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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세계사 1 - 고대편
이세환 지음, 정기문 감수 / 일라시온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2000년대 군대에서 청춘을 보낸 사람들이라면 살인적인 월급을 기억할 것이다. 시급 10원. 일당 240원. 한 달 월급 7,200원. 한 달을 꼬박 일해서 햄버거 2세트를 사 먹을 수 있었고, 밖에서 2시간을 일하면 받는 돈을 겨우 받을 수 있었다. 월급을 받아서는 간식은커녕 휴지조차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그런데 군대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신문 국방일보는 연일 먹여주고 재워 주는데, 월급은 필요하지 않다는 기사를 쏟아 냈다. 잠도 재우지 않고, 월급도 적게 주는 군생활 만족도를 국방일보에서 조사했더니 무려 96%가 나왔다. 이쯤 되면 어디 4성 장군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국방일보 때문에 대한민국 언론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히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내가 지금은 국방TV를 구독하고 있다. 바로 토크멘터리 전쟁사 때문이다.
고속버스를 탈 때나, 또는 지하철을 장시간 탈 때 주로 보는 유튜브 채널이 바로 토크멘터리 전쟁사다. 취업 후에 다시 들어간 대학원에서 역사 쪽을 전공했고, 밀리터리 덕후라 이쪽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는데, 임용환 교수님과 이세환 기자님의 방송을 보면 항상 새롭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것들이 사실이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가 전국민적 항쟁이라고 자랑스럽게 배웠던 여몽항쟁은 지금은 몽골군이 왔을 때 고려 백성들이 오히려 만세를 불렀고, 고려의 백성을 위한 전쟁이 아니라 최씨 정권의 안정을 위한 전쟁이었는 사실도 함께 알고 있다. 이세환 기자의 밀리터리 세계사도 우리가 알았던 사실에 더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과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번에 출판한 책은 고대편이다. 살리마스 해전에서 페르시아의 대군을 막아냈고, 아테네와 그리스를 승리로 이끌었던 테미스토클레스의 최후가 어땠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그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으나, 모함과 시기로 그리스에서는 더 이상 살지 못하고 전후 적국 페르시아에서 남은 생을 보냈다. 이 책은 인류 역사를 뒤흔든 고대의 거대한 전투 11가지를 담고 있으며, 동서를 망라하고 있다. 그 속에서 전쟁사는 물론 뛰어난 영웅들의 이야기와 놀라운 무기 이야기도 이어진다. 내가 이 책을 처음 폈을 때 머리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전쟁에 대한 이세환 기자의 한 줄 평이다. 요즘 영화평도 전문가 비평보다는 네이버 한 줄 평을 더 많이 보지 않는가? 그리스-페르시아 전쟁은 그리스 촌놈들이 대제국 페르시아를 물리치다. 위촉오 삼국전쟁은 정사 삼국지를 토대로 재구성하는 삼국전쟁의 진실과 거짓이다. 이 한 줄 평만 봐도 저자가 다음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를 알 수 있다.
이 책이 다른 전쟁사 책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다. 교과서는 물론이고 전쟁사를 다룬 많은 책은 전쟁의 발생 배경과 흐름, 전개과정 등은 담고 있으나, 무기에 대해서는 잘 다루고 있지 않다. 특히 고대편으로 가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 책은 무기에 대해서도 함께 다루었다.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 게임을 할 때 자주 사용하는 정란, 발석차, 충차 등의 공성 무기는 물론 적벽대전 당시에 쓰인 뭉충 등의 전함과 제갈량이 만들었다는 목우, 제갈노 등을 이 책을 통해서 자세히 알아볼 수 있었다. 진수의 삼국지가 아닌 나관중의 삼국지는 소설이기에 시대상에 맞지 않는 무기와 실전에는 부적합한 무기를 마치 실제인 것처럼 다루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진실과 거짓에 다가갈 수 있었다.
코로나 사태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도대체 언제쯤이면, 자유롭게 해외도 다니고, 여행도 다닐 수 있을까? 집에서 보내는 시기에 이세환 기자의 밀리터리 세계사와 함께 새로운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