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런 비슷한 스토리를 근래에 많이 접했다.
항상 화자는 20대의 젊은 여자였고, 고아였고(아님 부는 정신을 못 차리고 부재중이거나 모는 일찍 죽던지), 직장을 잃고, 믿었던 애인에게 배신을 당하고. 그리고, 자신의 마지막 보루인 엄마품 같은 정신적 안식처를 찾아 가면 그곳엔 화자를 환대하는 어른이 있고 그 안에서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같이 음식을 만들고 같이 음식을 먹고, 서로의 안부와 안위를 챙겨주는 돌봄과 위로를 경험하고 주인공 화자는 쓰러가는 자신을 일으켜세우며 다시 살아갈 용기를 갖게 되고 다시 자신의 터전, 혹은 자신의 일상으로 안착한다는 이야기.
이 소설은 25살의 에밀리가 15년 간이나 만난 적 없는 외할아버지집에 가는 것부터 시작된다.
(요즘 소설은 당췌 다 모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친가는 없다. 그냥 부와 똑같이 잊혀진 한쪽이고, 그리워하고 찾는 쪽은 엄마 쪽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사회를 반영한 스토리 설정인가. 정서는 아직도 엄마가 담당하는 플롯인가..) 에밀리의 아빠는 다정했지만 에밀리가 열 살 때 엄마와 이혼 후 집을 나갔고 엄마는 정성스럽게 딸의 머리를 묶어주는 스타일이 아닌 육아보다 남자 사귀는 데 열중인 엄마가 있다. 현재 엄마는 스낵바에서 일하고 도심에서 한 시간 떨어진 배드타운에서 연하의 남자친구와 살고 있다. 그런 엄마가 싫어 미국으로 유학간 오빠가 있다. 아빠는 새로운 가족을 꾸려 네 식구가 행복하게 살고 있는 듯했다.
친조부모는 이미 돌아가셨다. 그래서, 에밀리는 외조부의 해안가 집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화자 에멜리는 그런 자신의 가정을 비뚤어진 가정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연애 형태도 매번 비뚤어졌다라고 말한다. 매번 아빠뻘 되는 남성에게 마음이 갔고 자신을 고양이처럼 계속 쓰다듬어주는 그런 사람에게 반해버렸다고 말한다. 그런 성숙한 남자에게 몸도 마음도 기대고 싶고 그럴 때 자신의 존재를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전형적인 이야기이긴 하다. 꼭 이혼한 가정은 결핍을 상징하고, 그런 주인공이 아빠의 사랑을 느끼는 아빠뻘 되는 남성과 사랑에 빠지는데 그런 아빠뻘 되는 남성은 유부남이거나 금지된 사랑의 범주의 남성인 설정)
상처는 대물림되는 것인가? (소설은 항상 그런 스토리를 많이 사용하는 듯) : 에밀리의 엄마도 열 살 때 엄마를 여의었다. 에밀리도 일하는 엄마(부재중)를 대신해 쓸쓸한 식사를 혼자 챙겨먹는다. 외로움을 느끼는 포인트.
"미안하구나, 에밀리, 많이 외로웠지?" - 347쪽 - 외할아버지는 그런 에밀리에게 정서적 수용을 붙인 공감하는 말을 건낸다.
조금 비슷하지만 다른 색깔로 다른 에피소드로 채워진 이 책도 그런 감성이다.
이 소설은 적실한 단어를 써서 소설 읽는 맛이 있다. 문장에 담겨진 묘사가 잘 그려지고 찾아보고 싶은 단어가 눈에 띈다.
책 읽을 때 각장 앞 부분 사진에 나오는 것들을 글 속에서 찾아보는 것도 재미다. 보물찾기 하듯. 왜 저 사진이 있지? 하면서 염두해 두고 읽어보시길. 또 다른 재미.
읽는 내내 낚시하는 장면, 음식하는 할아버지와 에밀리를 떠올리며 흐뭇하기도 하고 일상의 대화를 이어나가는 저 둘의 관계나 모습, 시간이 귀하다고 생각했다.
소설은 또 다른 판타지다. 이런 소설을 읽으면 내 안의 따뜻한 것들이. 내 안의 젊은 시절이 떠오른다.
소설처럼 우리 삶도 실의에 빠졌을 때, 혹은 절망과 죽고 싶은 마음이 나를 엄습할 때 기댈 수 있는 한 명의 사람만 있어도 삶의 불씨가 꺼지지 않을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젊은이에게 어떤 부모,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 깊게 생각해본다.
정성스런 식탁으로 타인을 감동시키는 것. 정성이 들어간 모든 것이 그립다. 일방적인 정성이 아닌, 함께 뭔가를 정성 들여 하는 것. 그것이 삶의 애착을 불러오는 일종의 의식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같이 낚시를 하고,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고 그 음식 안에서 오가는 대화들. 음식을 먹는 행위는 많은 의미를 가지는 것 같다.
상처 혹은 결핍 없는 사람 없다고 생각하나, 상처로 인해 아파하고 힘들어하면 조금 상처 입은 사람이 그 상처 알아차려주고 보듬어주면 아름답지 않을까?
에밀리와 무뚝뚝하지만 상대를 배려해주는 할아버지의 관계에서 따뜻함과 인간미를 느낀다.
그냥 물끄러미 바라봐주는 것. 그냥 내버려두는 것. 적당한 거리감으로 큰 바운더리 안에서 지켜봐주는 것. 그게 필요한 것 같다.
할아버지를 통해 살아갈 영양분을 잔뜩 공급받고(음식, 정서적 허기 채움)다시 살아가는 에밀리를 생각하니 웃음이 지어진다.
이 책은, 드라마나 영화로도 재창조되어도 될 것 같은 스토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