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는 고양이 종말에 반대합니다 - 온 세상 작은 존재들과 공존하기 위해 SF가 던지는 위험한 질문들 내 멋대로 읽고 십대 9
김보영.이은희.이서영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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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보영, 이은희, 이서영

<이 책의 등장인물 소개>

백설기: 고로롱 별 꾸릉성 영주. 오래전 환경이 파괴된 고로롱 별에서 주민들을 데리고 지구에 대피해 와서, 고양이로 위장해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 어째서인지 인간에게 크게 화가 나서, 오늘 밤 주민을 데리고 고로롱 별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 화난 이유는 아무래도 가족처럼 아끼는 호위장군 양갱이 기억을 잃은 일과 관계가 있는 듯한 데.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한다.

양갱: 고로롱 별에서부터 백설기 영주를 보좌한 호위장군. 연어 참치캔을 몹시 좋아한다. 영주님이 화난 이유는 도통 모르겠지만 정든 지구를 떠나기 싫어 어떻게든 귀환을 말릴 궁리를 하고 있다.

신작가: 황사로 사흘째 책방에 갇혀 있다. 책과 먹을 것이 있어서 나름대로는 즐기고 있다.

한단결: 매일 시위 현장을 쫓아다니는 어린 사회운동가. 종로에서 시위하다 싸움이 나는 바람에 신작가 언니가 작업하고 있다는 책방으로 도망쳐 왔다. SF를 많이 보지만 모두 사회과학 서적이라고 주장한다. 귀여운 것을 좋아한다.

노학자: 은퇴한 늙은 생물학자. 손녀에게 선물할 책을 사러 왔다가 황사로 대중교통이 끊겨 집에 가지 못하게 되었다. 소설은 잘 안 보지만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한다. 책방에 갇힌 사람들이 SF를 좋아하는 듯해서 손녀에게 무슨 책을 선물할지 물어보려 한다.

정직원: 예전에 SF 영화제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직원. 그 후 SF에 관심이 생겨 지금은 과학책방 모모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다. 서 기자를 동경하여 기자가 되기로 결심했고, 작은 과학잡지사에 수습기자로 합격하여 막 첫 기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황사로 인해 취재 약속이 연이어 취소되는 바람에, 이 책방에 갇힌 사람들을 취재해 보려고 궁리하고 있다.

<차례>

1부 명징한 이분법을 좋아하는 너에게 : 다양한 공존을 묻는 위험한 질문

2부 정체성에 답이란 없다 : '나'의 경계를 넓히는 짜릿한 질문

3부 영화 같은 세계에서 살게 된다면? : 본 적 없는 세계를 상상하는 유쾌한 질문

4부 그럼에도 계속 살아갑니다 : 역경을 헤쳐 나갈 가능성을 모색하는 반전의 질문

이 책은 각각의 주제마다 SF 소설을 추천해 주어 관련 주제에 대해 스토리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준다.

예를 들어, 1부 1장에서는 옥타비아 버틀러의 <블러드 차일드>단편을 소개하면서 성별 이분법의 허상에 대해 의문을 갖고 의도하지 않으면 생각하지 않는 성별에 대해 다양성을 제시한다. 성별은 고전적으로 남녀 두 개의 성을 가지고 나누는 분명한 기준이라고 배워왔지만, 이 책에서는 과연 2개의 성만 존재하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 보는 계기를 소설을 통해 제시한다. MTF 즉, 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 여성을 배척하는 사회적인 이유 중 하나로 임신을 못 한다는 점이라는 것도 이 책에 제시된다.

<오메가버스>라는 책은 남자가 임신할 수 있는 설정의 책으로 소개된다. 그러면서 성소수자의 사회적 지위나 남자가 여자 역할을 함으로써 남자보다 지위가 낮아지는 소설 속 이야기에 대해 모순점을 자연스럽게 꺼내든다. 소설을 통해 현실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도 보여주고 판타지이지만 작가의 의도를 알아차리는 것이 서술되는데 그런 내용을 접하는 것 자체가 신선하다.

이 책은 등장인물들의 대화로 책이 구성되어 있어 4명의 다른 관점을 엿볼 수 있고, 대화체로 구성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책이 읽힌다.

다양한 주제를 네 사람의 호기심으로 확장되어 줄줄이 이야기하는 것이 재미있고 새롭다.

예를 들어, 2개의 성 이야기, 그리고, 트랜스젠더 이야기를 하다가 주제가 확장되어 간성, 혹은 인터섹스라는 개념까지 나온다. 간성으로 태어나는 사람의 퍼센트가 0.05~1.7퍼센트라고 한다. 전혀 몰랐던 사실인데 새롭다. 그래서, 단순히 SF 소설에서 나올 법한 가상 스토리가 실제로도 현실에서 나올 수 있음을 확인하는 부분이다. 오메가버스가 과학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또, 스와이어 증후군에 대해서도 나온다. 스와이어 증후군은 염색체상으로는 남성 XY이지만, 태아 초기 발달 과정의 이상으로 인해, 고환이 만들어지지 못하거나 퇴화되어 여성형 생식기를 가지고 태어나는 증상이다. 여성형 외부 생식기, 자궁, 질, 나팔관을 갖고 태어나지만 난소가 없어서 난자를 만들지는 못하며 난자를 기증받아서 시험관 시술로 임신하거나 출산할 수 있다고 하며 실제 사례도 있다고 한다.

또한, 간성이라도 주변에서 알아차리기 힘든 이유는 염색체가 XY 지만 겉모습은 완벽한 여성이라 염색체 검사를 받기 전에는 본인이 간성인지 모르고 남들도 알 방법이 없다고 한다.

안드로겐 무감음 증후군: 염색체상으로는 XY인 남성이고, 고환에서 남성 호르몬도 나오는데, 이 남성 호르몬에 반응하는 수용체가 없다고 한다.

소설 속 내용이 진짜인지 검증된 과학적 사실을 책 속에서 이야기 해주며 전개되는 방식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미처 몰랐던 이야기들이 나와서 재미있고 흥미롭다. SF 장르가 특정 장르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계를 예측하고 상상하며 쓴 이야기 자체라 곧 다가올 현재처럼 느껴져서 인간들의 생각들이 글로 구체화되는 것 같아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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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꼭지 초등 세계사 1 - 고대~중세 하루 한 꼭지 초등 세계사 1
정헌경 지음, 뭉선생.윤효식 그림, 전국역사교사모임 세계사 분과 감수 / 주니어김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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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헌경, 그림: 뭉선생, 윤효식


차례


세계사에 관심있는 초등학생이 보면 쓱쓱 잘 읽힐 책이다. 글만 있는 것이 아니고 만화와 사진이 곁들여 있어 고리타분하게 느낄 수 있는 옛 이야기를 쉽게 접하고 글밥이 많지 않아서 도전해 볼 만한 분량이다.

중요 키워드는 색깔있는 글씨체로 되어 있고, 문체도 구어체여서 거리감이 없다.

딱딱하지 않고 이야기책처럼 읽을 수 있고, 글 속에 대화체가 많아서 생생한 느낌이 든다.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있어서 친근감이 든다.

<이 책의 특징>

*세계사의 내용 중 고대~중세 부분의 역사 시리즈이다.

*최신 중학교 역사 교과서를 반영했다.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면 역사를 배운다. 초등학생이라면 학습 만화를 많이 보는데 이런 책은 만화가 메인이 아니고 줄글로 쭉 연결되어 있어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가능하다.

마치 교과서처럼 섹션별로 나누어져 있어 주제별로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세계사의 핵심 주제를 세 권의 책, 200꼭지로 구성했다.

-1권은 70개의 꼭지로 구성하여 각각의 역사적 사실을 서술하고 있다.

*재미난 4컷 만화와 삽화를 보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왼쪽 페이지에 4컷 만화로 구성되어 있어 긴 글을 읽기 전에 애피타이저처럼 만화로 내용을 간략하게 볼 수 있다.

*지면의 한쪽 코너 부분에 낱말 체크가 있어서 모르는 단어를 익힐 수 있다.

*풍부한 사진 자료로 세계사를 즐길 수 있다.

*'쏙쏙 퀴즈'가 있어서 읽은 내용을 간단하게 점검할 수 있다.

*'간식단의 세계사 여행'으로 재미가 있다.

*'역사 탐험 보고서'로 각 시대를 정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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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세는 천하를 잡으러 간다
미야지마 미나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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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세의 소원은 2백 살까지 사는 것.

지은이 : 미야지마 미나

1983년 일본 시즈오카현 출생. 현재는 작품의 무대인 시가현 오쓰시에 살고 있다.

교토대학 문학부 졸업. 2018년 <2위의 그대>로 제196회 코발트 단편 소설 신인상을 받았고 2021년 <고마웠어! 오쓰 세이부 백화점!>으로 '제20회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R-18 문학상'에서 사상 최초로 대상, 독자상, 도모치카상 3관왕을 휩쓸어 화제를 모았다. 이 작품을 담은 <나루세가 천하를 잡으러 간다>로 작가 데뷔했다.



목차

고마웠어! 오쓰 세이부 백화점!

제제에서 왔습니다

계단에서는 달리지 않아

선이 이어지다

레츠 고 미시간

도키메키 고슈온도

옮긴이의 말

279쪽 마지막 장


주인공 '나루세 아카리'는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돌진하는 모습을 보인다. 저자는 나루세처럼 살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이 주변에 많아서 그런 소망을 투영할 수 있는 존재로 나루세를 만들어 내고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시마자키 마유키와 나루세는 같은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친구 사이다. 나루세는 괴짜인데다 허풍이 있어서 상상도 못할 엉뚱한 일을 벌이곤 한다. 다른 아이보다 빨리 달리고 노래도 잘하고 히나가라 가타카나도 정확하게 쓰는 똑똑한 여자 아이다. 그런데 나루세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고립되어 갔다. 마치 천재들이 평범한 보통 사람하고 잘 어울리지 못하는 그런 상태일까도 상상해 봤다. 정말 엉뚱하게도 나루세는 1976년 6월에 오픈하여 44년이 되어 8월 31일이면 폐점이 되는 세이부백화점을 한 달 동안 매일 하교하고 가기로 결심하고 실제로 간다. 폐점까지 한 달 남은 백화점 생중계에 매일 찍히러 야구복을 입고 등장하기 위하여. 폐점하는 마지막 날에는 나루세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셔서 부고를 들었는데도 가족들의 양해를 구해 먼저 도착한 시마자키와 만난다. 내가 볼 때는 나루세는 한다면 하는 당찬 소녀 같다. 자기가 세운 계획이나 원하는 것을 위해 누구 눈치 보지 않고 쭉 밀어붙이는 성격이 참 추진력 있다. 어떻게 보면 독불장군 같겠지만.

그리고, 나루세의 성격 중 하나는 일단 말을 해서 씨를 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목표를 크게 잡고 자신이 세운 목표를 선언하고 시작한다.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침울해하지 않는 명랑한 나루세이다.

그리고, 나루세와 시마자키는 학교를 다니며 개그의 정점인 M-1 만담 대회를 나가기도 한다. 나가기 전에 평범하여 무대 공포증이 있는 시마자키를 설득해 학교 축제에도 신청한다. 시마자키는 나루세가 할머니가 되어서도 제제카라를 하고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며 유쾌한 추억을 남긴다. 이 둘 사이의 관계도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상상하게 만드는 재미있는 요소다. 그리고, 이 소설은 15살 여중생과 단짝인 친구가 처음에 등장하여 마치 하이틴 소설 같은 느낌이 드는 분위기다.

세 번째 챕터에서는 세이부백화점과 추억이 있는 오쓰시 반바 초등 동창생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초등학교 동창 사이였던 요시미네 마사루(다쿠로: 트위터에서 사용하는 가명)가 사사즈카 다쿠로를 찾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마사루가 게이타 덕분에 다쿠로를 만나고 폐점이 되는 백화점을 계기로 추억을 곱씹게 되고 사라지는 백화점을 생각하면서 마치 진짜 졸업식인 마냥 느껴지는 감정을 공감했다.

'코로나 시대'에 쓰인 소설답게 마스크를 쓰고도 개의치 않고 행동하는 모습들이 유쾌하다. 둘 사이의 우정도 그려지고 이 괴짜 같은 마루세를 좋아하는 남학생도 등장한다. 그리고, 엉뚱한 행동, 튀는 행동을 하는 나루세를 묵묵히 바라봐 주는 엄마의 모습도 나온다. 나루세를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소설 속 세계가 있어 가능한 스토리이다. 나는 처음에 '고립'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 민감해져서 또 아웃사이더의 이야기이고 왕따를 당하는 이야기가 나오면 어쩌나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나루세의 발칙한 소망 200살까지 살거라는 말이 이루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의학이 발달해서 100세 시대까지 꿈꾸는 요즘의 사람들을 바라보면 그것이 전혀 엉뚱하거나 괴짜스러운 소망이 아닐 수도 있겠다 싶다. 소설 속 유쾌한 마루세를 만나면 잠시 학창 시절의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고 지금 나의 현실에서 살짝 벗어난 이야기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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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귄, 항해하는 글쓰기 - 망망대해를 헤매는 고독한 작가를 위한, 르 귄의 글쓰기 워크숍
어슐러 K. 르 귄 지음, 김보은 옮김 / 비아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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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어슐러 K. 르 귄

1929.10.21.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났다. SF와 환상세계를 넘나들며 관습을 뒤흔들고 경계를 깨는 작품을 다수 집필했다. 대표작 '어스시 시리즈'는 <반지의 제와>, <나니아 연대기>와 함께 세계 3대 판타지 소설로 꼽힌다. 네뷸러 상과 휴고상을 각각 6회, 8회 수상하고, 미국. SF 판타지 작가 협회의 '그랜드 마스터'로 선정되는 등 명실상부 SF 소설의 거장이라 할 수 있다. 2018년 1.22. 향년 8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차례 : 글의 소리, 구두법과 문법, 문장 길이와 복합문, 반복, 형용사와 부사, 동사: 인칭과 시제, 시점과 목소리, 시점 바꾸기, 간접적인 스토리텔링, 메우기와 건너뛰기

이 책은 스토리텔러를 위한 안내서다. 저자의 처음 책의 구성은 1996년에 '항해하는 글쓰기'라는 워크숍으로 구두법, 문장 길이, 문법 등에 대해 초점을 두고 14명의 작가에게 5일간 진행한 내용이었다. 이 책은 작가 혹은 소그룹을 위한 토론 주제들과 연습 문제들을 실은 안내서이다. 이 책의 초판은 1998년에 발간되었고 개정판은 완전히 다르게 수정되어 나왔다. 이 책은 2015년에 나온 <Steering the Craft>의 개정판을 번역한 것이다. 개정판도 초판과 마찬가지로 서사 산문 작가를 위한 책이며 서사 산문의 기본 요소들에 관해 생각하고 토론하고 연습할 거리를 담고 있다. 글의 소리(구두법, 구문, 문장, 동사, 형용사)부터 목소리와 시점(직접적인 서술과 간접적인 서술), 글에 무엇을 포함하고 뺄 것인가에 관한 문제까지, 각 챕터에는 주제에 관해 토론할 거리와 훌륭한 작가들의 예시문, 연습이 포함되어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예시로 나와 있는 글 중에 국내에 출간된 책이 있는 경우 본문에 나와 있다.

이 책은 저자의 글쓰기에 관한 철학이나 감상 등을 담고 있지 않고 이미 글을 쓰고 있는 작가나 작가 지망생들이 습작을 통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안내한 책이다. 또한, 이 책에서 영어를 쓰는 영어권 저자가 언어의 소리나 문법에 관해 설명한 부분이 있는데 한국어를 쓰는 독자가 이해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언어의 문법이 중요하고 정확한 문법과 명확한 언어로 글쓰기를 해야 함을 이 책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글의 소리도 영어이어서 잘 와닿지 않는 부분도 있었으나 한국어의 글맛을 가진 요즘 읽은 책들을 떠올리며 읽으니 어렴풋이 이해가 되었다.


인상 깊었던 초반 부분


첫 부분부터 글을 쓰는 창작 작업은 음악을 만드는 일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의 첫 문장 "언어는 모두 소리에서 출발한다." , "글의 의미와 아름다움은 소리와 리듬에 좌우된다"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인상적이었다. 특히 운문뿐만 아니라 산문에서도 소리와 리듬에 좌우된다고 하는 부분에서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언어의 소리를 언급하는 초반부터 글쓰기인데 왠지 모를 습작의 기본부터 철저하게 짚고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아이들이 의성어에 관심을 가지는 현상, 작가들이 언어의 소리에 관심을 가지는 것 자체가 소실되어서는 안되는 재능이라고 언급하는 부분이 마치 천재성이나 창의성은 어릴 때부터 느껴지는 감각을 훼손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서 동감했다. 글쓰기를 비롯해 음악 창작, 그림 그리기 등 모든 예술 활동이 감각에 예민해야 함을 필수적인 요소 같다. 또 작가는 잘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져야 함을 이야기하는데 글을 읽고 안 좋은 평을 듣는다는 것은 글의 소리가 잘못되었음을 말한다고 한다. 생생하거나 정돈되어 있거나 유려하거나 강인하거나 아름답다는 평가는 글의 소리가 탁월하다는 뜻이며 읽을 때 내적 심상이 그렇게 형성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다양한 글을 읽을 때 언어의 감각이 살아있는 글은 확 느껴지는 것 같다. 소재가 자극적인 것이 아니라 글맛이 있다. 신선하고 생동감 있고 확 꽂히는 문장의 맛.

또한 다음 문장을 이끄는 기대하게 만드는 흡인력 있는 글이 있다. 이야기의 진행과 속도, 리듬이 있다. 글을 잘 쓰려면 자기 글의 리듬을 느끼고 통제해야 한다고 한다. 즉, 글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함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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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춘문예 당선시집
맹재범 외 지음 / 문학마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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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핸드백에 쏙 들어가는 시집이다. 이동 중에 읽으니 잠깐의 오아시스다. 시 한편 읽고 날씨 좋은 날 푸른 한강을 바라보니 마음도 탁 트인다.

올해도 각 신문사 주최 시 부문 당선자들이 나왔다. 쭉 훑어보니 강지수, 한백양 시인은 두 곳의 신문사에서 당선작을 내놓았다.

시인들의 약력을 살펴보니 어떤 이는 98년생도 있고 어떤 이는 60년대 생도 있고 참 다양하다. 시를 쓴다는 것은 굉장히 막연한 일 같이 느껴진다. 그런데 그런 시를 쓰는 시인이라니. 시집에 있는 시를 한 편씩 읽으면서 의미를 생각해 본다. 내가 이해력이 부족한지 시를 읽고 나서도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가 안 가는 시도 있다. 그럴 때 이 시집은 심사평이 있어서 시에 문외한이라도 시 해석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의미를 모르는 알쏭달쏭 시는 함축적이니까 내 맘대로 풀어서 생각했다가 뜻밖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허용하면 시인이 정작 무엇을 의도하고 말하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이런 시집은 내 상상력을 갖고 시를 읽는 것보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려고 노력한다.

2023년 한 해 동안 응모한 시 내용이 삶의 힘듦이 들어있는 시가 많았고 특히 젊은이들은 취직을 소재로 한 시도 있다. 문화일보 당선작인 강지수 시인의 '면접 스터디'라는 시도 인상적이었다. 이런 것도 시를 쓸 수 있구나. 신선했고 그룹 스터디를 했던 기억도 새록새록 기억이 나면서 장면이 생각났다. 경향신문의 심사평에서는 기후 위기와 포스트 휴먼의 감각을 드러내는 시는 작년에 이어 강세를 보였다고 한다. 전세사기나 택배 노동, 청년 문제 등을 다룬 시의 출현은 현실의 고단함이 시의 동력이 되어 준다고 말한다. 시대를 반영한 시를 보면서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느낄 수 있다.

장문의 서사보다 임팩트 시 한 편으로 삶에 환기가 된다면 시집을 읽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꽁꽁 싸매진 시 속에서 발견하는 동질의 느낌. 나는 김유수란 젊은이가 쓴 <take>란 시에서 랩처럼 뱉어내는 시어의 느낌을 받았다. 직설처럼 뱉으면서도 운율이 느껴지는.

요즘 시인의 싱싱한 작품들을 만나보고 싶다면 신춘문예 당선시집이 제격이다. 어떤 시가 뽑히는 시인지 궁금하다면 읽어보고 시도 좋은 시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며 참고로 하면 좋을 시집이다.

시를 보는 안목을 넓히고 시집을 고르는 기준도 생기리라 생각된다.

이 책 뒷편에 시조로 등단한 작가의 시조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시조하면 초, 중,종장의 구조의 시조가 생각났는데 시조의 형식미를 느끼며 현대 시조를 살펴 볼 수 있어 좋았다.

take 김유수

시조 어시장을 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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