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고 싶은 그녀들의 진짜 속마음 - 편견에 지치고 현실에 상처받는 그녀들을 위하여
정다원 지음 / 이다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웃 블로거님의 책 서평을 보고 이혼하고 싶은 그녀들의 진짜 속마음이란 책이 궁금했다. 우연찮은 기회에 이 책을 접할 수 있었고, 책을 만나자 마자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공감가는 이야기와 자연스레 쓰여진 저자의 문장은 마주앉아 저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듯 잘 읽혔다.

 

요즘 부쩍 내가 읽는 책들이 결혼에 관한 책들이 많다. 그리고 여성에 대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책들도 많고, 감정에 대한 책들도 많은 것 같다.

전반적으로 그런 부분들에 관심이 많이 쏠려있나보다.

 

오늘 아침엔 82년생 김지영이란 영화를 보고 왔다. 책으로 먼저 알려진 이 영화는 지극히 평범한(이 부분도 개인적인 견해야 따라 다를 것이지만 나로서는) 지금의 30대 후반(딱 나다)의 결혼하고 아이가 있는 여성의 삶의 애환을 그린 영화다.

주인공 김지영씨가 정작 본인은 대수롭지않게 여겼던 정서적, 정신적인 문제들(뭔가 자신에게 우울감이 있다는 것은 감지하지만 어떻게 해소할지 방법을 모른채 늘 해왔던 일상을 되풀이하며 지친모습을 보인다)을 남편이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도와줄지 몰라 걱정하는 모습이 나온다.

 

영화의 첫 장면은 흔히 볼 수 있는 명절 동안의 시댁에서 음식하고, 설거지하고 힘든 가사노동을 하는 며느리의 모습이다. 영화 속 장면, 대사, 배우들의 표정이 시대가 많이 변하고 달라졌다지만 여전히 팽패해 있는 남성우월주의, 가부장적인 가정모습을 잘 드러낸다.

 

아내가 며느리 되는 문제를 낡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아내에게 당당히 요구하는 어른들이 문제가 아니다.

당연하고 마땅하다는 듯 어른들의 생각은 이러하니 이러해라 하는,

같은 세대 남자들의 이기적인 생각이 더 큰 문제다.

<이혼하고 싶은 그녀들의 진짜 속마음 중 P37>

 

      

영화를 보면서 이혼하고 싶은 그녀들의 진짜 속마음의 위의 문장이 생각났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영화 속 그녀는 여느 남자와 다를바 없이 대학을 나오고 대기업을 다녔지만 당장 닥치지도 않았던 결혼과 출산이란 문제때문에 회사내에서 큰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부서로의 발탁은 어려웠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도 그 전처럼 일할 수 있을거라 자신있게 말했던 그녀는 이제 결혼생활이란 굴레안에서 일을 하고 싶어도 26개월짜리 아이를 돌봐줄 베이비시터를 구하지 못해, 또한, 그녀를 대신해 육아휴직을 써서 아이를 돌보려 했던 남편의 부모(시어머니)의 완강한 반대와 비난때문에 어렵사리 시작하려 했던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 사실 제일 중요한 문제는 그녀가 아이를 낳고 우울감에 '빙의'라는 정신적인 문제가 나타난 것.

 

영화의 후반부의 장면이 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갇혀 있는 것 같아요. 어느 벽을 지나면 또 다른 벽에 가로 막혀 있고..... 다른 사람들은 출구를 잘도 찾는 것 같은데 왜 난 못 찾는 건지......"

상담사를 찾아가서 하는 그녀의 이야기다.

상담사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질문한다. "예전엔 화가 나거나 답답할 때 어떻게 했어요?"

그 질문 다음에는 그녀가 집에서 식탁위에 노트북을 펼치고 앉아 무언가 적어 내려가는 모습이 나온다.

 

나도 내가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도 잘 인지하지 못한채, 다람쥐 쳇바퀴돌 듯 혼자 두 아이들을 돌보며 일상에 지쳐 무력감에 빠져 있을 때 하루 하루 바쁜데 나는 지루하고 답답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보이지 않은,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느낌이랄까?

 

요즘은 비혼이란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이혼을 한 사람들도 간혹 보인다. 나도 결혼생활이란 것이 내 자유를 억압하고 무능력한 사람인 것 마냥 사회적 인정을 받지 못하고(제일 가까운 남편으로의 인정은 왜이리 어려운 것인지......) 지내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좀 더 신중하게 결혼을 결정했을 것 같다.

 

결혼한 옛 선배들은 "결혼은 못 모를때 하는 게 낫다."라든지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말을 많이 했다.

결혼도 그렇고, 출산이며 육아도 그렇고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이 세계를 절실하게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결혼 생활에 만족하고 배우자와 한 뜻 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사는 이들도 물론 많겠지만, 유독 나만 결혼생활이 힘든 것 같고, 나만 남편이나 아내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것 같고 외국말 하는 외국인보다도 말이 통하지 않고, 배우자의 고리타분한 자기만의 가치관과 생활 방식 때문에 함께 살기를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나부터도 내가 선택한 결혼이지만 그닥 순탄치많은 않았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이혼을 선택하기에는 그럴 자신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다. 얼마전까지 사실 생각을 해보긴 했지만 <어쩌자고 결혼했을까>란 책을 통해 난 결혼생활을 끝낼 생각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다른 이들은 어떤 마음일까? 궁금한 마음에 요즘 결혼, 이혼에 대한 책들을 살펴보는데, 이혼하고 싶은 그녀들의 진짜 속마음이란 책은 제목부터가 확 호기심을 끈다.

이 책은 상처 입은 이들을 위한 치유자이자 부부관계 전문가로 동변상련의 마음으로 부부관계기술학교를 열어 부부의 언어를 회복하고 속마음을 다독이는 열혈 사명자로 일하는 한편, 여전히 끝도 없는 인간의 성향과 심리가 늘 궁금한 상담자(책 소개 참고)가 쓴 책이다.

책을 다 읽고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니 많이 화려했다. 자연심리치료 강사로도 활동하고, 놀이강사, 웃음치료사, MLP트레이너, 심리치료 전문가, 최면치료 트레이너 등을 역임하고, TV매체에도 출연한 이력이 있고, 유튜브 정다원TV를 운영하며 시집살이, 고부갈등, 부부갈등, 인간관계 등의 심리 상담을 나누고 있다고 한다.

 

 

부부싸움의 패턴도 똑같고 화해를 요청하는 방식 또한 변하지 않는다. 서로가 같은 말을 하지만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부부싸움 후에 남편은 화해하자는 뜻으로 "우리 맛있는거 먹으러 갈까?" 하지만 아내는 대뜸 "지금 밥이 넘어가?"하고 응수해버린다.

아 내가 바라는 말은 "자기가 많이 힘들고 지쳤구나. 내가 함께하지 못해서 미안해 "하면 되는데 말이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네게 하지만 정작 네가 듣고 싶은 말에 나는 관심이 없다.

세종대왕의 멋진 한글로도 공감과 소통조차 하지 못하고 외계어 대화인 양 서로의 속마음을 알아듣지 못한다.

내가 원하는 남편과 내 남편은 너무너무 멀게만 보인다.

아이에게 눈높이를 맞춰주듯 서로를 위해 듣는 귀를 다시 열어보자. 서로가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상대에게 강요하지는 않는지, 먼저 듣고 말하기, 역지사지의 마음만 지킨다면 네가

원하는 낵 아닌 내가 원하는 네가 될 수 있다.

이혼하고 싶은 그녀들의 진짜 속마음P50-51

       

 

 

나도 신랑과 늘 투닥거리면서 하는 말이 무슨 말을 하든, 나의 고충을 알아주는 말을 해달라고 요구하지만 귓등으로 들으시는지 원하는 말을 제때 듣기가 어렵다.

 

 

   

    이혼하고 싶은 그녀들의 진짜 속마음p53

 

 

 

위의 사진 속 글처럼 "사랑한다면 이렇게 행동하지 않을 텐데, 하는 서운함이 커지면서 사랑을 의심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할 때가 많았다. 남편과는 큰 문제보다 사소한 행동, 말투, 표정 등이 더 내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것 같다.

 

 

부부가 자주 하는 일상의 말을 들여다보자.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상대도 원한다고 착각하는 편이다.

그러기에 그 사람의 말을 잘 들어보면 네가 원하는 말을 알 수 있다.

밥 먹자고 말하는 남편은 그 표현 자체가 사랑이다. 슬퍼 우는 아내에게는 토닥토닥 위로의 말이 답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서로에게 말하지만 내 마음이 삐쩍 말라 있는 때는 상대방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내 아픔이 너무 커서 상대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결혼으로 서로에게 한평생 함께하기로 서로에게 한평생 함께하기로 서로에게 약속했다.

성숙한 사랑은 비난의 언어가 아닌 배려의 언어로 성장한다. 내가 먼저 배려할수록 사랑은 커지고,

배려할수록 책임감 역시 나눌 수 있는 것을 잊지 말자.

이혼하고 싶은 그녀들의 진짜 속마음P59

   

 

   

 

 

 

아무리 나이 들어도 남편은 여전히 철없는 아이다.

남편 마음속의 아이 때문에 상처받고 아프기 전에

내 삶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자

 

 

리는 모든 것을 잘할 수 없다. 당연하지 않는가. 아이를 키우면서 어떻게 완벽하게 정리된 집에서 살 수 있나.

퇴근 후 피곤한 몸으로 집안일을 하는데 어떻게 완벽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남편이나 주변의 비난에 스스로 정말 부족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다른 여자들은 집안일도 잘하고 애도 잘 본단다. 결혼 후 여성들이 자존감이 낮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 마음이 위축되어 있는데 옆에서 콕콕 비난까지 하면 정말 자신이 부족하고 보잘것 없어 보인다.

결혼은 같이 했는데 몸과 마음과 삶의 변화로 인해 아내만 원하는 삶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그래서 더 무장해야 한다. 그런 생각 없는 비난에도 끄떡없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자존감을 키워야 한다.

나는 소중하고,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인류니까.

이혼하고 싶은 그녀들의 진짜 속마음P116

      

 

 

너무 공감가는 말이다. 마치 내가 쓴 글 같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또 한명 있구나. 동변상련에 위로가 된다.

 

부드럽게 말하고 행동은 단호하게 하는 습관을 만들어가야 한다. 아쉽게도 그와 반대인, 말은 단호하고

행동은 부드럽게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말은 퉁명스럽지만 행동은 다해주는 아내들도 많다.

끌려가지도 말고 끌고 가지도 마라. 둘 다 너무 피곤한 일이다.

있는 그대로 내 삶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행동하자.

그리고 남편 마음속에 있는, 자라지 않는 아이를 키워 내 뜻에 맞게 살아가자.

그러려면 내가 먼저 내 마음의 아이를 키워야 한다. 어른이 되지 못한 마음의 아이는

여전히 쉽게 상처받고 쉽게 아프다. 내가 먼저 건강한 마음의 어른으로 성장해야 한다.

이혼하고 싶은 그녀들의 진짜 속마음P128

 

 

 

좋은 책을 읽기 전과 후가 다르듯이 결혼이 후회되어 다시 혼자로 돌아간다고 해도 예전의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렇게 이혼을 꿈꾸고 현실을 벗어날 생각만 하며 살아야 할까?

괴로워 벗어나고 싶다고 몸부림쳤지만 현실의 나는 매여 있는 것이 너무나 많고,

그럴수록 감당할 수 없는 마음뿐이다. 그 안에서 건강한 가정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과거의 나로

돌아갈 궁리를 하는 딜레마에 빠져 현실에 대한 불만만 가득 쌓인다.

이혼이 나를 재생과 부활로 이끌어줄 것 같지만 지나온 세월을 버리고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므로 이혼이라는 최종병기를 꺼낼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어떻게 행복을 꿈꿀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고민하는 이유는

남편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혼하고 싶은 그녀들의 진짜 속마음P168

 

 

이 책은 이혼을 한 번쯤 생각해봤지만, 정작 이혼하고 싶지않은 마음을 갖고 있는 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암담한 결혼생활이 아니라 행복한 결혼생활을 만들어 가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럼에도 함께 행복하려면

 

 

책에서는 부부관계 기술을 정리해서 알려주고 있다.

첫째, 내 배우자의 마음형 언어를 들어주자.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행동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

둘째, 두 사람의 새로운 질서와 규정을 알아가고 만들자.

사로 기분이 좋을 때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기분이 나쁠 때는 어떻게 행동하는지, 스트레스를 풀 때는 어떻게 풀어야 행복한지, 여행을 갈 때는 정해 놓고 다니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계획 없이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지 서로 알아야 조율이 가능하고 질서와 규정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셋째,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에게 방패가 되어주자.

이는 부부문제가 아닌 다른 가족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대처법이다.

 

 

책을 덮으며 조금은 더 안정되고 편안한 결혼생활을 꿈꿔본다.

우선 그러기 위해 나부터 알고, 나부터 사랑하고, 나의 마음의 근육을 키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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