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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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세계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나는 그 책을 읽어보지 않았다. 2016년 8월에 발행된 책인데 나의 둘째 아이가 8월 25일에 태어났으니 한창 책이 주목받고 있을 때 짧은 산후조리기간을 거치고 두 아이 육아의 세계에서 치열하게 사느라고 정신이 없었다고 해두고 싶다.


이렇게 변명을 하는 이유는 그 책의 후속작인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을 읽어보니 이렇게 대단한 책을 읽기 전에 전작을 읽지 않은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부끄러움탓인 듯 하다.


이 책은 따로 목차가 없고, 소제목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나라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에서의 일이라면 '인도네시아', 북한에서의 일이라면 '북한'이런 식이다. 


저자는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후속작을 쓸 뜻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전작에서 이미 하고 싶은 말을 유머러스하게 포장해서 다 했기 때문에, 그럼에도 세상은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해야할 필요성을 느꼈고 저자의 방식대로, 알란(소설속 주인공)의 방식대로 이야기를 하고자 후속작을 냈다. 이 책은 우리의 현재와 가까운 미래의 사건들에 대한 소설이고 몇몇 정치 지도자와 그 주변의 인물들을 등장시켰다. 대부분 실명으로 쓴 것이 대범하게 느껴질 정도다. 아래 프롤로그만 봐도 참 겁없는 분이구나 싶다. "그래, 내가 만일 그렇게 썼다면 어쩔 건데?"하는 말에 괜시리 내가 다 속시원하다. 

 

 

이 지도자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무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들을 조금 놀려 댈 필요가 있다. 그들도 모두 인간일 따름이며, 인간으로서 어느 정도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따라서 난 이 모든 권력자들에게 <미안합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너무 불평하지 마쇼, 더 고약하게 쓸 수도 있었으니까>라고도, 또 <그래, 내가 만일 그렇게 썼다면 어쩔 건데?>라고 묻고도 싶다. -프롤로그 중- 

  

 

101세의 알란 칼손은 낙원같은 인도네시아에서 단짝 친구 율리우스(나이는 훨씬 적음)와 유유자적하는 삶을 살다 율리우스의 생일날 미국의 유명한 가수이며 세계적 대스타인 해리 벨라폰테를 불러 노래를 듣고, 그가 가지고 있던 한 쪽 면에 반쯤 베어먹은 사과가 그려진 검은색 판때기를 구경하고 나서 그가 돌아가자 마자 그 물건을 구해 세상 여러곳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접하느라 바쁘다. 그리고 깨알같은 그 소식들을 친구, 율리우스에게 읊는다. 스웨덴 고틀란드산 딱지를 붙인 아스파라거스를 파는 사업을 하는 율리우스는 어느 날 인도로 망명된 한 남자를 알게되고 그와 동업을 하기에 이른다. 율리우스는 자신을 위해 해리 벨라폰테를 불러 거대한 생일파티를 치뤄준 것에 너무도 고마워서 알란의 101번째 생일을 잘 치러주고 싶단 생각에 최고의 제과점에서 외상으로 생일 케이크와 샴페인 2병과 함께 열기구를 타며 아름다운 섬을 돌아보려 계획했다. 계획엔 호텔매니저, 부조종사(9살), 율리우스, 알란 이렇게 넷이 열기구를 타려 했으나 공항기상대에 날씨를 알아보려 간 매니저와 케이크를 먹고자 열기구바구니에서 내린 부조종사를 남겨둔채 시험삼아 돌려본 레버가 빠지면서 열기구는 율리우스와 알란만을 태운채 하늘로 떠오른다.

바구니가 결국 바다로 추락하고 바구니 한쪽에서 물이 새어 들어오며 침몰할 위기에 처했을 때 율리우스는 신호탄을 발사한다.

그 장면에서 101세 노인에 대한 설명이 아주 재밌다.

거의 불사에 가까운 사람, 프랑코 장군에게 총살당하지 못하고, 미국 이민국에서 종신형을 받지 못하고, 스탈린 동무에게 목이 졸려 죽지도 못하고, 김일성이나 마오쩌둥에게 처형되지도 못하고, 이란 국경 수비대에게 사살되지도 못하고, 냉전 시대에 25년간 이중 스파이로 활동하면서 머리털 하나 다치지 못하고, 브레즈네프의 고약한 입 냄새에 질식하지도 못하고, 닉슨 대통령이 실각했을 때도 아무 탈이 없었던 사람

율리우스가 이야기하는 101세 알란

그 신호탄은 하필 북한의 벌크 화물선 <명예와 힘>호(핵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플로토늄이 필요한데, 그 대체물인 우라늄을 시험삼아 콩고에서 받아가는 중이었다)의 눈에 들어오게 되고, 그들에 의해 구조된다. 선장과의 심문에서 알란이 핵에 관해 박식한 사람인 것을 알고 상부에 보고하여 그들은 '김정은 최고 영도자'를 만나게 된다. 심문과정속에 "1200 열간등압압축법"이란 신박한 것을 떠올려 선장을 여유있는 모습으로 농락하는 모습은 참 재미있다.

그리고 스웨덴 외무 장관이며 UN특사인 마르코트 발스트룀을 만나 북한에서 핵무기를 만드는데 관여할 상황에 놓여있던 알란과 율리우스가 그녀의 도움으로 무사히 스웨덴으로 가게 된다. 그 과정 또한 참으로 기상천외하다. 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과 대화 그를 묘사한 이야기들도 모두 신선하고 재밌다.

위의 사진들 속 이야기는 알란과 트럼프대통령간의 대화내용이다. 트럼프의 성격도 잘 드러나고 어떤 위대한 지도자 앞에서도 기죽지않고 호탕하게 할말다하는 알란 할아버지가 참 당당하면서도 멋있어보인다.

책의 중반부에서는 율리시스가 사랑에 빠진 이야기도 나온다. 그의 연인과 새롭게 펼쳐질 신선한 이야기도 기대해 볼 만하다.

 

책을 읽다가 겉표지를 걷어내니 안쪽 표지에는 핵을 잡고 있는 김정은과 금발머리칼의 트럼프의 그림이 뒷쪽에 핵무기를 등에 지고 가는 101세 할배 알란의 모습이 있다.

책 겉표지 안쪽도 책 속에 나오는 아이템들로 재밌게 표현했다.

책 페이지수가 500을 넘지만 내용이 재밌고 유쾌해서 금방 읽어내려간다.

이런 책이 나올 수 있는 시대라는 것만으로도 시대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단 생각이 든다. 아직 많은 부분들이 바뀌어야하지만 3년후 더 기발한 생각이 담긴 요나스요나손의 책이 나올땐 좀 나은 세상이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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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고 싶은 그녀들의 진짜 속마음 - 편견에 지치고 현실에 상처받는 그녀들을 위하여
정다원 지음 / 이다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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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웃 블로거님의 책 서평을 보고 이혼하고 싶은 그녀들의 진짜 속마음이란 책이 궁금했다. 우연찮은 기회에 이 책을 접할 수 있었고, 책을 만나자 마자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공감가는 이야기와 자연스레 쓰여진 저자의 문장은 마주앉아 저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듯 잘 읽혔다.

 

요즘 부쩍 내가 읽는 책들이 결혼에 관한 책들이 많다. 그리고 여성에 대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책들도 많고, 감정에 대한 책들도 많은 것 같다.

전반적으로 그런 부분들에 관심이 많이 쏠려있나보다.

 

오늘 아침엔 82년생 김지영이란 영화를 보고 왔다. 책으로 먼저 알려진 이 영화는 지극히 평범한(이 부분도 개인적인 견해야 따라 다를 것이지만 나로서는) 지금의 30대 후반(딱 나다)의 결혼하고 아이가 있는 여성의 삶의 애환을 그린 영화다.

주인공 김지영씨가 정작 본인은 대수롭지않게 여겼던 정서적, 정신적인 문제들(뭔가 자신에게 우울감이 있다는 것은 감지하지만 어떻게 해소할지 방법을 모른채 늘 해왔던 일상을 되풀이하며 지친모습을 보인다)을 남편이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도와줄지 몰라 걱정하는 모습이 나온다.

 

영화의 첫 장면은 흔히 볼 수 있는 명절 동안의 시댁에서 음식하고, 설거지하고 힘든 가사노동을 하는 며느리의 모습이다. 영화 속 장면, 대사, 배우들의 표정이 시대가 많이 변하고 달라졌다지만 여전히 팽패해 있는 남성우월주의, 가부장적인 가정모습을 잘 드러낸다.

 

아내가 며느리 되는 문제를 낡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아내에게 당당히 요구하는 어른들이 문제가 아니다.

당연하고 마땅하다는 듯 어른들의 생각은 이러하니 이러해라 하는,

같은 세대 남자들의 이기적인 생각이 더 큰 문제다.

<이혼하고 싶은 그녀들의 진짜 속마음 중 P37>

 

      

영화를 보면서 이혼하고 싶은 그녀들의 진짜 속마음의 위의 문장이 생각났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영화 속 그녀는 여느 남자와 다를바 없이 대학을 나오고 대기업을 다녔지만 당장 닥치지도 않았던 결혼과 출산이란 문제때문에 회사내에서 큰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부서로의 발탁은 어려웠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도 그 전처럼 일할 수 있을거라 자신있게 말했던 그녀는 이제 결혼생활이란 굴레안에서 일을 하고 싶어도 26개월짜리 아이를 돌봐줄 베이비시터를 구하지 못해, 또한, 그녀를 대신해 육아휴직을 써서 아이를 돌보려 했던 남편의 부모(시어머니)의 완강한 반대와 비난때문에 어렵사리 시작하려 했던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 사실 제일 중요한 문제는 그녀가 아이를 낳고 우울감에 '빙의'라는 정신적인 문제가 나타난 것.

 

영화의 후반부의 장면이 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갇혀 있는 것 같아요. 어느 벽을 지나면 또 다른 벽에 가로 막혀 있고..... 다른 사람들은 출구를 잘도 찾는 것 같은데 왜 난 못 찾는 건지......"

상담사를 찾아가서 하는 그녀의 이야기다.

상담사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질문한다. "예전엔 화가 나거나 답답할 때 어떻게 했어요?"

그 질문 다음에는 그녀가 집에서 식탁위에 노트북을 펼치고 앉아 무언가 적어 내려가는 모습이 나온다.

 

나도 내가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도 잘 인지하지 못한채, 다람쥐 쳇바퀴돌 듯 혼자 두 아이들을 돌보며 일상에 지쳐 무력감에 빠져 있을 때 하루 하루 바쁜데 나는 지루하고 답답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보이지 않은,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느낌이랄까?

 

요즘은 비혼이란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이혼을 한 사람들도 간혹 보인다. 나도 결혼생활이란 것이 내 자유를 억압하고 무능력한 사람인 것 마냥 사회적 인정을 받지 못하고(제일 가까운 남편으로의 인정은 왜이리 어려운 것인지......) 지내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좀 더 신중하게 결혼을 결정했을 것 같다.

 

결혼한 옛 선배들은 "결혼은 못 모를때 하는 게 낫다."라든지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말을 많이 했다.

결혼도 그렇고, 출산이며 육아도 그렇고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이 세계를 절실하게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결혼 생활에 만족하고 배우자와 한 뜻 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사는 이들도 물론 많겠지만, 유독 나만 결혼생활이 힘든 것 같고, 나만 남편이나 아내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것 같고 외국말 하는 외국인보다도 말이 통하지 않고, 배우자의 고리타분한 자기만의 가치관과 생활 방식 때문에 함께 살기를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나부터도 내가 선택한 결혼이지만 그닥 순탄치많은 않았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이혼을 선택하기에는 그럴 자신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다. 얼마전까지 사실 생각을 해보긴 했지만 <어쩌자고 결혼했을까>란 책을 통해 난 결혼생활을 끝낼 생각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다른 이들은 어떤 마음일까? 궁금한 마음에 요즘 결혼, 이혼에 대한 책들을 살펴보는데, 이혼하고 싶은 그녀들의 진짜 속마음이란 책은 제목부터가 확 호기심을 끈다.

이 책은 상처 입은 이들을 위한 치유자이자 부부관계 전문가로 동변상련의 마음으로 부부관계기술학교를 열어 부부의 언어를 회복하고 속마음을 다독이는 열혈 사명자로 일하는 한편, 여전히 끝도 없는 인간의 성향과 심리가 늘 궁금한 상담자(책 소개 참고)가 쓴 책이다.

책을 다 읽고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니 많이 화려했다. 자연심리치료 강사로도 활동하고, 놀이강사, 웃음치료사, MLP트레이너, 심리치료 전문가, 최면치료 트레이너 등을 역임하고, TV매체에도 출연한 이력이 있고, 유튜브 정다원TV를 운영하며 시집살이, 고부갈등, 부부갈등, 인간관계 등의 심리 상담을 나누고 있다고 한다.

 

 

부부싸움의 패턴도 똑같고 화해를 요청하는 방식 또한 변하지 않는다. 서로가 같은 말을 하지만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부부싸움 후에 남편은 화해하자는 뜻으로 "우리 맛있는거 먹으러 갈까?" 하지만 아내는 대뜸 "지금 밥이 넘어가?"하고 응수해버린다.

아 내가 바라는 말은 "자기가 많이 힘들고 지쳤구나. 내가 함께하지 못해서 미안해 "하면 되는데 말이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네게 하지만 정작 네가 듣고 싶은 말에 나는 관심이 없다.

세종대왕의 멋진 한글로도 공감과 소통조차 하지 못하고 외계어 대화인 양 서로의 속마음을 알아듣지 못한다.

내가 원하는 남편과 내 남편은 너무너무 멀게만 보인다.

아이에게 눈높이를 맞춰주듯 서로를 위해 듣는 귀를 다시 열어보자. 서로가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상대에게 강요하지는 않는지, 먼저 듣고 말하기, 역지사지의 마음만 지킨다면 네가

원하는 낵 아닌 내가 원하는 네가 될 수 있다.

이혼하고 싶은 그녀들의 진짜 속마음P50-51

       

 

 

나도 신랑과 늘 투닥거리면서 하는 말이 무슨 말을 하든, 나의 고충을 알아주는 말을 해달라고 요구하지만 귓등으로 들으시는지 원하는 말을 제때 듣기가 어렵다.

 

 

   

    이혼하고 싶은 그녀들의 진짜 속마음p53

 

 

 

위의 사진 속 글처럼 "사랑한다면 이렇게 행동하지 않을 텐데, 하는 서운함이 커지면서 사랑을 의심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할 때가 많았다. 남편과는 큰 문제보다 사소한 행동, 말투, 표정 등이 더 내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것 같다.

 

 

부부가 자주 하는 일상의 말을 들여다보자.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상대도 원한다고 착각하는 편이다.

그러기에 그 사람의 말을 잘 들어보면 네가 원하는 말을 알 수 있다.

밥 먹자고 말하는 남편은 그 표현 자체가 사랑이다. 슬퍼 우는 아내에게는 토닥토닥 위로의 말이 답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서로에게 말하지만 내 마음이 삐쩍 말라 있는 때는 상대방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내 아픔이 너무 커서 상대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결혼으로 서로에게 한평생 함께하기로 서로에게 한평생 함께하기로 서로에게 약속했다.

성숙한 사랑은 비난의 언어가 아닌 배려의 언어로 성장한다. 내가 먼저 배려할수록 사랑은 커지고,

배려할수록 책임감 역시 나눌 수 있는 것을 잊지 말자.

이혼하고 싶은 그녀들의 진짜 속마음P59

   

 

   

 

 

 

아무리 나이 들어도 남편은 여전히 철없는 아이다.

남편 마음속의 아이 때문에 상처받고 아프기 전에

내 삶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자

 

 

리는 모든 것을 잘할 수 없다. 당연하지 않는가. 아이를 키우면서 어떻게 완벽하게 정리된 집에서 살 수 있나.

퇴근 후 피곤한 몸으로 집안일을 하는데 어떻게 완벽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남편이나 주변의 비난에 스스로 정말 부족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다른 여자들은 집안일도 잘하고 애도 잘 본단다. 결혼 후 여성들이 자존감이 낮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 마음이 위축되어 있는데 옆에서 콕콕 비난까지 하면 정말 자신이 부족하고 보잘것 없어 보인다.

결혼은 같이 했는데 몸과 마음과 삶의 변화로 인해 아내만 원하는 삶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그래서 더 무장해야 한다. 그런 생각 없는 비난에도 끄떡없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자존감을 키워야 한다.

나는 소중하고,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인류니까.

이혼하고 싶은 그녀들의 진짜 속마음P116

      

 

 

너무 공감가는 말이다. 마치 내가 쓴 글 같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또 한명 있구나. 동변상련에 위로가 된다.

 

부드럽게 말하고 행동은 단호하게 하는 습관을 만들어가야 한다. 아쉽게도 그와 반대인, 말은 단호하고

행동은 부드럽게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말은 퉁명스럽지만 행동은 다해주는 아내들도 많다.

끌려가지도 말고 끌고 가지도 마라. 둘 다 너무 피곤한 일이다.

있는 그대로 내 삶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행동하자.

그리고 남편 마음속에 있는, 자라지 않는 아이를 키워 내 뜻에 맞게 살아가자.

그러려면 내가 먼저 내 마음의 아이를 키워야 한다. 어른이 되지 못한 마음의 아이는

여전히 쉽게 상처받고 쉽게 아프다. 내가 먼저 건강한 마음의 어른으로 성장해야 한다.

이혼하고 싶은 그녀들의 진짜 속마음P128

 

 

 

좋은 책을 읽기 전과 후가 다르듯이 결혼이 후회되어 다시 혼자로 돌아간다고 해도 예전의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렇게 이혼을 꿈꾸고 현실을 벗어날 생각만 하며 살아야 할까?

괴로워 벗어나고 싶다고 몸부림쳤지만 현실의 나는 매여 있는 것이 너무나 많고,

그럴수록 감당할 수 없는 마음뿐이다. 그 안에서 건강한 가정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과거의 나로

돌아갈 궁리를 하는 딜레마에 빠져 현실에 대한 불만만 가득 쌓인다.

이혼이 나를 재생과 부활로 이끌어줄 것 같지만 지나온 세월을 버리고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므로 이혼이라는 최종병기를 꺼낼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어떻게 행복을 꿈꿀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고민하는 이유는

남편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혼하고 싶은 그녀들의 진짜 속마음P168

 

 

이 책은 이혼을 한 번쯤 생각해봤지만, 정작 이혼하고 싶지않은 마음을 갖고 있는 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암담한 결혼생활이 아니라 행복한 결혼생활을 만들어 가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럼에도 함께 행복하려면

 

 

책에서는 부부관계 기술을 정리해서 알려주고 있다.

첫째, 내 배우자의 마음형 언어를 들어주자.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행동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

둘째, 두 사람의 새로운 질서와 규정을 알아가고 만들자.

사로 기분이 좋을 때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기분이 나쁠 때는 어떻게 행동하는지, 스트레스를 풀 때는 어떻게 풀어야 행복한지, 여행을 갈 때는 정해 놓고 다니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계획 없이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지 서로 알아야 조율이 가능하고 질서와 규정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셋째,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에게 방패가 되어주자.

이는 부부문제가 아닌 다른 가족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대처법이다.

 

 

책을 덮으며 조금은 더 안정되고 편안한 결혼생활을 꿈꿔본다.

우선 그러기 위해 나부터 알고, 나부터 사랑하고, 나의 마음의 근육을 키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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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전일도 사건집
한켠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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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출판사 서평을 보고 궁금해서 보게 됐다. 결혼, 육아, 사교육, 비혼주의, 왕따, 취업, 미투 등 사회의 여러 부분들을 탐정이야기로 재미있게 풀어내어 460쪽이 넘어가는 책의 분량에도 불구하고 술술 읽히는 책이다. 어렸을 때도 탐정, 추리소설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이 책의 키워드를 몰랐으면 모르고 지나쳤을 책인데, 다소 무거운 주제들을 매력적인 탐정, 전일도를 통해 흥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냈다.

 

 

 

  

 

 

 

 

각 이야기들의 제목도 재미있다.

스파게티의 이름으로, 라멘.

헬로, 욜로(HELL-O-YOLO)

아이들은 잘 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의 비혼식

퇴사 혹은 무단결근

누구든 실종시켜 드립니다.

사람이 자랑하면 귀신이 질투한다.

아무 일도 아니야

우리들의 미

용꿈이면 면천이라

 

 

 

누구든 찾아드 립니다.

누구든 실종시켜 드립니다.

 

 

 

20대 초반, 귀엽고 재미있고, 용감하고, 다정하고, 눈치는 좀 없는 여자 탐정, 전일도! 엄마의 성화의 못이겨 잠시 공시생을 해봤지만, 탐정의 피는 못 솎여 "불륜탐정"할아버지(현재는 불륜탐정하다가 은퇴하고, 손주 육아하고, 손주 다 크고 유럽으로 탐정 투어 갔다가 현지에서 브이로그를 하며, 유튜버를 하는 꽃할배 아니고 불륜할배)와 불륜탐정 아빠와 엄마의 가업을 이어 탐정일을 하는 그녀.

그녀는 엉뚱하고 무모하고 귀엽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웃기만 하고 기억나는게 없다면 아쉬웠겠지만 재치와 위트 속에 속속들이 이 사회 현실을 고발한다. 사실 까발린다(?)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거침없기에.... 개인적으로 눈에 들어온 대목들을 적어봤고, 그 중에서 포인트는 굵은 글씨로 표현하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혹은 내가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들은 굵으면서 뉘인 글씨로 표현했다.

 

 

 

파게티의 이름으로, 라멘.

 

저희 친가 쪽이 집성촌이거든요. 연휴에 내려갔더니 노인네들이, 아니 어르신들이 언제 결혼하냐고 한마디씩 하시는 거예요. 거기는 동네 뒷산 정기가 맑은 건지, 약수 가 영험한 건지 수도권의 제 친구들보다 결혼들을 일찍도 했더라고요. 제 또래 사촌들은 이미 애가 있어서, 뭘 모르는 애를 덥석 엎드리게 해서 세뱃돈이랍시고 삥을 뜯어 가고 있고요. 남의 집 귀한 딸들 하나씩 데리고 와서 시골집 부엌에서 기름 냄새에 절어서 전 부치라고 부려먹고 있고요. 큰어머니는 저희 어머니한테 며느리가 손이 야무져서 편하다고 자랑질을 하시고요. 그 꼴을 보고 있으니 여기저기 친척 결혼식 불려 다니시며 축의금을 상납해 오신 저희 부모님도 저더러 결혼하라고 난리치시는 것도 뭐, 이해는 가요. (중략) 거기다가 아버지 정년퇴직이 올해거든요. 퇴직하시기 전에 받아내셔야죠 . (중략) 지금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되게 평범하잖아요? 누가 막 연애하고 싶어 할 스타일 아니잖아요? 외로운 거요? 외로운 거요? 사람은 다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건데요. 부모님은 맞벌이셨고 스무 살 때부터 자취를 해서 혼자인 거에는 아주 익숙해요. 자식요? 헬조선에서 제가 물려줄 것도 없고, 월급 받아서 사교육에 투자하고 저축 못 하는 삶도 싫고 , 제가 저 하나 건사하기도 귀찮은 인간인데, 와이프랑 자식을 책임지진 못 하겠더라고요. 솔직히 아버지의 퇴직이라는 데드라인하고 부모님이 신혼 전셋집에 좀 보태주신다는 것만 없었으면 결혼 같은 거 안 했을 텐데..... 마침 전세 재계약 시즌이 되었는데 전세금이 정말 미친 듯이, 제 연봉보다 더 올라서..... 그래, 전세금을 좀 도움을 받자, 싶었어요. 그래서 생각해낸 게 '계약결혼'이었어요. 계약결혼해서 전셋집을 받고, 이혼, 아니 계약해지를 하자. (P9-11)

 

위의 챕터는 신선하고 재밌다. 하지만 그런 위트 있는 이야기에 뼈있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우리 나라에서 결혼이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에 대해 자연스레 이야기 한다.

 

 

 

, 욜로(HELL-O-YOLO)

 

"노후대책이고 자식교육이고 각자도생 해야 하는데 그게 월급가지고는 부족하잖아요. 복지도 안 되어 있고 , 뼈빠지게 돈을 벌어서 내 자식한테 돈 걱정 안 하게 해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에요"

"그런 좋은 부모들의 선의가 애들 사교육 경쟁 시키고 집값 올려서 헬조선을 만들고 있잖아요 . 탈조선을 못 할 거면 더 뜨겁고 덜 뜨겁고의 차이지 어차피 다 불구덩이 속인데."P93

 

  

 

    P97

 

이 챕터는 178. 2 부동산 대책 직전, 부동산 시장에 '갭투자 열풍'이 불었던 시기를 배경으로 풍자 있게 서술했다. 열 집에게 전세를 주고 돈을 가지고 잠적한 집주인을 찾는 내용을 그렸는데 부동산투자와 관련한 이 사회 부조리와 아무리 성실하게 일해도 맘편히 쉴 수 있는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이 현실이 참 안타깝다.

 

 

 

이들은 잘 하지 않아도 괜찮아.

 

교환학생이건 유학이건 한국을 떠나 버리고 싶었어요. 부모 없는 곳에서 살고 싶어서. 학원비 대 줄 돈 없으니까 독학으로 토익 공부해서 대기업 가서, 돈 많이 벌라고 하는 부모가 부담스러웠어요. 공부 잘하면 팔자피는 것만 알고 어떻게 해야 공부 잘하는지도 모르고 지원도 못 해 주는 부모가 답답했어요 . 솔직히 가윤이 혼전임신하고 결혼해서 아파트에 신혼집 차릴 때......좋았어요.

부모님에게서 벗어날 수 있어서. 대기업 취업 못하고 실패하면 어쩌나 두려웠는데 '취집'으로 도피할 수 있어서, 가윤이가 날 닮아서 도피성 결혼해서 나처럼 살면 어쩌지 무서웠어요. 지원만 해 주면 잘할 수 있는데 투자 안 해 줘서 재능을 썩히고 나처럼 그저 그런 사람이 될까 봐 이것저것 다 해 주려고 했어요. 애한테 해 주고 싶은 건 많은데, 돈이 없으니까 부동산도 했어요. 나같이 소심한 사람이 목돈들고 부동산 하면 밤에 잠이 안 와요. (중략) 정부에서 대출 조여 놔서 대출금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애 앞길은 엄마 하기에 달렸다는데, 앞으로 엄마가 발품 팔아 다닐 일은 점점 많아지는데, 엄마 노릇은 도망칠 수도 없고...... 애가 날 미워하는 건 안 무서워요. 왜 엄마는 이런 대학 나와서 엄마처럼 살게 방치했냐고 원망 듣는 것보단 나아요." 이러려고 촛불 들었나 자괴감도 들었다. 부모가 스펙이 되지 않는 나라 만들려고 한겨울에 길바닥에 나갔는데 . P148-149

 

무심코 던진 팩트에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반백수'는 상처 받는다. 온전히 내 생계를 부양하지 못하는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니다 . 가윤이가 강아지를 기르지 못하는 것처럼 나도 가윤이를 데리고 있을 수 없다. 가윤이 엄마가 가윤이를 때리지 않는다면 어디에 신고할 수도 없다. 가윤이는 결국 집으로 돌아가서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미워하고 그런 자신에게 죄책감 느끼면서 아빠에게 무관심해질지도 모른다.P152

 

아이 하나 기르는 데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은 아이 기르는 데 손이 많이 간다는 뜻이 아니었다. 이렇게 살아도 불안하지 않고 저렇게 살아도 불행하지 않은 어른이 주변에 많아야 한다는 뜻이다 . 아이가 집에 들어가기 싫을 때 놀러 갈 수 있는 집이 많다는 뜻이다 . 그 마을은 빨간 벽돌집에 가격을 매기지 않고, 창틀마다 화분을 내놓고 마당에 강아지와 고양이가 놀러 온다. 하고 싶은 일만 하고 돈은 못 벌어도 문제없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해 빨간 벽돌집의 문을 활짝 열어 둔다.P153

 

 

  

 

 

 

의 비혼식

 

"첫째 키워봐서 둘째는 수월할 줄 알았더니 두 배로 힘들어. 나 요새 매일 울어. 첫째로 아직 어린데 신생아 돌보느라 정신없으면 첫째가 자기도 봐 달라고 징징대고. 바쁘니까 욱 해서 첫째한테 소리 질렀다가 밤에 애들 재우고 나면 첫째도 아직 아기인데 내가 애한테 이러면 안 되지 싶어서 미안하고, 둘째는 둘째대로 첫째 때 만큼 전적으로 봐 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오해하지 마. 내가 애를 안 사랑하는 건 아냐. 진짜 내가 제일 잘한 게 애 낳은 거야."

"독박육아 하다 보니까 인스타로라도 소통하는 거지. 애들하고만 하루 종일 있다 보면 사회랑 차단된 느낌이 든단말이야 .“

 

"신랑 퇴근하면 나도 육아퇴근 좀 하고 싶은데 매일 지도 피곤하다고 하니까. 옹알이하는 둘째랑 혀 짧은 소리하는 첫째랑 있다 보면 인간의 언어로 대화하고 싶어서 남편 기다리는데 막상 얘기 시작하면 벽하고 말하는 것 같아 . 자기도 하루 종일 애랑 놀고 싶단 소리나 하고. 남의 애도 아니고 우리 앤데 뭐가 힘드냐고 하고 . 신랑은 회사에서 사람도 만나고 일도 하는데 나는 집안에만 있으니까 수준 차이 느껴지고. 매일 야근하고 주말도 없이 일하니까 짠해서 싸우지도 못하겠어. 부부 사이에 딱히 불화가 있는 건 아닌데 점점 대화가 없어진다."P168-169

"나한테는 육아 잘하는 남편도 네 애보다 발달이 빠른애도 없으니까. 질투할 것도 없어서 나한테 육아 힘들다고 징징대는 거 아냐? 근데, 나는 사실 그동안 네 얘기 재미도 없고 공감도 안 되고 들어주기 싫었어. 남의 자식이 귀엽긴 뭐가 귀여워. 시끄러운 애새끼지. 네 애새끼 얘기는 네 남편이랑 해. 난 네 '맘스플레인' 지겨워 ."P170

"집안에 돈 들 일이나 부모님 수발 들 일 있으면 비혼 자녀 찾게 되어 있어요. 나도 언니 하나 있긴 한데 언니는 결혼해서 애가 있으니까 돈 없다. 시간 없다 하면서 다 나한테 미루거든요. 부모님도 당연하게 날 찾으시고. 큰 애는 자기 식구가 있잖니, 하면서. 언니 바쁠 땐 조카들 치다꺼리까지 내가 했는데, 남이면 고마워라도 하지, 가족들은 고마워하지도 않아요. 안 해 주면 서운해 하면서 ."P171

 

"이제 그런 거 꿈도 못 꾼다. 맨날 애 재우다가 잠들어 버리는데 부부끼리 밤에 와인 마실 시간과 체력이 어딨어. 애 유치원만 들어가면 이혼하려고. 일 그만두고 애만 키우는데도 뭐가 힘들다고 산후우울증 오고 그 다음엔 독박육아 우울증까지 쌓이니까 맨날 싸우기만 해서 이제 사랑이고 정이고 의리고 다 말라간다. 맨날 '육아는 아이템빨'이라면서 택배만 잔뜩 시키는데도 힘들댄다 .“

 

"제 친구 하나도 독박육아 하는데 어른의 언어로 대화하고 싶어서 맨날 남편 기다린대요. 오빠도 집에 가자마자 애받아 안고 육아하면서 대회 좀 해요. 언니 좀 쉬게. 제 친구를 봐도 애 키우는 거 힘들어서 우울증 올 만 해요. 택배 덜 오게 하려면 오빠가 육아 아이템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몸으로 때워야죠. 근데 한편으론 언니가 부럽네요. 그만둬도 남편이 버니까. 전 회사 그만두면 당장 손가락 빨아야 해서 절대 퇴사 못하는데. 역시 돈 버는 배우자가 최고의 안전망이죠 . 애 없이 육아휴직 하고 싶어요. 애 없이 아동수당도 좀 받고 싶고. 뼈 빠지게 돈 벌어서 세금 내면 남의 애 복지로 다 나가네요 . 국민연금 제대로 나올지도 모르겠는데."P178-179

 

 

 

사 혹은 무단결근

 

"............요새는 의학이 발전해서 시험관 시술도 있고 하니까...... 치료 받으면...... 근데 난임 시술 받으려면 무리하지 말아야 하니까 회사 다니기 좀 어렵지 않을까?"P204

"거창한 경영목표나 인재상 같은 건 직원 갈아 넣는 불렌더죠. 비리는 회장이 저질러 놓고 윤리경영 한다고 하고. 글로벌 경영 한다면서 한류스타를 모델로 광고만 하면 잘 될 줄 알다가 망했고요. 이번엔 슬림 경영을 한대요. 주주들이 경영효율화하라니까 제일 쉬운 게 인건비 줄이는 거라 젠가할 때 나무토막 빼듯이 회사 흔들리자 않을 정도로 직원 자르려고 들고 나온 게 슬림 경영이겠죠 ."P208

"회사는 상황이 어려울수록 충성을 바칠 직원을 선호하거든요. 남자는 생계를 책임져야 하니까 책임감 있고, 임신출산 공백 없이 안정적으로 오래 다니고, 출장이나 회식 때도 아기 걱정 안 하고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고, 여자보다 리더십과 결단력도 있고요. 상사 입장에서도 감정적인 여자들보다는 이성적인 남자 부하직원이 말도 더 잘 통하고 ."

", 지금 선천적인 특권과 그에 따른 사회적 편견과 장래 와이프의 독박육아를 경쟁력으로 내세우신 거죠?"P217

 

"일에 욕심 있으니까, 회사 일에 차질 없게 하려고, 인센티브 불이익 받지 않으려고, 입덧하면서 막달까지 출근하고, 임신 중에도 최대한 야근할 거 다 하면서 남한테 피해 안 주려고 하면서 기획안 다 쓰고, 걷지도 못하는 애 어린이집 보내가면서, 육아휴직 1년 다 채우지 않고 돌아와서 출산 전에 하던 일 마무리 지었는데, 이렇게까지 열심히 했는데, 애 있다는 이유만으로 밀려나면 억울해요, 안 억울해요? 이루리님한테 '자기는 경력 공백 없으니까 좋겠다, 부럽다.',그냥 그런 얘기 한 것 뿐인데 이루리 님이 도끼눈을 뜨더라고요. 자기는 '스페어'였다고요. 여직원 많은 팀이라서 매년 한 명씩 결혼하고 임신할 때마다 자기가 휴직하는 사람들 업무인수인계 받았다고요. 그러느라 연차만 쌓이고 자기 프로젝트는 못 했다고. 이제 좀 중요한 업무를 하나 싶었는데 내가 기획해 놓은 거 넘겨받아서 운영하느라 자기는 기획 업무 할 기회가 없어졌고, 평가 시즌 되니까 내가 복직해서 자기가 기껏 운영하던 거 가져가서 마무리해 버렸다고. 회사에선 운영비도 기획을 더 쳐 주거든요. 직을 할 거였으면 자기한테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다 맡기지 왜 내가 일 욕심 부려서 자기가 피해 봐야 하냐고요 . 아니, 나는 정당한 권리인 육아휴직도 다 못쓰고 나왔는데! 이루리 님 입장이 이해는 가지만 내 잘못이 아니잖아요. 비혼 직원 갈아 넣어서 유자녀 직원 업무 땜빵 하는 회사의 인력 운용이 문제지 이게 왜 나랑 이루리 님이 싸울 일이예요?"

P219

회사도 다녀봤고,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과 육아를 겪었기에 이 파트를 제일 쉽게 공감하며 읽었다. 그런데, 육아로 힘든 결혼생활에 대해서만 크게 생각해봤지 미혼인 여성이 느껴야 할 사회적, 심리적 압박에 대해선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내 입장과 다른 편에 선 여성의 어려움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래저래 한국땅에서 여성으로서 살기란 정말 힘든 것 같다.

 

 

 

무 일도 아니야

 

은수는 피해 사실을 동의를 받지 않고 올렸다. 실명 대신 A,B 같은 이니셜로 올리긴 했지만 ' 요새는 수업 시간에 집중을 못하냐며, 생리 기간이냐고, 여자는 몸이 따듯해야 하는데 그렇게 교복을 허벅지가 다 보이게 입고 다니니까 생리통 있는 거 아니냐고 하며 허벅지에 손 스쳤음 '이라고 자세하게 적으면 피해자가 누군지 대놓고 밝힌 거나 마찬가지였다. 교무실에선 '학교 망신'을 시키고 다닌다고 했다. 그 변태 말고 학생들이 . 집안에 뭔가 문제가 있으면 집안에서 해결해야지 밖에다가 떠들고 다니면서 '집안망신' 시키면 안 되듯이 학교 일도 밖에다 떠들면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교복은 단정하게 입고 다니라고. 학생 무서워서 어디 생활지도 하겠냐고. 은수는 끝까지 거짓말 하지는 못 했다. 계정주가 밝혀지자 교사들은 은수를 걱정하는 척 협박했다. 학교 명예 훼손으로 고소당하거나 징계먹으면 어쩔 거냐고. 학생들에겐 질문하는 척 이간질했다. (중략) 졸업하려면 내년까지 버텨야 했다. 수행평가 점수는 전적으로 선생 재량이었다. 교무실에서 울고 나온 애들은 은수에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SNS에서 은수를 차단하고 자기들끼리 수근거렸다. 나은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은은 간략하게 "괜히 SNS에서 뒷담화 깠다가 캡쳐 당하면 증거가 될 거 같으니까요."라고 했다. 사람을 투명인간 취급하면서 무시하고 고립시키지만 따돌림이나 폭행이라고 할 순 없다. 그냥, 별로 친하지 않았다고 우기면 끝이다." p349

 

 

내가 중고등학교 다니던 학창 시절에도 선생님이 학생을 성추행하는 일들도 있었고, 왕따, 은따가 있었다. 요즘은 '미투운동'이다 해서 여성이 성추행 또는 성폭행당하고 쉬쉬하고만 있지 않고 드러내고 가해자를 질책하기도 하지만 아직도 말 못하고 침묵할 수 밖에 없는 현장들이 많고, 먼저 나서서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할 성인들이 피해해 대해 침묵하기를 강요하는 이 현실이 참 씁쓸하다.

재밌고 유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 책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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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사회 The Society -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One for all, All for one
십(10)쇄.안티구라다 지음 / 경진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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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사는 지역적 위치, 내가 했던 일, 종교생활 모두 북한과 관련이 있었다. 그래서 북한에 대해 어찌보면 더 알아야하고 알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북한의 사회, 문화, 예술 등 현재의 모습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북한 사회라는 책을 알고 이 책이 궁금했다. 어렵게 쓰여진 책이라면 별로 관심이 가지않았을텐데 출판사서평을 보니 쉽게 쓰여진 책 같아 부담없이 이 책을 읽어 보았다.

 

  

 

 

 

마치 책은 원서 느낌이다. 저자의 필명도 독특하다. 십쇄라니...... 안티구라다라는 필명도 범상치않다.

이 책의 부제는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이다.

프롤로그를 보면 이 또한 독특하다. "십쇄와 안티구라다는 이 책을 쓰면서 B급을 주류를 거부하고 주류가 아니라는 것으로 정의했다."고 말한다. 혹자가 말한대로 이 책이 B급 서적이라는 것에 반박하지않고 시원스레 인정하며 현실감 떨어지는 액션 영화를 보는 듯, 때로는 유치할 수도 있으니 그냥 그러려니 하는 생각으로 편하게 봐달라고 한다.

책을 후루륵 넘겨보자 문단간 글 간격도 넓고 글밥도 많지않고 간간히 사진도 실려있어 읽기 편해보였다. 문체도 어렵지 않았다.

목차를 살펴보니, 8개의 큰 소제목이 있었다.

영화, 음악, 언어, 미용, 신문방송, 광고, 음식, 일상생활 등이다.

영화부문에서는 북한에서 2016년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최신 영화 <우리집 이야기>, 2006년에 개봉된 만화영화 <교통질서를 지키자요>, 2000년 북한영화로는 처음으로 한국에 개봉될 뻔 했던 북한의 대표적인 괴수영화 <불가사리>, 2012년 북한이 영국과 벨기에하고 합작으로 만든 영화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 라는 영화를 소개했다.

저자는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란 영화를 이야기하며, 오랜만에 한국에서 북한영화를 볼 수 있기에 사람들에게 반가움에 얘기했는데 관심 있게 듣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영화에도 관심없는 걸 보면 사람들은 북한이라는 존재에 관심이 없다는 뜻 아닐까라며 아쉬움을 내비친다.

국내에서 북한영화를 상영하기 위해서는 우리 당국과 협의가 필요하고 북한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하니 쉽게 그들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매개체로의 접근이 어렵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책에 실린 '대동강에서 만난 사람들'이란 영화 속 사진이다. 마치 우리 나라의 80년대를 보는 듯하다.

북한에서는 우리 나라 영화를 어떤 시각으로 볼까? 얼마전 개봉한 <기생충>이라는 영화를 영화좋아하는 이들은 대부분 보았을 것이다. 북한은 지난 618'조선의 오늘'이라는 대외선전 매체를 통해 이례적으로 위의 영화를 소개하며 "남조선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려 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저자는 북한 영화의 변화를 외국과의 합작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점, 영화의 소재를 정치적인 것에서 과학이나 사랑 등으로 다양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했다.

  

 

 

 

(북한과자 P122)

 

 

두번째 챕터에서 다룬 것은 '음식'이었다. 기름과자(캐러멜), 설기과자(카스테라), 졸인젖으로만든 소젖가루(분유), 썩음막이약(방부제) 등 과자종류도 이름이 특이하고 방부제를 '썩음막이약'이라고 한 것이 촌스럽지만 확 와닿는다. 계란찜을 '닭알두부'로 표현한 것도 신선하다.

 

 

  

 

 

4장에서는 미용에 대해 다루는데 화장품 이름도 재밌다. 스킨을 '살결물'이라 칭하는 건 익히 들었는데 로션은 '물크림',영양크림은 '기름크림', 비비크림을 '삐야로', 볼터치는 '볼분', 립스틱은 '입술연지',샴푸는 '머리물비누'라고 부른다고 한다.

북한 여성들도 미용에 관심이 많고 북한당국에서는 기초화장품이나 메이크업과 관련된 화장품은 생산과 유통을 묵시로 용인하지만 색조화장품은 유통 자체를 못하게 규제한다고 한다. 색조화장을 '변태적 화장'으로 칭한다더니 당연한 처사라 생각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고지도자로 등극하면서 북한 사회에서는 여러 가지 달라진 면을 볼 수가 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바로 건축이다. (중략) 눈에 보이는 고층아파트는 대내외적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것 같다. p287

 

북한의 아파트 건설은 시대를 불문하고, 정치와 연결되어 있다. 북한이라는 사회가 사회주의 계획체제이기 때문에 불거진 현상이다.p290

위의 글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북한에서도 고급 아파트들이 지어지고 있다. 물론 고위급간부들만이 살 수 있겠지만 늘 북한사회라고 하면 배급식량이 부족해서 하루 한 끼 먹기도 힘들고 극심하게 가난하고 자유가 억압되어있는 사회라고만 익히 들었는데 이번에 본 책은 다른 느낌이었다. 이 책이 북한 사회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고는 볼 수 없겠지만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모습에 대해 볼 수 있어서 흥미있게 볼 수 있었다.

통일이 언제될지 모르겠지만 통일이 될 그 날을 위해 북한에 대해 관심을 조금씩이라도 갖고 통일이 됐을시 간극화를 줄이기위해 서로의 문화와 사회전반의 것들에 대해 알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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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가 있는 철학 서재 - 동화에 빠져든 철학자가 전하는 30가지 인생 성찰
이일야 지음 / 담앤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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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책을 좋아한다. 어렸을 적에는 별로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스스로 그냥 호기심이 없는 아이인줄 알았다. 그러고 보니 나는 어렸을 때 무엇을 좋아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삼삼오오 모여 놀이터에서 잡기놀이를 하거나 교회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다니며 예배 드리고 함께 숙제하고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밤이 되면 혼자 책상앞에 앉아 공부를 한 것도, 책을 읽은 것도 아닌데 무언가를 끄적이거나 내가 소중히 여긴 작은 물건들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겼던 것 같다.

커서는 밝은 사람이 되고 싶고, 잘 웃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일부러 더 많이 웃고 다녔던 것 같다. 내 감정과 다른 표정은 숨긴채.

그리고 생각하기를 두려워했다. 아마도 생각을 깊게 하다보면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어 나중에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빠지게 될까봐 두려웠던 것 같다. 그래서 마음이 힘들고 지칠 땐 우울한 감정에 빠지기 싫고 내 상황과 환경을 비관하고 낙담하게 될까봐 자는 것으로 모든 것을 외면하려 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내 일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그런 나는 자연스레 변했고, 변할 수 밖에 없었다.

어린 자아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기엔 이 세상은 참으로 각박하고 무지막지하고 냉혹하기에,

또 그런 세상에서 우리 순진무구한 내 새끼들이 자라가는 것을 지지하고 끌어주려면 내가 강할 수 밖에 없으므로....

그래서 엄마가 되고 나를 들여다 보게 되었다. 나의 좋은 점부터 안 좋은 점, 내 아이가 닮지 않았으면 하는 점까지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어떤 어른,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가.'를 생각하며 살게 됐다.

그러는 중에 그 동안 나조차도 무시하고 외면했던 내 생각, 내 감정들을 하나 하나 면밀히 살펴보게 되었고, 아이를 잘 키우려면 내가 건강해야 된다는 생각, 특히 내 마음이 건강해야 한다는 생각을 절실히 하게 되었다.

지금은 내가 좋다. 예전엔 이런 점이 싫고, 이런 점이 못나보이고 했다면 그런 모든 점들도 '이래서 이럴 수 있고, 이런 점은 저래서 꼭 나쁜 것만은 아니고.'라며 있는 그대로 나를 인정하고 좋아하게 되었다.(사실 내 블로그도 이런 생각으로 "나대로 괜찮아, 이대로 괜찮아"라고 이름을 지었다.)

제일 처음에 언급한 대로, 나는 그림책을 좋아한다. 이유인즉, 우선 예쁘다. 그림책의 색감도 질감도 이야기도 그림책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동물, 식물 모두. 커서 보는 그림책,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이지만 저마다 깊은 울림과 철학이 담겨 있다. 글밥도 어른 책에 비하면 엄청 적지만 그 짧은 글에 담긴 뜻은 참 깊고도 오묘하고 지혜롭다.

아이를 보다가 지칠 때면 어쩌다 내가 소장하고 싶었던 그림책을 하나씩 사곤했다.

지금도 사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을 사기보단(아이들 그림책은 주로 빌려서 보여준다) 내가 마음에 들어 갖고 싶은 그림책을 산다.

사실 부끄럽게도 얼마전까지 그림책과 동화책의 구분이 없던 나에게 그림책은 그림위주의 책이니 어린 아이들이 보는 책이고, 동화책은 글밥이 많으니 초등학생이 보는 책으로 구분을 했는데, 얼마전 우연히 알게 된 「동화가 있는 철학 서재」이란 책의 제목을 보고 '난 그림책을 좋아하니 이 책도 왠지 흥미있을 거 같아.'란 생각이 들었고,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일야'라는 필명을 쓰고 있다. 전북대학교와 연이 깊은지, 이 분은 전북대학교에서 철학과 학부와 석,박사과정을 하고 전북대학교, 전주교육대학교에서 철학과 종교학, 동양사상을 강의한 그리고, 현재는 전북불교대학 학장을 맡고 있다고 한다. 그가 낸 책들도 다수 있는데, 거의 불교와 관련된 서적들이었다.

나는 책을 볼 때 저자의 이력은 대충 살피고 목차를 먼저 유심히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가 관심이 있는 챕터를 찾아 먼저 읽기도 하고, 그냥 단조롭게 읽고 싶은 날은 머릿말부터 순서대로 본다. 그리고 중간까지 보다가 책이 마음에 들면 다시 저자의 이력을 꼼꼼히 살핀다. 만약 중간까지 봤는데 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 책 제목만 보고 책을 선택하거나, 디자인만 보고 선택하지 말아야지.'하고 책 선택을 신중히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중간부터는 재빠르게 속독을 하는 편이다.

그리고 책을 읽었을 때, 저자가 어떤 종교관을 갖고 있느냐를 별로 난 중요시하지 않았다. 종교서적을 고른 것이 아니기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만난 책처럼 일반 서적같은데, 저자 이력이나 머릿말에서부터 '종교적 색채'를 드러내는 것을 보면 거부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어찌보면 단순한 사람이기에 나와 같은 종교라면 오히려 반가워하지만......

서론이 오늘은 엄청 길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생각한 방향과는 다른 책이라 생각이 많아져서 그런 듯 싶다.

「동화가 있는 철학 서재」 이 책은 부제목으로 "동화에 빠져든 철학자가 전하는 30가지 인생 성찰"이라고 붙어 있다.

내지를 펼치자, 일러두기에서 "이 책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월간 송광사>에 연재된 내용을 모아 다듬은 것이다"라고 써 있다.

머리말에서도 안내하듯이, 이 책은 어린 시절 할머니 무릎에 누워서 들었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와 초등학교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 들었던 익숙한 동화들이 많이 등장한다. 저자는 동화를 통해 우리 자신을 성찰해보자는 취지에서 이 책을 묶어 냈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의 글을 재밌게 읽고 있다는 선생님으로부터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할 때 활용하기 위해 '인성'과 관련된 동화를 다뤄주길 원한다는 바람으로 책을 냈다고 한다.

우리에게 솔직하고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희망과 용기를 주는

또 다른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아이들이 읽는

동화가 그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동화는

우리에게 어떤 힘을 주는 것일까?

프롤로그 중

「동화가 힘을 갖는 이유는 그것이 비록 어른들에 의해 쓰이긴 했지만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에 의한, 아이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에 비해 몸집도 작고 물리적인 힘도 약해 보이지만, 그들은 성인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솔직함과 당당함이라는 에너지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힘이 있게 때문에 동화를 읽게 되면 한없이 부끄럽기도 하며, 솔직하게 살아오지 못한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아이들의 눈과 마음으로 쓰인 동화는 자기 자신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할 것이다.」 P11

「이제부터 동화와 함께 떠나는 인문학 여행을 시작하려 한다. 비록 지금은 초라한 모습으로 살고 있지만 여행을 마쳤을 때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변화된 자신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P15

목차를 보면 저자가 어떤 동화 30가지를 택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책을 많이 안 봤던 나도 아는 동화가 대부분이다. 그럼 저자는 그 동화들로 어떤 인생철학을 나누고 싶어했을까?

저자가 선택한 30가지의 동화 중 나는 가장 인상깊었던 동화가 "날 지켜줘, 그림자야"라는 동화이다.

이 동화는 <희망TV SBS>를 연출했던 이호석 PD의 창작동화라고 한다.

처음 본 동화라 살짝 옮겨왔다.

하늘나라 그림자 마을에 살고 있는 아기 그림자는 아침 해가 뜨면 땅으로 내려오고 저녁이 되면 다시 마을로 돌아간다. 아기는 마티의 그림자이기 때문에 늘 붙어 다녔는데, 웬일인지 다른 친구들은 마티를 몹시도 싫어했다. 그래서 마티가 지나가면 친구들은 놀려대곤 했다. "저기 하얀 괴물 미티다! 괴물이래요~괴물이래요~"

그랬다. 마티는 아파서 다른 친구들과 달리 피부가 하얀색이었던 것이다.

P37

동화 속 마티는 백생증 환자이고, 친구들은 그런 마티를 놀린다. 그런데 어느날 하얀 피부의 아이들만 잡아가는 괴물로부터 숨느라 마티는 어두운 동굴에 있게 되고, 그림자 아기는 그림자 마을에 있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마티를 지켜준다. "엄마의 목소리에 힘이 난 그림자는 괴물을 향해 큰 소리로 "넌 누구냐?"라고 외치면서 동굴 밖으로 나왔다. 그때 달님이 그림자를 환하게 비춰주자 아기는 괴물보다 훨씬 큰 그림자로 변해 있었다. 괴물은 자기보다 휠씬 힘센 도깨비인 줄 알고 목숨만 살려 달라고 애원하면서 멀리 도망갔다."

얘들아, 지금 달빛에 비친 그림자를 보렴. 모두 똑같은 색깔이지?

피부색이 달라도 그림자 색깔은 다 똑같듯이 너희들은 모두 똑같은 친구란다."

그림자는 마티와 친구들을 껴안았다. 그리고 달빛 아래 모두의 그림자는 하나가 되었다. 앞으로 마티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이제는 곁에 친구들이 있으니까.

P39

위의 문장을 보면 '백색증'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마티는 친구들과 화해하고 좋아지게 된다.

다시 돌아와서 <<동화가 있는 철학 서재>>의 저자는 이 동화를 통해, 다음과 같은 철학적 해설을 덧붙인다.

어찌 보면 차이는 오히려 나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고마운 존재다. 나의 정체성은 차이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나'는 '너'와의 차이에서 드러나며, '흰색'은 '검은색'과의 차이에서 드러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너는 나의 존재 이유이자 근거라고 할 수 있다. 차별이 아니라 존중하고 사랑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략)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마티들이 있다. 이들을 지켜줄 그림자와 달님들은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 스스로가 되어야 한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차별하지 않는 사회, 아니 나와 다르기 때문에 서로 존중하는 사회, 우리가 꿈꾸는 세계도 이런 곳이 아닐까?

P43-44

가볍게 여러 동화를 다시 읽으며 옛 이야기의 기억을 더듬는 재미, 저자만의 철학이 언급한 동화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 읽어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하지만, 나와는 좀 맞지 않았다. 뭔가 너무 거창한 것을 기대한 탓이리라. 그리고 좀 더 따뜻하고 감명깊은 동화들을 통한 저자만의 독특한 시각과 성찰을 보고 싶었는데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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