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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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세계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나는 그 책을 읽어보지 않았다. 2016년 8월에 발행된 책인데 나의 둘째 아이가 8월 25일에 태어났으니 한창 책이 주목받고 있을 때 짧은 산후조리기간을 거치고 두 아이 육아의 세계에서 치열하게 사느라고 정신이 없었다고 해두고 싶다.


이렇게 변명을 하는 이유는 그 책의 후속작인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을 읽어보니 이렇게 대단한 책을 읽기 전에 전작을 읽지 않은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부끄러움탓인 듯 하다.


이 책은 따로 목차가 없고, 소제목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나라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에서의 일이라면 '인도네시아', 북한에서의 일이라면 '북한'이런 식이다. 


저자는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후속작을 쓸 뜻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전작에서 이미 하고 싶은 말을 유머러스하게 포장해서 다 했기 때문에, 그럼에도 세상은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해야할 필요성을 느꼈고 저자의 방식대로, 알란(소설속 주인공)의 방식대로 이야기를 하고자 후속작을 냈다. 이 책은 우리의 현재와 가까운 미래의 사건들에 대한 소설이고 몇몇 정치 지도자와 그 주변의 인물들을 등장시켰다. 대부분 실명으로 쓴 것이 대범하게 느껴질 정도다. 아래 프롤로그만 봐도 참 겁없는 분이구나 싶다. "그래, 내가 만일 그렇게 썼다면 어쩔 건데?"하는 말에 괜시리 내가 다 속시원하다. 

 

 

이 지도자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무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들을 조금 놀려 댈 필요가 있다. 그들도 모두 인간일 따름이며, 인간으로서 어느 정도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따라서 난 이 모든 권력자들에게 <미안합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너무 불평하지 마쇼, 더 고약하게 쓸 수도 있었으니까>라고도, 또 <그래, 내가 만일 그렇게 썼다면 어쩔 건데?>라고 묻고도 싶다. -프롤로그 중- 

  

 

101세의 알란 칼손은 낙원같은 인도네시아에서 단짝 친구 율리우스(나이는 훨씬 적음)와 유유자적하는 삶을 살다 율리우스의 생일날 미국의 유명한 가수이며 세계적 대스타인 해리 벨라폰테를 불러 노래를 듣고, 그가 가지고 있던 한 쪽 면에 반쯤 베어먹은 사과가 그려진 검은색 판때기를 구경하고 나서 그가 돌아가자 마자 그 물건을 구해 세상 여러곳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접하느라 바쁘다. 그리고 깨알같은 그 소식들을 친구, 율리우스에게 읊는다. 스웨덴 고틀란드산 딱지를 붙인 아스파라거스를 파는 사업을 하는 율리우스는 어느 날 인도로 망명된 한 남자를 알게되고 그와 동업을 하기에 이른다. 율리우스는 자신을 위해 해리 벨라폰테를 불러 거대한 생일파티를 치뤄준 것에 너무도 고마워서 알란의 101번째 생일을 잘 치러주고 싶단 생각에 최고의 제과점에서 외상으로 생일 케이크와 샴페인 2병과 함께 열기구를 타며 아름다운 섬을 돌아보려 계획했다. 계획엔 호텔매니저, 부조종사(9살), 율리우스, 알란 이렇게 넷이 열기구를 타려 했으나 공항기상대에 날씨를 알아보려 간 매니저와 케이크를 먹고자 열기구바구니에서 내린 부조종사를 남겨둔채 시험삼아 돌려본 레버가 빠지면서 열기구는 율리우스와 알란만을 태운채 하늘로 떠오른다.

바구니가 결국 바다로 추락하고 바구니 한쪽에서 물이 새어 들어오며 침몰할 위기에 처했을 때 율리우스는 신호탄을 발사한다.

그 장면에서 101세 노인에 대한 설명이 아주 재밌다.

거의 불사에 가까운 사람, 프랑코 장군에게 총살당하지 못하고, 미국 이민국에서 종신형을 받지 못하고, 스탈린 동무에게 목이 졸려 죽지도 못하고, 김일성이나 마오쩌둥에게 처형되지도 못하고, 이란 국경 수비대에게 사살되지도 못하고, 냉전 시대에 25년간 이중 스파이로 활동하면서 머리털 하나 다치지 못하고, 브레즈네프의 고약한 입 냄새에 질식하지도 못하고, 닉슨 대통령이 실각했을 때도 아무 탈이 없었던 사람

율리우스가 이야기하는 101세 알란

그 신호탄은 하필 북한의 벌크 화물선 <명예와 힘>호(핵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플로토늄이 필요한데, 그 대체물인 우라늄을 시험삼아 콩고에서 받아가는 중이었다)의 눈에 들어오게 되고, 그들에 의해 구조된다. 선장과의 심문에서 알란이 핵에 관해 박식한 사람인 것을 알고 상부에 보고하여 그들은 '김정은 최고 영도자'를 만나게 된다. 심문과정속에 "1200 열간등압압축법"이란 신박한 것을 떠올려 선장을 여유있는 모습으로 농락하는 모습은 참 재미있다.

그리고 스웨덴 외무 장관이며 UN특사인 마르코트 발스트룀을 만나 북한에서 핵무기를 만드는데 관여할 상황에 놓여있던 알란과 율리우스가 그녀의 도움으로 무사히 스웨덴으로 가게 된다. 그 과정 또한 참으로 기상천외하다. 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과 대화 그를 묘사한 이야기들도 모두 신선하고 재밌다.

위의 사진들 속 이야기는 알란과 트럼프대통령간의 대화내용이다. 트럼프의 성격도 잘 드러나고 어떤 위대한 지도자 앞에서도 기죽지않고 호탕하게 할말다하는 알란 할아버지가 참 당당하면서도 멋있어보인다.

책의 중반부에서는 율리시스가 사랑에 빠진 이야기도 나온다. 그의 연인과 새롭게 펼쳐질 신선한 이야기도 기대해 볼 만하다.

 

책을 읽다가 겉표지를 걷어내니 안쪽 표지에는 핵을 잡고 있는 김정은과 금발머리칼의 트럼프의 그림이 뒷쪽에 핵무기를 등에 지고 가는 101세 할배 알란의 모습이 있다.

책 겉표지 안쪽도 책 속에 나오는 아이템들로 재밌게 표현했다.

책 페이지수가 500을 넘지만 내용이 재밌고 유쾌해서 금방 읽어내려간다.

이런 책이 나올 수 있는 시대라는 것만으로도 시대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단 생각이 든다. 아직 많은 부분들이 바뀌어야하지만 3년후 더 기발한 생각이 담긴 요나스요나손의 책이 나올땐 좀 나은 세상이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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