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다. 그런데 감정 자체에 대한 책이 아니고 감정을 어떻게 다루고, 감정으로 파생된 일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 주였던 것 같다. 그래서, 감정의 본질 그 자체에 대한 사유는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은 감정은 도대체 무엇이고, 감정의 역사도 있는데 그 감정의 역사를 철학적, 인류학, 생명 과학, 사회 구성주의, 보편주의적인 입장에서 다각도로 살펴보고 세세히 열거해 준다. 책에 쓰인 말 자체가 가볍지 않아서 읽는 내내 어려웠고 한 번에 이해가 안 가는 문장이 많았다. 저자가 독일어로 쓴 책을 영어로 옮겼고, 영어 번역본을 또 한국어로 옮겼으니 의미 자체가 단박에 알아들을 수 있는 문장이 많이 없었다. 학술서라 딱딱했고 전문적인 용어나 개념들이 많이 나와서 쉽게 읽어지지 않았다. 내용 자체도 방대했다. 대립적인 학문(?)을 감정이란 주제에 포섭되게 정리한다고 다양한 전문 용어가 등장했다. 크게 본다면 현대 신경과학과 감정 연구, 역사적 사건에서의 감정 연구였는데 이 두 학문이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이질적이라 읽었지만 잘 정리는 안 되었다. 하지만, 다양한 느낌과 감정 표현 방식 사례를 읽으면서 왜 같은 감정도 민족이나 다른 시대, 문화에서 다르게 표현되고, 같은 표현인데도 어떤 감정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며 또 어떤 감정은 사람들이 수용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내용에 대한 이해가 흥미로웠다.
역사 속에 담긴 감정 사건들을 보면서 역사, 인류학, 심리학, 생명과학 등 다양한 학문으로 해석되고 총합되는 것이 신기했다. 감정을 설명할 때 이렇게 많은 학문의 시각으로 보고, 감정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메타인지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메타 감정은 이 책을 통해 처음 보았다. 우리의 개인적 감정이 개인의 작용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역사,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과 상호작용하고 진화론적인 입장에서도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 새로운 시각이었다.
감정은 다양한 세계가 함축되어 우리 마음에 담겨 있다가 밖으로 영향력을 미치게 될 때 감정이라 이름 붙여지고 감정이라는 것은 묻히지 않고 움직이며 파급력이 크다고 한다. 감정의 감정에 대한 역사 담론을 읽으면서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도 결국에는 역사, 사회, 문화, 과학, 심리학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고려되고 다르게 읽힐 수 있음을 알았다. 감정을 알아차리고, 감정을 재발견하며, 감정을 규정짓는 것도 결국 사회, 역사, 문화적 맥락 안에서 해석되고 통용되고 발전해가며 학습되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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