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의 작은 부엌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문기업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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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앞표지

책 표지에 대한 느낌: 앞치마를 두른 백발의 남성과 단발의 젊은 여성이 뒷모습을 보이며 나란히 싱크대 앞에 서서 요리를 하거나 음식을 다듬거나 설겆이를 하거나. 여하튼 같이, 함께 부엌일을 하고 있다. 환풍기, 후라이팬, 저울 같은 아기자기 소품이 그림에 있는 것만 봐도 왠지 일본 특유의 감성이 느껴져서 읽기 전부터 기대가 되는 그림이다. 뒷모습에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책장을 펼쳐보길.

책 제목에 대한 넘겨짚음: 제목만 봐서는 할아버지와 요리를 하며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는 이야기? 에밀리의 곁을 지켜준 할아버지와의 시간. 다시 살아갈 힘을 준다는 이야기.

최근에 본 달가림 뮤지컬도 생각나고.

저자 소개 : 모리사와 아키오

와세다 대 졸업. <무지개 곶의 찻집>을 쓴 작가.



차례 : 6개의 장마다 음식이 나오고 이야기가 펼쳐진다.



등장 인물 성격

에밀리: 고양이처럼 고독을 즐기는 25살의 여자.? no! 겁쟁이 개. 낯가리며 상대의 안색을 살피는 여자. 친하면 한없이 상대의 말을 잘 따름. 손해를 보는 쪽. 마음 편히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어 주기를 바라는 여자. 어리석고 둔한 여자. 고양이가 되고 싶은 여자.

다이조 씨(에밀리의 할아버지): 매일 산책을 하고, 낚시를 하고, 책을 읽고, 풍경을 만들고, 그리고 누군가에게서 받은 음식 재료를 아주 맛있게 조리하고, 그 음식을 조용히 맛보는 생활을 계속해왔다. -161쪽

마이코 씨(에밀리의 엄마): 밝히는 가난한 싱글맘(책의 표현을 빌렸다.)

책 내용 그리고 느낀 점

아. 이런 비슷한 스토리를 근래에 많이 접했다.

항상 화자는 20대의 젊은 여자였고, 고아였고(아님 부는 정신을 못 차리고 부재중이거나 모는 일찍 죽던지), 직장을 잃고, 믿었던 애인에게 배신을 당하고. 그리고, 자신의 마지막 보루인 엄마품 같은 정신적 안식처를 찾아 가면 그곳엔 화자를 환대하는 어른이 있고 그 안에서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같이 음식을 만들고 같이 음식을 먹고, 서로의 안부와 안위를 챙겨주는 돌봄과 위로를 경험하고 주인공 화자는 쓰러가는 자신을 일으켜세우며 다시 살아갈 용기를 갖게 되고 다시 자신의 터전, 혹은 자신의 일상으로 안착한다는 이야기.

이 소설은 25살의 에밀리가 15년 간이나 만난 적 없는 외할아버지집에 가는 것부터 시작된다.

(요즘 소설은 당췌 다 모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친가는 없다. 그냥 부와 똑같이 잊혀진 한쪽이고, 그리워하고 찾는 쪽은 엄마 쪽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사회를 반영한 스토리 설정인가. 정서는 아직도 엄마가 담당하는 플롯인가..) 에밀리의 아빠는 다정했지만 에밀리가 열 살 때 엄마와 이혼 후 집을 나갔고 엄마는 정성스럽게 딸의 머리를 묶어주는 스타일이 아닌 육아보다 남자 사귀는 데 열중인 엄마가 있다. 현재 엄마는 스낵바에서 일하고 도심에서 한 시간 떨어진 배드타운에서 연하의 남자친구와 살고 있다. 그런 엄마가 싫어 미국으로 유학간 오빠가 있다. 아빠는 새로운 가족을 꾸려 네 식구가 행복하게 살고 있는 듯했다.

친조부모는 이미 돌아가셨다. 그래서, 에밀리는 외조부의 해안가 집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화자 에멜리는 그런 자신의 가정을 비뚤어진 가정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연애 형태도 매번 비뚤어졌다라고 말한다. 매번 아빠뻘 되는 남성에게 마음이 갔고 자신을 고양이처럼 계속 쓰다듬어주는 그런 사람에게 반해버렸다고 말한다. 그런 성숙한 남자에게 몸도 마음도 기대고 싶고 그럴 때 자신의 존재를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전형적인 이야기이긴 하다. 꼭 이혼한 가정은 결핍을 상징하고, 그런 주인공이 아빠의 사랑을 느끼는 아빠뻘 되는 남성과 사랑에 빠지는데 그런 아빠뻘 되는 남성은 유부남이거나 금지된 사랑의 범주의 남성인 설정)

상처는 대물림되는 것인가? (소설은 항상 그런 스토리를 많이 사용하는 듯) : 에밀리의 엄마도 열 살 때 엄마를 여의었다. 에밀리도 일하는 엄마(부재중)를 대신해 쓸쓸한 식사를 혼자 챙겨먹는다. 외로움을 느끼는 포인트.

"미안하구나, 에밀리, 많이 외로웠지?" - 347쪽 - 외할아버지는 그런 에밀리에게 정서적 수용을 붙인 공감하는 말을 건낸다.

조금 비슷하지만 다른 색깔로 다른 에피소드로 채워진 이 책도 그런 감성이다.

이 소설은 적실한 단어를 써서 소설 읽는 맛이 있다. 문장에 담겨진 묘사가 잘 그려지고 찾아보고 싶은 단어가 눈에 띈다.

책 읽을 때 각장 앞 부분 사진에 나오는 것들을 글 속에서 찾아보는 것도 재미다. 보물찾기 하듯. 왜 저 사진이 있지? 하면서 염두해 두고 읽어보시길. 또 다른 재미.

읽는 내내 낚시하는 장면, 음식하는 할아버지와 에밀리를 떠올리며 흐뭇하기도 하고 일상의 대화를 이어나가는 저 둘의 관계나 모습, 시간이 귀하다고 생각했다.

소설은 또 다른 판타지다. 이런 소설을 읽으면 내 안의 따뜻한 것들이. 내 안의 젊은 시절이 떠오른다.

소설처럼 우리 삶도 실의에 빠졌을 때, 혹은 절망과 죽고 싶은 마음이 나를 엄습할 때 기댈 수 있는 한 명의 사람만 있어도 삶의 불씨가 꺼지지 않을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젊은이에게 어떤 부모,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 깊게 생각해본다.

정성스런 식탁으로 타인을 감동시키는 것. 정성이 들어간 모든 것이 그립다. 일방적인 정성이 아닌, 함께 뭔가를 정성 들여 하는 것. 그것이 삶의 애착을 불러오는 일종의 의식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같이 낚시를 하고,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고 그 음식 안에서 오가는 대화들. 음식을 먹는 행위는 많은 의미를 가지는 것 같다.

상처 혹은 결핍 없는 사람 없다고 생각하나, 상처로 인해 아파하고 힘들어하면 조금 상처 입은 사람이 그 상처 알아차려주고 보듬어주면 아름답지 않을까?

에밀리와 무뚝뚝하지만 상대를 배려해주는 할아버지의 관계에서 따뜻함과 인간미를 느낀다.

그냥 물끄러미 바라봐주는 것. 그냥 내버려두는 것. 적당한 거리감으로 큰 바운더리 안에서 지켜봐주는 것. 그게 필요한 것 같다.

할아버지를 통해 살아갈 영양분을 잔뜩 공급받고(음식, 정서적 허기 채움)다시 살아가는 에밀리를 생각하니 웃음이 지어진다.

이 책은, 드라마나 영화로도 재창조되어도 될 것 같은 스토리이다.

각 장의 포토 : 이런 단수의 흑백 소품을 볼 때 마음이 고요해짐을 느낀다. 책의 표정을 느낄 수 있어 좋다.


페이지를 넘기며 맛보기 텍스트



무기 : 강점, 자신감, 자존감, 용기, 긍정 정서, 배포, 담대함. 회복탄력성, 유연한 자기 긍정, 장점, 삶의 균형감각, 오뚜기같은 뚝심, 시련을 겪을 때 이겨내는 힘. 등


인생 경험이 무기가 된다.

단어의 앞뒤 통일성. 무기의 의미 부여. 읽어 보며 상징성 살펴보기.

에밀리의 무기가 된 작은 부엌칼..


문장 채집기

녹색 맛이 나

물론 그런 맛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애절할 만큼 달았다.

18쪽

하. 색깔의 맛. 표현 좋다. 맛에도 감정이 있구나. 나만 느끼는 게 아니였어.

파란색과 노란색이 섞인 초콜릿 맛이 남아 있었는데, 그것이 신기하게도 나의 죄책감을 더 크게 만들었다.

20쪽.

미각과 색깔과 죄책감이란 정서. 묘하게 잘 어울리는 묘사.

태양빛을 나누면 무지개 일곱 빛깔이 되거든.그러니까 나누었던 일곱 빛깔을 다시 섞으면,또 원래대로 투명한 빛이 되는 거지

23쪽

색을 다 섞으면 검은색이 아니라 빛이 된다고 설명해주는 행복한 아빠. 멋지다. 생각을 저렇게 하는구나. 행복 회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빛으로. 검은 어둠이 아닌.

푸른 바다, 푸른 하늘, 푸른 바람 - 90쪽 - 감수성 돋는 문장과 단어들로 인해 나는 상상을 무한히 해서 좋았다.

할아버지와 같이 만든 요리는 마음에 스며들 정도로 맛있었따. - 106쪽

나는 파인애플 색 공기를 천천히 들이쉰 뒤, 한숨을 내쉬었다. - 129쪽

나는 오늘 밤도 한숨이 절로 나올 만큼 맛있는 요리를 먹고, 위장에서부터 서서히 온몸으로 퍼지는 만족감에 마음의 위로를 얻었다. - 136쪽

행복해지는 것보다는 만족하는 것이 중요한 거다 - 141쪽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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