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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 삶과 죽음을 넘어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설영환 옮김 / 작가와비평 / 2020년 5월
평점 :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어린 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가 죽기 전인 5년(1939 ~ 1994년) 동안 쓴 편지를 모아서 『삶과 죽음을 넘어란 책』으로 출판되었다. 이 기간은 2차 대전 기간 중으로 내용은 전쟁에 빠진 인류의 이야기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 어린 왕자는 성인을 위한 아름다운 동화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는 전쟁에 빠진 인류에 대한 그의 사상과 철학을 볼 수 있었다.
세계는 전쟁으로 분열되고 있지만, 그는 전쟁 속에서 비슷한 이상을 나누며 단결하고 있는 인류의 모순을 발견한다. 히틀러를 중심으로 독일인들은 모이고 있으며, 그에게 열광하고 있다. 그를 위해서라면 많은 독일인은 기꺼이 목숨을 바칠 수 있다. 인류는 생명을 존중하고 있다. 질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리며, 생명을 위해서 봉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히틀러와 같은 선동적인 우상들은 독일, 이탈리아, 일본의 팽창을 위해서 죽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명을 요구한다. 인류는 한쪽에서는 생명을 살리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아름다운 일이라고 여기면서 생명을 말살하고 있다.
그렇다면 히틀러와 독일에 맞서는 것은 왜 옳은 일일까? 1억의 독일인들이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5억의 유럽인을 뭉쳐서 파멸하겠다면, 인류 공동의 행복과 문명을 위해 맞서야 한다. 자유와 내적 평화, 인간적인 존중은 그 가치를 따지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소중하며, 세계적인 보물이다. 만일 비겁함과 두려움, 탐욕 때문에 인류가 결합하지 못한다면 그 보물은 없어져 버릴 것이다. 이처럼 그는 인류의 행복과 인간적인 존중, 문명을 위해서 독일에 맞서는 것을 정당화하고 있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왕은 스스로는 온 우주를 지배하고 있지만 따르는 사람은커녕 주위에는 말을 나눌 사람조차 없었다. 그러나 2차 대전 기간의 독일인들은 어린 왕자에 나오는 가로등 켜는 사람처럼 히틀러를 맹목적으로 따르고 있다. 이를 막지 못하면 남은 인류는 어린 왕자 속의 술꾼처럼 남은 인생을 부끄러워하며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 조종사는 비행에 오르고 어린 왕자를 만나 다른 사람이 사는 곳으로 돌아간다.
처음 어린 왕자를 읽었을 때는 그냥 단순히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생각했지만, 플라톤의 사상을 접한 이후에는 이 이야기가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세계, 오직 마음으로만 볼 수 있는 세계와 같은 플라톤의 철학을 담고 있다는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생텍쥐베리의 『삶과 죽음을 넘어서』를 읽고 나니 어린 왕자 속의 등장인물들은 그가 전쟁을 통해서 새롭게 보게 된 우리 인류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전쟁을 통해서 인류의 모순과 인류애를 동시에 발견했으며, 이 경험은 훗날 위대한 소설 어린 왕자 탄생으로 이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