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조명 다르게 보기 - 조명디자이너의 도시 관찰기, 2023 경기도 우수출판물 제작지원 선정작
백지혜 지음 / 아트로드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앞표지 : 도시 조명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비추는가?

저자 : 백지혜. 조명 디자이너

저녁 시간에 카페에 들렀다. 물론 읽을 책을 한 아름 가방에 챙기고. 마침 내가 좋아하는 자리에 누군가가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출입문 바로 옆 창가 자리. 전면 유리로 되어 있어 바깥 풍경을 맘껏 볼 수 있는 자리. 자리에 앉아 한숨 돌리고 바깥 풍경을 바라본다. 나름 번화가라 그런지 유동 인구가 많다. 어스름한 저녁 풍경에 더불어 반짝이는 네온사인, 간판, 신호등의 불빛,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가로등. 한낮처럼 밝은 거리다. 저녁을 최대한 지연시키려는 불빛들이 바쁜 현대인의 저녁 시간까지 차지하려는 듯 쨍한 불빛을 만들어 낮처럼 인공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시간을 더 길게 쓰라고 빛들이 재촉하는 것 같아 반갑지만은 않다.

이 책의 겉표지는 유광의 재질이다. 빛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빛을 맞받아친다. 그래서, 눈이 조금 아프다.

저녁에 불빛을 보면 각자의 사연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거리를 비추는 가로등은 어둠을 뚫고 길을 가고자 하는 이들의 길잡이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도심의 상가에서 비추는 형형색색 다양한 조명은 어둠 속의 도시에서 잠깐 머물다 가라고 손짓한다. 주택가의 조명은 한낮의 밝음에서 한 꺼풀 덮은 안온하고 은은한 불빛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빛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목적에 맞게 알맞게 디자인하는 조명 디자이너의 일이 새삼 재미있게 느껴졌다. 야외의 조명, 실내의 조명, 조도 차이, 불빛의 시간, 빛의 색깔, 빛의 모양에 따라 사람들은 많은 것을 담아낸다.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다양한 빛으로 유한한 낮의 시간을 연장시킨다. 빛의 아름다움은 어둠이 있어야 가능한 것처럼, 우리의 삶도 빛을 느끼려면 어둠이 무엇인지 느껴야 밝음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어둠 속에서도 빛이 필요한 순간. 어떤 상황에, 어떤 장소에, 어떤 빛을 원하는지에 초점을 준 조명 디자이너의 일과 그 시각. 보이는 것에 오롯이 감각을 맞춰야 그 조명의 적합성도 잘 디자인될 것 같다. 다른 디자이너들도 본시 시각적인 것이 제일 중요한 요소겠지만 조명 디자이너야말로 자기 눈에 들어오는 빛의 느낌을 다각도로 볼 수 있는 원초적인 감각이 예민해야 잘 느끼고 디자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어두움 속에서 봤던 불빛들의 생김새를 다 떠올리게 되고 의미를 찾아보게 되는 것 같다.

작은 촛불의 조명부터 불꽃놀이의 조명까지 다양한 빛들의 여정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고 새삼 집안의 조명을 유심히 바라보고 조명을 바꾸고 싶단 생각을 하게 만든다.


댄 플래빈의 조명 작품. 이 작품은 꽤 유명한 작품이어서 여러 번 다른 책에서도 본 것 같다.








#도시조명다르게보기#백지혜#아트로드#컬처블룸#컬처블룸리뷰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