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내게 술병을 건넸고 우리는 함께 어울리며 금방 친해졌다. 외계인을 목격한 사람들이 초면이어도 금방 친해지듯이. 그게 전부였다. 아무도 내가 왜 그 자리에 있는지 따지지 않았다. 특히 키지가. 정말 굉장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좋았다.
나는 집단에 친밀감을 느끼는 법을 몰랐다. 관계를 맺어본 집단이라고는, 죽음의 집에 사는 끔찍한 오이디푸스 이야기 같은 가족뿐이었다. 그리고 수영팀. 물속에서는 대화할 필요가 없다.
자비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서 오지 않았다. 책 속에서 왔다.
시에나가 말했다. "나쁜 짓 하니까 좋지." 그러고는 웃었다. 나는 기침하거나 토하지 않으려고 볼 안쪽을 씹었다. 나쁜 짓을 하려고, 좋아지려고.
우리가 내리는 결정은 종종 옹졸하고 초라한 질투에 기반을 둔다. 하지만 그런 결정은 무엇보다 진실한 것이다.
밤의 물속에서는 사람이면 느껴야 하는 것들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 그곳에는 어두운 평화가 있다. 급류가 끝나는 곳에 모든 것이 정지한 듯한 지점이 있다. 물 속에 들어갈 때는, 책에 빠져들 때처럼, 삶을 땅에 버려두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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