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꽃
손지혜 지음 / 북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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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에 서평을 쓰며 올해 나의 목표를 이야기했다. 세부적인 것 말고 크게 올해는 '내 몸을 돌보고 사랑하기'가 목표라고.... 작년에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나의 상처, 나의 성격, 나의 감정,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천천히 다시 알아갔다. 그러다보니 자꾸 나를 다독이는 예쁜 에세이집이 끌어당김의 법칙(?)으로 나에게 오는 것이 아닌가. 한 일주일 전쯤 받아본 이 책, 이름없는 꽃도 그런 끌림으로 나에게 왔다.

 

 

 

요즘 근래들어 본 책 중 디자인이 제일 군더더기없이 깔끔했다. 앞표지는 너무도 밋밋하고 딱 제목과 저자 이름만 들어와서 책을 읽고있는 중에도 '내가 읽고 있는 책 제목이 뭐지?'하며 다시 책장을 덮는 일 없이 뇌리에 콕 박혔다.

 

 

 

이 책은 저자가 책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쓰기시작하여 단 11일만에 쓴 글이라고한다. 서문에서 그걸 알고 봐서 그런지 책을 읽는 내내 속도감있게 죽죽 잘 읽혔다.

저자는 서문에서 "글을 수정도 하지 않으며 급한 마음으로 글을 썼다. 그리고 이러한 나의 다급했던 마음은 이 글을 어서 누군가의 품으로 보내고 싶은 마음에 있었다. 이름이 없을 누군가 에게 말이다.

 

엄마의 슬픔이 나의 슬픔이고 엄마의 행복이 나의 행복인 사람.

사랑이라는 이유로 누군가의 삶을 책임지고 싶은 사람.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람.

누군가의 행복이 되고 싶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

강박으로 괴로워하는 사람.

가난으로 아파하는 사람.

꿈을 이룰 수 없어서 슬퍼하는 사람

아프게 하는 모든 것들을 놓지 못하는 사람.

본인의 이름 없음으로 아파하는 사람."

이름 없는 꽃들어가며.

 

위에 해당하는 것들을 세어보니 6,7개나 해당한다. '이 책 그래서 나에게 왔구나.' 새삼 놀랐다.

 

 

 

 

책의 목차를 살펴보니 책을 읽으며 마음이 무겁거나 먹먹해질 수 있겠다란 편견이 생겼다.

 

인생은 그 날이 풀과 같으며

그 영화가 들의 꽃과 같도다.

시편 103:15

 

 

 

 

 

1번은 아닐테고 '밖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운 색채' 혹은 '몸이 귀하게 되어 이름이 세상에 빛남'일 것 같은데 책 제목으로 미루어보아 후자 같기도 하다.

 

이름 없는 꽃이 책은 전반적으로 엄마로 인한 상처, 그리고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과정 가운데 중요한 축인 '자존감회복(가르치는 제자들에게 사랑을 쏟는방법으로) '에 대한 저자의 실제 경험을 이야기한 책이다.

 

엄마는 나의 모든 선택을 미워했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비웃었다. 그러나 지금 엄마에게 그 얘기를 하면 별 의미 없이 한 말이라고 할 뿐이다. 그러나 그 별 의미 없는 말들이 그때의 내게는 전부였다. 엄마가 나의 전부였으니까.

결국 나는 엄마를 사랑해서 그렇게도 상처를 받았고 그로써 나는 그녀를 미워하게 되었다. 원망하고 증오했으며 다시 사랑했다. 사랑했으나 이미 조각난 마음들이 너무도 많았던 나는 그 딜레마를 안고 그녀를 마주해야 했다.p18-19

 

며칠 전 신랑과 전화로 말다툼을 했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그러지 말았어야했는데 큰 소리를 내고야 말았다. 신랑으로 인한 나의 실망은 둘째치고 아이들한테 미안했다. 나도 오랜시간을 엄마의 감정에 눈치보며 불안하게 살았는데 우리 아이들에게는 엄마의 감정 되물림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번뜩들어 아이에게 사과하고 "엄마의 슬픔과 힘듦은 오롯이 엄마꺼야. 그러니 너는 엄마의 감정에 휩쓸리지말고 행복했으면 좋겠어 ."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우리 친정엄마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한번이라도 해줬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이 책의 저자는 나보다 몇 백배는 심하게 엄마로부터 대놓고 갖은 구박과 핍박을 당했다. 왜 그 엄마는 그랬을까.

 

 

엄마의 폭력성과 무너짐에도 원인이 있었다. 그것은 아빠에게서부터 내려온 어떠한 흐름과 같았다. 아빠는 엄마를, 엄마는 나를. 나는 그냥 그 모든 에너지를 마지막에 받아야 하는 존재였다. (중략) 엄마는 사실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엄마는 집에서는 꽤나 유망한 인재와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그런데 아빠를 만나고 나를 낳으면서 욕아를 위해 일을 포기한게 어쩌면 불행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또 그게 나를 향한 원망으로 엄마의 마음에 자리 잡았을지도 모르겠다 p27

 

p34

 

저자는 엄마로부터 온 상처로 인해 오랜시간을 괴로움과 외로움과 죄책감에 시달려야했다. 그런 저자가 학교생활에 있어서는 아무런 내색도 못하고 오히려 더 잘 웃고 더 공부도 열심히 하는 모범생처럼 지내다 상담실에 계신 선생님을 만나게 되며 삶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그 분을 통해 '엄마의 슬픔이 곧 나의 슬픔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을 찾게된다.

책을 읽으며 점점 저자의 삶과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p64-65

 

 

저자가 엄마의 속박으로 부터 벗어나 정신적,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과정속에서 함께 마음을 졸이기도 하고 응원하게 됐다.

 

나는 사랑에 있어서 자유가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을 알았다. "사랑해서 구속한다."라는 말은 잘못된 말이다. 부모가 아무리 자식을 사랑하더라도 자녀 스스로가 선택할 권리를 주는 것이 사랑이다. 아무리 자녀가 성공했으면 좋겠더라도 자녀가 본인과 같은 꿈을 갖기를 강요하거나 부모가 설계해놓은 길로만 걸어가게 하는 것은 사랑이라고 하기 어렵다. 아이의 자유 의지와 생각할 권리들을 잘라내는 것은 피어나는 꽃이 향을 잃고 기계가 되는 것이다 .

이름 없는 꽃p132

 

 

 

 

아이를 키우는 부모입장이기도 한 나는 위의 문장을 꼭 새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내소유로 생각하지말자고 늘 다짐하면서 가끔 버릇없는 행동을 할때 나에게 들어오는 '감히 엄마한테....'이런 생각도 좀 버려야겠단 생각도 들었다.

 

 

사랑받기 위해서 나는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하는 방법을 택했다. 타인과의 관계가 틀어질 때도 슬픔은 나를 잡아먹지 않았다. 오랜 사랑이 엇나갈 때도 최선을 다해 사랑을 주었던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p133

대상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인정'은 이렇듯 사랑의 필수적인 요소였다. 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나를 괴롭히던 모든 구속에서 해방되었다. 짝눈을 가진 나 자신도, 아토피가 있는 모습도, 아무리 공부해도 좋은 성적이 나오질 않는 결과도(중략)

누구도 나를 감히 가치 없다고 말할 수 없었다. 나의 전부라고 여기던 존재들마저도. 나만이 나의 전부일 수 있었다. 내가 허락하지 않는 이상 누구도 내 세상이 될 수 없었다.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었다. 이것은 아무리 자존감 회복에 관련된 영상, 글귀를 읽어도 해결할 수 없는, 내가 해야 할 나만의 과제였다. 나는 나를 사랑하며 비로소 자유를 얻었다. 모든 관계의 균형을 찾았고 내 상처를 돌볼 수 있었다.p130

 

 

저자는 자신의 상처를 딛고 자신처럼 가난과 부모의 속박 속에서 사는 아이들을 살리고 싶단 마음에 교육자가 되기로 하고 대학 생활과 취업 준비생시절에 그 꿈을 이루기위해 고군분투한다.

책의 후반부엔 교사로의 꿈을 이룬 그녀가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 책은 어찌보면 누군가의 자서전이다. 솔직하고 거침없이 자신의 삶을 나눠준 그녀의 용기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현재 교직에 몸담고 있어 자신의 이야기를 주변사람들이 알게 되면 불편할 수도 있을텐데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낼 수 있었던 건 그녀가 건강해졌다는 증거가 아닐까.

 

앞으로 더 찬란하게 빛날 그녀의 삶을 응원한다.

 

 

++ 이 글은 책을 제공받아 쓴 솔직한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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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예쁘다, 내 몸 - 산부인과 전문의가 쓴 딸을 위한 내 몸 안내서
이민아 지음 / 더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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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올해 나의 목표는 '나를 사랑하기'이다. 여태까지 살면서 내 몸을 돌보고, 내 마음을 다독이는 것에 참 인색했다. 아이를 낳고 엄마로 살다보니 더욱 나를 돌보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엄마가 건강해야 아이들도 건강하게 잘 키울 수 있겠다는 것을 깨닫고 조금씩 나를 위한 투자를 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은 '내 마음 돌보기'에 주안점을 뒀다면 올해는 '내 몸 돌보기'에 신경쓰려한다. 아이들을 아침에 등원시키고 한 두시간 시간을 보낸 후 출근을 하는데 보통 밥먹는 것은 대충 떼운다. 앞으로는 나의 먹거리와 아이들 먹거리에도 관심을 가지고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런 나에게 딱 맞는 책. 참 예쁘다, 내 몸은 산부인과 전문의가 쓴 딸을 위한 내 몸 안내서이다.

산부인과 전문의이자, 성치료자사인 저자는 위 책을 통해 여성의 몸에 대해 알기 쉽게 이야기하고 성정체성에 대해서도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지금 이 책을 만나도 좋았지만 좀 더 일찍, 사춘기때나 성인초기에 만났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총 다섯 파트로 나뉘어 있다.

 

Part1. 내 몸은 예쁘다

Part2. 알고, 느끼고, 사랑하라

Part3. (), 항상 최우선은 나 자신

Part4. 꼭 알아야 할 여성 질환 이야기

Part5. 여성의 상황별 점검 사항

 

예쁘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스스로의 몸에

너무 가혹한 잣대를 대고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분들께 꼭 말해 주고 싶습니다.

여자의 몸은, 그 누구의 몸이든 참 아름답다고....

 

책에서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 먼저 정리해보려한다.

 

 

내 몸은 예쁘다

 

"전 제 그 곳이 싫어요!"

그녀는 자신의 외음부가 크고 징그럽게 생겨서 싫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수술을 결정하기에 앞서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녀와 꽤 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원인이 바디 이미지에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수술만이 해결책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중략) 보통 사춘기 시절에 몸의 변화를 감자하는데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지요. 그녀 역시 자신의 어머니에게 외음부를 보여주었는데 그녀의 어머니는 왜 이렇게 크고 검게 생겼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그녀는 자신의 성기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었지요. 저는 그녀에게 사람마다 피부색이 다르듯 소음순의 색도 다르고, 크기 역시 제각각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표준화된 모양은 없으며, 모두 다르게 생겼다고 덧붙였지요. P25

 

 

건강한 바디 이미지를 구축하는 다섯 가지 방법

첫째, 어린 시절부터 여자아이에게 자신의 몸이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걸 기회가 닿는 대로 말해 줘야 합니다. 여기에는 얼굴과 몸뿐만 아니라 성기도 꼭 포함되어야 합니다.

둘째, 생리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 소중함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귀찮고 성가신 것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을 체크할 수 있고, 나아가 생명을 잉태하기 위한 준비 과정 중 하나임을 배워야 합니다.

셋째, 청소년기에는 자신의 성기를 관찰하고 만져 볼 수 있게 교육하고, 정상적인 상태를 스스로 알게 하여 훗날 이상이 생길 경우 자신이 제일 먼저 발견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넷째, 생리혈이 과다하거나 무월경이 지속되는 경우, 생리통이 심한 경우에는 바로 진료를 받는 것이 정상이며, 여성이(남성이) 여성을 진료하는 산부인과에 가는 것이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님을 알려 주고 가르쳐 주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다섯째, 성적인 응급상황 즉 불필요한 임신과 성병에 노출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교육하여 어떤 경우인지 항상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대로의 아름다움

사람이라면 누구나 더 젊고 아름답게 보이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따라 하는 것본다는 나만의 아름다움과 개성, 독특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건강한 자존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중략) 남과 다른 외모를 나만의 개성으로 자랑스럽게 여기고, 내 몸을 사랑하고 당당하게 보이는 태도가 진정 여성을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체중보다 근육

여성의 골반 근육은 자궁과 난소 중 여성의 생식기관을 보호하고 감싸는 아주 중요한 근육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히프라인으로 보이며 외음부와 항문을 감싸는 정도로 보이지만 골반은 허벅지로 이어집니다. 허벅지 근육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크고 대사와도 관련이 깊습니다. 허벅지의 근육이 크고 단단할 수록 기초대사량이 높고 인슐린 저항성 역시 감소하여 비만과 당뇨 등 각종 성인병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중략)

자크 아탈리의 언제나 당신이 옳다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급변하는 시대...기회와 가능성이 열려 있는 시대에 자기 자신이 되어 이기심이 아닌 각자의 고유한 가치에 따라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해야 합니다. 자신의 가치관을 지켜 자존감을 높이고, 재능과 열정에 따라 행동하며 타인에게 종속되지 마세요." 남의 눈이 아닌 자신의 건강을 위한 아름다움을 추구하세요.P37

 

 

여자라서 불편한가요?

저는 깨끗함과 위생이란 무엇인지, 여성의 청결이란 무엇인지 고민해보았습니다. 제가 정의 내린 여성의 청결은, '여성으로서 생명을 잉태할 준비를 하면서 정상적인 생리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과 몸의 상태'입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도 자신의 몸을 건강하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P45

 

 

갑자기 분비물이 늘어나거나 통증을 느낀다면

평소와 다른 통증, 분비물, 출혈이 보이는 경우 즉시 병원을 방문하여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여성은 자신의 몸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스스로 보거나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선배나 후배의 병원에 1년에 한두 번 규칙적으로 방문하여 검사도 받고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 본답니다.

 

 

"초경이 시작되면 꼭 한 번 들러 주세요."

언제 처음으로 산부인과를 방문해야 할까요? 초경 시기에 한 번 병원을 방문하여 진찰을 통해 여성의 성기와 그 구조에 대해 올바른 지식을 갖는 것을 추천합니다. P56

 

 

잔소리가 같지만 오늘도 반복하는 말

"1년에 한 번은 꼭 정기검진을 받으세요. 날짜를 기억하기 어렵다면 생일처럼 기념을 전후로 받는 게 좋아요. 그리고 자궁암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늦기 전에 꼭 맞으세요 ."P61

 

나도 전에 '인두유종바이러스'관련해서 재검진을 받은 적이 있고 주변 지인중에도 얼마전에 부인과 관련한 간단한 시술을 하기도 했다. 여성질환은 본인 스스로가 관심있게 보고 주기적으로 꼭 검진을 받아야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몸을 알고, 느끼고, 사랑하라

 

이 파트에서는 자궁내막증에 관한 이야기, 생리와 생리통, 생리전증후군, 나낭성난소증후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외음부관리에 대해서도 정리해주었다.

 

외음부, 이렇게 관리하세요

첫째, 자주 씻는 것을 줄이고 다른 피부와 똑같이 대해 주세요.

둘째, 예민한 신경이 분포된 곳이라 가려움이나 아픔도 더 세게 느껴집니다.

셋째, 잦은 청결제 사용은 질의 산도를 산성에서 중성, 알칼리성으로까지 변화시킵니다. 외음부를 세정할 때 무향이나 수성크림을 사용하고 뽀드득 소리가 날 정도록 씻지 말라고 하며 거품이 나는 모든 제품은 피부에 있는 유분까지 제거하므로 사용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넷째, 질 안에 뭔가를 넣거나 조작하여 건강하게 만들려고 하지 마세요.

다섯째, 질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정상균주가 부족할 경우, 유산균 종류의 프로바이오틱스를 3개월 이상 충분히 먹는게 도움이 됩니다.

또한, 질염과 유방암 자가 검진, 자궁암 백신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 항상 최우선은 나 자신

 

이 파트에서는 성정체성 확립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로 채워져있다. 저자는 올바른 성 가치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성은 아름다운 것이며 생명을 잉태하기위한 기본적인 행동 양식이고 평생토록 파트너와 함께 누릴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라고 말한다. 개개인은 건강한 성적 자존감과 가치관을 형성해야하며, 사회는 성적인 욕구를 건강하게 해소하고 승화하는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고 한다.

요즘 성관계 첫 시도의 연령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 책에서는 십대의 성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성인이 되지않은 여성은 자궁 경부의 상피세포가 미성숙하고 질 역시 세균감염에 취약해 성적인 접촉을 할 경우 각종 염증에 걸릴 확률이높다고한다. 단순한 질염도 면역력이 약화되어 질염이 심각한 상태로 발전하면 자궁경부염과 자궁내막염은 물론 나팔관을 통해 감염이 진행되면 골반염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무조건 어려서 성접촉이 안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이런 의학적지식을 충분히 설명해 줄 다분히 있다고 생각된다.

 

 

 

당신이 알아야 할 여성질환 이야기

 

여성 건강을 위한 여러 가지 관리법

골반은 내부의 조직과 신경, 혈관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잘 관리해야 합니다.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틈틈히 스트레칭을 해주며, 적절한 유산소 운동과 근육 운동을 통해 혈액의 기본적 순환을 돕는 게 좋습니다. 또한 균형잡힌 영양소의 섭취를 통해 호르몬대사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해야하고 설탕과 같은 단순당을 포함한 음식을 주의하고 오메가3, 비타민B, 비타민D, 칼슘과 마그네슘 등을 적절히 먹어 주며. 햇볕을 쬐어 비타민D가 합성되도록 돕는 것이 좋습니다.P184

그 외 헤르페스 바이러스, 난소암, 여성 빈혈을 일으키는 원인, 자궁내막증식증, 변비와 방광염, 요실금, 갑상선기능이상 등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5번째 파트에서는 상황별로 필요한 검진사항에 대해 안내되어있고 부록에는 여성 건강 자가 검진 체크리스트와 산부인과 방문 전 미리 알아 놓으면 좋은 사항들에 대해 아래 사진과 같이 실려있다.

 

 

이 책은 여성의 몸에 어렵지 않게 알기쉽게 안내한 책이다. 다 읽고나니 꼭 딸아이가 고등학생쯤 읽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꼭 1년에 한번씩 정기검진 받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내가 개인적으로 정리해두고 싶은 부분만 정리했지만 책속에 저자를 찾아온 여성환자들의 실제 사례도 많이 나와서 진료현장을 몰래 들여다보는 것 같은 재미도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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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 나를 위로하고 사랑하게 만드는 마법의 시간
루이스 L. 헤이 지음, 김태훈 옮김 / 센시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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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로하고 사랑하게 만드는 마법의 시간"

작년에 받아본 책. 한 해가 저물어가고 새해가 떠오른지 얼마되지않아 작년이라하니 어색하다. 작년 한 해 어떤 해보다 치열하게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되돌아보니 그 때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항상 '시간'에 쫒기고 '분주한 마음'에 쫒기고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올해엔 아예 '늘 평강이 넘치게 하시고 감사와 기쁨이 넘치해 하소서'란 기도제목을 세웠다. 올해는 작년보다 우울감과 불안, 두려움은 훨씬 적어지고 그 공간을 기쁨과 평안, 감사가 넘쳤으면 좋겠다. 그것이 제일 내가 원하는 바다.
그런 기도하는 마음으로 펼친 책.
루이스 L.헤이의 "미러"



책이 참 예쁘다. 영문으로 'MIRROR'라고 써있고 글씨부분이 볼록 튀어나와 입체감이 있다.
루이스 L.헤이는 영성과 자기계발 분야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미국의 대표적인 심리치료사라고 한다. 그의 소개중 「가난, 성폭행, 이혼, 암투병 등 불우한 삶 속에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하는 심리치료법인 '미러워크(Mirror Work)'를 실천하여 극복했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고 즐겁고 성취감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나를 용서하고 사랑하는 방법과 '암시'들을 알려주었다.」라는 부분이 인상깊었다. 일반 사람들이 책에서 열거한 어느 하나만이라도 겪게 된다면 고통스럽고 힘든데, 그 모든 것을 겪은 그는 얼마나 대단한 내공이 쌓여있는 분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례를 보면 크게 총 3장으로 쓰여있고
제 1장은 나를 사랑하라, 바로 지금
제 2장은 나를 사랑하는 방법
제 3장은 내 삶이 드디어 변하기 시작했다이다.




이 책은 본문내용 말머리에 DAY1부터 DAY21까지 미러워크 실천 솔루션이 정리되어 있다. 책을 정독한 후 이 부분만을 다시 여러번 확인하며 적용해봐도 좋을 듯 싶다.


책을 처음 펼쳤을땐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자 편안한 자세로 읽기시작했는데 읽다보니 집중해서 읽으며 형광펜으로 밑줄까지 긋게 됐다. 보통은 깨끗하게 읽는 편인데 이 책은 '올해 내가 꼭 실천하고 싶은 내용이 담긴책'이라 내 삶의 교과서로 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내가 하고있는 기독교 신앙생활과 가치관이나 주장하는 부분이 잘 맞아떨어져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나는 떠나보낼 수 있다
우리는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습관과 패턴을 만든다. (중략) 내면을 들여다보면 패턴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삶의 특정한 영역을 어떻게 다룰지 몰라서 부정적인 태도를 만든다. 만약 그렇다면 이렇게 자문하라.
"왜 후회하는 걸까?"
"무엇을 피하려는 걸까?"
"왜 이런 태도가 나를 구해줄 거라고 생각할까?"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는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계속 붙들고 싶은가? 그렇다면 결국 떠나보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떠나보낼 준비가 되었고, 미련을 놓아버린다면 놀랄 만큼 쉽게 벗어날 수 있다.」 p40-41



책 속에는 일지도 들어있다. 아직 작성은 해보지 않았지만 하루 하루 실천해보며 작성해보려한다. 사진속에는 우리 삶의 대다수문제가 네가지 이유로 생기는데 그것은 바로 비판적태도, 두려움, 죄책감, 후회라고 한다. 고개가 바로 끄덕여진다.




나는 30여년을 넘게 살면서도 내 스스로를 기특해하거나 인정하거나 사랑해주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 타인의 관심과 인정은 속으로 어찌나 갈망했던가. 이 책에서도 우선 나를 사랑하는 것부터, 거울을 보고 눈을 보며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한다.



책에서 밑줄 그은 부분만 정리해보려한다.

- 당신이 다른 사람을 평가하지 않으면 그들도 당신을 평가하려 들지 않는다. 모두가 자유로워진다.
- 몸과 마음에서 부정적인 생각을 배출하면 내면에 보다 긍정적인 감정과 경험이 들어설 여지가 생긴다.p59
- 우리는 나의 어떤 측면에 분노할 때 종종 자신을 학대한다.
- 앞으로는 더는 그 어떤 것도, 그 누구에 대해서도, 무엇보다 나 자신을 비판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자. p60
- 당신은 완벽하고 온전하며, 완전하다. 당신은 멋진 세계에 있으며 모든 일이 잘 풀린다. 그렇게 될 것이다. p61
- 문제가 무엇이든 최선의 해결법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 당신은 필요한 모든 지혜와 지식을 지녔다. 필요한 모든 능력과 재능을 지녔다. 필요한 모든 사랑을 지녔다. 삶은 당신을 뒷받침하고 보살피기 위해 존재한다
p67
- 나와 타인은 영적으로 서로 이어진다. p68/이상 1장

- 내면의 아이가 원하는 것은 눈에 띄는 것,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 사랑받는 것이다. 하루에 몇 분만 내면의 아이와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면 삶이 훨씬 나아질 것이다.-p77
- 내면의 아이를 감싸주고, 사랑하고, 필요로하는 모든 것을 해줘라. p77
- 내가 고통을 자초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알아야 할 사실은 무엇일까? 내 삶의 어떤 부분을 바꿔야 할까? 나에게 질문하라. p100
- 분노를 표현하면 마음이 치유된다. p104
- 생각과 감정의 패턴을 통해 경험을 만든다. 우리가 나 자신과 삶에 대해 믿는 것이 곧 현실이 된다. p105
- 나는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의식의 패턴을 제거한다. p106
- 매일 시간을 내서 당신이 선택한 곳으로 사랑과 치유의 빛을 보내라. 우리가 베푼 것은 몇 배로 돌아온다. 사랑을 베풀어라. p107
- 괜찮아, 모든 게 잘 될거야. 나는 안전해 p114
- 두렵기 때문에 잠시 쉬어가는 것뿐이야. 곧 사랑이 나에게 힘을 줄 거야.
- 하루하루를 배움의 시간, 새로운 시작으로 여겨라. 매일 변화하고 성장할 기회, 새로운 차원으로 의식을 열고 새로운 생각과 사고방식을 고려할 기회,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그릴 기회다. p115/2장

- 뭔가 잘못된 상황이 지속된다면 왜 자신이 계속 이런 고통을 받는지 자문하라. 둘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하나는 계속 잘못된 상황에 갇혀서 고통 받는것, 다른 하나는 후회스러운 과거를 잊고 즐겁고 충만한 삶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p142
- 오늘은 삶에서 오직 사랑스런 경험만 허용할 만큼 당신의 자존감을 높여라. 복수하기 위해 시간 낭비하지 마라.p143



이 책에서 내가 꼽은 키워드는 '사랑, 용서, 성장, 베풂'이다. 올해 꼭 실천해보고 싶다.

이 책이 좋은 것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인데 놓치고 살고 있었던 것을 의식적으로 생각하며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인도해준다는 점이다. 이 책대로 실천한다면 난 결코 힘들지도 우울하지도 외롭지도 않고 스스로를 책망하는 일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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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처럼 숨 쉬어 봐 - 어린이를 위한 언제 어디서든 차분하게 집중하며 마음을 채우는 순간 30
키라 윌리 지음, 애니 베츠 그림, 김선희 옮김 / 담앤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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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끝까지 내보내세요.

여기에 나온 연습은 여러분을 차분하고 평화롭게 끌어 주면서, 좀 더 쉽게 집중하도록

도와줄거예요.

이제 이 책에서 마음에 드는 곳 어디든 펼치세요! 출발!

 

 

"어린이를 위한 언제 어디서든 차분하게 집중하며 마음을 채우는 순간30"

부제를 보고 이 책이 아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아주는 묘안이 담긴 신비한 책일거라 기대를 하고 책을 펼쳤다.

이책은 크게 다섯파트로 나뉜다.

16 차분해지기

32 집중하기

48 상상하기

64 기운 내기

80 긴장 풀기

 

 

 

 

 

이 책을 쓴 저자, 키라 윌리는 어린이 음악 분야 아티스트이자 어린이 요가 전문가라고 한다.

'우리 아이가 스스로 조금 더 차분해질 수는 없을까?'

'우리 아이한테 집중하는 방법 또는 긍정직인 힘을 찾는 방법을 가르쳐 줘야 하지 않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 저자는 "마음챙김 "을 자신있게 말한다.

예전에 대학을 갓 졸업하고 들어간 첫 직장이 어린이집이었는데 그 곳에서 나는 과학교사와 종일반교사를 맡았다. 종일반 아이들과 지내면서 아이들이 편안하게, 즐겁게 지내면서 할 수 있는 꺼리를 찾다가 '요가'를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아이들과 보냈던 시간들이 곰처럼 숨 쉬어봐를 보며 문득 떠올랐다.

요즘 책이 집에 도착하면 아이들이 더 관심이 많다. 내 책인지, 자기들 책인지 궁금해하면서 물어보는데 이 책은 귀여운 동물들이 떡하니 앞표지를 장식하니 당연히 자기들책인줄 알고 어서 읽어달라고 보채는데 자꾸 숨을 들이마쉬고 내쉬라는 문장이 반복되는대도 아이들은 지루한 기색없이 평화로운 표정으로 책을 들여다봤다.

 

 

P22-23

 

 

아이들이 좋아하는 '핫초코'가 나와서 그런지 집중을 잘했다.

내용은 어렵지 않다.

"컵을 가까이 가져오세요.

숨을 깊게 들이쉬고,

천천히 숨을 내쉬면서

핫초코를 식혀요.

한 번 더 숨을

길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바람을 불어요.

이제 핫초코 한 잔을

한 모금 살짝 마셔 봐요.

그러고는 말하는거예요. "!"

 

 

P24-25

 

꽃향기 맡기.

책의 한 면을 차지하는 꽃에

아이들 모두 "우와~"를 연발하며 코를 가져다 대고 킁킁한다.

앞에 꽃이 한 송이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지금껏 본 가장 아름다운 꽃이 있어요.

마음속에 있는 그 꽃의 색이 모두 다 보이나요?

냄새가 어떤지 상상해봐요.

 

 

 

 

P38-39

 

이번에는 뱀처럼 숨쉬기.

뱀은 어떻게 숨을 쉬냐고 아들에게 물어봤더니

길게 들이마시고 오랫동안 내뱄는다고 한다.

딸은 옆에서 혀로 뱀을 흉내내고...

입술을 모아서 "" 모양으로 만드세요.

마치 빨대를 빠는 것처럼 숨을 길게 들이마셔요.

숨을 내쉴 때는 뱀처럼 소리를 내 봐요.

 

 

P44-45

 

 

귀 기울여 봐!

잠깐 동안만 눈을 감아 봐요.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게요.

주위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나요?

조금 더 귀를 기울이면 무슨 소리가 들려요?

숨을 길게 들이쉬고, 모두 다 내 쉬어요.

 

 

 

 

P72-73

 

 

얼굴깨우기.

눈을 크게 뜨고 세 번 깜빡여 보아요!

눈썹을 위아래로 씰룩씰룩 움직여요.

토끼처럼 코도 씰룩씰룩 움직여요!

입을 크게 벌려서 턱을 이리저리 움직이세요.

혀를밖으로 끝까지 쭉 내밀어요!

이건 어른이 아침마다 얼굴 근육을 풀고 잠을 깨우는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이들과도 다시 한번 해보았다.

 

 

 

P78-79

 

오늘 아침에도 이 책을 보면서

두 아이와 함께 따라해보았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이렇게 말하면서 내쉬어요!

"하하하하!"

사자처럼 혀를 내밀 수 있는 만큼 끝까지 쑥 내밀어요!

이제 손을 흔들어 풀어줘요.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 끝까지 내쉬세요.

 

 

P62-63

 

오늘 나는 어떻게 할까?

숨을 길게 들이마시고 끝까지 다 내보내세요.

몸을 움직이지 말고 차분하게 있어요.

오늘 남은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생각해 봐요.

마음속으로 이 문장 하나를 골라서 마무리해 보세요.

"오늘, 나는...."

'도움을 줘야지.'

'마음이 넉넉해야지.''신나게 보내야지.'등등

하루를 보내기 전 마음먹는게

참 좋다는걸 알기에

우리 아이들에게도 종종 이야기하고

기억해서 활용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P84-85

 

 

6살 우리집 큰 아이도 요즘 '짜증난다'는 말을 어디서 배우고

종종 쓴다.

"얘야, 짜증난다. 짜증난다 자꾸 하면 안 좋아."라고 밖에 말을 못해줬는데

앞으로는 책에서 처럼

짜증이 머물러 있지 않도록

"숨을 크게 들이쉬고, 그 나쁜 감정을 후~ 날려 버리자!"라고 말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P99

 

 

책의 뒷페이지에는 위처럼 책에 대한 찬사글이 쓰여있다.

나도 이 책을 보면서 어린이집에서 종일반 교사로 일했을때 이 책을 알았다면 아이들과 좀 더 쉬운 요가, 마음챙김을 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꽂이에 잘 모셔두고 종종 아이들과 꺼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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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의 눈물
권지예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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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쯤엔 책을 잘 보지 않는 나도 소설책은 가끔 보곤했다. 그랬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소설책을 아예 보지 않았나 생각해보니 아마 26살 정도였던 것 같다. 그 때 만나던 사람이 있었는데 나보다 5살 많은 오빠였다. 처음 그 사람을 만났을 때 작은 호감정도였는데 나에 비해 안정된 그에게 끌렸던 것 같다. 나는 대학졸업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든지 얼마 안된 사회초년생이었고 그는 탄탄한 공기업에 다니는, 새벽에는 어학공부를 하고 퇴근 후에는 취미생활로 음악을 하는 자기관리에 능한 사람이었다. 처음 내가 뮤지컬이나 연극을 접한 것도 그 덕분이었다. 주말에 데이트로 이따금 공연도 보고 예쁜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서로의 가치관이나 삶의 방식이 비슷한건 아니였지만 그의 굵으면서 신뢰감가는 목소리가 좋았고 이 사람이라면 내가 오래도록 존경하는 마음으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어느 날 내게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대고 이별을 통보해왔다. 사랑의 감정이 많이 커진 상태는 아니라 오랫동안 아파하며 힘들어 하진 않았지만 시작도 끝도 일방적인 그가 많이 얄미웠다.

이별 후에도 한 공동체에서 오며 가며 마주쳤는데 내 생일 즈음에 책 한 권을 슬쩍 내밀었다. 제목은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헬로 OOO"이었다. 내용을 살펴보니 내 또래 여자의 이야기였고 쉽게 읽히는 책이였다. 그 때 당시 책을 읽고 '왜 나한테 이런 책을 선물로 줬지? 내가 수준 높은 책은 이해 못할 것 같아서?' 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그가 내 지적수준을 비웃기라도 하는 기분나쁜 느낌이 들었다. 그 때 이후로 소설을 잘 읽지 않았던 것 같다.

몇 일 전 '권지예의 10년만의 신작 소설'이라는 문구를 보고 왠지 모르게 베로니카의 눈물의 표지에 매료되었다. 소설을 멀리했던 내가 소설에 대해 흥미가 생긴 건 엄마들의 성장카페라는 온라인카페의 영향이 크다. 그 카페에는 다양한 스터디들이 있는데 '소설쓰기'스터디도 있었다. 나는 도전은 감히 못하였지만 다른 분들의 소설을 쓰는 과정을 엿보면서 다양한 글쓰기의 한 분야인 '소설'분야가 흥미로우면서도 어렵게 다가왔다. 책읽기와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소설에 대해 갖고 있었던 나의 편견이 자연스레 사라지고 소설가들을 존경하는 마음까지 생겨났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읽게 된 권지예작가의 소설도 감탄을 하며 소설의 매력을 느끼며 몰입해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소설에 대한 나의 생각과 느낌이 달라진 것도 영향이 있겠지만 저자의 필력에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어 이국적인 경험을 간접경험하며 즐기는 것도 참 좋았다.


 

 

 

 

 


이 책은 위의 사진처럼 6가지 단편소설로 되어있다.


 

 

베로니카의 눈물


 

글을 쓰는 주인공 '모니카'가 편안한 한국 생활을 뒤로하고 홀로 쿠바 아바나의 임대아파트에 입주하면서 가스도 온수물도 편히 쓸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아파트 관리인을 의지하며 겪는 일상을 쓴 글이다.

저자의 글을 읽기 전에는 드라마로 '쿠바'를 접해 매력적인 나라, 한번쯤 여행해 보고 싶은 나라라고만 생각했는데 공산주의 체제하의 쿠바는 현지인들이 살기엔, 외국인도 현지인의 생활권안에 들어와 살기엔 매우 불편한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가 이 글을 언제 썼는지 정확히는 몰라 쿠바의 현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모르지만 소설 속의 쿠바는 집도 부족하고(보통 세번은 이혼한다니 가족 구성원도 복잡함, 전남편과 애인이 한 집에 사는 경우도 있음) 부식과 생필품도 부족하다고 한다.



 

호텔 정문이 가까워지면 늘 보는 풍경이지만, 호텔 건물의 그늘을 따라 사람들이 개미처럼 일렬로 벽에 딱 들러붙어 있다. 모두 휴대폰을 들고 있었는데, 호텔 1층 로비나 테라스 카페의 와이파이를 받아 밖에서 인터넷을 하려는 현지인들이다. 호텔에서 음료를 시켜 먹으며 시원하게 인터넷을 하는 외국인 여행자들과, 그 아래 노상에서 햇빛을 피해 그늘이 드리워진 호텔 벽에 바짝 들러붙어 찌꺼기 와이파이로 동냥 인터넷을 하는 현지인들. 빛과 그늘이 의존하는 이 나라의 상징적인 이 풍경은 한 장의 작품 사진처럼 내 뇌리에 박혔다. 현지인들은 호텔에 드나들 수 없다고 한다. 예전엔 무조건 못 들어왔다는데, 돈 많은 객실 손님인 경우 이 사람들 1년치 월급일 테니 불가능하겠지. 프레지덴테는 4성급이긴 하지만, 호텔 카페로 들어서며 외국인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P50-51


위의 문장을 보며 IT강국에 살아 어디든 무료 와이파이를 누릴 수 있는 지금의 내가 참 편하게 사는구나 새삼 느꼈다.



그녀는 나이가 73세 이고 이제는 늙어서 일이 힘들다고, 내가 마지막 투숙객이라며 내가 한국으로 떠나면 자기도 일을 그만둘 거라고 했다. 내년부터 맘껏 여행이나 다니라고 하니 표정이 뜨악하다. 돈이 어디 있어서, 그런 표정. 자기는 정말 평생 일만 해서 쿠바 국내 여행도 한번 못했다고, 트리니다드도 산티아고 데 쿠바도 가본 적 없다고, 맏아들이 일하는 멋진 휴양지인 까요 고꼬의 호텔에도 가본적 없다고, 평생 트리니다드엔 꼭 가보고 싶은 꿈이 있었다고. 그런데 자기는 안다고, 불가능한 꿈이라는 걸. 그 말에 가슴이 아팠다. (중략) 나는 베로니카의 꿈을 이뤄주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생겼다. 떠나기 전에 깜짝 선물을 할까?P57

베로니카에게 300그램 정도의 커피를 나눠주니 환호작약했다.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그녀도 커피를 진하게 만들어 마시며 커피향에 연신 코를 흠흠거렸다. 세라노 커피는 가장 좋은 커피지만 쿠바 인민들은 비싸서 못 사먹으며, '올라'라는 커피와 '쿠바비타'라는 커피가 주로 배급된다고 했다. 아들에게 세라노 커피를 갖다 주면 정말 기뻐할거야. 그녀가 나를 껴았았다. 모니카, 너는 정말 좋은 친구야. 아니 사랑스런 내 딸이야.P64

당신은 아주 훌륭한 뺄루께라(미용사). 덕분에 내가 아주 젊어졌어. 나는 한국의 우리 엄마를 무지 사랑해. 그녀는 암 환자라서 건강이 좋진 않아. 나도 당신 자식들처럼 내 엄마를 도와주거든. 당신은 또 쿠바의 내 엄마잖아. 이해해? 그렇게 말하는데 목이 메었다. 베로니카가 나를 껴안았따. 베로니카와 나는 껴안고 서로 "꽁쁘렌도!(이해해!)"라며 동시에 말한다. 이해한다는 건,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것. 마음은 뭐랄까, 따스하게 통하는 공기 같은 것? 미 아모르! 미 이하! 그라시아스!(내 사랑! 내 딸! 고마워!) 베로니카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피델이 죽었을 때도 내게는 보이지 않던 눈물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말은 안 했지만, 프레지덴테 호텔의 국영 여행사 창구에서 트리니다드 여행 상품을 상담했었다. 깜짝 선물로 베로니카에게 여행을 꼭 시켜주고 싶었기 때문이다.p74



처음 모니카와 베로니카가 대면했을때만해도 모니카는 작업에 집중하기 위해 베로니카가 일주일에 단 한번만 와서 가사를 도와주길 바랬다. 하지만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베로니카를 의지하게 되고 그녀를 진정으로 좋아하게 된다. 내가 세상의 떼가 묻었는지 베로니카에게 여행자금까지 대주려하는 모니카를 보며 '저러다가 혹시 베로니카가 사기꾼이면 어쩌지?'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모니카, 중요한 일이라고 너무 집착하고 애쓰지 마. 그런 건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아. 그럴수록 그 중요한 일이 너를 괴롭히는 거야. 인생은 그저 흐르는 거야. 그냥 힘을 빼고 흐름에 몸을 실어. 춤출 때처럼. 우린 그래서 모두 춤을 잘 추지. 여긴 쿠바야!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어. 그냥 파도에, 리듬에, 인생의 시간에 몸을 실어.

베로니카의 눈물P76-77

 


 

 

 

글을 쓰러 먼 '쿠바'까지 왔지만 작업은 커녕 부식과 생필품을 구하느라 지쳐 아깝게 보낸 시간들을 한탄하며 불평하는 모니카에게 베로니카는 인생이 그냥 흐르도록 힘을 빼고 흐름에 몸을 맡기라고 조언한다. 고등교육까지 받았지만 70세가 넘도록 힘들게 노동하며 자기 이름으로 된 변변한 집 한채 없는 그녀가 하는 조언. , 우리들은 그녀보다 가진것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훨씬 힘들게 자신을 내몰며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베로니카에게 말을 할 수 없을 거 같았다. 그냥 잊어버리자. 소매치기나 삐끼에게 당했다고 치자. 며칠 마음을 가라앉히느라 애를 먹었다. 그러나 베로니카가 일주일째 연락 없이 오지 않자 화가 났다. 마지막으로 왔다 갔던 날, 양파와 달걀을 구해주겠다고 했었다. 그래서 장에 가더라도 양파를 사지 않았다. 달걀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시중에 돌지 않는 건지, 자기 배급 달걀도 떨어진 건지, 베로니카도 달걀을 구하지 못했던 터였다. 다시 나는 부식을 구하러 다녀야 할 판이었다. 달걀, 휴지, 커피를 다 각각 다른 곳에서 구해야 한다. 어느 거리엔 있고 어느 가게엔 없으니. 돈만 있으면 뭐든 살 수 있고, 돈이면 다 되는 나라에서 온 나는 여태 착각하고 살았나. 내가 가진 돈. 내 손에 든 물건. 당연히 내 손에 들어올 물건. 게다가 믿었던 사람도 다 내 것, 내 사람이라는 이 공고했던 믿음. 이것이 흔들리다니! 그 공포와 소유에 대한 의심은 자본주의 세계에서 온 내게는 낯선 충격이었다. 다시 우울했다. 상처받기 쉬운 연약한 심장을 지난 나는 밤에 집 안의 불을 끄고, 남들은 모르게 발코니에 앉아서 럼과 트리나다드에서 샀던 코히바 시가로 내 심장을 마취시켰다.P79-80



어느 날 심심해서 확인해본 남아있는 현금. 그런데 현금 중 300쿡이 보이질 않았다. 내 의심이 적중하는 걸까싶었다. 제발 베로니카는 나쁜 사람이 아니기를, 쿠바의 엄마라는 지칭이 거둬들여지는 일이 없기를 바랬다.



 

먹고 살기 너무 힘들어 의사도 비번인 날에 수리 기사로 투잡을 뛰어야 하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문제 있는 세탁기를 빨리 고쳐 주지 않아서 나를 고생시킨 게, 고작 자기 조카에게 돈 몇 푼 쥐여주기 위한 심산이었다니. 오랫동안 오지 않았던 그녀를 기다리다 못해 할 수 없이 밀린 빨래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세탁기를 잘못 건드렸다가 부엌 발코니 하수구로 물이 안 빠져서 수건과 걸레로 종일 물을 짜냈던 날도 있었다. 그 후로 그녀가 무단으로 오지 않은 그 시기에는 내가 계속 손빨래를 해야만 했다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사라진 300쿡의 행방은 덮어두고서라도, 내가 임대료, 아니 내가 준 팁만 해도 거의 1년 치 월급은 될 텐데. 햄이니 달걀이니 양파니 알고 보니 무상배급을 받은 물건을 내가 모른 척하고 몇 배나 값을 쳐줬던가. 그동안의 내 선의는? 내가 순수한 이타심이니, 행복한 감정이니 했던 건 무엇이었나. 그런 나이브한 내가 더 역겨웠다. 선과 위선. 그렇게 베로니카에 대한 내 복잡한 감정은 나를 괴롭혔다.P83-84



 

솔직한 감정을 드러낸 저자의 필력에 감탄했다. 나라도 저런 상황에선 합리적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이젠 슬픈 마음으로 바라만 보네.

사라져가는 사랑과 찢겨진 우리의 영혼


 

한국으로 떠나기 마지막 쿠바 엄마와의 만찬을 즐기고 쿠바 엄마, 베로니카의 표정을 보고 떠올린 오마라의 노래 가사. 괜히 감정이입이 되어 내 마음도 헛헛해졌다.


 

그 도시의 얼굴은 야누스의 얼굴이었다. 천국과 지옥, 빛과 어둠, 순수와 오염, 자유와 고독, 혼돈과 모순, 환상과 환멸, 매혹과 잔혹, 그 시간을 통과해낸 지금도 그곳을 생각하면, 나는 여전히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베로니카의 눈물을, 그 눈물의 의미를 떠올리기 싫은 마음도 있었는지 모른다.P107

 

 

그녀가 마지막까지도 쿠바의 베로니카를 오해했다면......

 



파라다이스 빔을 만나는 시간

 

 

먹고 자는 시간을 빼고 해변에 나가 바다만 바라보며 지냈어요. 과연 내가 보았던 세상 그 어떤 바다의 물빛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물빛이었어요. 거대한 아쿠아마린이었어요. 주인에게 전해지지 못한 묵주 팔찌의 빛나는 아쿠아마린을, 두 사람이 그랬듯 나도 햇빛에 비춰보았아요. 갑자기 점화되듯 코끝이 찡해졌어요. 그러곤 눈물이 툭 터져 나왔어요. 나중엔 걷잡을 수 없이 통곡이 계속 터져나왔어요. 노을이 지고 어두워질 때까지 바다의 파도처럼 몰아치는 내 몸의 슬픔을 다 짜내듯이요. 당신이 죽고 1년이나 되었는데 처음으로 터진 통곡이었어요. 파라다이스 빔이라고요? 내게 그 말을 가르쳐준 건 당신이었어요. 마시란 해변의 낙조를 바라보며 형이 묻곤 했잖아요. 좋아? , 좋아! 내가 대답했고, 얼마만큼? 천국처럼? 형이 또 물었죠. 내가 금방 대답을 못하면 당신이 말했죠. 생에서 만나는 이런 빛나는 순간을 파라다이스 빔 이라고 한대, 수현아.P182



 

'파라다이스 빔'이 뭘까 궁금했다. 파라다이스 빔을 만나는 시간에서 남편을 평생 사랑한 여자가 남편이 남긴 한 상자를 가지고 그 상자에 쓰여진 주소를 추적하기 위해 남편이 죽기 3년 전 여행했던 장소인 '쿠바'에 찾아가며 이야기가 고조된다.

 


그 말이 갑자기 끔찍했어요. 살아서도 천국을 순간순간 느낄 수 있었던 그 신비했던 마법의 언어가 쿠바의 어린 창녀로부터 당신을 통해 나에게까지 옮겨온 성병처럼 역겨워지기까지 했어요. 강민수! 도대체 너는 누구고 나는 무엇인지! 타인의 평화와 자유를 위해 당신은 나의 평화와 자유를 파괴했어요. 당신의 인생은 명분이 있어 정의로웠는지 모르나 난 도대체 무엇인지, 누구인지! 나는 묵묵히 생활을 위해, 당신을 먹여 살리기 위해 살아온, 그저 당신 인생과 생활의 희생자이자 피해자! 분노와 질투를 연료 삼아 이틀을 꼬박 내 몸에 갇혔던 눈물을 다 태워 날렸어요. 슬픔은 가슴에 응어리를 지게 하지만 분노는 슬픔을 태워버리더군요. 민수 형, 놀랐나요? 내가 이토록 속물이어서.........?P183

 


'생에서 만나는 빛나는 순간'이라는 뜻의 파라다이스 빔이 바람핀 남편에게서, 아니 남편과 만났던 창녀에게서 나온 말이라니..... 얼마나 치욕스럽고 배신감에 당혹스러웠을까 싶다.

3가지의 소설을 읽는 동안 난 책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저자가 묘사하는 이국적인 공간에도 궁금증이 일었고 사소하지 않은 사건을 담아내는 것도 책에 몰입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이유였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며칠 전, S에게 문자를 보낸 것은 자신의 그런 속물성을 자르고 최초의 결심에 쐐기를 박기 위해서였다. L이 전에 라디오 방송을 맡았을 때 구성작가 S를 성추행한 전력이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S는 서연도 알고 있는 작가다. 보름 전에 그녀를 만나 소주 한잔하며 얘기를 나누었다. 서연은 자신의 심경을 애둘러 표현했다. 대화는 약간 겉돌았지만 심증으로 그녀도 동변상력이라는 느낌이 왔다. 올랜도에서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녀와 둘이 뜻을 함께하면 덜 외로울 거 같았다. 하지만 서연이 S에게 보냈던 문자가 어제 페이스북에서 떠돌고 있었다. '개나 소나! 너도 나도! 미친거 아니에요? 상상력이 너무 뛰어난 건지 뭔지. 사람을 뭐로 보고. 물귀신 작전도 아니고'라는 제목 밑에는 캡처된 서연의 문자 이미지가 딸려 있었다. "S선배. 우리가 함께 공유한 L의 추악한 실상을 두려워하지 말아요. 진실을 향해 용기를 가지고 한 발자국씩 내딛기를...... 우리 손잡고 함께 연대해요." 서연은 뒤통수를 강하게 맞은 듯 배신감이 밀려들었다. 그녀는 비열하고 잔인했지만, 그나마 보여준 마지막 친절이라면 서연의 이름을 지운 거라고나 할까. 게다가 실명이 아닌 L이라는 이니셜만 보고 사람들이 그를 떠올릴 순 없을 것이다. 그래도 서연은 치를 떨었다. L보다 S가 더 미웠다.P219



 

한참 이 사회를 떠들석하게 했던 미투운동. 난 피해자인 여성이 목소리를 내는 것에 정말 용기있는, 쉽게 할 수 없는 행동이란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일에 관심이 없어 시간이 지나면 기억조차 못한다지만 당사자는 세상에 자신이 성폭력 혹은 성희롱 가해자라는 것을 당당하게 말하고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 본다. 현재도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그 여성이 속한 공동체에서 그녀를 향한 말없이 보이는 시선들, 상대에게 이해나 공감을 바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고백을 듣고 터져나올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수많은 반응들.

위의 이야기처럼 나의 아픔을 이용해 동의도 구하지 않고 가해자를 비난하기 위한 도구로 쓰는 행동들. 참으로 안타깝다. 아무리 사회가 변하고 있고 여성의 권위와 인격이 존중되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여성은 너무나도 약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피해 사실을 밝히고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여성. 그들을 위한 여러가지 지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선 우리 모두의 인식이 바뀌어서 세상의 곳곳에서 아직도 파렴치한 일을 일삼는, 사람같지 않은 인간들이 얼굴들고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는 것이 어려운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소설로 사회를 이해한다는 것. 내가 살지 않는 곳을 이해하고 경험한다는 것. 참 매력적인 일인 것 같다.

나는 당장에 비행기표를 끊어 여행을 떠나고 싶다

는 생각을 하는 하정우씨처럼 그리 생각지도 못하지만(내 모든 상황때문에) 잠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오랜 소설금기(?)를 끊고 좋은 소설책을 보아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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