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전일도 사건집
한켠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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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출판사 서평을 보고 궁금해서 보게 됐다. 결혼, 육아, 사교육, 비혼주의, 왕따, 취업, 미투 등 사회의 여러 부분들을 탐정이야기로 재미있게 풀어내어 460쪽이 넘어가는 책의 분량에도 불구하고 술술 읽히는 책이다. 어렸을 때도 탐정, 추리소설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이 책의 키워드를 몰랐으면 모르고 지나쳤을 책인데, 다소 무거운 주제들을 매력적인 탐정, 전일도를 통해 흥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냈다.

 

 

 

  

 

 

 

 

각 이야기들의 제목도 재미있다.

스파게티의 이름으로, 라멘.

헬로, 욜로(HELL-O-YOLO)

아이들은 잘 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의 비혼식

퇴사 혹은 무단결근

누구든 실종시켜 드립니다.

사람이 자랑하면 귀신이 질투한다.

아무 일도 아니야

우리들의 미

용꿈이면 면천이라

 

 

 

누구든 찾아드 립니다.

누구든 실종시켜 드립니다.

 

 

 

20대 초반, 귀엽고 재미있고, 용감하고, 다정하고, 눈치는 좀 없는 여자 탐정, 전일도! 엄마의 성화의 못이겨 잠시 공시생을 해봤지만, 탐정의 피는 못 솎여 "불륜탐정"할아버지(현재는 불륜탐정하다가 은퇴하고, 손주 육아하고, 손주 다 크고 유럽으로 탐정 투어 갔다가 현지에서 브이로그를 하며, 유튜버를 하는 꽃할배 아니고 불륜할배)와 불륜탐정 아빠와 엄마의 가업을 이어 탐정일을 하는 그녀.

그녀는 엉뚱하고 무모하고 귀엽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웃기만 하고 기억나는게 없다면 아쉬웠겠지만 재치와 위트 속에 속속들이 이 사회 현실을 고발한다. 사실 까발린다(?)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거침없기에.... 개인적으로 눈에 들어온 대목들을 적어봤고, 그 중에서 포인트는 굵은 글씨로 표현하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혹은 내가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들은 굵으면서 뉘인 글씨로 표현했다.

 

 

 

파게티의 이름으로, 라멘.

 

저희 친가 쪽이 집성촌이거든요. 연휴에 내려갔더니 노인네들이, 아니 어르신들이 언제 결혼하냐고 한마디씩 하시는 거예요. 거기는 동네 뒷산 정기가 맑은 건지, 약수 가 영험한 건지 수도권의 제 친구들보다 결혼들을 일찍도 했더라고요. 제 또래 사촌들은 이미 애가 있어서, 뭘 모르는 애를 덥석 엎드리게 해서 세뱃돈이랍시고 삥을 뜯어 가고 있고요. 남의 집 귀한 딸들 하나씩 데리고 와서 시골집 부엌에서 기름 냄새에 절어서 전 부치라고 부려먹고 있고요. 큰어머니는 저희 어머니한테 며느리가 손이 야무져서 편하다고 자랑질을 하시고요. 그 꼴을 보고 있으니 여기저기 친척 결혼식 불려 다니시며 축의금을 상납해 오신 저희 부모님도 저더러 결혼하라고 난리치시는 것도 뭐, 이해는 가요. (중략) 거기다가 아버지 정년퇴직이 올해거든요. 퇴직하시기 전에 받아내셔야죠 . (중략) 지금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되게 평범하잖아요? 누가 막 연애하고 싶어 할 스타일 아니잖아요? 외로운 거요? 외로운 거요? 사람은 다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건데요. 부모님은 맞벌이셨고 스무 살 때부터 자취를 해서 혼자인 거에는 아주 익숙해요. 자식요? 헬조선에서 제가 물려줄 것도 없고, 월급 받아서 사교육에 투자하고 저축 못 하는 삶도 싫고 , 제가 저 하나 건사하기도 귀찮은 인간인데, 와이프랑 자식을 책임지진 못 하겠더라고요. 솔직히 아버지의 퇴직이라는 데드라인하고 부모님이 신혼 전셋집에 좀 보태주신다는 것만 없었으면 결혼 같은 거 안 했을 텐데..... 마침 전세 재계약 시즌이 되었는데 전세금이 정말 미친 듯이, 제 연봉보다 더 올라서..... 그래, 전세금을 좀 도움을 받자, 싶었어요. 그래서 생각해낸 게 '계약결혼'이었어요. 계약결혼해서 전셋집을 받고, 이혼, 아니 계약해지를 하자. (P9-11)

 

위의 챕터는 신선하고 재밌다. 하지만 그런 위트 있는 이야기에 뼈있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우리 나라에서 결혼이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에 대해 자연스레 이야기 한다.

 

 

 

, 욜로(HELL-O-YOLO)

 

"노후대책이고 자식교육이고 각자도생 해야 하는데 그게 월급가지고는 부족하잖아요. 복지도 안 되어 있고 , 뼈빠지게 돈을 벌어서 내 자식한테 돈 걱정 안 하게 해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에요"

"그런 좋은 부모들의 선의가 애들 사교육 경쟁 시키고 집값 올려서 헬조선을 만들고 있잖아요 . 탈조선을 못 할 거면 더 뜨겁고 덜 뜨겁고의 차이지 어차피 다 불구덩이 속인데."P93

 

  

 

    P97

 

이 챕터는 178. 2 부동산 대책 직전, 부동산 시장에 '갭투자 열풍'이 불었던 시기를 배경으로 풍자 있게 서술했다. 열 집에게 전세를 주고 돈을 가지고 잠적한 집주인을 찾는 내용을 그렸는데 부동산투자와 관련한 이 사회 부조리와 아무리 성실하게 일해도 맘편히 쉴 수 있는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이 현실이 참 안타깝다.

 

 

 

이들은 잘 하지 않아도 괜찮아.

 

교환학생이건 유학이건 한국을 떠나 버리고 싶었어요. 부모 없는 곳에서 살고 싶어서. 학원비 대 줄 돈 없으니까 독학으로 토익 공부해서 대기업 가서, 돈 많이 벌라고 하는 부모가 부담스러웠어요. 공부 잘하면 팔자피는 것만 알고 어떻게 해야 공부 잘하는지도 모르고 지원도 못 해 주는 부모가 답답했어요 . 솔직히 가윤이 혼전임신하고 결혼해서 아파트에 신혼집 차릴 때......좋았어요.

부모님에게서 벗어날 수 있어서. 대기업 취업 못하고 실패하면 어쩌나 두려웠는데 '취집'으로 도피할 수 있어서, 가윤이가 날 닮아서 도피성 결혼해서 나처럼 살면 어쩌지 무서웠어요. 지원만 해 주면 잘할 수 있는데 투자 안 해 줘서 재능을 썩히고 나처럼 그저 그런 사람이 될까 봐 이것저것 다 해 주려고 했어요. 애한테 해 주고 싶은 건 많은데, 돈이 없으니까 부동산도 했어요. 나같이 소심한 사람이 목돈들고 부동산 하면 밤에 잠이 안 와요. (중략) 정부에서 대출 조여 놔서 대출금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애 앞길은 엄마 하기에 달렸다는데, 앞으로 엄마가 발품 팔아 다닐 일은 점점 많아지는데, 엄마 노릇은 도망칠 수도 없고...... 애가 날 미워하는 건 안 무서워요. 왜 엄마는 이런 대학 나와서 엄마처럼 살게 방치했냐고 원망 듣는 것보단 나아요." 이러려고 촛불 들었나 자괴감도 들었다. 부모가 스펙이 되지 않는 나라 만들려고 한겨울에 길바닥에 나갔는데 . P148-149

 

무심코 던진 팩트에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반백수'는 상처 받는다. 온전히 내 생계를 부양하지 못하는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니다 . 가윤이가 강아지를 기르지 못하는 것처럼 나도 가윤이를 데리고 있을 수 없다. 가윤이 엄마가 가윤이를 때리지 않는다면 어디에 신고할 수도 없다. 가윤이는 결국 집으로 돌아가서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미워하고 그런 자신에게 죄책감 느끼면서 아빠에게 무관심해질지도 모른다.P152

 

아이 하나 기르는 데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은 아이 기르는 데 손이 많이 간다는 뜻이 아니었다. 이렇게 살아도 불안하지 않고 저렇게 살아도 불행하지 않은 어른이 주변에 많아야 한다는 뜻이다 . 아이가 집에 들어가기 싫을 때 놀러 갈 수 있는 집이 많다는 뜻이다 . 그 마을은 빨간 벽돌집에 가격을 매기지 않고, 창틀마다 화분을 내놓고 마당에 강아지와 고양이가 놀러 온다. 하고 싶은 일만 하고 돈은 못 벌어도 문제없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해 빨간 벽돌집의 문을 활짝 열어 둔다.P153

 

 

  

 

 

 

의 비혼식

 

"첫째 키워봐서 둘째는 수월할 줄 알았더니 두 배로 힘들어. 나 요새 매일 울어. 첫째로 아직 어린데 신생아 돌보느라 정신없으면 첫째가 자기도 봐 달라고 징징대고. 바쁘니까 욱 해서 첫째한테 소리 질렀다가 밤에 애들 재우고 나면 첫째도 아직 아기인데 내가 애한테 이러면 안 되지 싶어서 미안하고, 둘째는 둘째대로 첫째 때 만큼 전적으로 봐 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오해하지 마. 내가 애를 안 사랑하는 건 아냐. 진짜 내가 제일 잘한 게 애 낳은 거야."

"독박육아 하다 보니까 인스타로라도 소통하는 거지. 애들하고만 하루 종일 있다 보면 사회랑 차단된 느낌이 든단말이야 .“

 

"신랑 퇴근하면 나도 육아퇴근 좀 하고 싶은데 매일 지도 피곤하다고 하니까. 옹알이하는 둘째랑 혀 짧은 소리하는 첫째랑 있다 보면 인간의 언어로 대화하고 싶어서 남편 기다리는데 막상 얘기 시작하면 벽하고 말하는 것 같아 . 자기도 하루 종일 애랑 놀고 싶단 소리나 하고. 남의 애도 아니고 우리 앤데 뭐가 힘드냐고 하고 . 신랑은 회사에서 사람도 만나고 일도 하는데 나는 집안에만 있으니까 수준 차이 느껴지고. 매일 야근하고 주말도 없이 일하니까 짠해서 싸우지도 못하겠어. 부부 사이에 딱히 불화가 있는 건 아닌데 점점 대화가 없어진다."P168-169

"나한테는 육아 잘하는 남편도 네 애보다 발달이 빠른애도 없으니까. 질투할 것도 없어서 나한테 육아 힘들다고 징징대는 거 아냐? 근데, 나는 사실 그동안 네 얘기 재미도 없고 공감도 안 되고 들어주기 싫었어. 남의 자식이 귀엽긴 뭐가 귀여워. 시끄러운 애새끼지. 네 애새끼 얘기는 네 남편이랑 해. 난 네 '맘스플레인' 지겨워 ."P170

"집안에 돈 들 일이나 부모님 수발 들 일 있으면 비혼 자녀 찾게 되어 있어요. 나도 언니 하나 있긴 한데 언니는 결혼해서 애가 있으니까 돈 없다. 시간 없다 하면서 다 나한테 미루거든요. 부모님도 당연하게 날 찾으시고. 큰 애는 자기 식구가 있잖니, 하면서. 언니 바쁠 땐 조카들 치다꺼리까지 내가 했는데, 남이면 고마워라도 하지, 가족들은 고마워하지도 않아요. 안 해 주면 서운해 하면서 ."P171

 

"이제 그런 거 꿈도 못 꾼다. 맨날 애 재우다가 잠들어 버리는데 부부끼리 밤에 와인 마실 시간과 체력이 어딨어. 애 유치원만 들어가면 이혼하려고. 일 그만두고 애만 키우는데도 뭐가 힘들다고 산후우울증 오고 그 다음엔 독박육아 우울증까지 쌓이니까 맨날 싸우기만 해서 이제 사랑이고 정이고 의리고 다 말라간다. 맨날 '육아는 아이템빨'이라면서 택배만 잔뜩 시키는데도 힘들댄다 .“

 

"제 친구 하나도 독박육아 하는데 어른의 언어로 대화하고 싶어서 맨날 남편 기다린대요. 오빠도 집에 가자마자 애받아 안고 육아하면서 대회 좀 해요. 언니 좀 쉬게. 제 친구를 봐도 애 키우는 거 힘들어서 우울증 올 만 해요. 택배 덜 오게 하려면 오빠가 육아 아이템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몸으로 때워야죠. 근데 한편으론 언니가 부럽네요. 그만둬도 남편이 버니까. 전 회사 그만두면 당장 손가락 빨아야 해서 절대 퇴사 못하는데. 역시 돈 버는 배우자가 최고의 안전망이죠 . 애 없이 육아휴직 하고 싶어요. 애 없이 아동수당도 좀 받고 싶고. 뼈 빠지게 돈 벌어서 세금 내면 남의 애 복지로 다 나가네요 . 국민연금 제대로 나올지도 모르겠는데."P178-179

 

 

 

사 혹은 무단결근

 

"............요새는 의학이 발전해서 시험관 시술도 있고 하니까...... 치료 받으면...... 근데 난임 시술 받으려면 무리하지 말아야 하니까 회사 다니기 좀 어렵지 않을까?"P204

"거창한 경영목표나 인재상 같은 건 직원 갈아 넣는 불렌더죠. 비리는 회장이 저질러 놓고 윤리경영 한다고 하고. 글로벌 경영 한다면서 한류스타를 모델로 광고만 하면 잘 될 줄 알다가 망했고요. 이번엔 슬림 경영을 한대요. 주주들이 경영효율화하라니까 제일 쉬운 게 인건비 줄이는 거라 젠가할 때 나무토막 빼듯이 회사 흔들리자 않을 정도로 직원 자르려고 들고 나온 게 슬림 경영이겠죠 ."P208

"회사는 상황이 어려울수록 충성을 바칠 직원을 선호하거든요. 남자는 생계를 책임져야 하니까 책임감 있고, 임신출산 공백 없이 안정적으로 오래 다니고, 출장이나 회식 때도 아기 걱정 안 하고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고, 여자보다 리더십과 결단력도 있고요. 상사 입장에서도 감정적인 여자들보다는 이성적인 남자 부하직원이 말도 더 잘 통하고 ."

", 지금 선천적인 특권과 그에 따른 사회적 편견과 장래 와이프의 독박육아를 경쟁력으로 내세우신 거죠?"P217

 

"일에 욕심 있으니까, 회사 일에 차질 없게 하려고, 인센티브 불이익 받지 않으려고, 입덧하면서 막달까지 출근하고, 임신 중에도 최대한 야근할 거 다 하면서 남한테 피해 안 주려고 하면서 기획안 다 쓰고, 걷지도 못하는 애 어린이집 보내가면서, 육아휴직 1년 다 채우지 않고 돌아와서 출산 전에 하던 일 마무리 지었는데, 이렇게까지 열심히 했는데, 애 있다는 이유만으로 밀려나면 억울해요, 안 억울해요? 이루리님한테 '자기는 경력 공백 없으니까 좋겠다, 부럽다.',그냥 그런 얘기 한 것 뿐인데 이루리 님이 도끼눈을 뜨더라고요. 자기는 '스페어'였다고요. 여직원 많은 팀이라서 매년 한 명씩 결혼하고 임신할 때마다 자기가 휴직하는 사람들 업무인수인계 받았다고요. 그러느라 연차만 쌓이고 자기 프로젝트는 못 했다고. 이제 좀 중요한 업무를 하나 싶었는데 내가 기획해 놓은 거 넘겨받아서 운영하느라 자기는 기획 업무 할 기회가 없어졌고, 평가 시즌 되니까 내가 복직해서 자기가 기껏 운영하던 거 가져가서 마무리해 버렸다고. 회사에선 운영비도 기획을 더 쳐 주거든요. 직을 할 거였으면 자기한테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다 맡기지 왜 내가 일 욕심 부려서 자기가 피해 봐야 하냐고요 . 아니, 나는 정당한 권리인 육아휴직도 다 못쓰고 나왔는데! 이루리 님 입장이 이해는 가지만 내 잘못이 아니잖아요. 비혼 직원 갈아 넣어서 유자녀 직원 업무 땜빵 하는 회사의 인력 운용이 문제지 이게 왜 나랑 이루리 님이 싸울 일이예요?"

P219

회사도 다녀봤고,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과 육아를 겪었기에 이 파트를 제일 쉽게 공감하며 읽었다. 그런데, 육아로 힘든 결혼생활에 대해서만 크게 생각해봤지 미혼인 여성이 느껴야 할 사회적, 심리적 압박에 대해선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내 입장과 다른 편에 선 여성의 어려움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래저래 한국땅에서 여성으로서 살기란 정말 힘든 것 같다.

 

 

 

무 일도 아니야

 

은수는 피해 사실을 동의를 받지 않고 올렸다. 실명 대신 A,B 같은 이니셜로 올리긴 했지만 ' 요새는 수업 시간에 집중을 못하냐며, 생리 기간이냐고, 여자는 몸이 따듯해야 하는데 그렇게 교복을 허벅지가 다 보이게 입고 다니니까 생리통 있는 거 아니냐고 하며 허벅지에 손 스쳤음 '이라고 자세하게 적으면 피해자가 누군지 대놓고 밝힌 거나 마찬가지였다. 교무실에선 '학교 망신'을 시키고 다닌다고 했다. 그 변태 말고 학생들이 . 집안에 뭔가 문제가 있으면 집안에서 해결해야지 밖에다가 떠들고 다니면서 '집안망신' 시키면 안 되듯이 학교 일도 밖에다 떠들면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교복은 단정하게 입고 다니라고. 학생 무서워서 어디 생활지도 하겠냐고. 은수는 끝까지 거짓말 하지는 못 했다. 계정주가 밝혀지자 교사들은 은수를 걱정하는 척 협박했다. 학교 명예 훼손으로 고소당하거나 징계먹으면 어쩔 거냐고. 학생들에겐 질문하는 척 이간질했다. (중략) 졸업하려면 내년까지 버텨야 했다. 수행평가 점수는 전적으로 선생 재량이었다. 교무실에서 울고 나온 애들은 은수에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SNS에서 은수를 차단하고 자기들끼리 수근거렸다. 나은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은은 간략하게 "괜히 SNS에서 뒷담화 깠다가 캡쳐 당하면 증거가 될 거 같으니까요."라고 했다. 사람을 투명인간 취급하면서 무시하고 고립시키지만 따돌림이나 폭행이라고 할 순 없다. 그냥, 별로 친하지 않았다고 우기면 끝이다." p349

 

 

내가 중고등학교 다니던 학창 시절에도 선생님이 학생을 성추행하는 일들도 있었고, 왕따, 은따가 있었다. 요즘은 '미투운동'이다 해서 여성이 성추행 또는 성폭행당하고 쉬쉬하고만 있지 않고 드러내고 가해자를 질책하기도 하지만 아직도 말 못하고 침묵할 수 밖에 없는 현장들이 많고, 먼저 나서서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할 성인들이 피해해 대해 침묵하기를 강요하는 이 현실이 참 씁쓸하다.

재밌고 유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 책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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