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핸드백에 쏙 들어가는 시집이다. 이동 중에 읽으니 잠깐의 오아시스다. 시 한편 읽고 날씨 좋은 날 푸른 한강을 바라보니 마음도 탁 트인다.
올해도 각 신문사 주최 시 부문 당선자들이 나왔다. 쭉 훑어보니 강지수, 한백양 시인은 두 곳의 신문사에서 당선작을 내놓았다.
시인들의 약력을 살펴보니 어떤 이는 98년생도 있고 어떤 이는 60년대 생도 있고 참 다양하다. 시를 쓴다는 것은 굉장히 막연한 일 같이 느껴진다. 그런데 그런 시를 쓰는 시인이라니. 시집에 있는 시를 한 편씩 읽으면서 의미를 생각해 본다. 내가 이해력이 부족한지 시를 읽고 나서도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가 안 가는 시도 있다. 그럴 때 이 시집은 심사평이 있어서 시에 문외한이라도 시 해석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의미를 모르는 알쏭달쏭 시는 함축적이니까 내 맘대로 풀어서 생각했다가 뜻밖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허용하면 시인이 정작 무엇을 의도하고 말하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이런 시집은 내 상상력을 갖고 시를 읽는 것보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려고 노력한다.
2023년 한 해 동안 응모한 시 내용이 삶의 힘듦이 들어있는 시가 많았고 특히 젊은이들은 취직을 소재로 한 시도 있다. 문화일보 당선작인 강지수 시인의 '면접 스터디'라는 시도 인상적이었다. 이런 것도 시를 쓸 수 있구나. 신선했고 그룹 스터디를 했던 기억도 새록새록 기억이 나면서 장면이 생각났다. 경향신문의 심사평에서는 기후 위기와 포스트 휴먼의 감각을 드러내는 시는 작년에 이어 강세를 보였다고 한다. 전세사기나 택배 노동, 청년 문제 등을 다룬 시의 출현은 현실의 고단함이 시의 동력이 되어 준다고 말한다. 시대를 반영한 시를 보면서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느낄 수 있다.
장문의 서사보다 임팩트 시 한 편으로 삶에 환기가 된다면 시집을 읽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꽁꽁 싸매진 시 속에서 발견하는 동질의 느낌. 나는 김유수란 젊은이가 쓴 <take>란 시에서 랩처럼 뱉어내는 시어의 느낌을 받았다. 직설처럼 뱉으면서도 운율이 느껴지는.
요즘 시인의 싱싱한 작품들을 만나보고 싶다면 신춘문예 당선시집이 제격이다. 어떤 시가 뽑히는 시인지 궁금하다면 읽어보고 시도 좋은 시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며 참고로 하면 좋을 시집이다.
시를 보는 안목을 넓히고 시집을 고르는 기준도 생기리라 생각된다.
이 책 뒷편에 시조로 등단한 작가의 시조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시조하면 초, 중,종장의 구조의 시조가 생각났는데 시조의 형식미를 느끼며 현대 시조를 살펴 볼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