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비의 또 다른 세계를 찾아서
크리스토퍼 엣지 지음, 민지현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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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엄마를 여의었다. 슬픔과 아픔이 틈틈이 몰려와 가슴에 찬바람이 불었다. 하물며 엄마를 잃은 아이에게 그 막막함이란 어떠할지 짐작이나 할까. 아이에게 엄마는 세상이다. 엄마를 암으로 잃은 아이 앨비가 온 세계나 다름없는 엄마를 찾아볼 생각을 한다. 양자 물리학이라는 것을 이용해서 말이다.   

 

이 책은 하나의 원자가 두 공간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병렬 우주론(평행우주)을 기반으로 엄마와의 이별을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그린 일종의 치유소설 내지 성장 소설이라 하겠다. 어떻게 죽은 엄마를 만나는 일이 가능할까 싶은데, 책을 읽다 보면 혹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생각과 주인공 앨비가 엄마를 만나게 될까,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흥미진진해 계속 책을 넘기게 된다.

 

지하 갱도에서 대형 강입자 충돌기 실험으로 미니 빅뱅을 만들며 우주의 비밀을 연구하던 앨비의 엄마, 아빠는 우연한 기회에 세상에 알려지고 아빠는 유명인사가 된다. 하지만 앨비의 엄마가 암으로 죽고 주인공 앨비는 아빠에게서 양자 물리학, 즉 병렬 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엄마를 찾아나설 계획을 세운다.

 

양자 물리학이란 매우 난해한 과학 분야이다... 아주 작은 양자의 세계에서는 원자나 입자가 동시에 한 군데 이상의 공간에 존재할 수 있으며 동시에 두 가지의 각기 다른 상태로도 존재할 수 있다!”(43)

    

하지만 양자 물리학에 따르면 병렬 우주들 중에는 우리에게 일어난 불행이 전혀 일어나지 않은 곳이 있을 거라는 말이지. 엄마가 암에 걸리지 않고 우리 곁에 여전히 살아 있는 우주가 있는 거야.”(19)

 

앨비는 엄마의 실험에서 병렬 우주로 가는 길이 열린 것을 알게 되고 엄마의 노트북에 가이거 계수기를 연결시킨 후 바나나의 방위성 동위 원소를 힘입어 병렬 우주로 가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양자 바나나 이론이라 이름 붙인다. 아주 작은 차이가 있을 뿐 동시간대에 존재하는 공간. 아니 사실은 각기 다른 공간에 존재하는 두 개의 입자가 하나인 듯 움직일 수 있는 양자얽힘으로 앨비는 여러 자신들을 만나고 결국 엄마도 만나지만 아빠에게 자신이 필요함을 깨닫고 돌아간다.

   

엄마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아빠가 여전히 내 곁에 있고 우리는 씩씩하게 삶을 이어가야 한다. 그것이 엄마가 바라는 것이었고, 아빠와 나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243)

 

엄마를 다시 만나 행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책을 읽는 내내 그리 응원했지만 저자는 그 슬픔을 지나고 남은 가족들을 사랑하며 씩씩하게 삶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엄마도 그걸 바랄 것이라며. 이 책은 엄마와 같은 소중한 존재를 잃은 아이들이 앨비가 되어 함께 여행하며 엄마를 만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 있게 돕는다. ‘부정, 분노, 협상, 우울함, 수용등 슬픔을 겪는 다섯 단계를 소개하며 등장인물들의 상태를 설명해주므로 슬픔을 당한 어른들에게도 도움을 준다. 소중한 가족을 잃은 슬픔과 극복을 양자물리학이란 독특한 소재에 짜임새 있게 엮어낸 작가의 능력이 새롭다.

 


 

-> "엄마가 곁에 없어도 세상은 여전히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것을 네가 깨닫게 해 주었거든.. "  서로의 사랑을 깨닫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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