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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꽃
손지혜 지음 / 북랩 / 2019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에 서평을 쓰며 올해 나의 목표를 이야기했다. 세부적인 것 말고 크게 올해는 '내 몸을 돌보고 사랑하기'가 목표라고.... 작년에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나의 상처, 나의 성격, 나의 감정,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천천히 다시 알아갔다. 그러다보니 자꾸 나를 다독이는 예쁜 에세이집이 끌어당김의 법칙(?)으로 나에게 오는 것이 아닌가. 한 일주일 전쯤 받아본 이 책, 「이름없는 꽃」도 그런 끌림으로 나에게 왔다.

요즘 근래들어 본 책 중 디자인이 제일 군더더기없이 깔끔했다. 앞표지는 너무도 밋밋하고 딱 제목과 저자 이름만 들어와서 책을 읽고있는 중에도 '내가 읽고 있는 책 제목이 뭐지?'하며 다시 책장을 덮는 일 없이 뇌리에 콕 박혔다.
이 책은 저자가 책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쓰기시작하여 단 11일만에 쓴 글이라고한다. 서문에서 그걸 알고 봐서 그런지 책을 읽는 내내 속도감있게 죽죽 잘 읽혔다.
저자는 서문에서 "글을 수정도 하지 않으며 급한 마음으로 글을 썼다. 그리고 이러한 나의 다급했던 마음은 이 글을 어서 누군가의 품으로 보내고 싶은 마음에 있었다. 이름이 없을 누군가 에게 말이다.
엄마의 슬픔이 나의 슬픔이고 엄마의 행복이 나의 행복인 사람.
사랑이라는 이유로 누군가의 삶을 책임지고 싶은 사람.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람.
누군가의 행복이 되고 싶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
강박으로 괴로워하는 사람.
가난으로 아파하는 사람.
꿈을 이룰 수 없어서 슬퍼하는 사람
아프게 하는 모든 것들을 놓지 못하는 사람.
본인의 이름 없음으로 아파하는 사람."
「이름 없는 꽃」 들어가며.
위에 해당하는 것들을 세어보니 6,7개나 해당한다. '이 책 그래서 나에게 왔구나.' 새삼 놀랐다.


책의 목차를 살펴보니 책을 읽으며 마음이 무겁거나 먹먹해질 수 있겠다란 편견이 생겼다.
인생은 그 날이 풀과 같으며
그 영화가 들의 꽃과 같도다.
시편 103:15

1번은 아닐테고 '밖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운 색채' 혹은 '몸이 귀하게 되어 이름이 세상에 빛남'일 것 같은데 책 제목으로 미루어보아 후자 같기도 하다.
「이름 없는 꽃」 이 책은 전반적으로 엄마로 인한 상처, 그리고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과정 가운데 중요한 축인 '자존감회복(가르치는 제자들에게 사랑을 쏟는방법으로) '에 대한 저자의 실제 경험을 이야기한 책이다.
「엄마는 나의 모든 선택을 미워했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비웃었다. 그러나 지금 엄마에게 그 얘기를 하면 별 의미 없이 한 말이라고 할 뿐이다. 그러나 그 별 의미 없는 말들이 그때의 내게는 전부였다. 엄마가 나의 전부였으니까.
결국 나는 엄마를 사랑해서 그렇게도 상처를 받았고 그로써 나는 그녀를 미워하게 되었다. 원망하고 증오했으며 다시 사랑했다. 사랑했으나 이미 조각난 마음들이 너무도 많았던 나는 그 딜레마를 안고 그녀를 마주해야 했다.」 p18-19
며칠 전 신랑과 전화로 말다툼을 했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그러지 말았어야했는데 큰 소리를 내고야 말았다. 신랑으로 인한 나의 실망은 둘째치고 아이들한테 미안했다. 나도 오랜시간을 엄마의 감정에 눈치보며 불안하게 살았는데 우리 아이들에게는 엄마의 감정 되물림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번뜩들어 아이에게 사과하고 "엄마의 슬픔과 힘듦은 오롯이 엄마꺼야. 그러니 너는 엄마의 감정에 휩쓸리지말고 행복했으면 좋겠어 ."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우리 친정엄마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한번이라도 해줬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이 책의 저자는 나보다 몇 백배는 심하게 엄마로부터 대놓고 갖은 구박과 핍박을 당했다. 왜 그 엄마는 그랬을까.
「엄마의 폭력성과 무너짐에도 원인이 있었다. 그것은 아빠에게서부터 내려온 어떠한 흐름과 같았다. 아빠는 엄마를, 엄마는 나를. 나는 그냥 그 모든 에너지를 마지막에 받아야 하는 존재였다. (중략) 엄마는 사실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엄마는 집에서는 꽤나 유망한 인재와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그런데 아빠를 만나고 나를 낳으면서 욕아를 위해 일을 포기한게 어쩌면 불행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또 그게 나를 향한 원망으로 엄마의 마음에 자리 잡았을지도 모르겠다」 p27

p34
저자는 엄마로부터 온 상처로 인해 오랜시간을 괴로움과 외로움과 죄책감에 시달려야했다. 그런 저자가 학교생활에 있어서는 아무런 내색도 못하고 오히려 더 잘 웃고 더 공부도 열심히 하는 모범생처럼 지내다 상담실에 계신 선생님을 만나게 되며 삶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그 분을 통해 '엄마의 슬픔이 곧 나의 슬픔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을 찾게된다.
책을 읽으며 점점 저자의 삶과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p64-65
저자가 엄마의 속박으로 부터 벗어나 정신적,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과정속에서 함께 마음을 졸이기도 하고 응원하게 됐다.
나는 사랑에 있어서 자유가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을 알았다. "사랑해서 구속한다."라는 말은 잘못된 말이다. 부모가 아무리 자식을 사랑하더라도 자녀 스스로가 선택할 권리를 주는 것이 사랑이다. 아무리 자녀가 성공했으면 좋겠더라도 자녀가 본인과 같은 꿈을 갖기를 강요하거나 부모가 설계해놓은 길로만 걸어가게 하는 것은 사랑이라고 하기 어렵다. 아이의 자유 의지와 생각할 권리들을 잘라내는 것은 피어나는 꽃이 향을 잃고 기계가 되는 것이다 .
「이름 없는 꽃」 p132

아이를 키우는 부모입장이기도 한 나는 위의 문장을 꼭 새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내소유로 생각하지말자고 늘 다짐하면서 가끔 버릇없는 행동을 할때 나에게 들어오는 '감히 엄마한테....'이런 생각도 좀 버려야겠단 생각도 들었다.
「사랑받기 위해서 나는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하는 방법을 택했다. 타인과의 관계가 틀어질 때도 슬픔은 나를 잡아먹지 않았다. 오랜 사랑이 엇나갈 때도 최선을 다해 사랑을 주었던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p133
「대상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인정'은 이렇듯 사랑의 필수적인 요소였다. 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나를 괴롭히던 모든 구속에서 해방되었다. 짝눈을 가진 나 자신도, 아토피가 있는 모습도, 아무리 공부해도 좋은 성적이 나오질 않는 결과도(중략)
누구도 나를 감히 가치 없다고 말할 수 없었다. 나의 전부라고 여기던 존재들마저도. 나만이 나의 전부일 수 있었다. 내가 허락하지 않는 이상 누구도 내 세상이 될 수 없었다.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었다. 이것은 아무리 자존감 회복에 관련된 영상, 글귀를 읽어도 해결할 수 없는, 내가 해야 할 나만의 과제였다. 나는 나를 사랑하며 비로소 자유를 얻었다. 모든 관계의 균형을 찾았고 내 상처를 돌볼 수 있었다.」p130
저자는 자신의 상처를 딛고 자신처럼 가난과 부모의 속박 속에서 사는 아이들을 살리고 싶단 마음에 교육자가 되기로 하고 대학 생활과 취업 준비생시절에 그 꿈을 이루기위해 고군분투한다.
책의 후반부엔 교사로의 꿈을 이룬 그녀가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 책은 어찌보면 누군가의 자서전이다. 솔직하고 거침없이 자신의 삶을 나눠준 그녀의 용기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현재 교직에 몸담고 있어 자신의 이야기를 주변사람들이 알게 되면 불편할 수도 있을텐데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낼 수 있었던 건 그녀가 건강해졌다는 증거가 아닐까.
앞으로 더 찬란하게 빛날 그녀의 삶을 응원한다.
++ 이 글은 책을 제공받아 쓴 솔직한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