경험 소비가 만족감이 높은 것처럼 은 소비 활동보다 질적 만족감이 높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 될 수록 창작에 대한 갈망은 타오른다. 삶의 매순간이 예술의 한 장면이 된다. 내 주위를 맴도는 모든 사물과 경험이 곧 영감의 자원이다." p161

 

 

아이를 낳고 육아와 살림만 하며 지낼 때 자꾸 내 자신은 사라지는 것 같고, 뭔가 바쁘고 정신없는 것 같은데 삶이 지루하며 공허하다고 느낄 때 내가 찾은 돌파구는 '책읽기',와 '글쓰기'였다. 그 땐 막상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도했는데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져 오는 것을 보니 '생산과 창작'활동을 통해 나만의 성취감을 얻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이유 없이 불안할 때

"불안은 형체가 없지만 불안을 자극하는 것들은 분명한 형체가 있다. 쌓인 메일함, 쉬지 않고 울리는 메신저 알림, 기억조차 없는 사람들의 수북한 명함과 연락처, 냉장고 속 방치된 식재료, 연말까지 빈틈없이 잡힌 한 해 일정, 투 두 리스트, 버킷리스트, 위시리스트, 여백 없이 빼곡한 못다 이룬 일들, 밤낮 구분 없이 환한 실내......"p165

 

"제 아무리 천천히 여유롭게 걸으려고 해도 사방에서 밀치고 서두르고 재촉한다면 나 역시 의지와 상관없이 조급한 군중의 물결에 떠밀려 속도를 내게 된다. 적당히 협조적인 주변 환경은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p166

 

요 근래 한동안 단잠을 자지 못했다. 자면서도 머리속은 온통 여러가지 잡다한 생각과 지식들로 뒤엉켜 이상한 꿈을 꾸게 했고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채 평소 소화했던 일들을 혼자 처리바다보니 숨이 막히고 답답했다. 그래도 놓아버리면 아이들도 안정되지 못하고 나도 그대로 무너질까봐 두려워 겨우 겨우 마음을 다잡고 지내왔다. 그런데 결국 PMS(생리전증후군)에 바로 무너졌다.

남편의 부재로 인한 섭섭함과 힘듦을 아이들에게 '엄마가 이렇게까지 해줬는데, 너희들은 왜 말안듣고 마음대로니? '라고 생각하며 아이들한테 묵은 감정을 쏟아내게 됐다. 또 다시 자괴감이 밀려왔다. '역시 난 이것 밖에 안되는 사람인가? 모성애는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아래의 글들을 보면, 내가 과부하에 걸려 스스로 무너지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온갖 해야할 리스트를 만들고 그것을 다 실행하지 못하면 불안해했던 나.

 

 

p167

 

"자극을 소화하는 자신의 체력을 알고 강도, 속도, 볼륨을 조절하는 것은 인색함이 아닌 건강하게 장수하기 위한 나와 주변 모두를 위한 배려다." p168

 

이제 내 속도와 내가 소화할 수 있는 강도의 일만을 처리할 수 있도록 조절해야 함을 다시 깨닫는다.

 

뭘 원하는지

모를 때.

 

"나의 능력치를 벗어나 과하게 애쓰고 있다면 함께와 혼자 어느 한쪽에도 충실하지 못하다. 하루 세 시간이면 방전되는 사람이 대여섯 시간 풀로 힘을 내고 있다면 한 번의 외출로 진이 다 빠져 버린다. 혼자 시간을 보내며 내부에서 기를 모으는 성향의 사람이 일주일 내내 사람 틈바구니에 있다면 함께하는 시간이 괴로울 수밖에." 171

 

"빨간 불이 켜진 몸으로는 '혼자'의 시간도 썩 유쾌하지 않다. 나만의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몸과 마음이 튼튼해야 한다." 171

 

"스스로에게 제발 관대하지 말자. 나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아야 한다. 과할 정도로 엄격하게 휴식과 충전을 의무화하자. 함께의 시간을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 혼자의 시간이 필요하다면, 한없이 시간을 내어 주자. 동시에,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함께의 형태도 공부하자. 내가 무리 없이 감당할 수 있는 인간관계의 크기는 얼마인지, 얼마나 자주 한번에 몇 시간이 적당한지, 편안함을 느끼는 사교 형태는 어떤 것인지...... 스트레스 없이 함께를 소화하려면 체력을 아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172

 

 

삶에 확신이

없을 때

"나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얼마든지 목적과 수단을 이리저리 이동해 보기를 주저하지 말자. 행복의 각도에 맞게 목표를 설정했다면 나머지 영역은 도구가 된다. 그리고 이 둘이 뒤바뀌지 않게끔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야 노력한 만큼 보상이 있는 배부른 인생이 된다." 177

 

 

울적할 때.

 

 

p179
 

 

 

p181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나에게 쓰나미처럼 밀려와, 우울의 늪에 빠져있을 때 난 비로소 이 책을 읽고 다시 뭍으로 기어나올 수 있었다.

 

이 책은 전에 알고 있었던 생각들도 몸의 피로와 마음의 고단함으로 잊고 있었던 것을 상기시키고 다시금 '내 페이스에 맞게 살자. 힘들면 잠시 멈춰 나를 돌아보고 살피자. 건강한 몸과 정신을 위해 운동하자.'라는 생각과 다짐을 하게 했다.

 

많은 자극과 온갖 정보가 난무하는, 시끄러운 이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심심한 위로와 안식이 되는 책인 것이 분명하다.

 

오늘 밤엔 좀 편안히 잘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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