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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 지브리 음악감독과 뇌과학자의 이토록 감각적인 대화
히사이시 조.요로 다케시 저자, 이정미 역자 / 현익출판 / 2023년 11월
평점 :

공저 : 히사이시 조, 요로 다케시

목차

이 책의 구성은 히사이시와 요로의 대화이다. 음악에 관련된 주제마다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서로 나누는 대담 형식이다.
첫 장의 주제는 '명곡은 뇌를 방해하지 않는다'인데 히사이시가 요로에게 클래식 음악을 듣냐고 물으면 요로는 작업할 때 배경음악으로 틀어놓는다고 한다. 강하게 호소하는 음악보다 작업에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가사가 없는 곡을 위주로 듣는다고 말한다. 뇌의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 음악을 듣는다고 한다. 여기에서 히사이시조는 뇌에 방해가 되지 않는 음악을 작곡하는 것을 지향한다고 했는데 히사이시조의 음악이 bgm으로 들었을 때도 부담이 없지만, 영상과 함께 할 때 더 시너지가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 잔잔하고 큰 다이내믹으로 눈길을 끄는 음악이 아니라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을 만드는 것에 동의한다. 그렇지만 그의 음악은 뇌에 자극은 있다. 주의 깊게 듣게 만들고 다른 음악보다 돋보이는 멜로디 라인이 있다. 히사이시 조만의 감성이 있어서 들을 때마다 특정 감성을 느끼곤 한다.
'뇌는 영상보다 음악을 먼저 느낀다'편은 청각정보가 시각 정보보다 빨리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 히사이시조는 영화음악을 만들 때 1초에 24프레임으로 이루어진 영상 안에 각 프레임을 고려해서 영상에 음악을 맞춰 나가는 작업인 것을 설명한다. 아주 섬세한 작업이고 소리가 영상보다 먼저 들리는 현상 때문에 3-5프레임 정도를 늦춰서 음악을 넣는다고 한다. 역시 시간예술답게 초 단위를 쪼개서 영상에 음악 작업을 한다고 하니 대단히 치밀한 계산과 음악적 논리가 필요한 작업임을 느낀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눈과 귀의 별개의 기능을 가진 기관을 전부 통합하여 정보를 받아들인다. 눈은 눈대로 기능을 하고 귀는 귀의 역할을 하면서 서로 다른 정보를 포착하고 결합하는 능력으로 음악과 영상의 시간차까지 생각하며 작업하는 것이다.
소리와 장면이 살짝 어긋남을 이용해 묘한 장면이나 세뇌하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고 말하는 뇌과학자 요로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음악이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시각과 청각은 별개로 받아들이지만 그 통합은 뇌가한다는 것. 음악이 시각 정보와 다른 것은 시간예술이라는 점. 눈은 시간이 아닌 공간을 전제로 하고 청각은 공간이 없고 시간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 음악의 특징을 잘 말해주는 것 같다.
데카르트 좌표는 시각적 좌표이고, 극좌표는 거리와 각도밖에 없다. 그래서 소리를 공간감으로 느끼는 화가들은 청각 정보를 받아들여 시각 정보로 표현한다. 칸딘스키 같은 예술가는 다감각 능력자들이어서 들리는 것을 보이는 정보로 기가 막히게 바꿔논다. 그것도 뇌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니 흥미롭다.
요즘 뇌과학에 관심이 있다 보니 우리 인간의 대부분의 역할을 뇌가 지시하고 컨트롤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정말 뇌가 중요함을 새삼 느낀다. 뇌에 이상이 있어서 생기는 질병, 특히 알츠하이머나 뇌졸증같은 질환을 얻어 자신을 인식하고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 뇌가 망가지면 음악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까? 최근에 본 영상 클립에서 청각장애인의 음악 감상법이 인상 깊었는데 소리는 진동이고 울림이며 악보를 보거나 가사를 보거나 진동을 느끼며 음악을 감상한다고 한다. 청각을 잃은 상태와 뇌의 기능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않을 때 음악은 어떻게 전달되는지 뇌과학 측면에서 궁금하다.
이 책은 계속 끊이지 않고 주제가 잘 연결이 되면서 흥미롭게 이야기를 계속 진행한다.
감각과 멀어지게 하는 시험 위주의 교육과 현대 문화에 깊이 공감한다.
니체는 직접 피아노도 치고 작곡도 한 사람이며 니체의 책을 읽다가 잘 이해가 안 되면 음악에 빗대어 생각하는 히사이시조의 말이 이해가 된다. 음악도 언어이기 때문에.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음악을 듣는 이유, 음악에 관한 뇌과학자의 입장이 대화로 표현된다. 예술, 창작,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찰의 내용을 읽다 보면 독자의 생각도 댓글이 달리는 것처럼 덧붙여짐을 느낄 것이다. 읽으면서 음악과 뇌과학의 연관성, 음악을 청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재미있었다.
음악과 뇌과학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 읽으면 좋은 책 같다.
음악을 만드는 입장과 음악을 받아들이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청자의 입장으로서의 대담이 꽤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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